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비 백반으로 단백질보충을 하러 나갔다가 어찌나 춥던지 종종걸음을
하고 들어왔어요. 담배만 피워도 좋을 것 같더니만 밥먹으러 나가는 것도
슬슬 성가시게 느껴지고 있습니다. 시간 죽이는 데는 영화만한 것도 없어서
넷플릭스를 뒤져 주구장창 영화를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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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모로 병원과 교도소는 닮은꼴이 많습니다. '응쌍팔'을 보려다가 강하늘
'인사이더'를 흥미진진 하게 보고 있습니다. 교도소가 거대한 도박판입니다.
재소자들은 1부, 2부, 3부 리그로 나뉘어 도박을 하고, 교도관들은 스폰서가
되어 뒷돈을 대고 딴 돈을 뜯어갑니다. 소장은 외부에서 도박을 하려는 이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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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려와 도박판을 벌이고, 보안과장조차 이 도박판에 스폰서가 되어 큰돈을
벌어가는 막장 공간입니다. 이곳에는 VIP들만 찾아오는 ‘신선동’이라는
비밀공간이 있어요. 교도소 안의 건물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완전히 다른
이질적인 공간입니다. 아주 많이 비현실적이어도 스펙터클한 액션이 몰입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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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입니다. 허구인지 다 알면서도 빠져든다 이말입니다. 바로 ‘장르적 개연성’
때문이라고 하더이다. 우리는 이미 도박이나 교도소가 등장하는 장르물들을
접한 바 있고 그래서 그런 장르들이 보여줬던 긴박감 넘치는 이야기들을
하나의 재미로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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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더'는 이 두 소재의 장르를 하나로 묶어내 색다른 색깔을 만들었어요.
'타짜'같은 영화를 통해 익숙해진 것처럼 '인사이더'가 보여주는 교도소 도박판
리그에 뛰어든 강하늘이 3부 리그에서부터 2부 리그로 그리고 1부 리그로 올라
가는 드라마틱한 이야기는 이 드라마가 제시해놓은 하나의 세계관 같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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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 현실성을 따지기보다 그런 것이 있을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이야기
흐름에 동승하면 때론 무너지고 때론 이기는 그 승패의 세계 속에서 짜릿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특히나 저같은 꽈배기들은 내가 강하늘이 되어 지금의
처지를 잊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아요. 여기서 중요해지는 건 그 세계관을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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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듯하게 보이게 만드는 인물입니다. 김요한이 처한 절실한 상황이 그 세계
관을 믿고 싶게 만드는 것 같아요. 본래 사법연수생이던 그는 도박판을 운영하는
이들과 결탁되어 있는 검찰 내 부패세력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언더커버로 조직
속에 들어갔지만 뒷배가 되어주던 사법연수원장 노영국(유재명)이 저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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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해당하고, 그를 돕던 목진형(김상호)은 제 살길을 위해 수사 자료를 지워
버림으로써 김요한과의 고리를 끊어버립니다. 결국 수사를 위해 감옥까지 가게
된 김요한이지만 그는 더 이상 언더커버 수사를 하는 인물이 아닌 그저 도박으로
감옥에 온 범죄자가 되고, 의지해왔던 유일한 피붙이인 할머니 신달수(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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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저 누군가에 의해 살해됩니다. 그리고 그는 이 일이 대검찰청 홍상욱(박성근)
부장과 그의 아들인 중앙지검 홍재선(강신효) 검사 그리고 윤병욱(허성태)
대검찰청 부장과 연루되어 있다는 걸 눈치 챕니다. 목진형이 짠 판이지만,
그마저 엎어버리려는 판에 홀로 남겨진 김요한은 이제 저 스스로 힘을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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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내에서 입지를 만들어야 하고 그걸로 자신과 할머니를 그렇게 만든 이들
에게 복수해야하며 궁극적으로는 검찰 내부의 부패세력들을 척결해야 합니다.
저들이 판을 엎으려 하지만 자신이 끝내지 않는 한 판은 엎을 수 없다고 선언합니다.
'홀덤 팝'의 인기에 인사이더가 일조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드라마를 보고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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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가지 위험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교도소지만 강에게 도움을 주는 인물들이
생겨요. 도박으로 교도소를 평정한 장선오(강영석)는 김요한이 대적해야할 인물처럼
보였지만 어딘가 그를 돕고 있는 반전을 보여주고, 비밀도박판에서 만났던 오수연
(이유영) 역시 그저 밤업소 마담 그 이상의 어떤 사연을 숨기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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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석 이놈아도 죽여주는 사이코패스입니다. 아직은 회차가 10회 이상 남아있지만
느와르는 소름돋는 악당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하여튼 그들이 꾸미고 있는 모종의
일들에 강하늘은 마치 장기판 말처럼 앞세워질 가능성이 높아져보입니다. 김요한
이라는 인물에 부여된 부글부글 끓는 복수심과 엇나간 삶을 제자리로 돌려놓으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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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욕망은 '인사이더'가 가진 비현실적이지만 믿고 싶은 장르적 개연성이 될 것
입니다. 위기 상황에 계속 놓이지만 그때마다 그걸 뛰어 넘기를 바라게 되고 그를
돕는 이들이 나타나기를 기대하게 만들지요. 강하늘의 연기 변신은 그간 해왔던
순둥이 이미지를 여지없이 깼다는 점에서 더 큰 반전의 카타르시스로 시청자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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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레옹 헤어가 강동원 보다는 낫고 조인성을 버금가는
포스트 김래원 정도로 보입니다. 방장(최무성) 등판 문신을 누가 분장을 했는지
아우라 끝판 왕입니다. 가만 보니 화상 위에 새긴 병풍이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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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바뀌지 않아"
"신념이란 게 우리를 바른 길로 안내하기도 하지만 때론 위험한 곳으로
보내 버리기도 해"
"너무 벼랑 끝에 서서 악다구니 쓰지마라. 사람이 싸우다 죽는 게 아니라
그 벼랑 끝에서 싸워서 죽는기라"
"살아있는 한 한 판은 끝나지 않는다"
"군자의 복수는 10년이 걸려도 늦지 않아"
2023.11.17.fri.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