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 하나.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청각장애우들은 음악에 맞춰 스윙 댄스를 출 수 있을까?' 또 하나. '청각장애우들과 스윙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앞 질문에 대한 답은 "남녀 파트너 중 한 사람이 일반인이면 가능하다". 스윙은 손, 팔 등이 주는 신호로 남녀 파트너가 의사소통을 하며 추는 춤이다. 따라서 둘 중 한 사람만 음악을 들을 수 있으면 청각장애우들도 스윙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고 한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말없이 손짓 또는 몸짓으로 대화를 한다"는 것. 청각장애우들은 수화를 사용하고, 스윙은 손으로 다음 동작에 대한 신호를 주기 때문이다.
이 같은 둘 사이의 공통점을 매개로 삼아 청각장애우와 스윙이 어우러지는 대형 페스티발을 준비하는 곳이 있다. 바로 스윙댄스를 즐기는 동호인들의 모임 중 하나인 '크레이지스윙'이다.
이 동호회는 오는 12월27일 서울 그랜드 힐튼 호텔 컨벤션 센터에서 1천여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스윙·재즈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크레이지스윙 2주년 기념행사를 겸한 이번 페스티발에서는 청각장애우들이 직접 크레이지스윙 동호인들과 함께 스윙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김준, 이정식 쿼텟 등 재즈 뮤지션들과 유열, 서영은 등 인기가수들의 공연도 준비했다.
청각장애우들과의 신나는 춤판을 기획한 크레이지스윙의 신유정(29·프리랜서 헤드헌터) 대표를 만나 행사에 관한 이모저모를 들어봤다.
- 청각장애우들과 일반인들이 스윙과 재즈연주라는 문화활동으로 만난다는 것이 무척 신선한 느낌입니다. 청각장애우들과 스윙이 짝을 짓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지난해 우연히 청각장애인 예술협회의 '아름다운 손짓' 예술단 관계자 몇 분이 저희 스윙 공연을 보셨어요. 그분들이 아름다운 손짓의 연말 행사에서 스윙공연을 해줄 수 있겠냐는 요청을 하신 것이 첫 인연이었죠. 이후 아름다운 손짓의 청각장애우들에게 스윙 강습을 실시했고, 올 3월에 서울 보라매공원 체육관에서 5백여명이 참여한 '아름다운 손짓과 함께 하는 스윙파티'도 개최했습니다. 이번 페스티발은 지난 3월 스윙파티의 연장선상에 있는 셈이예요."
청각장애우들 스윙 솜씨, "놀라워"
-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청각장애우들이 재즈음악에 맞춰 스윙을 춘다는 것이 언뜻 이해가 잘 안됩니다만.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어요. 하지만 막상 그분들에게 스윙 강습을 해보니까 뜻밖에도 잘 따라하셔서 매우 놀랐답니다. 스윙은 파트너에게 말없이 손으로 다음 동작을 알려주기 때문에 몸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춤인데요, 수화를 하는 청각장애우들도 말 대신 손짓으로 의사소통을 한다는 점에서 스윙과 같죠. 바로 그것이 양자간의 연결고리가 된 겁니다. 사실 일반인들은 장애우들이 보통 사람들처럼 문화활동을 한다는 것 자체를 낯설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들도 저희들과 똑같은 사람인데도 말이죠."
-이번 페스티발이 크레이지스윙 2주년 기념 행사이기도 한데, 청각장애우들과 교류의 장으로 기획한 이유는 뭔가요?
"크레이지 내에서 2주년 기념 행사를 준비하면서, 동호인들끼리 먹고 즐기는 파티보다는 뭔가 의미있는 행사였으면, 하는 크레이지스윙 내부의 공감대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전부터 인연을 맺고 있던 아름다운 손짓과 자유로운 스윙 문화, 몸짓을 통한 의사소통의 정신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행사로 확대한 것이죠."
신대표는 또한 "단순히 동호회 2주년 행사로만 그치면 기존 스윙어들만의 행사 수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도 행사를 기획한 중요한 이유였다"고 말했다.
"국내 스윙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볼룸댄스나 살사 같은 라틴댄스 등에 비하면 스윙의 인지도는 낮은 편이예요. 스윙의 초급 단계인 '지터벅'이 국내에 들어올 때 '지루박'이라는 이름으로 들어왔는데, 지루박하면 캬바레와 바람난 중년남녀가 떠오르는 게 국내 정서 아닙니까? 사실 스윙은 매우 건전하고 신나는 춤인데 말이죠. 그래서 재즈 공연과 곁들인 멋진 행사를 해서 스윙의 참모습을 세상에 알리자는 의도도 있습니다. 큰 호텔 연회장을 빌려서 '사고'를 치기로 한 것은 그 때문이죠."
"기업 협찬 얻는 것이 가장 힘들어"
- 유명한 뮤지션들이 많이 나오시던데, 동호회 차원에서 준비하기에는 예산이 만만치 않았을 텐데요.
"사실 그 부분이 가장 큰 고민이예요. 기업들로부터 협찬을 얻어내기 위해 준비위원들이 백방으로 뛰고 있습니다만, 올해 경기가 안 좋아서 기업들의 협찬을 구하기가 그리 수월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조금씩 성과가 나오고 있고, 뮤지션들도 청각장애우들과 함께 한다는 행사 취지 때문에 적은 출연료로도 선뜻 참여를 약속해 주셔서 큰 힘이 됐습니다."
-청각장애우들이 페스티발에 직접 참여한다고 들었습니다.
"이번 페스티발에 최근 배출한 크레이지스윙의 9기 강습생 졸업공연도 마련했는데요, 장애우들은 9기 졸업공연에 일부 참여해서 함께 공연을 하기로 했습니다. 페스티발 당일에는 50여분의 장애우들이 오실텐데, 공연에 참여하시는 분은 그중 10여분이 될 겁니다."
-페스티발 입장료 가격을 4만5천원~5만원 대로 잡았던데, 다소 비싼 느낌입니다.
"호텔 연회장을 빌려서 하는 행사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식사가 나오는 호텔 디너쇼 입장료가 10만원에 육박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보통 공연 입장료가 3만원대이긴 하지만 저희 행사는 장소가 호텔이고, 뷔페 식사를 제공할 예정이라 그에 비하면 그리 비싼 것만도 아니라고 봅니다. 입장료 가격은 기업에서 받는 협찬 액수에 따라 바뀔 가능성이 있고요."
신유정 대표는 인터뷰 바로 전날일 금요일 밤에도 퇴근 후 밤 12시 넘은 시간까지 행사당일에 할 공연을 연습하는 등 행사를 한달쯤 남겨둔 요즘 매일 강행군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호회 행사라 준비위원들이 각자 직장일과 병행해야 하는 데다, 이런 큰 행사도 처음 진행하는 거라 다들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10여명이 섭외, 협찬 등으로 애쓰는 중이고, 당일 크레이지에서 할 스윙공연 때문에 연일 맹연습 중이신 동호인들도 40여분 있다. 그 외 다른 동호회분들도 페스티발 준비에 많은 관심을 보내주셔서 큰 힘이 되고 있다"며 밝게 웃었다.
지난 2000년 스위티스윙, 스위키즈 등의 등장과 함께 국내 스윙동호회가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국내 스윙동호회는 지방 동호회 포함 20여개 가량이 있으며, 활발히 활동하는 곳은 크레이지스윙을 비롯, 스위티스윙, 스윙키즈, 네오스윙, 더스윙, 메조스윙 등 10여 곳이 있다.
크레이지스윙은 현 대표인 신유정(닉네임 아즈라엘)씨 등을 주축으로 2001년 12월에 발족, 이번 12월로 2주년을 맞는다.
신유정 크레이지스윙 대표는 "크레이지는 1천7백여명의 회원을 보유해 국내 스윙 동호회 중 규모 면에서는 3위권"이라며 "다른 동호회에 비하면 뛰어난 실력을 지닌 스타급 스윙어는 없다. 그러나 스윙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중고생부터 40~50대도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열린 동호회를 지향하고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