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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글 & 시 & 수필 스크랩 영화감상소감 라디오스타 ost
캉캉 추천 0 조회 179 07.08.17 11:39 댓글 1
게시글 본문내용

라디오 스타 / Radio Star   

'(최곤의) 오후의 희망곡'에 출연한 소년이 아빠를 목 놓아 외치다 울음보를 터뜨리자 주위는 온통 눈물바다가 된다. 뒤따라 울먹이며 둘도 없는 인생의 동반자 박민수(안성기)를 애타게 찾는 최곤(박중훈). “저도 사람을 찾습니다. 이름 박민수…. 나이는 46세…. 형, 지금 장난치는 거지? 언더에서 밴드 잘 하고 있는 나 꼬드겨서 조용필 저리가라로 유명하게 만들어 준다며…. 형, 듣고 있어? 형이 그랬지? 저 혼자 빛나는 별이 없다며. 와서 좀 비춰주라." “그대 발길이 머무는 곳에~” 숨결이 느껴진 곳에~ 내 마음 머물게 하여 주오…“

최곤의 읍소하는 방송멘트와 함께 조용필의 1989년 히트곡 '그대 발길 머무는 곳에'가 흘러나온다. 김밥을 팔고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김밥으로 눈물을 삼키는' 박민수는 방송을 들으며 목이 멘다. 아이도 울고 어른도 운다. 백 마디의 말보다 통속적인 대중가요(또는 한국 팝음악) 한 구절이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 얼마나 효과적인 소통수단이 되는지 극명히 전해진다. 내러티브의 일부로서 영화의 텍스트 안에서 들려오는 이 노래를 통해 관객은 지난날에 대한 향수와 더불어 매니저(박민수)를 향한 가수(최곤)의 진심어린 마음에 공감을 보낼 수 있는 것이다.

영화 <왕의 남자>로 1천만관객동원 감독대열에 올라선 이준익 감독의 차기작 <라디오 스타>는 인터넷/디지털 방송이 선도하는 최첨단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그래도 돌이켜보면 '그 때 시절이 좋았지'라고 말한다.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사연이 담긴 엽서(편지)를 통해 서로의 훈훈한 인간적 감동을 공유할 수 있게 주도했던 방송매체 라디오, 한물 간 가수 최곤, 한때는 번창하던 지역의 중심지였던 강원도 영월, 기획사시스템으로 바뀌면서 설자리를 잃은 매니저, 그리고 음악. 모든 세대가 젊음에 몰두하고 있는 이 시대에 사회적 변방으로 밀려난 재래적 다섯 가지 단상이 주인공이 거다.



그 안에서 한때 가요대상까지 먹은 왕년의 스타였으나 농촌 영월의 지방방송 디제이로 퇴락한 록 가수 최곤과 장장 20년 세월동안 곁에서 그를 있게 한 매니저 박민수를 투톱으로 내세워 누구나 한번쯤은 겪었을 사내들의 의리와 흐뭇한 동지애를 가슴 따뜻한 온정과 잔잔한 감동에 담아 전해준다.

재래적 서민의 정감에 소박하고도 감성적인 선율로 호소하는 사운드스코어가 드라마적인 감동의 흐름에 중심을 잡고 간다. 포크적인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 목관, 현악기로 구성된 작은 오케스트라연주음악이다. 이준익과 방준석 두 감독은 그 사이 장면들에 어울릴만한 상징적 노래들을 선곡해 넣어 음악 영화적 메시지를 전파하면서 관객이 좀 더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준다. 방준석의 전작들( <너는 내 운명>, <주먹이 운다>, <후 아 유>, <공동경비구역 JSA>, <텔 미 썸딩> 외)에서 보여 왔던 스코어와 선곡의 적당한 배분공식 패턴과도 다르지 않다.

아날로그적 소재와 배경, 버디무비의 성격이 적절히 혼합된 음악영화답게 그 안에 삽입된 사운드트랙음악 또한 흘러간 우리가요들이 주도권을 잡고 있다. 한국 록의 대부 신중현을 비롯해 그의 아들 신대철이 결성한 본격헤비메탈그룹 시나위, 1986년까지 가요대상을 독식하다시피 한 거인 조용필, 신중현에게 발탁돼 1970년대 최고의 도발적 여성(록적)가수로 김추자의 대표적 히트곡들이 흘러나와 라디오로 음악 듣던 재래시대의 낭만적 향수를 불러낸다. 영화의 방향추가 기성세대 취향을 향해 있음을 방증하는 거다.



과거적 감성이 지배적이지만 영화의 시점은 현재다. 요즘 청춘들에게 악수를 청할 음악이 필요하다. 한국대중음악사에 획을 그은 거목들의 명곡이라도 요즘 젊은 세대가 듣기엔 왠지 구리고 낯설게 느껴질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준익과 방준석 두 감독은 여기에 펑크록그룹 노브레인을 출연시켜 감초역할을 톡톡히 하게하고 신중현과 최곤 두 거물의 곡에 대한 재해석까지 시키면서 모던 록(네오펑크록, 얼트 록, 브릿 팝 등) 세례를 받고 자란 20대들에게도 교류의 손을 내민다. 지나친 향수주의를 막자는 의미에서다.

방준석은 이참에 이승열과 함께 활동한 록그룹 유 앤 미 블루시절의 곡 '지울 수 없는 너'(영월에서의 마지막 방송 멘트를 마친 후 스튜디오에서 나오는 최곤의 착잡한 심정을 상징적 제목과 우울한 얼터너티브 록의 감성으로 대변한다)까지 삽입해 놓았다. 강원 영월 유일의 록밴드 이스트리버(동강)로 나온 노브레인이 라디오방송에 연결됐을 때 비닐하우스에서 '넌 내게 반했어'를 연주하는 장면은 가히 압권이다.

1980년대 후반 한국산 헤비메탈의 발흥과 함께 청춘들의 감성을 파고든 록발라드의 전형성을 복제한 주제가 '비와당신'(박중훈 노래/방준석 작곡)까지 영화의 요소요소에 주옥같이 박힌 음악들이 죄다 소외와 낙오의 정서를 대변하는 록음악 일색인 게 눈에 띄는 특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굳이 주류와 비주류 또는 정통 록으로 구분할 필요까지 있겠냐 싶을 게다.

하지만 라디오 프로를 진행하는 주인공이 로커라는 점. 동강(東江)밴드가 비틀즈를 코스프레하고, 라디오 진행 중 레드 제플린, 도어스, 너바나 등 전설적 그룹들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라며 돈 되는 댄스음악만 하고 록음악을 하지 않는 현 음악세태를 꼬집는 최곤의 극중 멘트에서 알 수 있듯 영화는 이 땅에 '세상과 끊임없이 충돌하는' 록음악이 활성화되기를 바라는 근심어린 충고의 메시지를 바탕에 깔고 간다. 다분히 록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에서 신중현의 음악이 비중 있게 다뤄진 것 또한 그런 연유에서다. 언더그라운드 밴드 노브레인에게 최곤의 존재가 그러하듯 최곤에게는 신중현이 곧 신화적 존재이고 그가 아니었으면 한국적 록음악의 토대가 마련되지 못했을 거라는 암시적 증거이기도 하다. 1세대 록의 상징적 뮤지션이자 김추자를 떡잎부터 알아본 한국 록음악의 거장으로 유명하기도 하지만 1960-70년대를 대표하는 인물로 가장 적격인 원조로커에게 헌정적인 중력을 실어줌으로써 음악 영화적 본질을 확연히 드러낸다. '미인'이 없으면 극중 설명이 안 되는 것처럼. 최초로 흔쾌히 자기 음악을 영화에 사용하도록 승낙한 조용필 또한 밴드에 기초한 음악을 했다는 데 있어 1980년대를 대표하는 (팝)록의 거인에 다름 아니다.

시나위의 '크게 라디오를 켜고'는 영월시골주민들이 라디오를 끄게 만드는 원인을 제공하긴 허나 1986년 국내산 헤비메탈의 충격을 가했던 곡인만큼 도시에서 막 건너온 왕년 록 가수의 심정을 잘 투영해준다. 김추자의 '빗속의 여인'(빗속을 뚫고 방송국으로 차 배달 나온 김양), 노브레인이 아리랑펑크(심히 오프스프링의 포스가 감지되는)로 개작해 연주하고 노래한 '아름다운 강산'(신중현 원곡)과 극중 박민수가 습관처럼 입에 달고 사는 '미인'까지 미리 정해놓은 곡들이 시나리오와 발맞춰 착착 배달된다.

이러한 삽입곡들은 지방의 라디오프로가 인터넷으로 인해 전국적인 인기를 얻는다는 내러티브처럼 아날로그와 디지털 세대를 하나로 이어주는 교량역할을 한다. 사람냄새가 담긴 사연과 함께 소개되는 다세대음악 덕분에 온가족이 함께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나게 만드는 영화 속 음악, 음악 속 영화다. 전국방송이 된 뒤 반어적으로 흐르는 버글스(Buggles)의 '비디오가 라디오 스타를 죽였네'(Video killed the radio star, MTV시대의 도래와 함께 라디오시대의 종말을 예고한 노래)는 거금의 저작권료로 지불하고 영화에 사용했음에도 OST음반에는 누락되어 자못 아쉬움을 남긴다.


-수록곡-
1. 비와당신-박중훈ver.
2. 속앓이
3. 영월 가는 길
4. 배려
5. 오래된 방송국
6. 청소
7. 비와당신-노브레인ver.
8. 전단지
9. 영월의 밤
10. 시그널
11. 크게 라디오를 켜고-시나위.
12. 오래된 친구
13. 미인-신중현.
14. 김양의 사연
15. 빗속의 여인-김추자
16. 다방의 밤
17. 전화속사연들
18. 넌 내게 반했어-노브레인Movie Ver.
19. 술오른 밤길
20. 기찻길에서 만난 동강
21. 아름다운 강산-노브레인
22. 김밥집
23. 지하철김밥
24. 지울 수 없는 너-U&Me Blue
25. 빛을 받는 별
26. 미안함
27. 그대발길 머무는 곳에-조용필
28. 우산 속의 우정
29. 비와당신Acc.Ver
30. 넌 내게 반했어-Original Ver

  2006/10 김진성 (jinsung@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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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6.11.27 18:10

    첫댓글 와~~~재미있을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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