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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사랑 못난이] 15
S#1. 씬. 동네 길.(밤)
차연, 옷가방 들고 걸어가고 있는. 뒤에서 걸어오는 호태.
호태 : (차연을 보고) 차연아? (뛰어가서 옷가방을 받아주는)
차연 : (빤히 보면서) 너 뭐하는 놈이냐?
호태 : 왜?
차연 : 왜? 왜? 매니저라는 인간이 온다간다 말도 없이 지 가수 놓고 없어져놓고, 왜?
호태 : 어, 그거. 일이 좀 있어서.
차연 : 오밤중에 무슨 일?
호태 : (약간 더듬는 느낌으로) 다 너 홍보하는 일이지 무슨 일이 있겠냐?
차연 : 오밤중에 내 홍보 누구한테 했는데?
호태 : 넌, 네가 무슨 내 마누라냐? 뭘 그렇게 꼬치꼬치 묻고 그러냐? (얼른 앞서 걸어가는)
차연 : 어쭈. 너 겁 많이 없어졌다.
호태 : (실실 웃으며) 맨날 너한테 쫄아살면 인생 너무 허접하지 않겠냐?
차연 : 어랍셔. 그래서 오밤중에 인생 좀 보시겠다고 돌아다니셨다?
호태 : 야, 야, 조용히 좀 가자. 나 생각할 거 무지 많거든. (그러면서도 괜히 입에 웃음이 번지는)
차연 : (눈 가늘게 뜨고 보면서) 수상해, 수상해.
호태 : 수상하면 신고를 하던지.....
차연 : 저봐, 저봐, 허접한 농담 날리는 거 보라지. 진짜 수상해.
S#2. 씬. 옥탑방 욕실.(밤)
호태, 세수하고 있는. 그 위로. 오늘 즐거웠어요, 라고 말하던 승혜의 얼굴이 스치는.
호태 : (웃음이 번지고)
차연E : 라면 안 먹냐?
호태 : 먹는다, 먹어. 지지배 혼자 무슨 생각도 못해요.
S#3. 씬. 옥탑방.(밤)
차연, 라면 냄비 상에 올려놓고 있는. 두리 잠들어 있고, 대통, 들어오는.
대통 : (귀여운 투로) 누나?
차연 : 주무신 거 아니예요?
대통 : 잤는데요, 라면 어쩌고 하는 소리가 들려서.....
호태, 욕실에서 나오는.
호태 : 자다가도 뭐 먹는 소리만 나면 귀가 번쩍하죠?
대통 : 에이, 동생은. 내가 원래 출출하면 깊은 잠이 안들거든.
호태 : (냄비에 물 받으면서) 하나 더 끓여야겠네.
차연 : 됐다, 난 한 젓가락만 먹으면 되니까 그냥 나눠 먹자.
호태 : 너 한 젓가락은 라면 하나 다잖냐?
차연 : (노려보고) 그냥 먹자구.
호태 : 알았다. (차연 눈치 보며 얼른 앉고)
대통 : (젓가락으로 라면 집으면서) 어, 계란이 없네. 라면에 계란 없으면 앙꼬 없는 찐빵인데.
호태 : 차연이 얘가 계란이란 계란은 다 날로 깨먹는데 라면에 넣은 계란이 어디 있어요?
차연 : 우리 두리 엄마 왔는데도 세상 모르고 자네.
대통 : (라면 먹으면서) 오늘 병원에 갔다 오더니 고단한가봐요, 누나.
차연 : (두리 얼굴 쓰다듬으면서) 병원에선 뭐라고 안해요?
대통 : (열심히 라면 먹으면서) 특별히 더 나빠진대는 없다든 데요.
호태 : 다행이네.
대통 : (그러다 호태 빤히 보면서) 동생 오늘 뭐 좋은 일 있었어?
호태 : 네?
대통 : 아니, 얼굴이 발그스레 한 게 뭐 좋은 일 있는 사람 같아서.
호태 : 좋은 일은 무슨 좋은 일이 있어요. 차연이 이 지지배 띄워보자고 옥상에 매달려서 저승 구경만 실컷 했구만.
대통 : 그래? 근데 누나를 띄워보자고 왜 옥상에 매달리나?
S#4. 씬. 옥상.(밤)
대통, 끄윽 트림 하면서 텐트로 기어들어가려다 방 쪽을 보면서.
대통 : 희한해, 희한해. 남녀가 한방에서 저렇게 붙어자면서 아무 일도 없다는 게 희한하지. 동생한테 무슨 문제가 있나.
(묘한 눈길로) 하긴, 남자를 더 좋아하는 거 같기도 하고....
S#5. 씬. 옥탑방.(밤)
호태, 차연, 각자의 영역에서 누워있는.
호태 : (미소 짓고 생각에 잠겨있는)
그 위로, 한강 둔치에서 승혜와 보냈던 시간들이 겹치고.
호태 : 사람 인연 참 묘하지.
차연 : 누가 아니래니? 너하고 내 인연이 이게 악연이냐 뭐냐? 웬수하고 붙어 살아야 하는 내 인생도 참 묘하지.
호태 : (궁시렁거리며) 혼자 생각을 할 수가 없어요, 할 수가. 무슨 말만 하면 끼어드니.
S#6. 씬. 승혜의 방.(밤)
승혜, 침대에 누워있는. 그 위로, 농구하던 호태의 모습이 겹치는.
승혜 : (잠이 안와 일어나는)
S#7. 씬. 승혜의 집 거실.(밤)
승혜, 부엌 쪽에서 물 따라 가지고 마시며 나오는. 김비서 방에서 나오는.
승혜 : 왜 안주무시구요?
김비서 : 그러는 이사님은요?
승혜 : 그냥 잠이 좀 안오네요.
김비서 : 오늘 저 없어서 귀가하시는데 불편하셨죠?
승혜 : 아니예요. 그럼 주무세요. (방으로 들어가는)
S#8. 씬. 승혜의 방.(밤)
승혜, 물컵 들고 들어오는.
승혜 : (물마시면서, 내가 왜 이러지 하는 기분으로 묘한 미소 짓는)
그러다, 방송국에서 차연을 보던 동주의 표정이 떠오르고.
승혜 : (순간, 그늘이 지는 표정으로 생각에 잠기는)
S#9. 씬. 응급실.(밤)
은우, 아직 의식 없는 상태로 잠들어 있는. 그 옆에 동현, 어두운 표정으로 누워있는.
다가오는 정민.
정민 : 너 정말 왜이러니?
동현 : .....
정민 : 어서 가서 네 일 해?
동현 : 선생님?
정민 : (보면)
동현 : 그냥.....옆에 있게 해주세요.
정민 : (멍한 시선으로 보는)
그 모습 멀리서 지켜보는 유선.
유선 : (싸늘한 시선으로 입술을 깨무는)
S#10. 씬. 응급실 앞.(밤)
정민, 걸어나오면, 풍수 다가오는.
풍수 : 신동현 그 놈 아직이냐?
정민 : 말 귀 알아듣는 앤 줄 알았더니, 정말 왜 저러는지....
풍수 : 저 녀석 있으니 우린 그만 들어가자.
정민 : (흘겨보는)
풍수 : 가슴에서 화산이 터지는 나이다, 재들. 말리면 말릴수록 더 기를 쓰는 나이라구, 저 놈들.
정민 : 당신이 신동현이 데리고 말 좀 해봐.
풍수 : 정민아?
정민 : (보면)
풍수 : 그냥 둬보자. 이쁘잖냐? 은우 저 녀석 멍청한 놈들 때문에 산다 죽는다 여러 번 했지만 이번엔 왠지 느낌이 좀 다르다.
정민 : 다르긴 뭐가 달라. 은우한테는 모든 놈들이 다 똑같다는 거 몰라.
풍수 : 모르잖냐? 이번엔 아닐지도....
S#11. 씬. 병원 복도.(밤)
유선, 화가 난 표정으로 걸어오면, 인서 다가오는.
인서 : 동현이 자식 아직 응급실에 있냐?
유선 : 몰라.
인서 : 그 자식. 그거 진짜 은우씨한테 무슨 딴 맘 있는 거 아니냐?
유선 : (매섭게 보면) 미친애한테 무슨 딴 맘이 있어?
인서 : 엄밀하게 말해서 미친 건 아니지 뭐. 병이잖아, 병, 치료만 안될 뿐이지 조절도 가능한.
유선 : 조절이 가능해서? 가능해서?
인서 : 너 왜 이렇게 무섭게 덤비냐?
유선, 걸어가버리면.
인서 : 아, 질투의 화신일세.
동주, 걸어오는.
인서 : (인사하고) 오늘도 병원에서 주무시나봐요?
동주 : 고생 많지?
인서 : 다 그렇죠 뭐.
동주 : 근데 동현이 자식이 안보이네. 아까 오후부터....
인서 : (망설이다가) 그게요, 형....
S#12. 씬. 응급실.(밤)
은우, 여전히 의식 없는 채로 누워있고. 동현 그 옆에 서있는.
동주, 다가와 멀리서 그 모습 보는.
은우 : (눈 뜨는)
동현 : .....
은우 : 나....또 안죽었나보네.
동현 : 정말....왜 그래요?
은우 : .....
동현 : 왜.....왜 나같은 놈 때문에 죽기까지 하냐구요? 나같은 놈이 뭐라구?
은우 : 동현씨.....나가지고 논 사람이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살아요?
동현 : (괴로운 심정으로 보는)
그 모습 보고 있는 동주.
S#13. 씬. 응급실 앞.(밤)
동현, 초췌한 표정으로 걸어나오다 의자에 앉아있는 동주를 본다.
동주 : (벽에 뒤로 머리 기대고 눈을 감고 있는)
동현 : (다가서서) 왜 여기 그러고 있어?
동주 : (눈도 뜨지 않은채) 신동현?
동현 : .....
동주 : 너....누군지 알잖냐?
동현 : .....
동주 : (눈 뜨고) 네 전형수 동생이라는 거 몰랐냐?
동현 : .....
동주 : 몰라서 시작한 거냐?
동현 : (옆에 앉는)
동주 : 딱 한번 밖에는 못 봤지만, 많이 아픈 친구라고 하던데.....
동현 : 형?
동주 : .....
동현 : 사람 마음이라는 게.....그 사람 게 아닌가봐.
동주 :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S#14. 씬. 병실.(밤)
할머니 잠들어 있는. 동주 들어와서 할머니 옆에 서는.
동주 : 할머니 손주 놈들 팔자는 왜 이렇죠? 할머니? 동현이 그 놈도 지 맘이 지 께 아니라네요.
근데요, 할머니, 제 마음도 제 께 아닌거 같은데 어떡하죠?
S#15. 씬. 방송국 전경.(낮)
S#16. 씬. 방송국 사무실.(낮)
호태, 직원들 사이 돌아다니며 구두 달라고 애원하고 있는.
호태 : 감독님, 주세요. 제가 파리가 낙상할 정도로 번쩍 번쩍하게 닦아다 드릴게요.
직원들, 아, 됐어요, 하면서 무시하는.
호태 : (그러거나 말거나 발 붙잡고 구두 달라고 애원하는)
P.D 테잎 가지고 들어오다가 그런 호태를 보는.
P.D : 이호태씨?
호태 : (돌아보고 반색하며 뛰어와 꾸뻑 인사하는) 어제 방송 시청률 좋았다면서요?
P.D : 다 이호태씨 덕이예요.
호태 : 에이, 감독님도 너무 겸손하시다. 감독님이 워낙 잘 찍으시니까 그렇죠.
P.D : 근데 왜 그런 일까지 해요?
호태 : (머리 긁적이며) 별 수 있나요. 우리 진차연이 좀 띄워보려고 그러는데 너무 호응들을 안해주시네요?
구두 주세요, 제가 광 내다 드릴게요.
S#17. 씬. 승혜의 사무실.(낮)
승혜, 실장, 직원들, 김비서 회의 하고 있는.
승혜 : 그럼 오늘 회의는 이만 마치도록 하죠.
실장 : 저기요, 이사님.
승혜 : (보면)
실장 : 이호태씨 좀 자제 시켜주십쇼.
승혜 : 이호태씨가 왜요?
실장 : 회사 이미지도 있는데 너무 싸구려로 매니저 노릇을 하려고 해서 정말 미치겠습니다.
승혜 : 싸구려라뇨?
여직원 : 방송국에서 P.D들한테 구두 달라고 아주 사정을 한대요.
승혜 : 구두요?
여직원 : 자기가 닦아다 주겠다구요.
승혜 : .....
실장 : 우리한테는 스케줄 잡아달라고 얼굴만 봤다하면 귀찮게 매달리지, P.D들한테는 구두 달라고 성화나 부리지.
여직원 : 자기가 무슨 엘리베이터 걸이라고, 방송국에서 누가 됐던지 사람만 보면 엘리베이터 문 열어주느라 굽실거리지.
정말 한 회사 소속이라는 게 창피해 죽겠어요.
승혜 : .....
S#18. 씬. 동주의 사무실.(낮)
동주, 일하고 있으면 수혁 들어오는.
수혁 : 중국 쪽에서 새로운 안을 제시해왔는데..... (서류 앞에 내놓으면)
동주 : (서류 들여다보고, 수혁을 올려다보는)
수혁 : 너하고 승혜씨하고 싸움이 붙은 걸 이미 아는 눈치야.
동주 :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즈네가 먹겠다.
수혁 : 동남아 배급권까지 요구하고 있어.
동주 : (허, 하고 헛웃음 웃고)
수혁 : 뭔가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겠다. 이러단 제살 깎아먹기가 될 수도 있어.
동주 : .....
S#19. 씬. 회사 복도.(낮)
동주, 수혁 걸어오는.
수혁 : 그래, 우선 박사장부터 만나보고, 투자 껀부터 마무리 져놓은 다음에 중국쪽 애들 하고 협상을 해보는 게 나을 거다.
동주 : 일본쪽 반응도 체크해. 뒷통수 치는 건 그 쪽 애들이 더하니까.
수혁 : 알았다. 혼자 움직여도 되겠냐?
동주 : 들어가라.
수혁 : 박사장 구렁인 건 알지?
동주 : (미소 짓는) 참.....
수혁 : (보는)
동주 : (엘리베이터 버튼 누르며 시선 마주치지 않고) 진차연 사는 집 주소 좀 알아봐라.
수혁 : (빤히 보는)
동주 : 딴 생각은 하지 말고.
수혁 : 딴 생각은 네가 하는 거 아니구?
동주 : (그제서야 보고) 어떤 꼴로 사는지만 좀 알아보라는 거야.
수혁 : 그게 왜 궁금한데?
동주 : 그래도 한때는 부부였던 여자잖냐?
수혁 : 동주야?
동주 : .....
수혁 : 너 이런 적 없었다는 거 알지?
동주 : (엘리베이터 문 열리고) 다녀올게. (타는)
수혁 : (불안한 시선으로 보는)
동주 : (씩 웃으면, 엘리베이터 문 닫기는)
S#20. 씬. 연습실.(낮)
차연, 현성 앞에서 연습하고 있는.
현성 : 이젠 좀 맞추네.
차연 : 선생님?
현성 : (보면)
차연 : 선생님? 아는 분들 많으시죠?
현성 : 많으면?
차연 : 저 혹시 경로잔치 같은데 초청 가수로라도 갈 수 없나해서.... 너무 아무것도 안하고 있으려니까.
현성 : 왜 아무것도 안하니? 너 연습하잖아?
차연 : 그래도 돈이 안 되니까요.
현성 : 너 돈독 올랐니?
차연 : 선생님, 그게 아니구요. 먹고는 살아야 하는데....
현성 : 너 계약금 받은 거 있잖아? 그거 이럴 때 먹고 살라고 주는 거야.
차연 : 그건 그런데요.
현성 : 그리고 애가 어쩌면. 넌 없는 티를 그렇게 내니? 경로잔치가 뭐니? 경로잔치가.
차연 : 제가요. 할머니 할아버지들한테는 좀 먹히는 타입이거든요.
현성 : 그럼 아예 노인정에 취직을 해라.
S#21. 씬. 방송국 라디오 부스.(낮)
최화정 파워타임 프로 생방송 중. 호태, 문 뒤에 서서 보고 있는.
스탭 : 수고하셨습니다.
최화정 부스에서 나오는.
최화정 : 수고들 하셨습니다.
호태, 얼른 음료수 들고 다가서며.
호태 : 역시 프로십니다.
최화정 : 누, 누구세요?
호태 : (얼른 C.D 내밀면서) 저 진차연이라고 (노래 제목) 신인가수 매니저 이호태라고 합니다.
최화정 : 아, 네. (어색하기만 하고)
스탭들 : 아, 여기 아무나 들어오시는 거 아닙니다.
S#22. 씬. 방송국 복도.(낮)
최화정 걸어오면, 호태 얼른 앞질러 뛰어와서 엘리베이터 잡아주며.
호태 : 딱 한번만 초대 손님으로 좀 출연 시켜주시면 안될까요?
최화정 : 출연자 섭외는 제가 하는 게 아닌데....
호태 : 그래도 말씀이라도 좀 해주시면....
최화정 : P.D분하고 작가분들한테 부탁을 해보시는 게....
호태 : 그래도 이 쪽에선 배테랑이시니까 슬쩍 운이라도 좀 띠워주시면....
최화정 : (얼른 엘리베이터 올라타며) 그럼 다음에....
호태 : (엘리베이터 문잡으며) 다음에 언제 뵐까요?
최화정 : (난감하기만 하고)
S#23. 씬. 연습실.(밤)
안무 연습하고 있는 차연. 명태 지켜보고 있는. 무용수들 박수 치고 끝내는.
차연 : (다가와서) 호태는요?
명태 : 구두 닦고 있겠죠 뭐.
차연 : 오늘도 섭외 들어온 거 없죠?
명태 : (어색하게 웃는) 좀 더 기다려봐야죠. 첫술에 배부른가요?
차연 : 첫술을 먹기나 했어야 배가 부른지 고픈지 알죠.
호태, 들어오는.
명태 : 구두 많이 닦았어요?
호태 : 닦고 싶어도 구두를 줘야 말이지. 야, 근데 반응은 괜찮아?
명태 : 구두 닦아주겠다고 하는게요?
호태 : 아니, 택시 기사 아저씨들한테 네 C.D 들려줬던 거 말이야. 묘한 매력이 있다고들 하드라.
명태 : 묘한 매력요?
호태 : 노래를 아주 잘하는 건 아닌데 뭔가 사람을 끄는 분위기 같은 게 있는 거 같다고들 하는데.
그리고 인터넷 엽기사이트 같은데 너 방송 출연 했던 올라 있거든. 거기서들 반응이 진짜 불쌍해 보인다는 거야.
차연 : 그게 괜찮은 반응이냐?
호태 : 그래서 내가 생각한 건데 넌 컨셉을 그쪽으로 몰고 가야 할 거 같다.
차연 : 엽기로?
호태 : 아니, 아니. 동정 모드로. 아, 저 여자 진짜 불쌍하다 왠지 도와주고 싶다. 그래서 판도 사게 만들고.
차연 : 왜, 아예 육교에 올라가서 노래 틀어놓고 엎드려서 한번 팔아주십쇼 하지.
호태 : 넌. 사람이 아이디어를 가지고 왔으면 진지하게 좀 받아들여봐라. 내가 오늘부터는 방송국에 엽서도 보내고 그럴 거니까.
명태 : 엽서요?
호태 : 신청곡 엽서.
명태 : 형은, 요즘 세상에 누가 그런 걸 보내요.
S#24. 씬. 회사 사무실.(밤)
호태, 컴퓨터 앞에 앉아있고, 명태, 차연 그 옆에 서있는.
명태 : 이거 고장 내면 정말 안 되는데.
호태 : 내가 설마 컴퓨터를 삶아먹겠냐?
명태 : 신청곡 엽서 보낸다는 거 보니까 왠지 안심이 안 되서요.
호태 : (마우스 누르며) 요즘은 이렇게들 한단 말이지.
명태 : (종이쪽지 주면서) 이게 우리 직원들 아이디거든요. 아이디 하나만 보내면 너무 티나니까 이렇게들 여러 개로 해요.
호태 : 아하, 그래야겠네.
차연 : 아무리 여러 개로 보내면 뭐하냐? 다 한 사람이 보낸 건 줄 알텐데.
명태 : 왜요? 아이디 다 따로 보내는데?
차연 : 너 맞춤법 엉망이잖냐? 그런데 티가 안날 리가 있겠냐?
호태 : 제발 좀 가라. 집에 가서 두리나 좀 보라구.
차연 : 노래 신청한다고 망신당하지 말고....
호태 : 가라니까.
S#25. 씬. 승혜의 사무실.(밤)
승혜, 일하고 있으면, 김비서 들어오는.
김비서 : 죄송합니다. 오늘도 고모님 댁에 좀 들렀다 가야 할 거 같은데.
승혜 : 병원으로 안 모셔도 되겠어요?
김비서 : 노환이신데요 뭐. 그리고 집에서 돌아가시겠다고 병원 얘긴 꺼내지도 못하게 하시구요.
승혜 : 어서 가보세요. 한분 밖에 안 계신 집안 어른이신데.
김비서 : 그럼 오늘도 택시 타고 들어가셔야겠네요.
승혜 : 제가 알아서 할게요.
S#26. 씬. 회사 사무실.(밤)
승혜, 걸어오다가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호태를 보는.
호태 : (열심히 독수리 타법으로 뭔가를 쓰고 있다)
승혜, 다가가는. 뒤에서 모니터 보면.
진차연씨 노래 너무 좋아요. 꼭 트러주세요.
신인가수, 진차연씨 (노래 제목) 노래 우여니 들어봐는데 너무 좋아서 이러케 메일 보냅니다.
승혜 : (쿡하고 웃고)
호태 : (놀라서 돌아보는)
승혜 : 뭐하세요?
호태 : 노래 신청 좀.....
시간 경과.
호태, 승혜 나란히 앉아서 커피 마시며 메일 쓰는.
승혜 : (자판 치고 있는)
진차연씨 노래 틀어주세요.
호태 : 아, 국문과 나오셨나봐요?
승혜 : (보고 웃음 터지는)
호태 : 왜?
S#27. 씬. 한강 둔치.(밤)
호태, 승혜 음료 캔 들고 있는.
호태 : 피곤하실텐데 그냥 들어가시지.
승혜 : 왜요? 저하고 있는 거 재미없으세요?
호태 : 아니요. 저야 좋지만. 승혜씨....아니 이사님은 뭐가 좋으시겠어요. 말이 통하길 하나.
승혜 : 국어시간에 많이 졸으셨나봐요?
호태 : 네? 아. (웃고) 전 인생의 모든 걸 학교에서보다는 고우영 선생님의 만화에서 배웠다고 할 수 있거든요.
작품에 빠져서 읽다보면 소소한 맞춤법 같은 거 챙겨볼 겨를이 없어서.
승혜 : 그 분 만화가 정말 그렇게 재미있어요?
호태 : 재미 있다기 보단 감동의 물결이죠. 삼국지나 초한지를 보다보면....
승혜 : 그런 고전도 다 만화로 읽으셨어요?
호태 : 만화 너무 우습게 보신다.
승혜 : (미소 짓고)
장소 바꿔서, 걸어가는.
호태 : (흥분한 느낌으로) 유방 아시나? 유방?
승혜 : (얼굴 붉히며) 네?
호태 : 아, 아니, (가슴 쪽 보면서) 그쪽이 아니고, 초한지에 나오는....
승혜 : 초한지 안 읽었는데.
호태 : 대학 나오셨다면서요?
승혜 : 비꼬지 마시고 그냥 얘기하세요.
호태 : (미소 짓고) 유방하고 항우가 한나라와 초나라 대표 선수들이거든요. 아 패왕별희 아시죠? 장국영이 나왔던.
승혜 : 그건 알죠.
호태 : 거기서 장국영이 하는 역할이 바로 우희예요. 항우 와이프 우미인이요. 장국영이 우미인으로 여장하고 마지막에 이렇게
(요상하게 오오하는 경극 흉내 내면서, 무릎 꿇고) 항우의 칼을 스스로 받고 죽어가거든요.
그게 치욕을 겪느니 사랑하는 사람 손에 죽겠다는 거거든요.
승혜 : 그런 거였어요?
호태 : 고전을 너무 모르시는구나.
승혜 : (흘겨보면)
장소 바꿔서, 앉아있는 호태와 승혜.
호태 : (차분한 분위기로) 세상 사람들은 유방이 항우의 초나라를 꺾고 통일을 하니까 유방이 이겼다고 생각하는데
고우영 선생님하고 전 아니예요.
승혜 : (보면)
호태 : 사내 인생이라는 게 그래요. 나라만 얻는다고 그게 다가 아니거든요. 항우는 진짜 사내예요.
우직하게 교활한 유방을 믿어주다가 끝내 당하거든요. 근데 항우는 마지막에 함께 죽어줄 진짜 사랑하는 여자
우미인이 있었거든요. 반면 유방은 어떠냐하면. 그 인간은 진짜 악처 만나서 맨날 바람만 피우다가 마누라한테
구박 엄청 당하거든요. 정이사님은 어떠세요?
승혜 : 네?
호태 : 정이사님도 전쟁에서 이긴 유방이 진짜 사내 같냐구요?
승혜 : (미소 짓는)
S#28. 씬. 승혜의 동네 길.(밤)
승혜, 호태 걸어오는.
승혜 : 저, 여기서 그만 가세요.
호태 : 왜요? 아직 더 가야하잖아요?
승혜 : 잠깐 어디 들를 때가 있어서.....
호태 : 아, 네. 그럼....가야겠네.
승혜 : 그럼.
호태 : (돌아서다가) 정이사님?
승혜 : (보면)
호태 : 오늘 즐거웠습니다. (그 말만 하고 부끄러워서 겅중겅중 뛰어가는)
승혜 : (미소 짓는)
S#29. 씬. 비디오 가게.(밤)
승혜, 패왕별희 고르는.
승혜 : (아르바이트 학생에게) 혹시.....초한지 있어요?
S#30. 씬. 승혜의 방.(밤)
승혜, 만화책 보면서 웃고 있는. 노크 소리.
승혜 : 네?
김비서 들어오는.
김비서 : 다녀왔습니다. (그러다 만화책 보고) 뭐....뭐하세요?
승혜 : 그냥요, 좀 심심해서....
김비서 : (의아하게 보면서) 이런 것도 보실 줄 아셨어요?
승혜 : 심심해서 빌려와봤는데 재미있네요.
김비서 : 여고생 때도 하이틴 만화 한편 안보셨잖아요?
승혜 : 그러게요. 제가 인생 정말 재미없게 살았죠?
S#31. 씬. 옥탑방.(밤)
호태, 차연 각자 영역에 누워있는.
차연 : 네 맞춤법 실력을 내가 모르냐? 너 위문 편지 쓴 것도 퇴짜 받은 거 내가 모르냐구?
호태 : 아, 오늘은 안 그렇다니까, 그 인간 사람 참 못믿네.
차연 : 이제 방송국에 소문 쫘하게 나겠지 뭐. 진차연이 아는 사람이 메일 쫙 보냈는데 웃기지도 않더라.
호태 : (커튼 벌컥 열며) 자라, 좀 자.
차연 : 야, 그건 내가 하는 거잖아? 이 자식이 요즘 왜 이렇게 무서운 게 없지.
S#32. 씬. 승혜의 방.(밤)
승혜, 패왕별희 비디오 보면서. 그 위로.
호태 : 사내 인생이라는 게 그래요. 나라만 얻는다고 그게 다가 아니거든요. 항우는 진짜 사내예요.
우직하게 교활한 유방을 믿어주다가 끝내 당하거든요. 근데 항우는 마지막에 함께 죽어줄 진짜 사랑하는 여자
우미인이 있었거든요.
S#33. 씬. 병실.(밤)
은우, 창가에 서있고, 동현 들어오는.
동현 : 링거 갈아야죠.
은우 : ....
동현 : 은우씨?
은우 : 거짓말이었던 거죠?
동현 : .....
은우 : 나 가지고 논 거.....아니죠?
동현 : 아니예요.
은우 : (돌아보면)
동현 : 나 겁 많은 놈이거든요. 지금까지 안전한 길로만 골라 다녔던 놈이거든요.
은우 : .....
동현 : 근데 이젠 좀 위험하게 살아봐야겠어요.
은우 : 무슨 말이예요?
동현 : 맨날 자살이나 시도하는 여자 옆에서 살려면 위험하지 않겠어요?
은우 : (멍하니 보는)
동현 : (다가서서 은우 어깨 잡는) 스릴은 있겠죠?
은우 : (울면서 보는)
동현 : (살며시 안는데)
유선, 들어오는.
유선 : (굳어지고)
S#34. 씬. 병원 복도.(밤)
동현, 걸어가면, 유선 따라오면서.
유선 : 신동현, 너 지금 뭔가 착각하는 거야. 동정하고 사랑하고 혼동하는 거 같은데.
동현 : (멈춰서며) 네가 보기엔 내가 그렇게 한심해 보이냐?
유선 : 너 하는 짓이 그래.
동현 : 네가 보기엔 그럴지 몰라도 난 내 자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자랑스럽다.
유선 : 너 정말 맛이 갔구나. 맛이 간 여자애랑 놀다보니까 너도 그런거니?
동현 : 너 말 함부로 하지마.
동주E : 신동현?
S#35. 씬. 병원 외부 일각.(밤)
동주, 앉아있고, 동현 그 옆에 서있는.
동주 : 정신에 좀 문제가 있는 친구라고 하던데.
동현 : 경계성 인격 장애야.
동주 : 병명이 뭐든 네 상대는 아니야.
동현 : 왜?
동주 : 왠지는 네가 더 잘알잖아?
동현 : 전형수님 동생이라서?
동주 : 물론 그게 전혀 걸리지 않는 건 아니지만, 그보다는 네가 평범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막 사는 건 나 하나로 족해.
동현 : 막 산 게 아니지. 형은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던 거잖아.
동주 : 그래, 아무도 사랑하지 않아서 결혼도 막 할 수 있었어. 결혼이라는 게 그렇드라. 사랑 같은 거 없이도 되드라구.
동현 : 그래서? 나도 그러라구? 마음은 다른 사람한테 있는데, 결혼은 다른 사람하고 하라구?
동주 : 너....결혼까지 할 생각이냐?
동현 : .....
동주 : 그런 거냐?
동현 : 그 여자 옆에 있을 방법이 그것 밖에 없잖아?
동주 : 네 인생을 걸겠다구?
동현 : 걸어야 한다면?
동주 : 그게 뭘 의미하는 줄 알기나 하냐? 네 인생 병자 뒷수발로 낭비한다는 뜻이야.
동현 : 내가 낭비라고 생각하지만 않으면 되는 거 아냐?
동주 : 어머니는?
동현 : ....
동주 : 너 어머니하고 맞설 자신 있냐?
동현 : .....
동주 : 넌 나하곤 다른 놈이잖냐?
동현 : .....
동주 : (일어나서 동현 어깨 툭 툭 치면서) 너 어머니하고 싸워서 못이겨. 그러니까 시작도 하지마. (걸어가는)
동현 : .....
S#36. 씬. 유경의 아파트 거실.(아침)
코디, 노트북 보고 있는.
코디 : 어. 어.....
유경, 방에서 하품 하며 나오는.
코디 : 어, 언니....
유경 : 왜그래?
코디 : 어, 언니.....어떡해요?
S#37. 씬. 승혜의 사무실.(낮)
승혜, 모니터 보면서 굳어지는. 서유경, 데뷔 전 남친과 동거까지....제목의 기사.
잠옷 바람으로 남자와 침대에서 웃고 있는 유경의 과거 사진.
김비서 들어오는.
승혜 : 김비서님이 하신 일인가요?
김비서 : 방법을 찾아보라고 하셨잖습니까?
승혜 : .....제가 실수 했군요.
김비서 : 뭐가 잘못 된 건가요?
승혜 : (모니터만 보면)
S#38. 씬. 연습실.(낮)
차연, 연습하고 있고, 호태, 핸드폰 중.
호태 : 행사 초대 가수도 괜찮은데.
명태, 뛰어들어오는.
호태 : 섭외 들어왔냐?
명태 : 그게 아니구요. 서유경이 걔 끝났어요.
호태 : 끝나다니?
S#39. 씬. 동주의 사무실.(낮)
동주, 직원1,2 수혁 앉아있는.
직원1 : C.F 계약건은 무산 되는 거 같습니다. 이상태론 영화 홍보에도 문제가 생길 거 같구.
동주 : ....
여비서, 들어오는.
여비서 : 서유경씨 전환데....
수혁 : 연결 안된다고 해요.
여비서 : 알겠습니다. (나가는)
직원2 : 기자들이 사실 확인 하자고 전화가 빗발치는데....
동주 : 본인한테 확인하라고 하세요.
직원1 : 회사에 손해가 클텐데 어떻게 무마 시켜야 할지.
동주 : 우린 아무 것도 안합니다. 서유경 본인의 사생활이니, 본인더러 무마를 시키든 확대를 시키든 알아서 하라고 하세요.
그만들 나가보세요. (일어서서 책상 앞으로 가는)
직원들 나가면, 수혁 다가오는.
수혁 : 버리고 가는 거냐?
동주 : 박사장 다른 꿍꿍이가 있어.
수혁 : 딴 소리 해?
동주 : 나하고 정승혜가 싸우는 틈을 이용해서 지가 앞에 나설 심산인 거 같다.
수혁 : 그럼 어떻게 되는 거냐? 삼파전이 되는 거 같은데....
동주 : 스타닉스에 연락해.
수혁 : 승혜씨한테?
동주 : 만나자고 약속 잡아봐라.
S#40. 씬. 승혜의 사무실.(낮)
승혜, 앉아있고, 그 앞에 김비서.
김비서 : 신동주 사장이 만나자고 연락을 해왔습니다.
승혜 : (보면)
김비서 : 극비리에 진행 시킨 일이지만 서유경에 관한 일을 알아낸 게 아닌가 싶습니다.
승혜 : .....
S#41. 씬. 호텔 레스토랑 룸 정도.(낮)
동주, 앉아있으면. 들어오는 승혜.
동주 : (일어서는)
승혜 : ....
동주 : 앉으시죠.
승혜 : (앉고)
동주 : (앉고) 왜 만나자고 했나 궁금하실텐데.
승혜 : 서유경에 관한 일은 아니겠죠?
동주 : (보고 씩 웃는) 제 발이 저리신가요?
승혜 : 지시를 한 적은 있었지만, 실행이 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동주 : 순순히 자백을 하시니 의외군요.
승혜 : 그 일 때문에 만나자고 하신 게 아닐테니까요?
동주 : (보다가 미소 짓는) 역시 상당히 뛰어나신 머리군요.
승혜 : 본론으로 들어가시죠.
동주 : 이번 한중일 합작 껀은 저희가 양보하죠.
승혜 : (보면)
동주 : 우리가 싸운다는 소문이 너무 퍼져서 말입니다. 이 놈 저놈 거저 먹겠다고 덤벼드는 거 보니 속이 뒤틀려서요.
승혜 : 정말 의외군요. 아무 것도 남는 게 없더라도 절 꺾으려고 혈안이 되실 줄 알았는데.
동주 : 저도 의외이긴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진차연씨와 헤어졌으니 당연히 지분 30퍼센트를 요구하실 줄 알았는데.....
승혜 :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 중이었습니다.
동주 : 묘한 말이군요.
승혜 : .....
동주 : 이번 건을 양보하는 걸로 30퍼센트의 지분 양도를 요구하지 않으셨으면 하는데......
승혜 : 정말 묘한 일이군요. 우리 둘만의 약속이 법적 효력이 없을 수도 있다는 걸 생각 못하실 분이 아닌데,
이렇게 순순히 양보를 하시니.....
동주 : 약간의 인사는 좀 해주셨으면 합니다.
승혜 : (보고)
동주 : 진차연씨 말입니다. 제 두 번째 처요.
승혜 : .....
동주 : 그쪽 소속 가수니 어련히 잘 알아서 하시겠습니까마는 좀 더 적극적으로 키워주시면 어떠시겠습니까?
승혜 : (서늘해지는) 이혼한 와이프들한테 선심 쓰는 걸 새로운 취미생활로 갖게 되신 건가요?
동주 : (소리 내 웃는) 역시 말재주는 녹슬지 않으셨군요. 저와 헤어지면 그 재주도 녹이슬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승혜 : 저한테는 30퍼센트의 지분 요구라는 약점이라도 잡혀있다고 하지만 진차연씨한테는 뭐죠?
동주 : .....
승혜 : 감정적인 건가요?
동주 : 무슨 말씀이신지.....
승혜 : 본인이 더 잘 아실텐데요?
동주 : 글쎄요. 전 다만 첫 번째 부인과 너무 표나게 차별을 하는 게 아닌가 마음에 걸려서요. 솔직히 말씀 드리면 위자료 한푼
못줘서 내보냈거든요. 아시다시피 좀 구질한 인생 아닙니까? 그 여자? 그래서 이참에 두 분께 다 선심이나 쓰자 그거죠.
승혜 : 많이 달라지셨군요.
동주 : 그런가요?
승혜 : 네. 아주 많이요.
동주 : (씩 웃는) 좋은 쪽으로 해석하겠습니다.
S#42. 씬. 길.(낮)
달리는 승혜의 차, 운전하고 있는 김비서.
김비서 : 무슨 일로 만나자고 한 건가요?
승혜 : .....
김비서 : .....
승혜 : 잠깐 세워주세요.
김비서 : .....
S#43. 씬. 공원 일각.(낮)
승혜, 앉아있는.
승혜 : (하늘을 올려다보며 허전한 미소를 짓는)
S#44. 씬. 동주의 사무실.(낮)
동주, 들어와서 웃옷을 벗어 거는. 여비서, 수혁 따라 들어오고.
여비서 : 서유경씨한테 계속 전화가 오는데....
동주 : 해외 출장 갔다고 해요.
여비서 : 알겠습니다. (나가고)
수혁 : 승혜씨와 무슨 일로 만난 거냐?
동주 : 내일이면 알게 될텐데 뭘 그렇게 궁금해하냐?
수혁 : 유경씨 일이었냐?
동주 : (보고) 정승혜가 머리가 좋긴 진짜 좋구나.
수혁 : 무슨 말이야?
동주 : 그건 좀 알아봤냐? 그 여자 사는데....
S#45. 씬. 유경의 아파트 거실.(낮)
유경, 서성이는. 울리는 전화벨.
코디 : (안절부절하며 유경을 보는)
유경 : 코드 빼버려.
코디 : 네, 언니. (코드 빼버리는. 노트북 보고) 어머, 어머, 너무 심하다.
유경 : (보면)
코디 : 악플들이 장난이 아니예요.
유경 : 그것도 좀 꺼버려.
코디 : 네. (얼른 노트북 덮고) 하필이면 이럴 때 신사장님은 해외 출장을 가시냐.
유경 : 서유경 이대로 끝나지 않아.
코디 : 그럼요, 언니, 언니가 누군대요. 그리고 신사장님이 힘만 써주시면 이정도 스캔들은 일주일이면 잠잠해질 거예요.
유경 : 나 절대 안 끝나, 절대. 스캔들이든 뭐든 결혼 해버리면 끝이야.
코디 : 맞아요. 결혼 하면 누가 뭐라고 하겠어요. 예전에 동거를 했던 결혼을 했던....
유경 : 입 못 닥치니.
S#46. 씬. 공원 일각.(밤)
승혜, 벤치에 앉아있는.
S#47. 씬. 방송국 내 로비.(밤)
호태, P.D 마주 앉아있는.
호태 : (놀란 표정으로) 정...정말이요?
P.D : ‘우리 사는 이야기’라고 다큐 프론데 본 적 있어요?
호태 : 본 적은 없는데.....
P.D : 시청률이 높은 프로는 아닌데....
호태 : 시청률이 높지 않으면 어떻습니까? 우리 차연이가 출연을 하는 게 중요하죠.
P.D : 60분물인데, 얘기가 두 개 나가요. 그중에 하나를 진차연씨 얘기로 가고 싶은데....
호태 : (P.D 손 덥썩 잡으며) 감독님. 감독님. 정말, 정말 고맙습니다. 제가요, 이 은혜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지금 제 심정은 머리칼을 뽑아서 신이라도 삼아 드리고 싶은...
P.D : (웃으며) 그런 신발을 요즘 어떻게 신어요?
호태 : (눈물까지 글썽이며 목이 메어서) 감독님. 정말....정말.....
P.D : 시청률도 높지 않은 프론데 뭘 이렇게 감격까지 하고 그래요? 사람 무안하게....
호태 : 제가 죽을 때까지 절대 이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제가 감독님을 위해서라면 목숨이라도.....
P.D : 아, 이 양반 참.
S#48. 씬. 방송국 앞.(밤)
호태, 팔로 눈물 쓱 닦으면서 걸어오는.
호태 :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며, 넙죽 고개 숙여 절하고) 진짜 너무 너무 고맙습니다. 이게 꿈이냐, 생시냐.
차연아. 우리같이 지지리 복도 없는 인간들한테 이게 날벼락같은 기적이라냐.
그러는데, 울리는 핸드폰.
호태 : (번호 들여다보면서) 누구지. 여보세요?
S#49. 씬. 공원 일각.(밤)
호태, 뛰어오는. 승혜 앉아있는.
호태 : (숨 헐떡이며) 이사님?
승혜 : (호태를 보며) 급한 일 아닌데, 왜 힘들게 뛰어와요?
호태 : 이 시간에 절 만나자고 하시니까 급한 일이겠거니 싶어서.....
승혜 : (미안한 표정으로) 그런 일 아닌데.
S#50. 씬. 술집.(밤)
스탠드 앞에 나란히 앉아있는 승혜, 호태.
승혜 : (술에 약간 취한 느낌으로) 옛날 애인이었던 남자의 친구와 결혼했거든요.
호태 : .....
승혜 : (피식 웃으며) 내가 배신을 해서 친구가 자살했다고 생각하는 남자와 사는 거...참 힘들더라구요. 그런데 처음엔 괜찮았어요.
나도 그 남자가 벌레보다 싫었으니까. 돈 때문에, 망하는 집안 건져보겠다고, 친구를 자살로 몰아넣은 여자와 결혼한
그 남자 무시하는 재미도 괜찮았어요. (술을 마시는)
호태 : (승혜 손잡으며) 너무 많이 마시는 거 같은데....
승혜 : (힘없이 웃으며 살며시 호태 손 뿌리치고 술잔을 입으로 가져가는) 그런데 사람 마음이라는 게 간사하드라구요.
어느날 부턴가.....아, 이 남자도 나만큼 불쌍하구나. 이 남자도 참 안됐구나, 그래지면서 자꾸 마음이 갔어요.
나한테 모질게 하는 것도 가여워 보이고. 저러면서 자신도 괴롭히는 거겠지.....
호태 : 그런데....왜 이혼을?
승혜 : (쓰게 미소 지으며) 그 남자가.....정말 못견뎌 했거든요. 그래서 장난삼아 저 정도 여자면 또 모르지 않겠냐구?
그러면 혹시 내가 진짜 이혼해줄지 아느냐구. 오만이었죠. 그 남자, 절대 그런 여자완 결혼할리 없는 남자였으니까....
그런데 정말 일이 그렇게 돼버렸어요. 그 남자, 정말 그 여자와 결혼하겠다고 일을 벌리드라구요. 그래서 좋다, 물러나주마.
내 마음을 할퀸 벌, 사랑하지 않는 여자와 살면서 받아봐라, 그랬죠. 나.....참 오만하죠?
호태 : 그냥 말하지 그랬어요? 난 너 미워하지 않는다구.
승혜 : (슬프게 미소 지으며) 난 오만한 인간이거든요. 그래서 지금 이렇게 벌을 받고 있는 거구.
호태 : 아직 못 잊으신 거잖아요?
승혜 : 사람들은 제가 이혼 당한 복수로 사업을 시작했다고 생각들 하죠. 처음엔 저도 그랬어요. 그런데.....진짜 마음은
그게 아니었던 건가봐요. 그냥.....이 일이라도 하면 그 남자와 가끔 부딪히지 않을까..... 그 남자 앞에서 아주 사라져주는 건
하기 싫으니까..... 복수라는 허울을 뒤집어쓰고서라도 그 남자한테 신경 쓰이게 하고 싶다.....
호태 : 그렇게 부딪힐 때마다.....더 아픈 건 승혜씨잖아요?
승혜 : (시선 돌려서 물끄러미 호태를 바라보는)
호태 : 왜 그런 바보같은 짓을 해요? 상처에 소금 뿌리는 것처럼 바보같은 짓이 어디 있어요? 그게 얼마나 쓰리고 아픈 건데.....
승혜 : 호태씨한테 전화 걸면서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지. 그랬어요. 왜 지금 이 사람을 찾는 거지. 이 사람이 뭐라고.....
그리고 여기 와서 구질구질한 얘기 주절주절 늘어놓으면서도 나 속으로 계속 같은 생각만 하고 있었어요.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호태 : 사람이 답답하면 얘길 해야죠.
승혜 : (미소 지으며) 그런데 이젠 알 거 같아요. 상처에 소금 뿌리는 바보짓을 왜 하냐고 말해줄 거 같았거든요.
그 말을 듣고 싶어서.....그 말을 들어야 할 거 같아서..... 그래야 끝날 거 같아서....
호태 : 그 전까지 얘긴 거의 다 이해했는데, 지금 말은 좀 어렵네요.
승혜 : 우리 나가요. (일어서는)
S#51. 씬. 한강 둔치.(밤)
승혜, 강을 향해 소리 지르고 있는.
승혜 : 아....아.....
호태 : 더 크게.
승혜 : (있는 힘껏) 아.....아.....
호태 : 그것만 하지 말고. 잘가라. 나쁜 놈아.
승혜 : (보면)
호태 : 어서요.
승혜 : 잘 가 라 나 쁜 놈 아.
호태 : 나같이 잘난 여자 몰라본 이 멍청한 놈아.
승혜 : (보면)
호태 : 어서요.
승혜 : (망설이다가) 나같이 잘난 여자 몰라본 이 멍청한 놈아.
호태 : 이제 나 다른 인생 살거다.
승혜 : 이제 나 다른 인생 살거다.
(그러고 있는 자신이 무안하기도 하고, 재미도 있는. 웃음이 쿡하고 터지는, 그러다가 웃음이 점점 커지는)
호태 : 이제 목은 풀었으니 몸도 풀어야죠.
승혜 : (보면)
S#52. 씬. 한강 둔치.(밤)
호태, 승혜 농구공 들고 열심히 뛰고 있는.
호태 : (공 던지면, 역시나 안들어가고)
승혜 : (박수 치면서) 노골, 노골.
호태 : 아, 저 선수 매너가 안 좋아요. 상대 선수의 실수를 너무 노골적으로 좋아하는 건 프로 선수답지 못하죠.
(그러면서 공을 잡으려고 하면)
승혜 : (얼른 공을 잡아 골대로 뛰어가는 힘껏 던지는데. 그물 안으로 쏙 빨려들어가는 공. 자신도 놀라서 멍하니 보고 있는)
호태 : 어. 어.....말도 안돼.
승혜 : (펄쩍 펄쩍 뛰며) 정승혜 선수, 골입니다, 골. 1대 0.
호태 : 농구는 한 골에 2점씩 이거든요.
승혜 : 2대 0. (팔까지 흔들며 신나하고)
호태 : (공 잡고) 여자라고 봐줬더니 안 되겠네. 이제 진짜 실력 나갑니다.
그 위로.
꼬마E : 아저씨?
호태 : (돌아보면)
꼬마1 : (10살 정도의 남자 아이, 1.2 서있고, 불만에 가득찬 표정으로) 공 주세요.
호태 : 조금만 나 한골만 넣고.....
꼬마1 : 아저씨 계속 공만 가지고 있지 못 넣잖아요. (홱하고 공 뺏어서 걸어가는)
호태 : 야, 야.
꼬마2 : 무슨 농구를 여자보다 못하냐?
꼬마1 : 키나 작으면 말도 안하겠다.
호태 : (인상 구겨지는)
승혜 : (다가와 호태 어깨 툭툭 치며) 키가 아깝네요.
S#53. 씬. 차연의 집 앞.(밤)
형호, 서있고. 검정 양복들 노래방 기계 들고 서있는. 차연,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차연 : 저희 집은 어떻게 아시고....
형호 : 그게 뭐 어려운 일이겠습니까?
차연 : 저건?
형호 : 아, 네. 가수신데 집에서도 연습을 하셔야 할 거 같아서....
최신 버전으로 하나 구입해 오긴 했는데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습니다.
두 사람 마주 서서 얘기하고 있는데. 멀리서 다가오는 동주의 차. 동주 운전하고 있는.
동주 : (두 사람을 보고, 차 멈추고, 라이트 끄는)
그 사이, 검정들 노래방 기계 올려다놓고 내려오는.
형호 : 저....어려운 부탁을 하나 해도 될까요?
차연 : 부탁이라면?
형호 : 저......기념 사진을 한 장....
차연, 형호 나란히 서고, 검정 1 카메라 들고.
검정1 : 형님, 치즈 하십쇼, 치즈.
형호 : 그냥 찍지....치즈.
검정1 : 죽입니다. (찍고, 다가와서) 저기.....
동주 : (그 모습을 지켜보며, 피식 웃는) 저 자식은 또 뭐야? 인기 좋네, 진차연.
그 사이, 검정들 차연을 둘러싸고 사진을 찍는. 어색한 표정의 차연.
형호 카메라 들고.
형호 : 똑바로들 서라. 너. 너, 차연씨 어깨에서 손 못내려.
검정2 : 네, 형님.
반듯한 자세로 서있는 검정들. 그 사이에 차연 서있고. 검정들 일제히 치....즈 하는.
S#54. 씬. 옥탑방.(밤)
차연, 놓여있는 노래방 기계 물끄러미 보는. 두리, 그 옆에.
두리 : 엄마, 그 아저씨들 누구야?
차연 : 응? 응. 엄마 팬분들이셔.
두리 : 와. 엄마 팬 아저씨들도 있네.
차연 : 그럼, 엄마 팬분들 얼마나 많은데....
두리 : (웃는)
시간 경과, 두리 잠들어 있고. 차연, 청소하고 있는.
차연 : 이 인간은 어디서 또 뭘하느라 아직도 안 기어들어와.
쓰레기통 열고. 쓰레기 담다가.
차연 : 쓰레기 봉투도 없네. 이호태, 살림 정말 이 따위로 할거지.
S#55. 씬. 차연의 집 앞.(밤)
동주, 차 운전석에 앉아 눈 감고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판에서 10억을 제안하던 순간, 멈춰서던 차연의 모습. 정원에서 물 뿌리며 즐거워하던 모습이 스치는.
그 위로, 차문 두드리는 소리.
동주 : (눈 뜨면)
차 옆에 서서 차 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차연.
동주 : (놀라서 얼른 표정 관리 하는)
차연 : (빤히 보고 있는)
동주 : (옷매무새 가다듬고 차에서 내리는)
차연 : 여기서 뭐하세요?
동주 : 운전하다 졸려서 잠깐.....
차연 : 운전하다 졸리면 집에 가서 자지 왜 남의 동네서 이러고 있냐구요?
동주 : 이 동네 다 샀나?
차연 : (빤히 보면서) 댁이 지금 여기 이러고 있는 진짜 이상해보이거든요.
동주 : 이 동네가 우리 동네 가는 길인 거 모르나?
차연 : 지금 그게 말이 되는 소리 같아요?
동주 : 그럼 내가 뭐 아주머니가 어디 사나 궁금해서 찾아라도 왔다는 거야? 뭐야?
차연 : 누가 그렇대요? 댁이 나 궁금해서 이 구질한 동네까지 찾아올 인간이냐구요? 그건 아닌 거 아는데, 그래도 이상하잖아요?
동주 : 저....저기.....할머님이....할머님이 아주머니 찾아라고 하도 성화를 부리셔서....
그래서 시간 나면 한번 들러서 노래 좀 해드리라구.....
차연 : 그럼 처음부터 그렇다고 하던지.
동주 : 내가 잠깐 잠이 들었다 깨서 정신이 없어서.....(말 계속 더듬는 느낌 으로)
차연 : 할머님, 뵈러 가도 된다구요?
동주 : 오래 사시지도 못하실 어른이신데 보고 싶다는 사람은 보게 해드려 손주 된 도리 아니겠습니까?
S#56. 씬. 차연의 집 동네 길.(밤)
택시 와서 멈추는, 호태, 승혜 차에서 내리는.
호태 : 제가 모셔다 드린다니까.
승혜 : 남자가 여자집까지 에스코트 해야 한다는 법이 어디 있어요?
호태 : 그래도 그게 그림이 더 나은데.
승혜 : 오늘은 호태씨 때문에 속이 후련해졌으니까 이런 식으로라도 고마움을 표시해야죠.
호태 : 하여간 배운 사람은 따지는 것도 이상한 쪽으로 따져요.
승혜 : 호태씨 집도 좀 알아봐둘겸.
호태 : 아, 이것도 직원 관리신가보네.
S#57. 씬. 차연의 집 앞.(밤)
동주, 차연 서있는.
차연 : 알았다니까요. 시간 내서 가보겠다구요.
동주 : 아니, 내 말은 내가 지금 병원에 갈거니까 같이 좀 가보자는 건데....
차연 : 지금은 안된다구요. 집도 비고....
동주 : (집 올려다보며) 아주머니 집에 뭐 들고 갈 거 많으세요?
차연 : (노려보는)
동주 : 왜요?
차연 : 아주머니 소리 좀 빼고 말하면 안돼요?
동주 : 그럼....여보 그럽니까? 아, 여보세요? 그러면 되겠네.
차연 : (입 모양으로 싸가지)
동주 : 무슨 말 하는지 다 알거든요.
차연 : 아, 글쎄 오늘은 안된다구요.
호태E : 차연아?
차연, 동주 돌아보면. 호태, 승혜와 서있는. 서로 마주선 네 사람의 모습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