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차 세계 대전 후인 1929년 터키의 수도인 이스탄불의 궁전에서 양피지에 그려져 있는 지도 두 장이 발견되었다. 1513년 작성이라고 기록된 한 장에는 스페인, 서아프리카, 남북 아메리카의 동해안이 그려져 있었고 또 다른 하나는 1528년 제작된 것으로서 그린랜드, 캐나다 일부, 북아메리카 동해안이 그려져 있었다. 이 지도의 제작자는 16세기 터키 해군의 제독인 필리 레이스(레이스는 선장이라는 뜻)였다. 이 지도는 처음 발견되었을 당시 사람들에게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왜냐하면 경위도선도 없고 몇 개의 작은 원형과 거기에 방사선이 무수하게 그어져 있을 뿐 육지 그 자체의 모양이 비뚤어진 곳들이 많아서 지도로서의 기능을 과연 했을까 의구심이 들 정도로 부정확한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아무의 관심도 받지 못한채 그렇게 잊혀져 갔다.
그런데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뒤 이 고지도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세상의 주목을 받으며 그 모습을 다시 드러내었다. 미국의 고지도 학자 '앨링턴 맬러리'는 터키 국립박물관에서 먼지를 뒤집어 쓴채 잠자고 있던 이 희한한 지도를 꺼내어 다시 연구를 하기 시작했는데, 지형이 비뚤어져 있는 바로 그 이유는 놀랍게도 '정거방위도법'에 의해 만들어졌기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던 것이다. '정거방위도법'이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공군에 의해 개발된 군용 항공 지도 제작법으로서, 이 작도법에 의해 만들어진 지도는 지구의 둥근 구면 위를 날아가는 항공기에서 알아보기 쉽도록 제작된 것이 특징이었다. 즉 지형이 공중에서 볼때처럼 눈에 비친 그대로 비뚤어지게 그려 넣은 지도인 것이다.
해안선의 조그마한 돌출부, 강입구, 섬, 내륙의 고원, 산맥 등의 소재나 지형을 옛날 사람들이 실제 그대로 측정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난관을 거쳐야 한다. 첫째는 18세기 '오일러 방정식'으로 유명한 오일러에 의해 완성된 '구면삼각법(球面三角法)'이라는 기하학적 지식을 알아야 하고 또 한가지 난제는 항공기나 인공 위성의 도움을 받아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 지도에는 지도의 작성년도인 16세기에서 300년이나 지난 후에 확인된 남극대륙이 그려져 있으며, 더 놀라운 사실은 이 지도에 구현된 남극대륙의 해안선이 현재와는 전혀 다르다는데에 있다. 이 지도에서 남극의 빙설이 덮혀있지 않은 부분의 넓이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이 지도에 나타난 지구의 나이는 지금으로부터 최소한 1만 5천년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얘기다. 필리 레이스는 아주 오래전부터 내려오던 X라는 고지도(古地圖)들을 보고 이 지도를 작성했으며, 그 지도의 한쪽에 자신이 참고했던 X라는 고지도들, 즉 20여장의 고지도와 콜럼부스가 항해할 당시 사용했다는 한 장의 지도를 언급해 놓았다.
과연 이 지도는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20세기 중반에 와서야 작성될 수 있었던 이 지도는 대체 어떻게 그 오랜 옛날에 제작 되었던 것일까? 필리레이스와 콜럼부스가 참고해서 만들었을 그 원래의 X라는 고지도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자료출처: http://blog.naver.com/sung726oh/8000817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