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 장편소설 <손님>을 읽고 - 윤리교육과 박수연 -
1970년대 사실주의의 대표적인 작가였던 황석영의 작품이기에 읽기 전부터 마음이 부풀어 기대를 품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황석영의 <손님>이라는 책은 꾸며낸 이야기라고만 여기기에는 너무도 우리 과거의 역사적 사실과 닿아있었기 때문에 소설임을 잊을 뻔 했지만 아마도 황석영 작가는 소설을 통해 지우고 싶은, 우리에게 과오가 되어버린 과거를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책에서는 형의 죽음과 관련하여 지난 과거를 회상해가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는데 이데올로기의 대립 속에서 겪는 인간의 다양한 모습들을 통해서 생각해 볼 문제가 매우 많은 걸 알 수 있었다. 우리 민족의 수난이라고 할 수 있는 6.25가 어떻게 발발되었고 그 속에서 이데올로기가 인간관계마저 해치게 되는 하나의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이런 면도 이데올로기의 간과할 수 없는 특징이 아닌 가 생각해보았다. ‘손님’은 미국에 살고 있는 류요섭 목사가 방북 사흘 전 숨을 거둔 형 류요한 장로의 뼛조각을 품에 넣고 고향 방문단의 일행으로 북한을 찾는 이야기이다. 류요섭 목사의 방북길에 망자가 된 형과 그가 죽였던 사람들의 헛것이 나타나서 50여년 전에 있었던 일들을 풀어간다. 이 책을 읽으면서 놀라웠던 점은 신천양민대학살이 동족상잔의 비극이라는 점이다. 물론 이 사건 이후에 일어나는 한국전쟁이 이보다 더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간 동족상잔의 비극이긴 하지만 어제까지 아무 일 없이 평화롭게 지냈던 이웃끼리 총을 겨눈다는 것은 나에게 충격을 주었다. 무엇이 이러한 비극을 불러 일으켰단 말인가? 작가는 그 답을 이 책의 제목인 ‘손님’으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 조상이 천연두를 서양 병으로 파악하고 이를 막아보고자 손님으로 명명하고 굿을 했다는 것에서 착안 했다고 한다. 더 본질적인 것은 여기서 ‘손님’이란 이 땅에 언제부턴가 손님으로 찾아와 주인의 행세를 하고 있는 기독교와 맑시즘 그리고 그들 아래에서 주인의 주체성을 잃어버리고 손님의 눈치를 보기에 여념이 없는 우리의 슬픈 현실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기독교를 통하여 고향 땅에 민주주의를 실천하겠다는 사람들, 공산주의를 통해 참된 평등을 실천하겠다는 사람들 간의 갈등은 결국 광기와 폭력을 낳고야 만다. 이러한 사건들을 통해서 우리는 오늘날의 분단된 현실의 의미와 그 아픔으로 하여금 다가서게 한다.
글로벌 시대, 북한과의 비교적 평화적 상태, 한국전쟁이 발발한 것도 이제는 머나먼 옛날 이야기로 깊은 곳에 묻혀버려서 잊고 싶고, 잊고 있던 과거에 대한 아픈 기억, 그리고 인간성에 대한 비극을 다시 한 번 깨우치게 하고, 이제 더 이상 우리는 이 땅의 손님이 아닌 주인으로 바르고 정당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첫댓글 한 문단에 모든 내용을 담으려 하지 마세요. 답답하게 보입니다. 읽는이가 질려 버려요. 글을 씀이 읽히기 위해서라면 읽는이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여야겠지요. 읽는이도 생각하는 그런 댓글이 되게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