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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아유 - 학교 2015] 01
#1. 사랑의 집 은비의 방. 인터뷰
어색한 미소로 카메라를 보고 있는 은비.
은비 : 학교요? 가기 싫은데 안 가면 불안해요. 만약에 학교를 영영 못 다니게 된다면... 또 되게 가고 싶을 것 같아요. 이상하죠?
은비 : 학교에서 제일 싫어하는 시간은..... 쉬는 시간? (씁쓸하게 웃는)
서랍에서 통장 두 개 꺼내 보인다. 뿌듯하다.
은비 : 알바 세 개 정도 뛰어요. 졸업하면... 우선 ‘사랑의 집’ 나가서 독립도 해야 하구요,
제 꿈은 선생님 되는 거거든요. 음.... 아이들이 하는 말, 숨긴 말, 또 거짓말까지 척척 알아듣는 선생님?
쑥스러운 듯 해맑게 웃는 얼굴에서.
#2. 통영누리여고 교정. 아침
평화로운 등굣길. 교복을 입은 여고생들 둘 셋씩 짝지어 간다.
싱그러운 미소로 재잘재잘 수다 떠는 행복한 모습들,
그 위로 경쾌한 생일 축하 노래가 울려 퍼진다.
수미/경진(E) : 생일 축하 합니다! 생일 축하 합니다! 소영이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3. 누리여고 교정 일각. 아침
고깔모자 쓰고 눈 가린 소영. 수미에 이끌려 교정 으슥한 창고 쪽으로 따라가며.
소영 : (재밌는) 야! 뭐야! 어디 가는데?
수미 : 다 왔어! (멈춰 서면)
수미/경진 : 서프라이즈!!!!
수미, 소영의 눈에 안대를 치워 짠! 하고 보여주면
창고 입구, 아이들에 둘러싸여 코너에 몰려 서있는 은비.
그 때, 손 쓸 새도 없이 은비의 머리로 날아드는 계란.
은비 : 아야!! (아파하며 두 팔로 얼굴을 감싸고 주저앉는다.)
경진 : 계란 풀고!! 밀가루 반죽을 한 다음!!
은비의 머리 위로 밀가루 쏟아지면, 콜록콜록 기침 하며 괴로워한다.
곤죽이 된 머리에 또 다시 뿌려지는 정체불명의 검은 액체.
수미 : 특제 소스를 듬뿍 뿌려주면, 스페셜 케이크 완성!!
은비, 만신창이가 된 모습으로 우두커니 돌처럼 굳어 있다.
친구들, “생일 축하해!” 소영을 향해 손가락 하트 날린다.
소영 : (차갑게 보다가) 초가 없는 게 좀 아쉽긴 하지만 (표정 급 밝아지며) 땡큐! 알라뷰!!
#4. 누리여고 운동장 수돗가. 낮
체육복 차림의 은비. 얼굴, 머리카락, 목까지 박박 닦고 있다.
머리카락 가져다 냄새 맡아보면 여전히 지독하다.
은비 : (머리카락 다시 헹구며, 씩씩하게) 2년만 참자. 그래, 그깟 2년! 금방 간다. 금방. (하다가 울컥 눈물 쏟아진다.)
금방은 무슨... 하루가 이렇게 미치게 긴데......
#5. 누리여고 교실. 낮
수업중인 교실, 은비 자리만 비었다.
소영 : (작게) 근데, 마지막에 뿌린 그 특제 소스는 뭐야?
수미 : (작게) 아, 그거?
교실 뒷문이 열리고, 체육복 차림에 머리카락 잔뜩 젖은 은비 들어선다.
은비가 지나가면 코를 막는 아이들,
난처한 얼굴로 자리에 앉는 은비.
소영 : (냄새 맡았다.) 뭐야, 까나리 액젓?
소영과 수미 마주보고 푸하하 웃음 터뜨린다.
은비, 괴로워하며 손 부채질하는 짝을 향해.
은비 : 지독하지? 비누칠을 몇 번 해도 냄새가 잘 안 빠지...(네)
은비짝 : 좀 떨어져 줄래?
은비 : 어. 그래. (책상 창문 쪽으로 밀고 가 뚝 떨어져 앉는다)
아이들, ‘어우, 냄새!’, ‘미치겠다.’ 웅성웅성 거리자
판서하던 선생님 “조용!!!” 하며 뒤돌아보는데, 수업 마치는 종 울린다.
담임여 :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책 챙겨 나가며, 표정 굳은) 이은비! 교무실로 좀 올래?
#6. 누리여고 교무실. 낮
담임 앞에 앉아 있는 은비.
담임여 : 하루 이틀도 아니고, 왜 혼자만 매일 체육복을 입고 있어?
은비 : ......
담임여 : 저번에도 주의 준 것 같은데... 혹시 누가 괴롭히니?
은비 : 선생님...... (간절한 얼굴로 담임을 본다.)
#7. 누리여중 교실. 낮. (은비의 회상 #7~10, 2년 전)
작고 뚱뚱하고 여드름 많은 왕따 정아, 칠판에 수학 문제를 풀고 있고,
선생님은 풀이과정이 맞는지 지켜보고 있다.
반 전체 아이들은 몰래 핸드폰을 들고 카톡 중이다.
소영(E) : (문제 푸는 정아의 뒷모습 사진 찍어 올리고) 오정아 5등신 황금비율! 진정한 오......등신임.
카톡 창에 ‘ㅋㅋㅋ, ㅋㄷㅋㄷ’ 등의 아이들 반응 올라오고
아이들 키득거리자 담임 돌아본다.
일제히 핸드폰 집어넣고 칠판 보는.
정아, 땀 뻘뻘 뒤통수에서 전해져오는 아이들의 조롱을 느끼고 있다.
참다못한 은비, 메시지 찍는다.
은비(E) : 얘들아. 그만 좀 해. 특히 강소영. 너무하다는 생각 안 드니?
소영(E) : 올!! 반장 정의의 사도인줄!!
수미(E) : 은비 짱!! 열라 박력 넘침!
소영(E) : 반장! 쉴드친다고 오등신이 팔등신되냐?
경진(E) : 자꾸 등신등신 하지 마염. 듣는 오등신 기분 나빠염.
은비,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차올라 아이들을 둘러본다.
은비 : (손 번쩍 들고, 강단 있게) 선생님!!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아이들, 일제히 설마 하는 눈으로 은비를 본다.
#8. 누리여중 교무실. 은비의 회상. 낮
담임 앞에 앉아 있는 은비.
담임남 : 반장! 용기 내줘서 고맙다. 가해자도 피해자도 다 우리 반 아니니?
선생님이 도울 테니까 이제 걱정 안 해도 돼! (어깨 토닥여주면)
은비 : (마음이 편치 않은)
#9. 누리여중 복도. 은비의 회상. 낮
교내 방송이 나오고 있고, 복도를 오가는 아이들 웅성웅성 거린다.
은비, 심상치 않은 표정으로 듣고 있다.
교장(E) : 최근 3학년 교실에서 수업 중 빈번하게 발생한 SNS 왕따 사건을 계기로
우리학교는 평화로운 교실, 왕따 없는 세상 만들기 운동을 실시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10. 누리여중 교실. 은비의 회상. 낮
담임남, 교탁 앞에 서 있고 아이들 표정 불만이 가득하다.
담임남 : 오늘부터 전교생 모두 조회 시간에 핸드폰을 걷고, 종례 시간에 돌려받는다.
일동 : 어어어!! 말도 안돼요!!!
담임남 : 조용!! 거기에 한 가지 더! 우리 반 전체가 가입되어 있는 톡방의 계정을 탈퇴하고,
앱을 삭제했다는 부모님의 확인서를 받아 올 것!! (안내문 뭉치 은비에게 주며) 반장 이거 나눠 주고 핸드폰 걷어 와!!
강소영은 교무실로 오고! (복도로 나간다.)
은비가 들고 있는 주머니에 핸드폰을 넣는 아이들의 표정 사납다.
“혼자 잘난 척은”, “착한 척 재수 없어” 어쩌고저쩌고 들려온다.
은비, 정아의 폰 받는데, 정아 오히려 더 풀죽은 눈으로 은비를 본다.
소영 : 야! 이은비! 니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려줄까? 난 정학 3일이면 땡이지만, 오정아는 우리 반 오등신에서 전따 오등신 됐어!
은비 : (정아 표정 살피며) 너 아직도! 자꾸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소영, 책상을 발로 확 차 넘어뜨리면 은비와 정아를 맞히고 쓰러진다.
은비 : (버럭) 뭐하는 짓이야 위험하게?
소영, 위협적으로 다가오면, 정아 앞을 막아서며 노려보는 은비.
은비 : 약한 친구 괴롭히지 말고 할 말 있으면 나한테 해!
소영 : (은비에게 얼굴 들이밀며 피식피식 웃다가) 괜찮겠어?
은비 : (지지 않고 보는)
소영 : 그래! 원한다면! 그렇게 해줄게!
팽팽히 맞선 은비와 소영의 눈빛에서.
#11. 누리여고 교무실. 낮 (#6에서 연결)
은비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담임여.
담임여 : 혹시 누가 괴롭히니? 니가 솔직하게 얘기해야 선생님이 도와줄 수 있어!
은비 : (맘 무겁지만, 활짝 웃으며) 아뇨! 그런 거 없어요!
담임 : 하긴, 중학생도 아니고... (킁킁 맡는, 냄새 지독하다.) 청결, 복장 및 용모 단정도 중요한 규칙인거 알지?
또 걸리면 벌점이야! 가봐!
은비 : 네! 주의하겠습니다. (일어나 간다.)
#12. 누리여고 복도. 낮
은비, 복도를 걸어가면, 냄새 난다고 피하고, 손가락질하며 비웃는 아이들이 길을 터준다.
뻥 뚫린 긴 복도를 외롭게 걷는 모습 위로.
은비(N) :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다고 했다. 맛없는 초콜릿과 맛있는 초콜릿이 뒤섞인.
나는 오늘, 또 한 개의 맛없는 초콜릿을 먹었을 뿐이다. 대신 내 상자 안에는, 아직 맛있는 초콜릿이 가득 남아있다.
#타이틀 < 후.아.유? >
#소제목 < 제1교시- 쉬는 시간, 10분 >
#13. 보육원, 사랑의 집 - 주방 겸 식당. 밤
앞치마에 머릿수건 두른 은비, 아이들에게 배식하는 중이다.
국그릇 하나를 양쪽에서 잡아당기며 싸우는 남자 아이 둘.
은비 : (국자 든 채로, 엄하게) 어허! 영호 승민이 지금 뭐하는 거야?
영호 : (당기며) 이게 내꺼야!
승민 : (지지 않고) 내꺼라니깐!!
순간, 국이 출렁 넘쳐 은비 옷에 쏟아진다.
은비, 참느라 후욱- 입 바람 내불면, 조용히 식탁에 국그릇 내려놓는 영호 승민.
은비 : 식탁에 국 잔뜩 놔두고 왜 싸워?
라진 : (국그릇들 가리키며) 여기엔 파랑 무랑 별로 안 들었거든. 야채 남기면 언니한테 (주먹 내밀어 보인다.)
은비 : 이게 다아아.... 너희들 튼! (하려는데)
아이들일동 : 튼튼하게 자라라고 그러는 거야!
승민 : (봐 달라 조르는) 그래도 누나아!
영호 : 한 번 만! 파만 빼줘!
은비, 예쁘게 흘기면, 아이들 똘망똘망한 얼굴들.
은비 : (미소로) 귀여운 녀석들. 이러면 누나 마음이..... (단호한) 약해질 줄 알았겠지만!! 어림도 없어.
야채 하나도 남김없이 싹싹!
아이들일동 : 어어어~~~
은비 : (눈썹에 힘주고 터프하게) 다 같이 합죽이가 됩니다!!
일동 : 합!! (조용해진)
은비 : 다 먹고 그릇 싱크대에!! 양치는 구석구석!! 잘 할 수 있지?
#14. 사랑의 집 - 세탁실 (또는 베란다). 밤
바구니에 담긴 아이들 빨래, 건조대에 널고 있는 은비.
손으론 빨래 털고, 눈으론 창틀에 펼쳐 놓은 영어 단어장 외우고 있다.
은비 : (중얼중얼 반복하며) actual... 실제의.. capability... 능력... awareness 인지....
라진이의 티셔츠를 널다가, 깜짝 놀라 도로 걷어내 살피면 옆구리가 북 찢어져 있다.
#15. 사랑의 집 - 은비의 방. 밤
라진이 데리고 방에 들어오는 은비, 라진이 옷 들춰보면, 옆구리에 멍들어 있다.
은비 : (놀랐지만 차분히) 라진아, 여기 왜 이래?
라진 : (눈 피하며, 옷 내려 가린다.) 넘어졌어.
은비 : 왜, 어쩌다가 넘어졌는데, 응?
라진 : (계속 시선 피하며) 그냥..... 애들이랑 놀다가......
은비 : !! (라진이 얼굴 잡아 눈 똑바로 맞추고 보며) 언니 눈 보고 얘기해. 괜찮아!
라진 : ....... (은비 눈 보다가, 실룩실룩 결국 울음 터뜨리는) 으아앙!
#16. 동우네 집 대문 앞. 밤
동우 엄마, 불쾌한 얼굴로 팔짱 끼고 서 있고,
동우, 엄마 뒤에 몸 반쯤 보이게 숨어 있다.
동우모 : 학생!! 애들끼리 놀다가 장난 좀 친 걸가지고 왜 이리 유난이야?
은비 : (잔뜩 화난, 똑 부러지게) 아줌마! 장난은요, 당하는 사람도 재밌어야 되는 거거든요?
그런데 우리 라진이는 재미 하나도 없고, 아팠다잖아요!!
동우모 : (짜증) 그래서어어?
은비 : (동우모와는 말이 안 통한다.) 동우! 우리 라진이한테 진심으로 사과 해! 다시는 안 괴롭힌단 약속도 하구!
그러기 전엔, 누나 오늘 밤에 여기서 꼼짝도 안 할 거다! (털썩 주저앉는)
#동우네 집 앞을 지나가던 소영무리, 귀에 익은 목소리에 보면, 은비다.
수미 : 저러구 다니면 안 쪽팔리냐?
경진 : 혼자 졸라 개념 있는 척은!
소영 : 그러게! 따순이 아직두 버릇 못 고쳤네? (마주보고 키득거리며 지나가고)
동우모 : (질렸다. 뒤에 숨어 있는 동우 잡아다 앞으로 내밀며) 숨긴 왜 숨어? 그까짓 거 사과하면 그만이지. 얼른 해!
동우 : (진심이다.) 미안해! 다신 안 그럴게!
라진 : (끄덕끄덕) 약속! (손가락 내밀면)
동우 : (손가락 걸며, 웃는데)
동우모 : 학생! 됐지? (동우 홱 데리고 대문으로 들어간다.)
쾅 닫히는 대문.
은비, 라진이 어깨동무하고 골목으로 걸어 나오는데.
동우모(E) : 독하다. 독해. 부모 없이 자라 그런가? (동우 나무라며) 넌 어디 놀 애가 없어서 저런 애를!
동우(E) : 아얏! 엄마 아퍼!!
라진, 우뚝 걸음 멈추면.
은비, 라진이를 향해 밝게 웃어 보이며.
은비 : 언니가 업어 줄까?
#17. 주택가 골목. 밤
가로등이 켜진 골목길. 라진이를 업고 걸어가는 은비.
은비 : 라진아! 아무리 친한 친구래도, 아프면 아프다고 말해야 돼. 싫은 건 싫다고,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그래야 다음번엔 너한테 함부로 하지 않아.
라진 : 아까 언니가 했던 거처럼?
은비 : (씁쓸한) 응...
라진 : 고마워! 언니! (은비 목 꼭 끌어안으며) 언니는, 하느님이 엄마대신 보내준 선물이야.
옅은 미소 짓는 은비의 얼굴 위로.
은비(E) : 세라에게는 마법 같은 일들이 날마다 일어났습니다.
#18. 사랑의 집 - 은비의 방. 밤
라진 옆에 기대, 동화책 ‘소공녀 세라’ 읽어 주는 은비.
은비 : 밤에 돌아와 다락문을 열 때마다, 새로운 물건들이 생겨나 초라했던 다락방은 어느새 아름다운 공주님의 방이 되었습니다.
원장 : (방문 열리고, 들여다보며) 은비야. 잠깐 나와 볼래?
은비 : 네! (옆을 보면 라진 이미 잠들어 있다.)
은비, 라진 이불 잘 덮어주고, 머리 쓰다듬어주고 나간다.
#19. 사랑의 집. 거실. 밤
은비 앞에 택배 상자 하나 내밀어주는 원장.
원장 : 낮에 받아뒀던 건데 깜빡했네? 강남구로 되어 있는 거 보니까 전에 운동화 보내셨던 그 분이니?
은비 : (기뻐하며) 네! 그런가 봐요!
원장 : 누군진 몰라도 우리 은비 참 예쁘게 보셨나보다. 때마다 잊지 않고 챙기는 거 보면.
은비, 상자 열어보면 후드티셔츠와 메모 나온다.
은비 : (메모 읽으며) 우리 딸 옷 사러 백화점에 갔다가 은비양 생각이 나서 하나 더 샀어요! 송미경. (선물 꺼내본다.)
원장 : 예쁘다!
은비 : 신기해요! 저번 운동화도 발에 딱 맞았었는데! 이것도 완전 내 취향!
은비, 기뻐하며 몸에 대본다.
#20. 서울 - 은별의 집 전경. 오전
은별(E) : (왕짜증) 엄마!!! 제발!!
#21. 은별의 집 - 거실. 오전
한쪽에 여행용 캐리어 펼쳐져 있다.
테이블 위엔 각종 비상약, 응급처치용품, 바디용품, 돈 등 잔뜩 늘어놓은.
은별이 황당한 얼굴로 보고서서.
은별 : 엄마! 세계일주 아니거든? 경상남도 통영! 3박 4일, 버스타고 미륵사 찍고, 그냥 오는 거야!
은별모 : 누가 아니래?
은별 : 대체 이 많은 게 왜 필요한데?
은별모 : 너 혹시 놓치는 거 있을까봐 세팅해 논거야. 여기서 꼭 갖고 가고 싶은 것만 골라가!
은별 : 분명히 말했다?
은별모 : 그으래. 너는 엄마를 못 믿니?
은별, 돈만 쏙 집어 주머니에 넣으면.
은별모 : 끝?
은별 : (캐리어 지퍼 닫으려 하며) 끝!
은별모 : (막으며) 어우 얘 그래도!
은별 : 엄마!!!!
은별모 : 알았어! 그럼 딱 이거 하나만 더 챙겨!
은별모, ‘김선생 기말대비 시크릿 노트’라고 써진 공책 내민다.
은별, 어이없어 보고만 있으면.
은별모 : 너어무 놀다 보면은 분명히 지겨울 때가 있을 거야. 고 때 그냥 잠깐씩 심심풀이로 보라구!
은별 : 진짜 허걱! 이다.
은별모 : (캐리어에 넣다가 #19와 똑같은 후드티 보이면, 꺼내며) 못 보던 건데?
은별 : (확 뺏어서 ‘시크릿 노트’와 함께 얼른 넣으며) 친구랑 같이 산거야! (캐리어 휙 닫는다.)
은별모 : 아오! 쌀쌀맞기는! 엄마가 만지면 뭐 묻니?
#22. 은별모 차. 오전
운전하며 통화중인 은별모, 보조석에 은별.
은별모 : 정문 앞. (사이) 응. 은별이 내려주고 바로 갈게. 브런치 하자. 애들 없을 때가 우리 방학이지 뭐. (미소로) 그래!
은별모, 전화 끊자마자 바로 은별에게.
은별모 : 금요일에 도착하기 전에 전화해. 데리러 올 테니까.
은별 : 응!
은별모 : 그 날 저녁에 문학이랑 수1 보충 있는 거 알지?
은별 : 응!
은별모, 차 정문 앞 길에 세운다.
은별모 : 참! (스카프 풀러 은별이 목에 매주며) 저녁 때 쌀쌀하면 이거 꼭 목에 둘러라. 너 호흡기 약해 감기 잘 걸리니까.
은별 : (피식 웃음) 응, 그럴게.
은별모 : 왜 이렇게 고분고분해? 너 혹시!!
은별 : ...?
은별모 : 중간고사 망했니?
은별 : (버럭) 엄마!!!!!
은별모 : 알았어알았어!! 어우 얘 근데, 니가 큰소리치니까 왜 이렇게 마음이 놓이니? (떠보는) 잘 봤다는 얘기네?
은별 : 못 말려....
은별모 웃으며 보면 은별, 기가 막혀 따라 웃는다.
은별 : 엄마... 있잖아.... (쌍둥이 동생 얘길 꺼내려다)
은별모 : 응? 말해!
은별 : ...... (말 삼키고) 아무것도 아냐! 나 없는 동안, 두 다리 뻗고 좀 푹 쉬어! (내린다.)
은별모 : 알았어! 잘 다녀 와! 우리 딸!!!
은별 : (교복 입고, 환하게 웃는) 엄마! 다녀오겠습니다.
캐리어 끌고 신나서 가는 은별의 뒷모습 흐뭇하게 바라보는 은별모.
#23. 세강고 운동장. 오전
높은 주상복합 아파트 사이로 자리 잡은 세강고.
수학여행 대절버스 대기 중이고, 캐리어 끌거나 백팩 멘 학생들 반별로 대열해 있는 운동장,
들뜬 아이들, 시끌벅적 하다가 갑자기 한 곳으로 시선 집중된다.
은별, 그 시선 따라가 보면, 선글라스 끼고 우아하게 걸어오는 송주.
시진 : (손 흔들어) 여기야 여기!!!
송주 : (시진 발견하고, 가까이 오자마자 신경질적으로 선글라스 벗으며) 어우 짜증나! 이노무 교복엔 뭘 걸쳐도 스타일이 안사냐?
은별 : 괜찮아. 넌 몸매 자체가 엣지잖아!
송주 : (감탄의 박수 치며) 정확한 지적이다! 공별!! (손으로 뒷머리 한 번 확 날려주는)
은별 : (코웃음) 조오탠다!
시진, 송주의 발을 보다가 문득 은별이 발을 보면 둘, 똑같은 운동화를 신었다.
섭섭한 마음 밀려오고.
시진 : (뚝뚝) 니네 운동화 예쁘다.
은별 송주 동시에 뒤 돌며 “짜잔!!” 하면 백팩도 같은 거다.
시진 : (부럽지만, 쳇) 어우 쪽팔려. 사귀냐?
송주 : 이거뿐인 줄 알지? 우리 빤스까지 완벽 깔맞춤이다?
은별 : 아참!!! (깜빡했다. 슥 송주 눈치 보면)
송주 : (은별 표정 읽고) 핫핑크!! 까먹었지?
은별 : (정색하고) 입었어!
송주 : 뻥치시네. 넌 찔리는 거 있으면 정색하더라! 어디 봐! 무슨 색깔인가 어디 봐!! (쫓아가는)
윤재 : (같이 따라가며) 뭔데뭔데? 무슨 색인데? 나두 보여줘!
은별 : (까르르 도망가다가 윤재 보더니 눈 부릅뜨며) 뭐래? 뭘 보여줘? 얘 미친 거 아냐?
시진 : (장난치는 둘의 모습 보며, 소외감 드는)
김준석(E) : 자! 자! 주목!
#김준석, 아이들 맨 앞쪽에 선다.
김준석 : 다시 한 번 당부하지만, 즐거운 수학여행의 필수조건은!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셋째도 안전이다!
기태 : (뼈 있는) 담탱이 참 안전한 거 좋아하는데. (인상 구기고 진권 보면)
진권 : (기태 마주 보며, 우리 얘기다.) 아.. 어쩌다 이런 조합을 만났어?
김준석 : 반장! 아직 안 온 사람 있나?
민준 : 한이안이요! 오늘 중요한 경기 있잖아요!
은별, 손목시계를 확인한다. 이안이 경기 시간이 거의 다 되어 간다.
방송(E) : 3번 레인 세강고등학교 한이안 선수!
#24. 대구 체육관 - 수영장. 오전
수영 400미터 결승전을 앞두고, 선수 소개 중인 수영장.
이안, 가볍게 몸을 풀며 관중석을 둘러본다. 은별이 못 온다는 걸 알면서도 아쉬운 표정이다.
#탕!!! 출발신호와 함께 일제히 물속으로 뛰어 드는 선수들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힘차게 팔 다리를 젓는다.
#중계석
중계1 : 남자 자유형 400미터 결승전이 치러지고 있는 대구 체육관입니다.
중계2 : 3번 레인의 한이안 선수, 지난해 수영선수권 대회에서 정말 혜성처럼 등장하지 않았습니까?
중계1 : 네. 그렇죠. 오늘 컨디션도 아주 좋아 보이는데요?
중계2 : 예선 기록이 아주 좋았어요. 3분 49초 50! 전국체전 첫 금메달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지 기대해 보겠습니다.
3번 레인의 이안, 4번 레인의 선수와 1, 2위를 놓고 엎치락뒤치락 하며 첫 번째 반환점을 돈다.
응원의 열기 뜨거운 관중석, 맘 졸이며 지켜보는 코치.
#25. 수학여행 버스 안. 오전
줄지어 버스에 올라타는 학생들 맨 앞줄에 김준석 앉고, 그 뒤로 민준이 앉는다.
은별, 송주, 시진이 올라타더니, 맨 뒷줄로 가는데
기태의 어깨에 기댄 해나와 진권 민석 효은 주르르 앉아 있다.
그 앞으론 두 자리 비어있고, 건너편에 영은 혼자 앉아있다.
은별 : (귀찮은 듯) 대충 앉자!
송주 : (기태와 해나에게) 어이 커플! 둘이 꽁냥꽁냥 하기에는 (맨 뒷줄 바로 앞자리 가리키며) 여기가 낫지 않냐?
시진 : 그래. 요긴 뽀뽀해도 안 보여!
해나 : (솔깃하다.) 기태야! 우리 절루 갈까?
진권 : 오오!!! 하게?
민석 : 걍 여기서 해! 못 본 척 해줄게!
기태 : 해나야. 버스 맨 뒷줄 오석은 힘의 상징이야. 꽁냥꽁냥 따위에 현혹 돼서 포기하면 되겠니 안 되겠니?
해나 : (바로 이어서) 안 되겠다!
아이들 : (좋은 구경 놓쳤다.) 에에에에!!!
은별 짜증스런 표정으로 앞자리 가리키며.
은별 : 둘이 앉아. 나 이쪽에 앉을게!
시진 : 내가 혼자 앉아도 되는데...
송주 : (얼른 시진의 말 받으며) 그럴래? (은별이 당겨 두 자리 쪽 앉으면)
시진, 건너편 영은이 옆자리에 앉는데, 기분이 좋지 않다.
애써 웃어 보이지만 영은도 불편한 기색 역력하다.
#26. 거리. 오전
줄지어 출발하는 수학여행 버스들.
#27. 버스 안. 오전
-윤재 김준석 뒷자리에서 고개 디밀며.
윤재 : 샘!! 수학여행 가는데 분위기 좀 띄워도 되겠습니까?
김준석, 각자 휴대폰 보고, 이어폰 끼고, 책 보고, 자고.... 혼자만의 유리벽에 갇힌 듯 한 아이들을 휘 둘러본다.
김준석 : 글쎄다. 띄운다고 띄워질지 좀 의문이다.
윤재 : 아..... 샘도. 트로트로 못 띄울 분위기가 어딨습니까? 하하하. (가방에서 확성기 꺼내 버스 통로로 나가며 바로 노래로 이어)
아하 당신은 못 믿을 사람! 아아 당신은 철없는 사람! (하고 민준에게 확성기 들이대면)
민준 : (책보다 말고) 미안, 무슨 노랜지 몰라.
윤재 : (뻘쭘해 다시 이어 혼자 부르며 뒤로 가) 아무리 달래 봐도 어쩔 순 없지이~만 마음 하나는 괜찮은 사람
(송주에게 확성기 들이대는데)
송주 : (마스카라 중이다.) 야야!! 치워! 이거 삐지면 너 죽는다!
윤재 : (에라 모르겠다. 건너뛰고) 난 이제 지쳤어요! 땡벌땡벌!!
운전사 : (크게) 학생!! 위험해! 자리로 가서 앉아!!
윤재 : 네!! (급 멈추고, 돌아서 자리로 가면)
김준석 : 호응 짱이지? 혼자 수업하는 내 맘 알겠냐?
윤재 : (울먹이며) 새앰!! 저 이제 안 잘게요!!
-은별, 이어폰 끼고, 창밖을 보고 있다.
중계(E) : 네! 한이안 선수 앞서 가고 있습니다. 다시 김도훈 선수!! 네. 두 선수, 눈으로는 식별이 불가능할 만큼 나란히,
접전을 펼치고 있는데요!
-은별, 잔뜩 긴장한 표정. 핸드폰을 들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간다.
#28. 대구 체육관 - 수영장. 오전 (#24에서 연결)
응원 열기 뜨거운 경기장.
이안, 4번 레인 선수와 거의 동시에 반환점을 돈다.
사력을 다해 마지막 스퍼트를 하는 이안 결국 간발의 차이로 먼저 터치 패드를 찍고,
금메달을 확인하며 물 위로 뛰어 올라 기쁨의 환호 지른다.
중계(E) : 네!!! 한이안선수 금메달입니다!! 기록 보세요!! 정말 대단한 선수가 나왔어요!!!
#29. 버스 안. 오전
이안의 우승을 확인 한 은별, 기쁘다.
송주 : 뭐 들어?
은별 : (당황) 그.. 그냥...
송주 : 같이 듣자! (불시에 한 쪽 이어폰 빼서 귀에 꽂으려 하면)
은별 : (송주 얼굴 가리키며) 어! 너 화장 떴다!!
송주 : (깜짝 놀라, 이어폰 팽개치고 버럭) 뭐?
송주, 주머니의 거울 꺼내 얼굴을 이쪽저쪽 살피면
그 사이 얼른 중계방송 꺼버리고 시치미 떼는 은별.
#30. 대구 체육관 - 라커룸. 오전
시상식 직후, 금메달 목에 건 채, 라커를 여는 이안
문 안쪽에 붙어 있는 빛바랜 사진, 수영복을 입은 11살 이안과 은별이다.
어린은별(E) : 축하해! 한이안!!
#31. 수영장. 이안의 회상. 낮
11살, 수영복 입은 이안과 은별, 수영장에 나란히 앉아 발만 담그고 있다.
물장구치는 둘, 이안 목에 금메달 여러 개 걸려 있다.
은별 : 좋겠다. 넌 메달도 많이 따고.
이안 : (무뚝뚝하게 보면)
은별 : 근데 이거 진짜 금이야? (만지며) 나 하나만 줘!
이안 : (치우며) 안 돼!
은별 : 치!
이안 : (퉁명) 그렇게 갖고 싶으면 니가 따! 금메달!
은별 : 난 너만큼 수영을 못하잖아. (흘기며) 왕치사. 안 가져!
이안 : ...... (화났나? 살피더니) 이건 주기 싫어. 대신 나중에 전국대회에서 처음 메달 따면 그거 너 줄게. 됐지?
은별 : 흥! 안 믿어! 이런 시시한 메달도 안주면서 그렇게 큰 대회 메달을 준다고?
이안 : 바보야! 시시하니까 안 주는 거야!
은별 : (골똘히 생각하는)
이안 : 으이그 됐다! 넌 그 머리로 공부 잘하는 거 보면 정말 신기하다.
은별 : 야!! 뭐라구?
은별 화나서 이안 확 물속에 밀다가 ‘어어어!’ 중심 잃고 같이 빠진다.
#32. 대구 체육관 - 라커룸. 오전 (#30에 이어)
피식 웃으며, 라커에 기대 핸드폰 메시지 보내는 이안.
이안(E) : 금메달 득템!
‘띠링!’ 바로 답장 온다. 톡 주고받는.
은별(E) : 어쩌라구?
이안(E) : 그냥 그렇다구.
은별(E) : 아싸! 휴게소다!
이안(E) : 어쩌라구?
은별(E) : 그냥 그렇다구.
이안 웃는데, 코치 들어온다.
코치 : 소감이 어때? 말로 표현이 안 되지? 그 기분 잘 기억해 둬라! 이제 시작이니까!
이안 : 네!
코치 : 오늘 푹 쉬되, 긴장 풀지 마! 내일 100미터도 잘해야 된다!
이안 : 네. 저기... 코치님!
코치 : 뭐? 말해!!
이안 : (망설이다, 삼키며) 아.. 아닙니다.
이안, 아쉬운 표정으로 목에 걸린 금메달을 본다.
#33. 강남 - 카페 앞. 낮
통 유리창으로 안에 모여 앉아있는 민준모와 엄마들 보인다.
카페 앞 한쪽 구석에서 안을 살피는, 은별모와 시진모.
은별모 : (민준모 가리키며) 베이지색 트렌치코트 입은 여자가 돼지엄마야!
시진모 : 어휴...... 같은 반 엄마 얼굴 한 번 보기가 이렇게 힘들어?
은별모 : (풋 웃으며) 조인성 원빈 만나기보다 어려워. 그치?
시진모 : 자기야! 정말 고마워!
은별모 : 밥 사! 아주 비싼 걸루! 들어가자!
#34. 카페 안. 낮
엄마들 은별모를 보고 “왔어?” 반갑게 인사하다가 뒤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시진모 발견하고 어색하게 표정 바뀐다.
은별모 : 우리 은별이 친구 엄마야! 남편이 국제성형외과 원장님.
시진모 : 반가워요. 잘 좀 부탁 드려요!
민준모 : (시진모의 화려한 차림새 훑으며, 비꼬는) 근데, 모델이라고 해도 믿겠다!
독설맘 : 그러게! 애 공부시키는 엄마가 자기 치장할 시간도 있고, 부럽네. 비결이 뭐에요?
시진모 : (예쁘고 화려해서 욕먹어 보긴 처음이고) 글쎄요, 비결이라면 몸매가 타고 났다는 (거?)
은별모 : (말 자르고, 시진모 옆구리 찌르며) 아냐! 오늘 처음 인사한다고 특별히 신경 쓴 거야! 그치?
시진모 : 응... 응 맞아! (어색하게 웃는)
은별모 : (작게) 그렇게 튀지 말라고 했는데....
어색한 정적이 흐르고, 시진모 가시방석인데.
민준모 : 나 먼저 일어날게! 오후에 지방 강연이 있어서.
엄마들 : 같이 일어날까? (서로 속닥대면)
은별모 : (시진모 신경 쓰여) 우리 이제 막 왔는데 10분만 더 있다 가자. 나두 금방 가게 가봐야 돼서 오래 못 있어!
엄마들 : (떫은 얼굴로 앉아 있으면)
민준모 : (먼저 일어나며) 그래! 또 봐! (인사 나누고 나간다.)
시진모 : (얼른 따라 걸어가며) 꼭 한번 만나고 싶었어요!
민준모 : 네! (익숙하다. 답례로 고개 까딱하며 그냥 가면)
시진모 : 이렇게 헤어지기 아쉽다.
민준모 : (인심 쓰듯 걸음 멈춘다. 가방에서 명함 한 장 꺼내 내밀며) 전화 한 번 주세요!
시진모 : (납작) 어머! 감사합니다!
명함 확인하면 개인 정보 아래 <내가 손대면 반드시 올라간다.> 박혀 있다.
감동 어린 눈으로 명함을 품에 안는 시진모.
#35.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 낮
화장실 안에서 문 뻥 박차고 “꺅!!” 호들갑스럽게 뛰어나오는 송주 손 씻는 은별을 붙잡고 팔짝팔짝 뛰며.
송주 : 공별!! 한이안.... (뜸들이다) 금메달 땄대! 금메달! 완전 멋지지?
은별 : (모른 척, 뚱하게) 그래? 잘했네.
송주 : 그게 다야? (실망해서)
은별 : 다지 그럼! 내가 메달 땄냐?
송주 : 어이그! 또 싸웠구만! 니넨 왜 그렇게 서로 못 잡아먹어서 난리냐?
은별 : 어릴 때부터 볼꼴 못 볼꼴 다보고 자라서 그런다. 왜! 그럼 어떡해야 되는데? 뭐, 춤이라도 출까? 이렇게?
은별 가볍게 몸 흔들며 화장실 밖으로 나가면, 송주 깔깔깔 웃으며 따라 나가는데.
#36.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 앞. 낮
은별의 핸드폰 메시지 수신음 울린다.
장난치던 밝은 얼굴로 무심결에 확인하면. ‘지나간 일이라고 해서, 없던 일이 되진 않아 - 정수인’
순식간에 표정 하얗게 질리는 은별. 불안하고 두려운 눈빛.
덜덜 떨리던 손에 힘이 풀려 핸드폰 놓치면, 바닥에 툭 떨어진다.
뒤에서 아직 은별의 표정 보지 못한 송주,
송주 : (핸드폰 주워 건네며) 칠칠맞기는!
은별 : (누가 볼까, 사납게 핸드폰 확 뺏어서 가버린다.)
송주 : (너무 놀라) 야!! 공별!!
송주, 저만치 서둘러 가는 은별의 뒷모습 바라보며 어리둥절하다.
핫바 들고 오다가 무슨 일인가 송주와 은별을 보고 있는 시진.
#37. 카페 앞. 낮
은별모를 제외한 엄마들 카페에서 나오는데,
설레발맘 : 참! 나 어제 수인이 엄마 봤다!
독설맘 : 수인이?
설레발맘 : 왜 작년 이맘때 학교 한 번 들썩
독설맘 : 아아!! 걔?
설레발맘 : 다시 이사 왔대. 케르체 타워!
뒤늦게 카페에서 나오는 은별모.
시진모 : 저도 거기 살아요. 근데 작년 이맘때 학교가 왜? 무슨 일 있었어요?
은별모 : (멈칫)
독설맘 : 은별이 엄마한테 물어보세요. 수인이랑 은별이 친했다고 하지 않았어?
은별모 : 아냐! 그냥 예전에 한 번 같은 반이었어.
은별모 앞서서 차로 가는데, 표정 좋지 않다.
#38. 버스 안(통영 톨게이트). 낮
은별, 굳은 표정으로 창밖만 응시하고 있고,
옆 자리의 송주와 건너편의 시진, 은별의 기분 살피고 있다.
시진의 손에 머스터드소스 뿌려진 핫 바 세 개 들려 있다.
시진 : (작게) 무슨 일 있었어?
송주 : (작게) 아니! 뭔 일이 생길 틈도 없었다니까! (은별 쪽 보며) 공별! 갑자기 왜 그래? 응?
은별 : ...... 아무 것도 아냐.
송주 : (시진이 손에서 핫 바 하나 가져다 은별에게 내밀며) 안 좋은 일 있어? 답답해! 이거 먹구 말 좀 해봐.
은별 : (짜증 참으며, 낮게) 생각 없어.
송주, 시진에게 손짓과 입모양으로 ‘봤지? 얘 진짜 왜 이래?’ 하면
시진, ‘나도 모르겠다.’는 듯 어깨 으쓱 해 보인다.
송주 : 사람 성의 개무시하구! 진짜 이러기냐? (은별의 입에 핫 바 왔다 갔다하며) 냄새 맡으니까 확 땡기지?
아! 아! 해보라니까!! 아아!!
은별 : (송주의 팔 확 치우며, 버럭) 싫다는데 왜 이래 진짜!!!
핫 바 송주의 교복으로 툭 떨어진다. 머스터드 범벅 된 블라우스.
시진 : (휴지로 닦아주며) 괜찮아?
송주 : 야! 공별!! 너 너무 심한 거 아냐?
송주와 은별 사이에 긴장감이 흐르고, 놀란 시진의 얼굴.
윤재 : (큰 소리로) 통영이다!!
버스 앞창으로 ‘통영 톨게이트’가 지나간다.
#39. 사랑의 집 - 은비의 방. 낮
이불 목까지 덮고, 찬수건 이마에 얹고, 앓아누워 있는 은비.
라진, 고사리 같은 손으로 수건 가져가 대야에 넣고 조물조물.
은비 : (아직 아프지만, 일어나며) 라진아! 이제 그만 해. 언니 괜찮아!
라진 : (걱정스런 눈으로 은비 이마 짚으며) 아직두 뜨거운데?
은비 : 정말이야. 우리 라진이 덕에 다 났어! (귀엽게 보며) 걱정 많이 했어?
라진 : (끄덕끄덕) 언니는 학교 가면 친구도 많고, 사랑의 집에서도 인기 짱이지만, 언니 아프면.... 난 아무도 없단 말야.
은비 : (마음 짠하고) 그래, 이제 절대 안 아플게. 간식 만들어 줄까?
라진 : 우와!! 신난다!!
라진, 좋아하며 웃는데, 밖에서 울리는 초인종 소리.
라진 : 누구지? (문 밖으로 뛰어 나간다.)
라진(E) : 언니! 빨리 나와 봐!
라진, 방 문 열고 들여다보며 기쁜.
라진 : 친구들 왔어! 언니 아픈 거 알고 병문안 왔나봐!
은비 : 내... 친구?!!! (불길한)
#40. 사랑의 집 - 거실. 낮
테이블에 둘러앉은 소영, 수미, 경진, 사랑의 집 원장.
방에서 나오는 은비, 소영 무리 확인하고 표정 굳는데,
소영 : (걱정 가득한 눈으로) 은비야! 괜찮아? 우리가 얼마나 걱정했다구!
은비 : 여긴..... 어떻게.....
소영 : (원장에게) 저희가 원래 노인복지센터에 봉사활동을 가기로 돼있었거든요. 그런데 은비 아프다는 소식 듣고 병문안도 할 겸
봉사활동 장소를 변경했어요. 괜찮죠?
원장 : 우리야 고맙지. 은비 친구들이니, 그냥 놀러오는 것도 언제든 환영이구!
소영무리 : (동시에) 감사합니다!!!
아이들 은비를 향해 웃으면, 은비 어쩔 줄 몰라 하며 원장의 표정 살핀다.
다행히 아무것도 모르고 기뻐하는 원장.
#41. 사랑의 집 - 마당. 낮
목장갑 낀 소영, 수미, 경진. 창틀 닦기, 재활용 쓰레기 분리수거 하는 둥 마는 둥 하며 노는.
은비가 안에서 나오자, 목장갑 빼서 은비 얼굴에 던지며.
수미 : 따순이! 니가 해! 니네집이잖아!
경진 : 여기가 다 우리 부모님들이 낸 세금으로 운영되는 곳 아니냐? 그러니까 염치가 있으면 우리한테두 봉사 좀 하고!
소영 : (은비에게 다가가 툭툭 뺨 때리며) 그래, 그저 받으려고만 하지 말구 응? 응?
은비, 그만 하라는 듯 소영의 손을 잡는 순간.
라진(E) : 언니!! (소영의 행동에 놀란 눈으로 보고 서 있다.)
은비 : (깜짝 놀라 뒤돌아보고 얼른 소영의 손 놓는다.)
소영 : (라진의 시선 느끼고, 반갑게 다가가며) 어머! 너구나? 은비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 이름이 뭐랬더라?
라진 : (풀죽어) 라진이요.....
소영 : 아! 이제 생각났다. 라진이!
라진 : (울 것 같다.) 근데 방금 울 언니한테 왜 그런 거예요?
은비 : (가슴 아프고) 라진아! 그건
소영 : 딱 보면 몰라? (양 손으로 은비 뺨 짝짝 치며) 장난치는 거잖아!
라진 : (소영에게 똑 부러지게) 장난은요, 당하는 사람도 재밌어야 되는 거거든요? (은비에게) 언니 지금 재밌어? 아니면 아파?
소영 : (제법인데? 웃으며 은비를 보면)
은비 : (라진에게 애써 웃어 보이며) 장난 맞아. 라진아. 언니도 재밌어.
라진 : (오해해서 미안한 듯 표정 밝아지며) 아아... 그렇구나. 하긴, 은비 언닌 인기 짱이니까!
소영 무리 풋! 동시에 웃음 참으며 은비를 본다.
소영 : (은비에게 작게) 너 이러고 노냐? 순진한 애들 데리고?
라진 : 울언닌 못하는 거 없어요! 떡볶이도 엄청 맛있게 만들어요! 그치 언니? 그치이?
은비 : (괴롭지만 미소로 끄덕끄덕) 으....음!
소영 : 그으래애? 떡볶이에 뭐가 들어 가길래 그렇게 맛있어? 혹시 까나리 액젓???
아이들, 까나리 액젓에 모두 나가떨어져 발을 구르며 웃는다.
은비, 주먹을 꼭 쥐는, 치욕스럽다.
하지만 영문 모르고 덩달아 즐거워하는 라진을 향해, 아프게 웃어 보이는.
#42. 사랑의 집 - 거실. 낮
봉사활동 확인서에 도장 찍는 원장.
원장 : (한 장씩 나눠주며) 오늘 정말 고마워요!
은비 : ...... (말없이, 식은땀 흘리고 있는)
소영 : 별말씀을요. 그런데 은비가 아직도 많이 아픈 것 같아 걱정이에요. (슬쩍 째리며, 야유하듯) 표정 좀 풀어!
원장 : 땀 좀 봐. 은비야. 괜찮니?
은비 : (어렵게) 저.... 원장님.
소영 : (무슨 얘기 나올까 싶어 말 자르며) 아 참!!
은비와 원장 아이들 소영에게로 집중하면.
소영 : 저희 아빠가 운영하시는 장학회에서 이번에 새로운 후원처를 찾고 계시더라구요.
그래서 여기 사랑의 집을 추천할까 하는데요.
원장 : 그래만 준다면야 정말 감사한 일이지!
수미 : 얘네 아빠 강일산검사님이세요! 아시죠?
원장 : 그럼!! 통영에서 그 분 모르면 간첩이지. (소영의 손잡으며) 사랑의 집 은인이신 분 따님을 몰라봤네!
소영이 마음 씀씀이가 따뜻한 게, 아버지 인품을 닮아 그렇구나?
은비 : !!!
소영 : 아니에요. 제가 은비한테 신세 진 게 많아요. 서울서 처음 전학 오던 날부터 절 많이 도와준 친구거든요.
소영 무리와 원장 화기애애 웃는 모습을 바라보는 은비.
#43. 리조트 - 남자 숙소 안. 밤
가방에서 쏟아지는 짐들.
김준석, 날카로운 눈으로 점검에 들어간다.
생수병 열어 맛보면 소주다. 프링글스 통 안에서 나오는 양주 미니어처. 볼펜 열면 나오는 담배개비들.
김준석 : (한심하게 보며) 아니 어떻게 나 수학여행 때 쓰던 수법에서 단 1퍼센트도 발전한 게 없냐? 실망이다. 이건 전부 압수!
기태 : (정색하고) 샘! 저도 실망입니다. 한 두 개쯤은 보고도 못 본 척 눈 감아 주실 줄 알았는데.
김준석 : 그래! 눈치 없는 담임 만나 니들이 고생이 많다. (씨익 웃는)
김준석, 술 담배 등이 담긴 10리터 정도 크기 봉투 집어 들고 나가면,
아이들 소리 안 내고 바닥에 뒹굴며 좋아한다.
기태 : 어우 담탱이 순진해가지구, 저럴 땐 진짜 귀염 돋지 않냐?
#44. 리조트 - 복도
김준석, 봉투 들고 방에서 나오는데,
저만치에서 학주가 다섯 배쯤 큰 봉투를 낑낑거리며 끌고 오는 게 보이면.
김준석 : (큰 보따리 보며) 벌써 한 층을 다 도신 거예요?
학주 : 네에? 방 하나 뒤졌습니다. (알만 하다는 듯, 김준석 보따리 본다.)
#45. 리조트 - 남자 숙소 안. 밤
기태, 창 아래를 보면 치킨 배달 오토바이 서있고,
배달원, 줄에 묵직한 비닐봉지 묶어 준다.
기태 신나서 줄을 잡아 올리면, 치킨과 맥주캔 보따리 따라 올라온다.
아이들 막, 맥주 하나씩 따서 건배하고 입에 대는데, 벌컥 열리는 문.
학주 : 동작 그만!!
아이들 : (입술에 캔 댄 상태로 멈춰 있다.)
눈 딱 마주친 기태를 향해 악마의 미소 지어 보이는 학주.
#46. 리조트 - 은별의 숙소. 밤
똑같은 파자마를 입고 수다 떨거나, 음악 나눠듣는 등 즐거운 아이들.
구석에 혼자 앉아 ‘김선생의 시크릿 노트’ 들여다보고 있는 은별.
하지만 공부하는 척하며, 잘라서 공책에 끼워놓은 신문기사를 보는 중이다.
<통영시청직원들 ‘사랑의 집’에 진짜 사랑 전해> 제목 아래
후원 물품 앞에서 기념 촬영한 원장 은비 라진이 등의 사진이 실려 있다.
진동 울리는 핸드폰.
은별 노트를 깊숙이 가방에 넣고 일어나 나가는데,
마주 들어오던 송주와 서로 못 본 척 스쳐 지나간다. 냉랭한 두 사람.
#47. 사랑의 집 거실. 밤
원장, 가계부 등을 펴놓고 계산기 두드리며 한숨 쉬는데
은비, 다가와 봉투 하나 내려놓는다.
은비 : 이거 먼저 쓰세요! 요즘 밤에 잠도 통 못 주무시고. 걱정돼요.
원장 : (도로 주며) 싫어! 너 대학등록금 다 모일 때까진 절대 안 받을 거야.
은비 : 또 채우면 돼요! 아직 2년이나 남았는데요 뭐 괜찮아요. 받으세요. 얼른!
은비, 봉투 다시 내밀고, 애써 미소 짓지만 마음 무겁다.
#48. 공사장 일각. 밤
공사장으로 들어가는 은비.
한쪽에 건축용 자재들이 높이 쌓여 있고, 어둡고 구석진 곳에 먼저 와 기다리고 있는 소영 보인다.
은비, 선뜻 발이 떨어지지 않아 망설이다가, 마음먹고 다가간다.
소영 : (은비 보고) 너 이제 별짓 다 한다? 늦은 밤에 사람 오라 가라.
은비 : (마주 서면)
소영 : 할 말이 뭔데?
은비 : 물어볼 게 있어서. 아까 너희 아버지가 운영하시는 장학회에서 후원처 찾고 있다는 말 진짜니?
소영 : 왜? 관심 있어? 난 또, 니가 나 때문에 싫다고 할 줄 알았지.
은비 : (싫지만) 운영난 때문에 요즘 원장님이 좀 힘들어 하셨어. 내가 좋다 싫다 할 상황이 아니거든......
소영 : 칫! 얘 뭐하자는 거야? 야! 부탁을 하려면 똑바로 해! 그래서, 도와 달라는 거냐? 싫다는 거냐?
은비 : ....... 도와 줘. 부탁할게.
소영 : (혼잣말로, 핸드폰 찾는 척하며) 아빠가 집에 오셨나? 지금 당장 전화를 해보지 뭐. 어? 핸드폰을 두고 왔네.
(핸드폰 빌려달라는 듯) 줘봐! 물어봐줄게. 상당히 급해 보이는데.
은비, 뭔가 불안하지만, 천천히 핸드폰 내밀면 홱 낚아채가는 소영.
#49. 리조트 야외 일각. 밤
은별, 뒷모습이 보이는 남자(이안)과 심각한 듯 얘길 하고 있고,
멀리서 시진, 나무 뒤에 숨어 그 모습 지켜보고 있다.
은별과 시선이 마주치는 것 같자, 얼른 몸을 숨기는 시진.
시진 : 누구지? (다시 조심스럽게 고개 내밀어 본다.)
남자, 은별의 어깨를 붙잡고 흔들면, 뿌리치는 은별.
감정 격해지는 두 사람.
은별, 남자를 놔두고 쌩하니 가버리면. 따라가는 남자.
그렇게 더 어두운 곳으로 완전히 사라져버리는 두 사람.
#50. 공사장 일각. 밤 (#48에서 연결)
한참을 문자를 찍으며 킥킥 대는 소영.
그 모습 애가 타는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는 은비.
은비 : 뭐.... 뭐라셔?
소영 : 좋은 소식이 있을 테니까, 조용히 기다려 봐! (피식피식)
은비의 핸드폰에 전화 들어온다.
소영 통화 버튼 눌러 건네며.
소영 : 받아 봐! 얼른!
은비 : (전화기 받아 조심스레 귀에 대며) 여...보세요?
수미(E) : (버럭) 이은비! 이X같은 게, 뒈질라고 환장했냐? XXX! XXX!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육두문자에 당황한 은비, 얼른 통화종료 누르고 보면
소영, 배꼽이 빠져라 웃겨 죽는 얼굴.
하얗게 질린 은비, 핸드폰 문자 확인해보면
발신인 은비, 수신인 수미, 경진으로 된 협박성 문자들 가득하다.
‘내가 너 조만간 밟는다!’, ‘찌그러져 살아라!’, ‘또 한 번 깝치면 니네집에 불 질러 버린다’
소영 : 장학회는 무슨! (자꾸 삐져나오는 웃음 참으며) 라진인가? 걔가 그러더라. 나중에 커서 꼭 너같이 멋있는 언니 될 거라고.
불쌍한 것!! 그래 소원이라는데, 니 동생 라진이, 커서 꼭 너같이 되라고 기도해줄게! 잘 가라! (큭큭 웃으며 가려하면)
은비 : (단호하고 낮게) 너 정말 구제불능이구나?
소영 : (웃음기 거두고 매서운 눈빛으로 보는) 뭐?
은비 : 넌 지금껏, 원하는 모든 걸 다 가졌다고 생각하지? 근데 그거 알아? 내 눈엔, 초등학교 때 전학 오던 날부터 쭉,
니가 참 불쌍해 보여!
소영 : !! (은비의 뺨을 때리며 한걸음 두 걸음 위협적으로 다가간다.) 그래? 그동안 속마음 숨기고, 참고 사느라 힘들었겠다.
어디 더 해봐! 더! 더!
은비, 맞으며 뒤로 뒤로 밀리다가 막다른 담 앞에 막힌다.
소영, 담 위에 설치 된 CCTV를 슬쩍 확인하고, 은비를 보면
덜덜 떨던 은비, 바로 옆에 놓인 각목을 집어 든다.
은비 : (각목 내밀고 서서) 저리 가! 저리 가라구!! 가!!
소영 : 칠 수 있으면 쳐봐! 내 얼굴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하는 주제에 뭐? 불쌍해? (은비를 확 밀치면)
은비, 높이 쌓인 자재를 쿵 들이받고 바닥에 쓰러진다.
놀라는 소영의 얼굴, 무너지는 자재더미 올려다보는 은비.
은비 : 소영아!!! (온 힘을 다해 소영의 몸을 감싼다.)
꼼짝 못하고 깔려 있는 소영과 은비, 은비의 이마가 찢어져 피가 흐른다.
(E) 달려오는 구급차 소리 요란하게 들린다.
#51. 미륵산 전경. 낮
#52. 미륵산 케이블카 안. 낮
밖으로 펼쳐진 절경.
다른 아이들 수다 떨고 사진 찍느라 바쁜데,
송주, 은별, 말없이 창에 얼굴을 기대고 각자의 생각에 잠겨 있다.
시진, 궁금함과 걱정으로 냉랭한 두 사람을 본다.
은별, 더운지 목으로 흘러내린 머리카락 쓸어 올리는데 긁힌 상처 주위에 멍이 들어 있다.
놀라는 시진.
#플래시백 (#49. 리조트 야외 일각. 밤)
-은별의 어깨를 붙잡고 흔드는 남자, 뿌리치는 은별.
-더 어두운 곳으로 완전히 사라져버리는 두 사람.
#시진, 의미심장한 눈으로 다시 한 번 은별을 본다.
#53. 미륵산 공원일각. 벤치. 낮
카페가 보이는 벤치. 창 안에 일하는 은비 보인다.
혼자 앉아 핸드폰 보고 있는 은별 ‘사랑의 집’으로 저장 된 번호를 띄워 놓고 망설이다가 전화를 건다.
은별 : 여보세요? 거기 ‘사랑의 집’이죠? (사이) 안녕하세요? 저 은비 친구... (지어내는) 경아라고 하는데요.
네? 주.. 중학교 때 친구요. 은비 핸드폰 번호 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54. 미륵산 휴게소 카페. 낮
은비, 앞치마 두르고 아르바이트 중인 카페.
상처에 밴드 붙이고, 야구 모자를 눌러 썼다.
문득 창밖으로 오가는 또래 친구들을 부러운 듯 바라본다.
끼리끼리 모여 사진도 찍고, 서로의 얼굴에 아이스크림 묻히며 노는 모습 천진난만하고 즐거워 보인다.
은비담임(E) : (차가운) 너 어떻게 그런 무서운 짓을 할 수가 있니? 학폭위 소집되기 전에, 소영이 입원 한 병원 찾아가서
용서 빌고, 합의 봐!
알바생 : (은비 툭 치며) 전화 오는 거 아냐? 계속 울리는데.
은비 : 네? (앞치마에서 전화기 꺼내보면 끊긴다.)
알바생이 준비된 음료 넘겨주면, 전화기 얼른 도로 넣고 쟁반에 담아 테이블에 올리는 은비.
은비 : 대기번호 A-7번 손님, 주문하신 음료 나왔습니다.
시진 : (다가와 음료를 받다가 은비 얼굴을 본다. 낯이 익지만 모자에 가려 잘 보이지 않고)
은비 : 고맙습니다. (뒤돌아 일하면)
고개 갸웃하며 송주가 기다리는 곳으로 가는 시진.
은비,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다. 입고 있던 앞치마 서둘러 벗는.
은비 : (알바생에게) 언니! 급한 일이 있어서 그러는데, 조금만 일찍 퇴근해도 될까요?
#구석진 테이블에 앉아 있는 송주, 시진 음료 막 내려놓고 앉는데
뒤쪽으로 카페 빠져나가는 은비 보인다.
시진 : 은별인? (음료수 건네면)
송주 : (받으며) 난들 알겠냐? 아우 냅둬 짜증나!
시진 : 은별이 좀 이상하지? 실은 어젯밤에... (어떤 남자랑 싸우는 걸 봤어)
송주 : 알아! 방구석에서 혼자 공부하셨다며?
시진 : ...... (그게 아닌데)
송주 : 친구지만 가끔 정말 재수 없어. 버럭버럭 성질내서 다른 사람 기분 다 망쳐놓고 지는 책이 눈에 들어 오냐?
시진 : 좀 그렇긴 해.
송주 : 야! 공별 신경 쓰지 말고, 그냥 우리끼리 신나게 놀자.
시진 : 뭐할까?
송주 : 일단! (시진을 위아래로 훑더니) 따라와!
시진의 어깨동무 하고 끌고 나가면,
시진 송주가 다시 자신의 단짝이 된 것 같아 기쁘다.
#55. 미륵산 공중화장실 안. 낮
거울 앞에 서 있는 송주, 시진의 눈에 스모키화장 해주고 있다.
조명이 밝지 않아 어두컴컴하다.
송주 : 여기 왜 이렇게 어두워?
시진 : 낮인데도 으스스 하다.
송주 : 니 눈이 더 으스스 하거든? 다 됐어! 거울 봐봐!
시진 : (보자마자) 야아! 너무 진해! (웃으며 손으로 지우려 하면)
송주 : (말리며) 떽!! 건들지 마! 완전 섹시해! 사진이라도 남겨야 돼!
둘 깔깔 웃으며 귀여운 실랑이 중인데,
화장실로 들어서는 은별. 거울 앞의 둘을 보지 못하고 안으로 들어가 문을 쾅 닫는다.
섭섭함 반, 미움 반으로 은별을 바라보던 송주, 시진의 팔짱을 끼고 밖으로 나가자는 눈짓 한다.
#56. 미륵산 공원일각. 낮
송주와 시진 함께 걸어가다가 시진, 걸음을 멈춘다.
시진 : 화장실에 파우치 두고 왔다. 잠깐만 기다려!
송주 : 웬일이야? 꼼꼼한 이시진이? 얼른 갔다 와!
시진, 다시 화장실 쪽으로 돌아간다.
#57. 미륵산 공중화장실 안. 낮
은별, 변기 위에 옷 입은 채 멍하니 앉아 있는데 동시에 화장실 불이 모두 꺼지고.
칠흑 같은 어둠속에 똑똑 노크소리 들린다.
불안한 표정으로 ‘똑똑’ 사람 있다는 표시를 하고 난 은별.
은별 : (두렵지만 차분히) 거기 누구 있어요? (아무도 대답 없고) 또...... 너야? 대체 언제까지 이럴 건데!!
적막한.
은별, 이상한 느낌에 위를 올려다보고 “꺅!!” 비명을 지른다.
#58. 미륵산 공원일각. 낮 (#56과 동장소)
기다리고 있는 송주를 향해 걸어가는 시진.
시진의 뒤를 따라오던 민준.
민준 : (지나가며) 야! 단체사진 찍는대. 빨리 와!!
시진 : 알았어! (화장실 쪽을 한 번 돌아본다.)
송주를 향해 밝게 달려가는 시진.
#59. 미륵산 공원일각. 낮
은비, 야구모자 깊이 눌러쓰고 바쁘게 걷고 있다.
가까이에 은별의 반 아이들 모두 모여 단체 사진 찍느라 소란스럽다.
그 모습 무심히 한 번 보고, 지나가는 은비.
(E) 찰칵!
화면 스틸되면, 은별은 없고, 우연히 함께 찍힌 은비의 옆모습 작게 보이는 단체사진 찍힌다.
#60. 미륵산 케이블카 하행 승차장. 낮
먹구름이 잔뜩 껴 어둑해진 미륵산 공원.
김준석 : 다 왔나?
윤재 : 안 온 사람 손들어!!
민준 : (숫자 세고) 세 명 비어요! (하다가 저쪽에서 해나 효은 어슬렁 걸어오는 거 보이면) 한 명 빼고 다 왔는데요!
김준석 : 그 한명이 누구냐?
송주, 시진 아이들 사이를 구석구석 살피는데 은별이 없다. 불길한 예감에 표정 굳는다.
송주 : (김준석에게 다가가) 선생님!! 은별이가.... 없어요.
김준석 : 전화 좀 해봐!
시진 : (핸드폰 걸고 있는) 꺼져 있어요.
김준석 : (전체에게) 고은별 마지막으로 본 게 어디야?
#61. 미륵산 공중화장실 안. 낮
다급하게 달려와 화장실로 들어오는 송주, 시진.
손 씻던 사람 한명이 마저 빠져 나가고 텅 빈 화장실 문 하나씩 열며 “고은별!! 은별아!!” 부르던 둘.
마지막 하나 남은 닫힌 문 앞에 다가가자 불안한 기분이 든다.
조심스럽게 밀어보면 텅 빈 화장실 안,
송주 : 대체 어딜 간 거야!
#62. 미륵산 일각. 낮
아이들과 김준석 “고은별!! 고은별!!” 부르며 뛰어 다닌다.
시진 : 송주야! 은별이 별 일... 없겠지?
송주 :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공별! 만나기 만해, 죽었어!! (울먹이며, 고래고래) 공별!! 제발 나와라! 은별아!!!!
#땀범벅인 김준석, 멈춰 서서 숨 고르며 주위를 둘러본다.
안내방송(E) : 10분 후 금일 케이블카 하행운행이 종료됩니다. 케이블카를 이용하실 관광객 여러분은 서둘러 주시기 바랍니다.
#63. 미륵산 관리실, CCTV통제실. 낮
멀티 모니터로 CCTV화면을 뒤지고 있는 직원들.
김준석, 은별이와 비슷한 학생 보이자 가리키며.
김준석 : 저기 저기요! 교복 입은 학생 확대 좀 해주세요! (들여다보며,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알아 볼 수가 없는)
직원 : 이렇게 몇 분 뒤져갖고 못 찾아요. 카메라가 수십 대에 사람이 몇 명인데...
김준석 : (걱정, 마른세수 하는)
#64. 미륵산 공원 주차장. sky
텅 빈 주차장에 덩그러니 남은 3반 버스 안에 아이들 모두 타 있고,
김준석과 학주 송주 시진이 버스 앞에 서 있다.
버스 위로 펼쳐진 미륵산 스산하다.
저 어둡고 깊은 산 속, 어디에서 은별을 찾을 수 있을지 막막해 보이기만 하는데.
학주 : 혹시 은별이가 뭐 특별한 얘길 하거나,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진 않았고?
송주 : 기분이 좀 안 좋긴 했지만, 가끔 예민할 때 있잖아요! 왜요?
김준석 : 시진이는? 혹시 뭐 이상한 점 못 느꼈어?
시진 : ....... (망설이는) 저기.....
김준석 : (눈 동그래서) 음, 말해봐!
시진 : 어젯밤에 은별이가 어떤 남자랑 싸우는 걸 봤어요.
송주 : (께름칙한 눈으로 시진을 본다) 야! 이시진!!
시진 : (두려운) 그렇게 보지 마! 은별이 찾아야 될 거 아냐!
학주 : 차송주 가만있어! (의혹의 눈길) 어떤... 남자?
<인서트>
운행이 종료되어 정리를 마친 케이블 카 한 곳에 죽 정렬해 있고,
마지막 조명마저 소등되면 칠흑같이 어두운 미륵산 일대.
#65. 서울 - 은별의 집. 밤
TV보며 차 마시는 은별모, 하지만 TV 눈에 안 들어온다.
은별모 : 으이... 나쁜 기지배. 전화 한통이 없어! (전화기 들었다가, 내려놓으며) 벌써 자나? 하기는, 밤새 놀겠지?
(망설이다 다시 전화기 들고 ‘우리공주’ 연결한다.)
사서함(E) : 전화기가 꺼져 있어 소리샘으로 연결됩니다.
#66. 리조트 – 은별의 숙소. 밤
구석에 송주, 시진, 무릎에 얼굴을 묻고 있다.
울리는 핸드폰 벨소리, 송주 놀라서 얼른 받으며.
송주 : 여보세요? 네? (놀라는, 두려움의 눈물이 왈칵 쏟아지며) 아..줌...마!!! 은...은별이가요.....
#67. 은별의 집 앞 - 차 안. 밤
사색이 되어 운전석에 앉은 은별모. 덜덜 떨리는 손으로 겨우겨우 억지로 차 키를 꽂고 시동을 건다.
후진을 하고 다시 핸들을 꺾어 빠져나가려는 순간, 담벼락을 향해 돌진하고 만다.
충격으로 핸들에 얼굴을 묻고 멍하니 있는.
#68. 대구 체육관 - 선수 대기실. 낮
트레이닝 복 입은 이안, 헤드셋 끼고 가볍게 몸을 풀고 있다.
안내방송(E) : 잠시 뒤 남자 고등부 자유형 100미터 결승경기가 열립니다. 출전 선수들은 경기장으로 입장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안, 허리 스트레칭 하느라 몸을 숙였다가 일으키는데
지나가던 선수와 툭 부딪혀 헤드셋이 바닥에 떨어진다.
다시 무심히 주워 귀에 대다가 멈추는, 무슨 소리를 들은 것 같다. 핸드폰 진동이 울리는 라커.
경기장으로 나서는 선수들 사이에서,
나가려던 발걸음 멈추고 다시 한 번 라커를 돌아보는 이안.
#69. 대구 체육관 - 수영장. 낮
100미터 경기가 열리기 직전. 출발 대기 중인 선수들.
관중들의 응원 열기 뜨겁고, 선수들, 상대방의 숨소리가 들릴 만큼 팽팽한 신경전 중인데.
이안 어딘가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표정 멍하다.
#중계석.
중계1 : 사실 남자 100미터 경기는 김우진 선수의 독무대가 될 거다. 이렇게 예상하는 분들이 많았는데요,
중계2 : 네! 그런데 한이안 선수가 400미터 금메달에 이어 100미터 예선 1위를 기록하면서 파란을 일으켰죠?
중계1 : 오늘 경기, 어떤 명승부가 펼쳐질지 아주 기대가 큽니다. 네! 경기 시작합니다!
#경기장, 심판 준비 신호를 알린다.
긴장 된 순간. 탕!!! 총소리 울리고 일제히 물속으로 뛰어드는 선수들.
하지만, 준비자세 그대로 멈춰있는 이안.
중계2(E) : 아!!!!!! 이게 어떻게 된 건가요?
중계1(E) : 한이안 선수! 아예 출발을 못했어요!!
중계2(E) : 글쎄요! 출발을 못 한건가요, 안 한건가요?
나머지 선수들이, 필사적으로 팔다리를 저으며 반환점을 도는 동안
얼음처럼 굳어 망연자실 앞만 보고 있는 이안.
#70. 리조트 - 회의실. 낮
창백한 얼굴로 앉아있는 은별모.
김준석, 은별의 짐을 가지고 들어와 내려놓는다.
은별모, 은별의 캐리어와 소지품들 보는.
#플래시백- #22에서 캐리어 끌고, 교복 입고, 밝게 인사하는 은별.
은별 : 엄마, 다녀오겠습니다!
은별모 : (믿을 수 없고) 선생님!! 우리.. 우리... 은별이는요?
김준석 : (식은 땀 닦으며) 저희도 연락을 기다리는 중인데,
은별모 : 왜... 다른 아이들은 다 있는데, 우리 은별이만 없냐구욧!!
은별모, ‘우어어억!’ 가슴이 막힌다. 소리 지르고 싶은데, 새어나오지 않는 목소리.
은별모 : 다 같이 갔는데,.... 왜... 왜 우리 애만 안 데리고 오셨어요! 왜 우리 딸만 집에 못가고 있냐구요. 왜!! 왜요!!
(김준석 옷을 잡고 흔들며)
학주 : 어머니! 이러지 마시고 진정을 좀!
은별모 : 여기 있으면 어떡해요? (팔 잡아끌며) 가요! 가서 찾아야죠!
김준석 : 경찰이 순찰을 돌고 있으니까요 조금만 기다리...
은별모 : (김준석 확 밀쳐내고, 고래고래) 밤새 무슨 일이 생겼을 줄 알구요오오! 나 우리 애 없으면 못 살아요!
(숨이 안 쉬어지는 듯 가슴을 쥐어뜯다가, 은별의 가방 끌어안고서야 터지는 눈물, 서럽게 울부짖으며)
은별아!! 은별아! 우리 딸!! 은별아!!
학주와 김준석, 차마 보지 못하고, 난감한 표정으로 시선을 피한다.
#71. 누리여고 회의실. 낮
위원장(E) : 지금부터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우리학교 학폭위 위원 9명 중 6명이 참석하여 성원이 되었음을 보고합니다.
학폭위가 열리고 있는 회의실.
교감, 경찰, 변호사, 학부모 대표 등의 위원들과 소영, 강검사, 소영모 있고
맞은편에 보호자 없이 앉아, 불안한 듯 손톱을 뜯고 있는 은비.
#모니터에 #50 공사장 CCTV가 플레이 되고 있다.
으슥한 공사장, 소영을 향해 각목을 휘두르는 듯 보이는 은비.
자재가 무너지면서 바닥에 깔리는 소영과 은비.
소영모 차마 못 보겠는지 외면하며, 손수건으로 눈물 찍어 닦는다.
소영모 : (소영의 손 꼭 잡은 채 간절한 얼굴로) 우리 소영이, 심리 상담이 필요한 상태랍니다.
(은비 노려보며) 가해학생과 한 자리에 있는 이 순간도, 얼마나 두렵고 고통스럽겠습니까?
소영 : (은비를 슬쩍 째리다가, 누가 볼까 얼른 아픈 표정 짓는)
표정 없이 소영과 소영모를 바라보는 은비.
<시간 경과>
위원장 : 이은비 학생! 강소영 학생에게 진심으로 사과하세요!
은비 : ...... (단호한 어조로) 저는... 잘못 한 게 없습니다!
일동 : !!! (은비를 바라보며 웅성웅성)
은비 : 생각해보고 또 생각해보고 한 번 더 생각해봐도.... 저는 떳떳합니다.
소영모, 충격 받은 얼굴로 분을 못 이겨 손 치켜들면
강검사, 소영모의 손목 잡아 말리며.
강검사 : 여보!
소영모 : (부르르, 위원들에게 위협적으로) 위원님들의 현명한 판단과,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 부탁드립니다. 가자!
(소영 끌고 가는)
강검사 못 마땅한 듯 헛기침 하며 교감을 째려보고 나가면,
그 뒤로 몇몇의 위원들 “강검사님!!”, 절절매며 따라 나선다.
남은 위원들 웅성웅성, 우두커니 앉은 은비를 향해 쯔쯔쯔 혀를 찬다.
#72. 누리여고 교무실. 낮
교감과 담임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자퇴서에 사인하는 은비.
교감, 사인 끝나기 무섭게 서류 휙 가져가 버린다.
담임 : 자퇴서는, 2주간의 숙려기간이 지난 다음 처리 될 거다. 이제 가도 돼! (일어서려는데)
은비 : (담담한) 선생님! 저 오늘 수업, 끝까지 다 듣고 갈게요. 학교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인데,
쫓겨나듯이 가고 싶지 않아서 그래요. (미소)
#73. 누리여고 교실. 낮
시끌벅적한 교실에 투명인간처럼 앉아있는 은비. 책상 위 빼곡한 조롱과 욕설의 낙서들 보인다.
‘따순이, 재수 없어. 이걸레. 꺼져! 축사망 이은비! XXX’ 등등.
그 때, 은비의 자리를 둘러싸고 앉는 소영 수미 경진.
수미 : 이은비! 퇴학 당하셨다며?
경진 : 우리한테 그 따위 협박문자 날리고, 소영이 입원 시킨 거에 비하면, 처벌이 너그러워!
소영 : 나 못 볼까봐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지 마! 너 알바 하는 데로 종종 찾아가서 재밌게 놀아줄게!
은비 : 마지막으로 꼭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정말 그 때 그 일 때문이야?
소영 : 궁금해? 그럼 알려줘야지. (은비에게 얼굴 들이밀며) 그!!냥!! 이은비라서 다 싫어! (코 막으며) 어우!! 이은비 냄새!
소영 수미 경진 깔깔 웃으면.
은비 : 강소영! 너......어디까지 더 내려갈래? 지금도 최악인데.
소영 : 이게 진짜! (화내려다 픽 웃더니) 야! 커텐 쳐!
#74. 누리여고 교실. 시간경과. 낮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지는 교실 창으로, 하얀 커튼이 나부낀다.
창밖으로, 체육복 입은 아이들 깔깔 웃으며 뛰어 다닌다.
교실 안, 삼삼오오 모여 앉아 음악 듣거나, 공부하거나, 낮잠 자는 아이들...
평화로워 보이는 쉬는 시간 풍경.
하지만, 시리도록 하얗게 빛나는 커튼 안쪽에서 힘겹게 터져 나오는 은비의 흐느끼는 소리.
잠시 뒤, 쉬는 시간이 끝나는 종소리가 온 학교에 울려 퍼진다.
소영(E) : 또 한 번 나대면, 이 동영상 확 풀어버린다!
소영과 아이들이 촬영한 핸드폰 들고, 커튼 밖으로 빠져 나오면
은비, 눈물범벅인 얼굴로, 교복 블라우스를 추스르며 그대로 교실 밖으로 뛰쳐나간다.
방관하던 교실의 아이들, 그제야 은비가 나간 곳을 슬쩍 바라본다.
#75. 누리여고 교정. 낮
서럽게 울며 교문으로 뛰쳐나가는 은비.
은비 너머로 보이는 교실에선 아무 일 없는 듯 수업이 진행 중이다.
#76. 누리여고 교실. 낮
수업중인 고요하고 평화로운 교실.
창문으로 바람이 휙 불어와 은비의 책상 위에 쌓인 톱밥 날려버리면,
드러나는 칼로 새겨진 글씨, 은비의 마지막 인사다. ‘안녕! 친구들!’
#77. 사랑의 집 - 은비의 방. 낮
라진이 은비의 책상 위에 놓인 편지를 뚫어져라 보다가 “원장님!!” 부르며 집어 들고 밖으로 뛰쳐나간다.
#78. 통영 거리 일각. 낮
은별을 찾아 통영 거리 이쪽저쪽을 미친 듯이 뛰어다니는 이안.
이안, 은별과 비슷한 뒷모습을 발견하고, 달려가 확인해보면 다른 사람이다.
멈춰 서서 숨 고르며 주머니 속 메달을 꺼내 본다.
그 때 길 건너편에 넋 나간 얼굴로 가는 은비.
눈 동그래져, 신호 무시하고 미친 듯이 차도로 달려들지만, 눈 깜짝할 사이 사라져 버렸다.
안타까운 얼굴로 사방 둘러보는 이안.
#79. 다리 위. 낮
발아래 일렁이는 물결을 바라보며, 다리 위에 우두커니 서있는 은비.
그 때, 핸드폰 수신음 울리고, 확인하면 ‘축! 퇴학 기념!’ 메시지와 함께 동영상이 첨부되어 있다.
절망스런 얼굴로 삭제 버튼 누르는 은비,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은비(N) :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다고 했다. 맛없는 초콜릿과 맛있는 초콜릿이 뒤섞인.
그래서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나는 맛있는 초콜릿을 하나 아껴뒀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바람에 나부끼는 머릿결,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 보이는 표정.
은비(N) : 하지만 초콜릿 상자는 찢어졌고, 곧 깨달았다. 내가 받은 상자엔 처음부터 맛있는 초콜릿 같은 건 없었다는 걸......
다리 바깥쪽으로 한 걸음 발을 옮기는,
#80. 물속. 낮
짙푸른 물 속, 두 눈을 감은 채 평온한 얼굴의 은비. 온 몸에 힘을 빼고 천천히 아래로, 아래로 가라앉는데
그 때 은비의 손을 잡는, 누군가의 하얀 손에서. <1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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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요~ ㅋ
생겼습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