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썹끝에 잠을 매달고
가만히 밖을 내다보니
밤새 거대한 안개가 산이며 나무며를 모조리 밀어낸듯
아무것도 보이지않고
심지어 그악스럽던 매미소리조차 없습니다
냄표니 출근준비 도우면서
잠을 놓치지 않으려 살금살금 걸어다녔는데
현관문을 열고 나가는 냄표니옆으로 새어들어온 안개에
그만 잠이 다 달아나 버렸습니다
하루중 첫 호흡을 풀냄새가 묻어있는 냉기로 깊이 들이마시며
아이들이 깨어나기 전까지의 고요함을 누립니다...
여름이 막바지로 치닫는 요며칠간 딸내미는
학교에서 정해준곳의 봉사활동을 하러 다녔습니다
그런식의 봉사가 아이들에게 얼마나 교육적일지 의문이지만
어쨌든 안하는것보다는 낫다는 생각도 드는게
운이 좋으면 기대안했던 경험들도 간혹 하게 되니까요,
복학을 결정하고 딸내미는 마음에 둔 학교가 있다고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다른 공부를 하느라 공백이 있었던터라
따라잡기가 쉽지않을텐데
그냥 가까운 곳의 학교를 가면 안되겠니하니
해보고~!, 합니다
요즘 아이들은 대학입시도 아닌 고교입시,중학교입시까지 있어
실패하면 큰 좌절을 겪게되니 그 어린나이에 벌써부터
절망을 맛보고 인생의 고비를 겪고
꼭 그래야 하나 하는 미안함이 아이들에게 듭니다
머리 가슴 다 영글어 좌절해도 무너지진 않을만큼 자랐을때
그때 그런 경험을 해도 안스러운데요...
어제는 말복이라 식구들한테 뭐라도 힘나는걸 먹여야겠다싶어
공부하느라 바쁜 딸내미는 집에 놔두고
재원이눔이를 데리고 시장을 어슬렁거렸지요
가만있어도 한낮의 열기에 이마가 벗겨질 지경인데
길다란 주걱으로 가마솥에 펄펄 끓는 죽을 휘젓고계신
아저씨를 보니 그만 할말을 잃었습니다
저거 다 팔아야 얼마될까 싶은 시든 야채 몇무더기를 앞에놓고
더위에 지쳐 땀에 젖은 수건을 온통 머리며 얼굴에 두른 할머니,
방금 솥에서 꺼낸 김 무럭무럭 나는 옥수수를 권하는 아주머니,
그 열기를 받아들기가 부담스러웠지만
아주머니의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을 보니 안 살수가 없어서
하는수없이 받아들고 장을 한바퀴 돌았습니다
눔이도 어지간히 더웠던지 제 양산아래로 머리를 디밀고
"집에가요~" 합니다
사는게 고행이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론 그분들의 묵묵한 삶의 모습이
성인의 모습을 담은 그림을 보는듯한
신성한 느낌마저 들더군요
어떤 그림을 그리며 살아가든
하느님께서 만들어놓으신
우리들 하나하나는 참 아름다운 존재입니다...
그저께 냄표니가 위아래^^ 내시경을 동시에 했습니다
나이 50이 되어가니 한번쯤은 해야한다고 을러대서
그야말로 질질 끌고갔던터라
중간에 도주(?)의 염려가 있어서 가족 모두가 호위해갔지요^^
병원가기 며칠전부터 설사약을 먹고 음식을 제한하고
화장실을 들락거리느라 심통이 난 냄표니는
볼이 잔뜩 부어서 병원에 들어섰는데
다른 검사자들을 보니 동행인이 한명도 없었습니다
'우리가 좀 별난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냄표니가 내시경실로 끌려가며 불안한 목소리로 "들어와서 볼거지?" 합니다
들어가긴 어딜 들어가서 봅니까, 예전에 위내시경했을땐
냄표니 친구네 개인병원이었으니 들어가서 북적댈수 있었지만요^^
그래도 "물론이지~!" 하면서 거짓말로 안심을 시켜서 들여보냈습니다 ㅎㅎ
병원 울렁증이 있는 재우이눔 땜에 연신 복도를 맴맴돌다가
드디어 검사가 끝나고 회복실에 누워있는 냄표니를 만나니
억지로 고생시킨게 조금 미안해지기도 했는데
그것도 잠시, 병실이 떠나가게 코를 골아대는 통에
옆에 잠들어있는 다른분들 깰까봐 가슴이 조마조마 했지요^^
엉덩이 부분이 네모지게 열려있어서 걸을때마다
거적문처럼 펄렁대는 웃기는 바지를 입고
마취가 덜 깨어 휘적거리며 걷는 검사자들을 보니
'아이구...나는 이거 못하겠다...'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게다가 챙피하게 아래 위로 다 들여다보았을 의사샘을
맨정신으로 만날 생각을 해보세요 에효~~~^^
냄표니는 의사샘 설명을 들으려고 대기실에 기다리고 있는사이에
재우이눔 가방을 뒤져 도넛을 얼른 꺼내 먹었습니다(어른 맞아?^^)
아빠가 자기 간식을 먹고있는데도 큰고생했다고 생각되는지
눔이가 가만히 보고 있더군요,
다른때같으면 간식을 절대로 양보안할 눔인데요 하하하~~
배고파 죽는다고 난리를 쳐서 병원에서 나오자마자 식당으로 달려가면서
자기는 이거저거 다 시켜먹을거라고 불끈대는 냄표니를 보니 웃음이 납니다
언제나 철이 들려는지 원...^^
별거 아닌 검사에 온 가족이(그것도 별나 보이는 가족이^^) 우루루~~
몰려온게 재밌는지 간호사 언니가 웃음띤 얼굴로
이런저런 안내를 해 줍니다
어디를 가나 조용히 지나가는 법이없는 우리가족은
엄두가 안나는 일은 무조건 때거지로 몰려가서
머릿수를 보탬으로서 무언의 응원을 보내는 것이
우리 가족 나름대로 어려운일에 대처하는 방법입니다^^
우리가 좀 겁이 많은 편인지...?ㅎㅎ
오늘 친구들 계가 있는 날인데 갈 엄두가 안 나네요
삼복을 지내면서 몸이 겨우겨우 지탱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몸이 힘들때는 봐주가 힘든 사람 만나기가 겁이 나지요^^
재밌는 친구, 겁나는 친구, 놀라운 친구 등등
나이 들어도 사람은 좀체로 변하지 않는가 봅니다
그래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들을 인정해주고 재미있다고 해주니
오래도록 친구가 되는거지요^^
아마도 이렇다 저렇다 트집을 잡으면 제가 제일먼저
친구반열에서 떨구어져 나갈것 같습니다
모임에도 제일 불성실하고 그럼에도 핑계거리는 늘 제일 많으니까요^^
오늘도 무더운 하루가 될것 같습니다
이제 안개가 물러갔는지 매미소리가 나기 시작하네요^^
여름엔 뭐든 좋아하시는걸로 잡수시고 활기찬 기분으로 지내시는게
더위를 이기는 방법인것 같습니다
건강하고 힘찬 하루되시길~~~!

첫댓글 우울할 때, 지겨울 때, 살 맛 안 날때 재래시장 한바퀴 휘~~돌고나면 그 증세가 한결 나아져서, 저는 재래시장을 좋아합니다. 뚱땡엄니네 식구들처럼 엄두가 안나는 일에 서로 머릿수 보태어 무언의 응원을 보내는 것... 그것이 바로 가족이지 싶습니다. 정말 잼나게 사는 재원이네 입니다요. 언제나 무탈하게 더도말고 덜도말고 지금처럼 홧팅요!!
고시랑님이 무탈을 빌어주시니 감사해요

저도 재래시장 괜히 일없이도 휘휘 돌고 그러는데
^^ 맛있는게 많아서 젤로 좋고 사람사는 냄새도 나고 덩
아 살아갈 힘도 얻고
저 어릴때 꿈이 콩나물 장사 였어요 
손에 집히는대로, 마음내키는대로 담아주던,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콩나물 장사 아지매
뚱땡이님 글 읽으면서 그렇지..가족이 이런거지...나도 울남편 병원검사하러갈 때 꼭 따라가야지..생각했네요...오늘도 엄청 덥다는데..계모임 자알 댕겨오시고..좋은 하루 되세용^^..위에 고시랑님도 홧팅이에요~
그러게요
따라가 주시면 좋을것 같아요, 혼자 온분들이 대부분인데 소지품 열쇠를 팔목에 하고 흔들거리며 다니시는게 어째 영 불안해서 조마조마 하더라구요^^ 혹 검사가 
러워서 혼자 갈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지만요
남은 저녁시간도 좋은시간 되세요
흐믓한 가족의 모습입니다~~ 건강 잘 챙기세요~~
꼬꼬님 계신곳도 무지하게 덥나요
잠깐 창고에 다녀왔는데 땀이 줄줄줄



그래도 빨래 일광욕은 개운하게 시키고 있어요
꼬꼬님도 건강하세요
^^
참말로~ 어쩌면 같은 글도 이렇게 재미나게 쓸 꼬~ 그 바지 증말 앞 뒤로 펄렁거려여? ~^^
그 바지가요
입은채로 대장내시경을 하게하기위해서 그 부분(
)만 A4용지 반만하게 오려놨더라구요 
냄표니는 대기하고 있을때는 묶을수있어서 얌존히 묶어주었는데 다른분들은 모르는지 어쩐지 펄렁거리고 다녀서 여름바지로는 바람 설렁설렁 잘 통하고 
구나 싶었어요 호호
Hee님 오랫만에 쉼터를 오게되어 조금 미안함을~~ 그래도 삶의 청량음료를 '쏭'(중국어로 무료 ,거져 주는 것)으로 주시는 글에 흠뻑 취해봅니다..예쁜 따님과 귀여운 아드님과 온가족이 하나되어 기쁨을 나눠 주시는 글 늘 감사함으로 받습니다.축복이 가득한 여름 보내시길 바랍니다~~
뚱땡이님 시선이 따듯해서 기분이 좋아져유^^.................재원이 아부지는 좋으시겟다아^^
재우이 아부지는
로 안좋아한다요
울 가족들한테 저는 <잔소리 대마왕>으로 통하걸랑요 
성모님 하늘에 오르신 날 이름없는 꽃들이 노래하고 춤추며 가시는 어머님과 함께 했을것같아요 이른아침 하늘어머니를 불러봅니다 시골쥐 한양에 갑니다 혼인식에 .. 뚱님의 글을 읽으니 아자자 ^^^ 몸과 마음이 시금치 먹은 뽀빠이가 되어 늘 시금치를 먹여주는 그대에게 꾸벅 ㅎㅎㅎ
이긍 몬일이던지 벵원가는일은 영


울 땡이님 참말로 잘했구먼요 제일 끝에 붙여놓은 수박은 내가 얼릉 땄는디 또 있네



주니맘님 무더위가 계속 되고 있는데 잘 지내고 계신가요
어제는 교보갔다가 광화문광장을 첨 봤는데 아이구 그 더위에 그래도 아그들은 분수에서 노느라 정신이 없더라구요^^ 기운은 안나지만 여름이 한테 안 지려고 실랑이를 해대며 지내고 있어요 
주니맘님 건강하시고 기운차게 이 여름 보내세요

뚱님은 참으로 부지런해요. 힘들다고 귀찮다고 하면서도 별의별 일들 다 하고 다녀요. 그리고는 그 얘깃거리를 참 많이 잘도 기억해 내요, 엄청 다이나믹한 아줌마예요. 거미 똥꼬에서 거미줄 나오듯 줄~줄 얘기가 잘도 풀려 나와요. 다양하고 삶의 진솔함이 묻어나오는 맛갈스런 일상의 편린들을 저희들도 함께 느끼게 해줘요. 우리 나이는 그 과정을 다 지난 세대지만 뚱님의 일상을 읽으며 회상에 빠지기도 하고 아! 나의 삶과도 비교도 해 보곤 합니다. 때로는 한 공간에 있다는 생각을 하게도 됩니다. 그래서 글을 읽으면 잔잔한 행복감에 빠지게 되는 최면에 걸립니다. 뚱님 고맙다는 얘기가 이렇게 길어졌네요. ㅎㅎㅎ
록은님 음악회에 가서 따님과 찍은 사진을 떠올리며 오늘 우리 모녀도 오페라에 갔었어요, 그 사진을 보니 문득 딸내미와 찍은 사진이
로 없다는 반성이 되더라구요
전 
로 자상한 엄마는 아닌가봐요^^ 딸내미랑 오랫만에 르누아르도 보고 뙤약볕도 함께 느껴보고 했어요
저는 다이나믹과는 거리가 멀구요, 할일은 하는수없이 겨우 해치우고는 그 다음에는 죽은듯이 납작 엎드려서 며칠 보내야 힘을 보충해서 겨우 또 움직일수있답니다 
록은님같이 인생의 선배님들앞에서 조잘대려면 가끔 무지하게 
러워 지기도 하지만 다 곱게 봐주실거라는 믿음이 있어서 까불며 산답니다...감사해요
이 더위에 수고 했네요.
행복하고 사랑스러운 가족, 어쩔 수 없이 비슷 비슷한 바깥분...재치 만점인 이야기... 
거웠어요.
뚱님의 글을 읽다 보니 이런 표어가 생각나네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정말 힘들때나 슬플때나 늘 서로에게 힘이되어 주는 가족,,,,넘 소중하죠.뭐니뭐니해도 가족이 



우리 가족은 조금 부족(
)한 사람들이 아닌가 싶어요^^ 지난 휴가때는 차속에서 내내 냄표니와 딸내미가 덤& 더머를 놓고서 싸웠답니다, 서로 더머를 안하겠다고 우기는 부녀를 보고있자니 갈데없는 덤& 더머였답니다 
그래서 가족 모두 합쳐봐야 한 2인분 되려나요


땡이님 마음이 아름다우시니.. 온 세상이 다 아름답게 변한 듯해요.. 이유없이 공연히 제가 속한 가정과 가족까지 그 이름 만으로도 슬며시 행복해지려 해요.. 땡이님 만세~ 요술 마왕 만쉐이~~^^
잔잔한 미소님, 가정과 가족이라는 이름이 모든이에게 행복한 느낌이 되었으면...하는 간절한 바램을 가져봅니다^^ 미소님의 이름도 듣기만해도 입가에 미소가 슬그머니 떠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