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 40분에 출발이에요."
20분전부터 화장을 고치고, 뭘 입을까 고민을 하고, 향수장 앞에서 요걸 집었다 저걸 집었다....
근데 이 아줌마는 35분이 되어서야 일어서더니
"편한 옷 입으면 되지?."
"엄마, 이쁜 걸로 입어."
"별 시집을 다 살아! 됐냐?"
"캐시미어 머플러 두르면 더 이쁘겠당."
"이 밤에 영화 하나 보러가는데 이렇게나 챙겨입고...굼시렁굼시렁.."
6관 F열 17, 18에 자리를 잡고
"엄마, 팝콘 먹어야 돼? 삼대구년만에 보는 영화인데 오징어도 사올까?"
눈을 살짝 흘기시더니
"목말라."
"어이구, 절대 거절 안하네."
실미도,
마지막에 포도알같은 눈물방울때메 아주 난감했는데
불이 켜지고 엄마 얼굴을 보니 난리벚꽃장.
"엄마, 뭔 일 있어?"
"아니."
"그저 영화때메 그렇게 얼굴이 붓도록 울었다고?
실연이라도 해서 괜한 영화에 감정 실은게 아니고??"
"칫~ 갖구 놀아라."
12시가 훨씬 넘은 깊은 밤에 그냥 집에 가자는 엄마말을 못들은척 하고
시끌벅적한 Bar에 들어섰다.
엄마는 '준벅'을 난 '샌프란시스코'를 한잔씩 주문하고
어깨를 끌어안고 귓가에 대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가며 옛날을 얘기했다.
"엄마, 나도 저렇게 몇명이서 똑같이 춤추고 싶어!"
"나도 그래!!!"
우리는 배를 잡고 깔깔거리며 라이브 그룹의 몸짓을 흉내내고 웃고 떠들었다.
근데 그 한타임의 공연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정아, 그만 가자."
"안가!"
"너야 내일 걱정 안해도 되지만 엄마 내일 일찍부터 바빠.
설이 내일모렌데 어시장에도 한번 더 가야하고, 곰탕거리 사다논것도 우려내야 하고...."
"아.줌.마. 가요 가!"
엄마가 내 외투를 입혀주며 엉덩이를 톡톡 두들긴다.
한겨울 새벽 밤공기가 3월처럼 곱다.
벚꽃 피면 좋겠다 했더니 엄마도 그렇단다.
꽃비 내리는 길에서 인라인타고 싶댔더니 나도 올핸 시작해볼까 하며 살짝 웃으신다.
고요하고 포근하고 깊은 밤에
[존 바에즈]의 [The river in the pines]가 차안을 촘촘히 매운다.
엄마가 미동도 않고 듣고 있다가 깊은 숨을 쉰다.
이 가수 이름이 뭐냐고,
어찌 이런 목소리가 다 있냐고.....
날 얼만큼 사랑하냐고 물었더니 이 세상 그 무엇과도 안바꾼단다.
나 죽음 따라 죽을꺼냐 했더니 살아있어도 살아있는게 아닐꺼랜다.
.
.
.
.
.
엄마,
우리 엄마.
사랑하는 우리 엄마.
첫댓글 나이 들어도 우리 딸이랑 예쁜 데이트 하고 싶어요. 지금은 눈만 마주치면 싸우는 중. 컴퓨터 자리 싸움. 책상정리, 옷 정리 싸움....에휴~ 빨리 개학해야지 ㅡ.ㅡ
엄마랑 친구처럼 지내시는군요~ 좋겠당...난 엄마보러 한달에 두번가는데...것두 잠깐....ㅠㅠ
멋진 모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