그리운 날엔 사랑을 지어 먹어야겠다 – 류예지 지음

[녹양]

엄마의 밥상에서 내가 배운 것들

때로 어떤 사랑은 맛으로 기억된다. 그 기억 속에는 언제나 사랑한다는 말로는 부족한 나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아름다웠던 모든 순간이 차창 속 풍경을 바라보듯 순식간에 휙휙 스쳐 지나가고 있음을 체감하는 요즘, 온 식구가 한데 모여 동지팥죽을 해 먹은 날이 동짓날의 낮만큼이나 짧았음을, 앞으로 우리가 함께 밥을 지어 먹으며 힘껏 사랑할 수 있는 날이 동짓날의 밥만큼도 길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서글프게 깨닫는다.

그래서 나는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갈 뿐이다. 사라진 문지방을 구렁이처럼 타 넘듯 내가 지나온 길, 그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함께 어우렁더우렁 모여 음식 먹든 날들의 기억을 되새기고 현재화하는 일, 밥상에서 배운 어떤 사랑을 추억하고 보존하는 일, 늦기 전에 내가 가장 나중까지 지니고 가고 싶은 ‘맛’이라는 유산을, 묵묵히 묵묵히 글로 남겨보겠다고 마음먹는 일과 같은 것.

이 책은 스무 편의 음식을 주제로 한 이야기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