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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사흘을 머물렀던 인터라켄의 Overland Hotel을 떠나 체르마트로 이동하는 날이다
호텔의 벽에 구멍을 뚫고 쳐박힌 젖소의 형상이 조성되어 있는데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다
체르마트행 버스가 8시까지 호텔로 오기로 약속했다는데 감감 무소식이다
다른 여행 팀들은 버스를 타고 속속 다음 목적지로 떠나는데 우리는 기다림에 지쳐간다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음을 직감한다
서울 본사와 스위스 여행사에 연락을 취한 끝에 11시까지 버스를 보내준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11시까지 그냥 기다리기가 무료하여 인터라켄 대중버스를 타고 근교의 호숫가로 갔다
맑은 호수와 푸른 초원이 어우러진 멋진 풍경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었다
사람들은 비키니 차림으로 일광욕을 하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애완견과 함께 산책하고 있었다
시간에 쫒기지 않고 여유롭게 살아가는 선진국민들의 일상이 많이 부러웠다
호수 주변의 산책을 마친 뒤 근처 찻집으로 들어가 여유를 즐겼다
도시의 소음과 숨가뿐 일상에서 벗어나 바람소리 물소리에 귀기울이다 보면 내 안의 욕심도 모두 비켜간다.
낡은 식탁이며 허름한 의자며 제멋대로 자란 나무도 자연 속에서 나름대로 운치가 배어나온다
터키 기사가 운전하여 쮜리히에서 달려온 버스를 타고 체르마트로 출발하였다
Kandersteg까지 가서는 자동차를 싣고 이동하는 기차를 타고 터널을 통과해야 한다
사람이 탑승한 자동차를 통째로 싣고 달리는 기차는 처음 보았기에 신기한 생각이 들었다
자연의 훼손을 최소한으로 하면서 자연을 즐기는 이곳 사람들의 지혜에 존경을 표하였다
기차는 터널을 지나 구불구불한 산길을 몇 구비 돌아간 끝에 테쉬(Tasch)에 우리를 토해내었다
청정도시 체르마트에는 석유 사용 자동차를 타고 들어가지 못한다
테쉬에서 체르마트행 셔틀 기차로 갈아타는 것이 체르마트로 들어가는 유일한 방법이다
셔틀 기차는 여행가방을 가지고 오는 관광객을 고려하여 의자가 없이 텅~ 비어있는 칸이 있다
셔틀 기차로 10분 정도만 달리면 청정도시 체르마트에 도착한다
체르마트 역에 도착하니 광장에 전기자동차와 마차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산의 목초지’라는 뜻의 체르마트는 이름 그대로 푸르고 깨끗한 청정도시다.
자연을 훼손시키지 않기 위해 차량 진입을 통제하고 전기 자동차나 마차를 교통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우리의 짐은 전기차택시에 실어 호텔로 보내고 체르마트 시내 구경을 하였다
체르마트는 알프스 안에서도 손에 꼽히는 청정지역이다
석유 연료 자동차는 아예 들어설 수 없고, 거리엔 구식 마차와 현대식 전기자동차가 시대를 초월하여 함께 다닌다.
주민들이 이렇게 조심스럽게 지켜온 자연은 이방인들에게도 오랜 흠모와 동경의 대상이 되었다.
두어 시간이면 동네 한 바퀴를 돌아볼 수 있을 만큼 아담하고 조용한 마을.
이런 체르마트의 역사 속에는 근대 산악문화가 꽃을 피운 과거부터 지금까지 치열하고도 뜨거웠던 숨결이 배어있다.
마테호른(Matterhotn)의 산기슭에 자리한 체르마트(Zermatt).
이 마을의 관광산업 발전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산 마테호른과 밀접하게 연관이 있다.
고유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여행에 있어 거의 무한한 형태의 다양함과 즐거움을 제공하고 있다
스위스 전통 목조 양식으로 지어진 마을의 호텔과 상점들, 건물의 테라스를 장식한 꽃들...
체르마트는 '스위스 알프스의 여왕' 마테호른 관광을 위한 유일한 기지이다.
해발 1,620m의 체르마트는 온화한 나무 빛깔의 건물들이 가득 들어서 있어 고풍스러운 느낌이 든다
마을 어느 곳에서나 눈을 들어올리면 마테호른의 하얀 자태를 볼 수 있다.
체르마트의 어느 지점에 서 있든, 웅장한 자연의 품안에 폭 들어와 있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는 체르마트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마테호른을 배경으로 서서 카메라에 담았다
체르마트는 걸어서 1~2시간이면 다 돌아볼 수 있는 아주 작은 마을이다.
인구가 고작 5,600명에 불과하다.
이 작은 마을에 전 세계에서 몰려든 관광객들을 위해 상점과 레스토랑, 호텔, 스키 렌털숍이 몰려 있다.
호텔에 투숙한 손님들을 위해 운행하는 마차의 마부가 어찌나 멋지고 예쁘던지 한참을 바라보았다 ㅎㅎ
체르마트 역 근처에서 피자와 음료로 점심을 대충 때우고 수네가 파라다이스로 출발하였다
체르마트에서 지하 터널을 따라 오를 수 있는 수네가 파라다이스는 볕이 좋고 숲과 나무가 많다.
수네가 파라다이스 아래쪽에 위치한 거울 같은 라이호수(Leisee) 덕분에 여행자들이 가벼운 하이킹을 많이 즐긴다.
체르마트는 4,000m 급 명산으로 둘러싸여 일 년 내내 웅대한 알프스의 만년설과 빙하를 만끽할 수 있다.
그중 대표적인 산이 영화사 파라마운트사의 로고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명봉 마테호른이다.
관광객들은 체르마트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하이킹을 하거나 등산열차나 곤돌라를 타고 산에 올라 만년설과 빙하를 감상한다.
마테호른이 잘보이는 전망대에 예수님상이 세워져 있어서 그분의 고통을 생각하였다
언제부턴가 나는
따뜻한 세상 하나 만들고 싶었습니다
아무리 추운 거리에서 돌아와도, 거기
내 마음과 그대 마음 맞물려 넣으면
아름다운 모닥불로 타오르는 세상,
불 그림자 멀리 멀리
얼음장을 녹이고 노여움을 녹이고
가시철망 담벼락을 와르르 녹여
부드러운 강물로 깊어지는 세상,
그런 세상에 살고 싶었습니다 .................................고정희 <쓸쓸함이 따뜻함에게> 부분
2,288m에 위치한 수네가 파라다이스(Sunnegga Paradise)는 '태양이 비치는 천국'이라는 뜻이다.
전망대들 중에서 가장 고도가 낮지만 그 대신 초록의 아름다움을 지닌 곳으로 인기가 많다.
마테호른의 날카롭게 날이 선 각이 정면에 보이고 양쪽으로 뾰족한 능선이 잘 드러나 사진을 찍으면 아주 멋지게 나온다.
내가 알프스에 간다고 했더니 후배들이 특별한 케익을 만들어 주었다 체르마트에 와서 보니 케익의 모양이 마 테호른의 모습과 완전히 똑 같다 은미, 소정, 은경, 한나, 현주, 현덕... 부족한 선배를 향한 무한한 사랑과 배려 에 깊은 감사를 보낸다 그들과 함께 했던 많은 시간들은 먼훗날 추억이 되고 기쁨이 되리라 그날밤에 케익을 앞에 두고 함께 마셨던 와인향은 영원히 잊지 않으리라 후배들의 앞날에 무한한 축복과 행운이 함께 하길 기도한다 |
갑자기 모든 것 낯설어질 때
느닷없이 눈썹에 눈물 하나 매달릴 때
올 사람 없어도 문 밖에 나가
막차의 기적소리 들으며 심란해질 때
모든 것 내려놓고 길 나서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물위를 걸어가도 젖지 않는 만월같이
어디에도 매이지 말고 벗어나라...................................김재진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부분
원래 계획은 수네가에 있는 5개의 호수를 둘러보는 것이었으나 버스가 늦게 오는 바람에 포기하였다
수네가 익스프레스 바로 아래에 있는 아담한 라이호수(Leisee)를 거니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슈텔리제에 가서 호수에 비친 마테호른의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무산되어서 아쉬움이 컸다
흰 눈을 정수리에 이고 있는 산봉우리를 본다.
설산은 높은 정신 같다.
사람들은 겨울 하늘이 하얗게 내려온 그 산의 높고 험한 봉우리를 바라보면서
말을 줄이고, 밤의 잠을 깨끗하게 한다.
마음을 크고 너르게 쓴다.
그리고 깊은 산골짜기에서 메아리가 생겨났다 사라지는 것을 듣듯
내 마음에서 생겨났다 사라지는 것을 가만히 살핀다.
흰 눈이 높은 산에 혼자 왔다 가는 동안
산 아래 사람들은 고개를 들어 영원에 대해 생각한다.
새와 구름이 끝내 가려는 곳에 눈길을 준다.
또한 반은 지상에 보이고 반은 천상에 보인다...................................................................불교신문에서 발췌
다시 하산하려고 식당을 지나가는데 나무 화분에 심어진 에델바이스가 눈에 띄었다
야생 상태의 에델바이스를 찾아보려고 노력했지만 실패하고 여기서 발견하였다
에델바이스는 스위스이 국화이기도 한데, 아마도 알프스의 산에서 많이 자생하기 때문일 것이다
독일어 Edelweiss는 '고귀한 흰색'이란 뜻이며, 꽃말은 '소중한 추억'이라고 한다
다시 지하를 달리는 케이블카 수네가 익스프레스(Sunnegga Express)에 몸을 실었다
약 15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지하식 케이블카는 체르마트까지 내려가는데 약 5분이 소요된다.
체르마트역 구내에는 한국인들을 배려하여 '출발점', '매혹적인', '산의 경치' 등의 한국어가 씌여 있었다
체르마트 역에 도착하니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이 요들송을 연주하고 있었다
세 분이서 어코디언과 더블베이스로 연주하는 음악은 알프스의 바람 소리를 닮은듯 하였다
관광객들의 마음을 세심하게 배려하는 관광대국의 힘이 느껴지는 광경이어서 오랫동안 지켜보았다
아름답지만 험한 산악 지역인 체르마트 일대에 거미줄처럼 뻗어있는 산악철도는 단연 스위스의 명물이다.
달리는 열차에 몸을 싣고 평화로운 풍경과 마주하다 보면 어느새 알프스 깊숙히 들어와 있음이 느껴진다
이 체르마트 2일 패스권을 가지면 어느 곳으로 가는 열차나 곤돌라, 케이블카라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
체르마트 시내의 중심에 성당의 종탑이 우뚝 솓아 있었다
인터라켄의 성당에 가서 미사를 드릴 때 느꼈지만 이곳엔 신자들이 별로 많지 않은듯 하다
어쩜 살아있는 사람보다 성당 앞에 영원히 잠들어 있는 산악인들을 위해 종을 울리는지도 모를 일이다
성당 앞의 양지바른 곳엔 알프스에 왔다가 돌아가지 못한 많은 산악인들이 영원히 잠들어 있다.
그들 생애 마지막으로 꾸었을 높고 빛나는 꿈은 여전히 그 자리에 남겨져 있다.
그리고 아직도 숱한 이들이 오래 전 어느 산악인과 같은 꿈을 안은 채 알프스에 든다.
나는 다양한 형태로 조성된 묘비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그들의 높고 빛나던 꿈을 생각해 보았다
어느 영문학자가 “산은 여인의 몸매나 얼굴과 같아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각도와 거리, 고도가 있다.”라고 표현하였다
경험상으로 비춰 봐도 산의 모습은 어디서 보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더 아름답게 또는 덜 아름답게 다가왔다
이제와서 생각하니 마테호른은 체르마트 시내에서 볼 때가 가장 마테호른다웠다
체르마트에서 보는 마테호른의 모습에선 단순한 미를 넘어 신비로움과 영험한 기운마저 느껴지기도 한다.
집이 없는 자는 집을 그리워하고
집이 있는 자는 빈 들녘의 바람을 그리워한다
나 집을 떠나 길 위에 서서 생각하니
삶에서 잃은 것도 없고 얻은 것도 없다
모든 것들이 빈 들녘의 바람처럼
세월을 몰고 다만 멀어져 갔다
어떤 자는 울면서 웃을 날을 그리워하고
웃는 자는 또 웃음 끝에 다가올 울음을 두려워한다................류시화 <길 위에서 생각> 부분
우리가 묵고 있는 호텔의 앞마당에 있는 조형물이 너무 예뻐서 카메라에 담았다
이곳의 모든 호텔들은 테라스에 꽃을 가꾸고 있는데 온 도시가 하나의 화원 같은 느낌이다
날마다 화분에 물을 주고 잡초를 제거하는 사람들을 보면 꽃을 닮아보인다
첫댓글 정말 영화의 한장면같네요
모두가 주인공되어.. ㅎㅎ
넘 청정한 모습들이 부럽습니다.
제가 학교를 떠나던 날 후배 여교사들이 특별한 케익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마테호른과 그곳에 오르는 제 모습이 그려진 케익이었습니다
직접 현장에 가서 보니 그 케익의 그림과 정말 똑같더군요
훈훈한 느낌으로 절 보내준 젊은 후배들을 찾아가서 감사 인사를 하고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