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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약, 알고 복용합시다
'감기치료제는 없다' 는 말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감기에 걸렸을 때 약국을 가는 이유는 무엇이며 병원을 찾아 주사를 맞는 이유는 무엇인가? 특히 '기침감기, 코감기, 몸감기 한방에 아웃!' 이라며 큰소리 땅땅치며 그 효과를 뽐내는 '제약회사의 광고는 다 무엇이라는 말인가' 라고 항변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우리가 흔히 먹는 감기약은 치료제라기보다는 기침, 고열, 통증 등을 억제시켜 몸을 안정시키는데 도움을 줌으로써 감기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저항력을 키워 주는 약이다. 몸이 안정되고 감기에 대한 면역능력이 생기면 몸은 스스로 바이러스를 극복할 수 있다. 결국 감기약은 지원병이 아니라 바이러스와 싸우다 지친 몸 구석구석 면역병을 치료하는 의병대라고 하는 것이 맞는 표현일 것이다.
그럼 감기약은 그런 역할을 어떻게 수행하는 것일까? 이것은 감기약의 성분을 분석해 보면 알 수 있다. 감기약의 주요 성분은 콧물을 멈추게 하는 「항히스타민제」, 열을 내리게 하는 「해열제」, 통증을 덜어주는 「진통제」, 가래를 없애주는 「진해거담제」 등 증상을 완화시키는 것들이다.
감기에 걸리면 동반되는 증상 중에 하나가 기침. 오랜 기침, 특히 가래가 나오지 않으면서 숨이 넘어갈 정도로 심한 기침은 천식, 편도선염 등의 합병증으로 발전할 우려가 높다. 따라서 기침을 멈추게 하는 진해제를 사용하여 증상을 완화시키고 합병증을 막는 것이다.
하지만 기침이 나온다고 백이면 백 진해제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기침은 기관지점막의 가래를 배출하는 생리기능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래가 나올 때는 무조건 가래와 기침을 멈추게 하는 진해제를 사용하는 것은 현명한 방법이 아니다. 오히려 가래의 배출을 원활하게 하는 거담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감기 중에 가장 성가시고 귀찮은 감기, 더러운 감기의 대명사는 코감기다. 하루종일 두루마리 화장지를 들고 다니면서 시시때때로 콧물을 빼주어야 하는 탓이다. 이렇게 콧물을 유도하는 물질을 「히스타민」이라고 하는데, 이 히스타민의 작용을 억제하는 것이 항히스타민이다.
따라서 콧물이 날 경우에는 항히스타민제를 사용한다. 하지만 항히스타민이 가지고 있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으니 바로 졸음과 권태감, 무기력감을 동반한다는 것. 감기약을 먹었을 때 졸립고 나른한 것은 감기약에 수면제가 들어있어서가 아니라 이 항히스타민의 반응에 걸려들었기 때문이다.
감기약 먹고 푹 자는 것만큼 좋은 것도 없지만 만사 제쳐놓고 잠만 잘 수는 없는 일. 특히 운전기사나 기계를 만지는 직업을 가진 이들에게 이러한 현상은 목숨을 위협할 정도로 위험하다. 그래서 요즘에는 졸린 증상이 없는 항히스타민제가 나오고 있기도 하다. 만약 약을 먹고 바로 잠을 잘 상황이 아니라면 꼭 '졸리지 않은 항히스타민으로 처방해 주세요' 하고 말하면 된다.
종합감기약=만병통치약(?)
'걸렸다 싶을 땐 ○○제약 △△시럽' '초기감기 완전박살!' 이라는 광고로 앞다투어 종합감기약을 선전한다.
종합감기약은 콧물을 제거하는 항히스타민제, 가래와 기침을 없애는 진해거담제, 열을 내리는 해열제 등을 적절히 배합한 형태. 물론 회사제품에 따라 배합의 양이나 정도가 약간씩 다르다. 이는 어린이가 있는 집에 놀러갈 때 사들고 가는 종합선물세트와 비슷하다. 안에는 과자, 사탕, 껌 등이 들어있지만 롯데, 크라운, 해태 등 회사에 따라 내용물과 양은 조금씩 차이가 난다. 종합감기약 역시 모든 성분을 적절히 포함하고 있으나 어느 회사제품이냐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약국에서는 몸살에는 종합감기약이나 한약성분의 드링크제를, 콧물이나 재채기가 나는 경우에는 항히스타민이 함유돼 있는 알약, 캡슐제, 시럽 등을 권하고 있다.
시럽으로는 동아제약 「판피린 에프」, 동화약품 「판콜 에스」, 종근당의 「나이킨」이 대표적. 알약 및 캡슐제로는 삼일제약 「액티피드」, 유한양행 「콘택 600」, 고려제약 「하벤」, 한일약품 「화이투벤」, 중외제약 「화콜」 등이 잘 알려져 있다.
한약성분의 드링크제는 쌍화탕과 갈근탕을 기본으로 처방을 다소 변형한 광동제약 「광쌍탕」, 조선무약 「쌍감탕」 등이 대표적이다. 졸림증을 피하려면 유한양행 「클라리틴」, 보령제약 「에바스틴」 등이 권장된다.
감기는 원래 종합적인 증상을 가지고 있는 병이기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종합감기약은 경제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콧물만 난다거나 기침만 나는 감기의 경우에는 필요 없는 약까지 덤으로 먹는 셈이 된다. 특히 요즘에는 병원을 들러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의약분업의 사각지대에 있는 종합감기약을 사 먹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증상과 상관없이 복용하는 이러한 행동은 오히려 병을 키우거나 부작용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 종합감기약을 복용하더라도 약사와 상의한 뒤 복용하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초기에 약을 먹어라(?)
신혼에는 남편이나 아내를, 애완동물을 키울 때는 초장부터 잡아야 나쁜 버릇을 뿌리뽑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이런 사고에서인지 감기 역시 초장에 잡아야 한다는 사람들이 많다. 몸이 으슬으슬 춥고, 온 몸에 힘이 빠지고, 머리가 아픈 감기 초기 증상이 나타나면 무조건 콘택 600과 광쌍탕을 찾아다니는 것이다. 하지만 감기에 있어서 이러한 공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요, 때는 늦었다는 것이다.
몸이 증상을 조금이라도 느낄 때는 이미 바이러스가 침투하여 증식을 끝낸 상태이기 때문. 이때 열심히 약을 먹어 바이러스의 꼬리라도 잡아보려고 안간힘을 쓴다해도 헛수고에 불과할 뿐이다.
증세가 그리 심하지 않다면 차라리 약 보다는 비타민 C가 풍부한 과일을 먹고 보통 때 보다 일찍 잠을 자고 푹 쉬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다. 물론 요즘은 바이러스의 잠복기가 매우 짧아져서 그 증세가 갑자기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 만약 오한이 나거나, 재채기를 하거나, 코나 눈 혹은 목이 간질간질한 증상이 나타나는 등 증세가 심한 경우에는 가볍게 종합감기약 정도를 사용하고, 보리차를 충분히 마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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