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이 생계형 고물상까지 진출했다. 상위계층 10%가 전체소득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경제구조에서 대기업이 영세 재활용시장의 고물상까지 진출해 소상공인의 삶과 서민 생계 기반이 무너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대기업들이 도시광산산업 이란 이름으로 재활용업(고물상)에 진출하고 있다. 또 대기업들이 거대자본으로 국내 M&A를 통해 도시광산업계로 진출하기 위해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자본력과 인프라를 갖춘 기존 중소기업들도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산업 전체적으로 도시광산은 붐이 일고 있지만 이로 인해 대기업과 영세업자들 경쟁심화에 따른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 예로 LS니꼬동제련은 2008년 토리컴을 시작으로 리씨이텍코리아, 화창등 도시광산기업을 인수했으며, 토리콤은 폐자원에서 금, 은, 백금 등을 추출하고있고 화창은 폐배터리에서 순연, 경연을 뽑아내고 있다. 또한 포스코의 비철금속 사업 담당분야의 포스코엠텍도 도시광산업체인 리코금속을 인수했으며, 현재 삼성물산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한화 S&C도 주력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폐자재나 부산물에서 자원을 추출하기 위해 도시광산 분야에 진출 할 채비를 갖추고 진출하고 있다고 한다.
한 노인이 후암동에 위치한 고물상으로 수거한 폐지를 팔기위해 가고 있다.ⓒ이승빈 기자
정부도 황금알 낳는 시장에 동참해
정부도 도시광산사업 육성에 함께 동참 하고 있다. 2009년 지식경제부를 주축으로 6개 부처 합동으로 ‘숨은 금속자원 찾기 프로젝트’를 통해 2014년까지 800억원의 연구개발(R&D)비를 지원하고 있다. 당시 지경부에 따르면 국내에 있는 폐전기, 전자제품과 폐기된 자동차, 산업폐기물 등에서 재활용 할 수 있는 금속의 가치가 47조원으로 추산된다. 황금알을 낳는 거대한 시장이다.
환경부는 폐기물관리법으로 재활용업체에서 기존에 취급하였던 도시광산의 핵심품목인 구리(동)와 폐가전 중 폐전선(구리)과 폐가전 등을 취급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재활용업체가 취급하면 불법이라 규정하고 있는데, 이유는 폐냉장고나 폐가전은 해체해 유가성만 편취하고 나머지는 무단방치해 프레온가스와 중금속을 유발시키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때문에 한국전자산업환경협회와 일부 업체에서만 독점 취급하도록 하고 있다.
그 예로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 Extended Product Responsibility)를 들수 있다. EPR은 제품 생산자나 포장재를 이용한 제품의 생산자에게 그 제품이나 포장재의 폐자원에 대해 일정량의 재활용의무를 부여해 재활용을 분담하게 하고(재활용분담금),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재활용에 소요되는 비용 이상의 재활용부과금을 생산자(대기업)에게 부과하는 제도이다. 생산자가 지불하는 재활용분담금은 제품가격에 포함돼 사실상 그 비용을 최종 소비자가 부담하고 있다. 이렇게 모여진 분담금은 공제조합이 관리하는데 그 중 폐가전의 경우 전자산업환경협회가 삼성·LG 등 제조·판매사로부터 가전제품 가격에 포함된 재활용분담금(작년기준 53억원)을 받아 재활용업체의 처리비용을 교부하는 공제조합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곳이다.
여기서 문제는 소비자가 가전제품을 구매하면서 부담한 재활용분담금이 협회를 통해 특정 재활용업체로 흘러간다는 것이다. 이들 특정업체는 협회가 자금을 투자한 한국전자제품자원순환센터와 제주·나래·케이·호남권·영천리사이클링센터 6곳과 대기업인 삼성전자 직영의 에이리사이클링센터, LG전자 직영의 칠서리사이클링센터 등 모두 8곳으로 폐가전 재활용 수거량의 74%를 처리하고 있다.
고물상 한 켠에 고철이 산을 이루고 있다. 지난 봄에 사들인 고철은 가격 폭락으로 인해 애물단지가 돼 버렸다.ⓒ민중의소리
대기업과 공무원의 카르텔
얼마 전 새정치민주연합 김경협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전자산업협회는 삼성·LG 등 기업으로부터 가전제품 가격에 포함된 재활용분담금을 받아 재활용 업체의 처리 실적에 따라 분담금을 교부한다. 협회는 이런 역할을 담당하면서도 특정 재활용업체에 자금을 투자하고 업체에 처리 물량을 몰아줘 소비자들이 내는 재활용 분담금을 대기업이 독식하고 있다. 이는 환경부 공무원들이 유착된 ‘관피아 사슬’이 연결돼 환경부가 전자산업환경협회에 대한 관리감독을 방기하고 뒤에서 봐줬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환경부의 현직 A 과장은 지난 2월부터 전자산업협회 등기 이사로 활동하고 또한 협회가 전.현직 환경부 공무원들과 카르텔을 형성했다.
소비자가 생산자에게 선지불한 환경분담금이 포함된 폐가전을 재활용업체에서 취급 못하게 불법이라 하고 그것도 모자라 정부 부처가 개입해 협회에서 무상으로 처리토록 하고 재활용분담금을 재활용업체에 돌려주지 않는 것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가?
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환경 오염과 재활용시장의 유통구조 문제를 정부가 개입해 대기업중심으로 이끌어 가려고 하는 것일까? 전국에 영세 재활용 관련 종사자가 200만명이다. 정부가 다 해주지 못하는 복지혜택 사각지대에서 몇 천원을 벌기 위해 일하는 공간이다. 지역을 거점으로 파지 줍는 노인들, 차상위 계층들이 함께 삶을 영위하는 생존의 마지막 공간을 규제로 파괴해야 할까? 박근혜 정부는 규제개혁에서 어떤 것을 규제하고 어떤 것을 개혁해야 하는지, 또 무엇이 반드시 제거해야 할 암덩어리 인지 잘 진단하여 서민이 아파하는 손톱 밑의 가시를 뽑아 주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