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아산 정주영 현대 창업주의 13주기 기일을 하루 앞둔 20일 아산의 자손들이 서울 청운동 자택을 찾아 제사를 함께 지냈다. 사진 왼쪽부터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사진=김동민 기자 life@newsway.co.kr |
고 아산 정주영 현대 창업주의 13주기 기일을 하루 앞둔 20일 아산의 자손들이 한 자리에 모두 모였다.
장자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을 비롯한 아산의 자손들은 20일 오후 서울 청운동 자택에서 열린 제사에 참석한 뒤 오랜만에 회포를 풀었다. 아산의 자손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지난해 10월 정몽구 회장의 부인인 고 이정화 여사 기일 이후 5개월여 만이다.
이날 청운동 자택 주변에는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를 보였지만 자손들의 모임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아산의 아들과 손자들은 깔끔한 정장 차림을 하고 자택을 찾았고 며느리들은 흰색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나타났다.
아산의 자손 중 가장 먼저 청운동 자택을 찾은 사람은 장손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었다. 매년 아산의 기일 제사 때마다 가장 먼저 청운동 자택에 모습을 드러냈던 정 부회장은 오후 6시 10분께 에쿠스 승용차를 타고 자택에 들어섰다.
이후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사장과 정문선 현대비앤지스틸 전무 형제,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정몽진 KCC 회장 등이 자택을 찾았다.
오후 6시 45분께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이 자택 앞에 들어서자 40여명의 취재진들은 일제히 정 의원에게 몰려들었다. 정 의원은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한 상황이다.
올해도 현대가 형제 중 유일하게 취재진에게 자신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힌 정 의원은 “우리 가족은 원래 제사 때 당면 현안에 대한 얘기를 잘 안하는 편”이라고 말한 뒤 “오늘은 아버지 제삿날이고 가족을 위한 날인만큼 정치적 얘기는 하지 않겠다”고 전했다.
정 의원 소유의 현대중공업 지분을 형제들에게 백지 신탁할 것인가를 묻는 질문에는 “오늘은 그런 얘기를 할 생각이 없다”며 “오늘은 제사를 지낸 후 가족들과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1년여 앞으로 다가온 아산의 탄생 100주년(2015년 11월 25일) 기념행사에 대해서는 아산의 2세 형제들끼리 뜻을 모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언론에서 우리 가족을 ‘범 현대가’라고 자꾸 부르는데 그보다는 그냥 가족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운을 띄운 뒤 “내년은 아버지가 탄생한 지 100번째 되는 해인만큼 가족들이 모두 모여 뜻을 함께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의원이 들어간 직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오후 6시 50분께 자택을 찾았고 이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오후 6시 55분께 등장했다. 가장 늦게 청운동 자택을 찾은 사람은 정몽구 회장의 막내사위인 신성재 현대하이스코 사장으로 오후 7시 5분께 도착했다.
이날 청운동 자택을 찾은 모든 가족들은 현대·기아차의 차를 타고 방문했다. 에쿠스와 제네시스가 주류를 이뤘고 미니밴 카니발과 대형 SUV 모하비의 모습도 자주 눈에 띄었다.
정몽구 회장은 지난해 제사 때 기아차 K9을 타고 청운동 자택을 찾았지만 올해는 현대차 신형 제네시스를 이용했다. 정 회장은 최근 외부 행사에 참석할 때는 K9보다 신형 제네시스를 더 자주 타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한편 정몽구 회장을 비롯한 범 현대가 형제들과 주요 계열사 임직원들은 아산의 기일인 21일 오전 경기 하남시 창우리 선영을 참배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현대그룹 임직원은 하루 빠른 20일 오전 창우리 선영을 참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백현 기자 andrew.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