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두하면 항상 어릴때 생각이 난다.
외가집에 가면 형들이 열심히 여물썰던.. 모습.
일을 좋아하던 나..
나도 하고 싶은데 우리 집에 소가 없다.
외가집 둘째 형은 손가락이 하나가 없다.
작두에 잘린 것이다.
시원스레 여물이 썰리는 모습을 보면 시원도 하고 감탄도 나오고..
그러나 한 번 두 번 할 때가 좋지 썰어야 할 여물은 뒤에 산더미 처럼 쌓여 있지..
친구들은 놀자고 부르지 하면 속이 터진다..
정신없이 썰다 보면 악 소리와 함께 손가락 하나 날라간다.
몇 주 전에 선삼환을 직접 만들어 보려고 아는 분에게 부탁하여
경동시장에 자연산 복령을 구하려 갔다.
건조되고 껍질 벋겨서 잘라 놓은 것을 보러 갔는데 이 분 내놓는 것이
껍질을 벋기지도 않았고 말리지도 않았다.. 말려서 오란다. 맨붕..
맘에 안들지만 소개해준 분 성의도 있고 해서 말 없이 사들고 집에서 말리는 중
속이 상해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다른 분에게 더 저렴한 가격에 껍질 벋긴 좋은 복령을 구할 수 있었다.
그것으로 선삼환 제작 대성공...
기운이 팍팍 돈다.
사온 것은 막상 말리고 껍질을 벋겨 보려고 하니 칼집이 안 들어간다.. 난공불락..
으찌하나 하다가 누이에게 작두가 있었던것 생각나서 빌리고..
사온 복령은 힘들어 보류하고 있다가 누님 창고 정리해 주는데 말린 6년근 삼이 한뭉테기 나왔다.
마음에 누님 경옥고나 만들어 줄까해서 다시 복령 껍질까지 작업..
끙끙거리다 보니 하얀 살이 보이기 시작한다. 뿌듯함이 느껴진다.
이후 곱게가루를 내기 위해 적당한 크기로 부숴야 하는데... 이 또한 난공불락.. 돌덩이이다.
어찌어찌 힘을 내서 자르는데.. 위험하기 그지 없다.
반 정도 잘랐는데 어이쿠.. 손가락에 섬뜩함이 느껴진다.
셋째 손가락 손톱 반이 날라갔다.
얼긍 지혈을 하고... 종이 테이프로 감고.. 밤새도록 쑤신다.
어찌 잠을 잤는지 모르고 아침이 되니 넌닝구에 피투성이다..
무심결에 슬며시 오는 잠에 다 뭍혔나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감사가 나온다.
다친 손가락을 바라보며 감사하다. 더 다치지 않은게 감사하고.. 등등
이상하게 든든함이 있다..
쑤신기는 가셨고 지혈을 위해 몇 일 감고 있을까 하다가 한 번 살펴보자 하여 열어보니 처참하다.
남은 손톱의 피멍.. 잘려나간 살.. 등등...
보통때 같으면 그냥 종이 테프로 감았을 것인데 조금 심하니 연고 하나 사서 바르자는 생각이 든다.
오늘이 삼일째.. 살펴보니 잘려나간 손톱의 피막이 씌워지고 있는 것이 보인다.
창조의 완전성이 감동으로 다가온다.. 손톱의 반이 잘렸는데도 복원이 되기 시작한다.
경동시장... 좋기도 한데.. 자칫 잘못하면 코베인다.
문득 글로 하나 남겨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첫댓글 어이쿠 조심하세요.
사는것이 자기 뜻대로 살아지는것이 아니더 군요.
시간이 지날 수록 왜 이리 걱정이 많아지는 것인지
요기서 조기 간다는 것이 쉬운것이 아니더 군요.
아주 큰 부상을 당하셨군요!
저도 위의 작두가 있었으면 하였는데 아주 조심하여야 할 작두이군요?
빠른 완쾌를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
걱정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잘리긴 좀 많이 잘렸는데 맘이 편하고..
그냥 두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병원가면 쓸데없이 이것 저것 검사한다고 십만원..
쓰잘데 없는 손가락 보호대 등등 몇 만원..
복원력 정도도 보고..
정 안되면 그때 병원가면 되고.. ㅎㅎ
아직 끝에 건들면 뭣하게 아프지만
이제 살이 차올라 아물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