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은 나물로, 꽃에서는 꿀을 얻고, 씨앗으로는 기름을 짠다. 그래서 버릴 것이 없다. 눈이 부실 정도로 샛노란 꽃은 이른 봄의 황량한 들녁과 도로변에 생동감을 불어 넣는다. 누구나 다 아는 유채와 유채꽃 이야기이다.
유채는 꽃잎이 넉장인 십자화과 중에서도 배추(Brassica) 집안의 멤버인데, 자연상태에서 배추와 양배추간 혼인으로 탄생했다. 우장춘 박사의 "삼각형 이론"으로 설명되는 이른바 "종속간 교잡"이며, 중매쟁이는 사람이 아니라 벌과 나비이다. 동일한 이론에 의한 교잡종의 사례는 또 있다. 갓과 배무채이다. 갓은 배추와 흑겨자, 배무채는 무와 양배추의 속간교잡으로 태어났다.
잎을 식용하는 쌈채소인 부모에 비해 유채는 추대(꽃대올리기)가 너무 빠르고 잎을 수확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아 꽃에 무게가 더 실린다. 파종후 두달 남짓이면 꽃이 피고, 채소꽃으로는 드물게 개화기간도 한 달 가량이나 된다. 꽃이 풍성한 펀이라 당연히 씨앗도 많이 맺힌...다. 유채꽃 씨앗을 짜서 추출한 기름을 "카놀라유(Canola Oil)"이라고 부르는데, 식용유 중에서는 고급으로 친다. 카놀라 기름은 바이오연료로도 활용되는데 효율이 꽤 높다고 한다.
그런데 올 여름 때 아니게 봄꽃 유채가 언론에서 화제가 되며 떠들썩한 적이 있었다. 유전자변형이 된 씨앗이 중국에서 대량으로 수입되어 전국 각지로 유통되었기 때문이다. 제초제에 잘 견디도록 유전자가 조작되었다는 것이다. 급기야 정부에서 조사에 나서 모든 유채밭을 갈아 엎는 해프닝이 있었다. 이른바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s)" 신드롬이다.
육종(育種)에 의한 전통적인 품종개량과 GMO에 의한 그것이 다른 점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시간의 순리"에 관한 이슈이다. 다시말해 사람에 의한 인위적인 조작(인공수정 vs 유전자결합)이라는 측면에서는 유사하지만 결과를 만들어내는 방법에서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대상 동식물의 라이프사이클에 맡겨 놓고 원하는 유전형질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것이 정통육종 방법이라면, 시간의 순리를 건너뛰며 꼭 필요한 유전자를 원하는 때에 만들어 내는 것이 GMO이다.
GMO 신드롬을 들여다 보면 두가지가 혼재되어 있다. 하나는 먹거리의 안정성에 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예기치 못한 종의 탄생으로 생태계 파괴에 대한 우려이다. 전자는 엄격한 법과 규제에 의해 통제를 할 수 있지만, 후자는 인간의 실수나 고의에 의해 발생할 수 있어 사실상 완벽한 통제가 불가능하다. 흡사 악성해커들에 의한 컴퓨터 바이러스처럼…하지만 언론에서조차 "GMO=방사능오염"으로 확대 해석해 선정적인 기사를 내보내어 국가 검역체계의 근간 자체를 흔들어 놓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
대부분의 잎채소들이 그러하듯이 유채 또한 두해살이다. 파종한 첫해에는 성장만 하고, 이듬해에 개화와 결실을 하고 생을 마감한다. 채소꽃이 어떻게 생겼는지가 생소한 이유는 개화와 결실 이전에 먹거리로 먹어 치우기 때문이다. ^^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지만 유채는 내한성이 그리 강하지는 못해 주로 남부지방에서 봄작물로 재배해 왔으며, 가을에 파종해서 월동을 시키면 이듬해에 3월~4월에 일찍 개화하고 꽃도 더 풍성하다. 하지만 중부지방에서는 겨울파종이나 이른봄에 파종을 해도 한달가량 늦은 5월경에 개화하기 때문에 지방마다 꽃축제 시기에 맞추기도 한다. 씨앗이 떨어져 자연발아를 잘 하기 때문에 한번 화단을 조성해 놓으면 해마다 꽃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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