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제가 사랑해 마지않는 친구 황인영양(박민하)의 결혼식이 있었습니다.
카페에 인사라도 하고 갈 줄 알았는데 차마 쑥스러웠는지 아님 많이 바빴는지 소문없이 결혼식을 하게 되었군요. 미리 공지를 못한 제 게으른 탓도 있습니다만...
어린이회관 웨딩홀에서 1시 30분에 거행된 식에 맞추어 아침부터 서둘렀습니다. 처음 결혼 소식을 들었을 때는 오래된 단짝 친구를 보내는 아쉬운 마음이 없지 않았는데 신랑되는 분의 성품과 분위기가 참 좋아 그런 맘을 위로해 주었지요.
새신랑과는 이웃에 살면서 한 교회의 교인으로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사이랍니다. 결혼에 이르기까지 실제로 사귄 기간은 길지 않지만 "이 사람이면 평생 믿고 안심하겠구나"하는 확신이 들어 결심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인영이는 재주도 많고 다정다감하고 성격이 꼼꼼하기로 친구들 사이에서도 유명하거든요. 결혼에 대한 꿈이 남달랐던 아이인 만큼 결혼생활도 잘 해 나가리라 믿습니다.
2주 전 웨딩촬영 때도 스튜디오에서 신부화장을 하고 꽃같이 피어나는 얼굴을 한 인영이를 보고 감탄을 했었는데 오늘은 더욱 빛이 나더군요.
떨지도 않고 여유있게 웃으며 친구들과 농담을 하고 사진을 찍던 아이. 신부 아버지와 팔장을 끼고 식장으로 우아하게 들어가는 모습에 행복을 비는 진심어린 박수를 쳐 주었습니다. 2년 전 친구 세린이의 결혼식에는 왠지 모를 찡한 마음에 눈물이 찔끔 나오기도 했었는데 인영이 때는 마냥 편안하고 좋았습니다.
이제 든든한 신랑이 늘 곁에 있어 줄 터이고 둘을 반반씩 닮은 아이들을 낳아 알콩달콩 살아가겠죠. 그 곁에 늘 주님의 은총이 함께 하실 것이기에 두 사람은 그 무엇도 두렵지 않을 것입니다.
오래간 만에 벌써 세번 째 아이를 임신한 고교동창을 만나 수다도 떨고 피로연 음식도 맛있게 먹고 왔습니다. 아침엔 꽤 추운 날씨였는데 식이 끝나고 나오니 청명한 가을 하늘이 눈이 부셨습니다. 새 신랑 신부는 오늘 하루 워커힐에서 일박 한 후 내일 새벽 예배를 본 후 필리핀으로 신혼여행을 간다는 군요. 인영이의 처음 외국행인데 물 갈아 먹고 탈나지 않고 잘 다녀 왔으면 좋겠네요. 다녀와서는 닭살 돋는 사진들을 카페에도 자랑해 주겠죠?
얼른 다녀와서 재밌는 얘기로 다시 긴 수다를 풀었으면 하고 벌써 기다려집니다. 집들이 가서 잘 꾸며놓은 신혼집도 구경하고 음식솜씨도 알아봐야지 하고 성급한 계획도 세웁니다.
그러고도 아직 그 애가 결혼했다는 것이 실감이 안 납니다. 뒤척뒤척 그 애의 꿈을 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