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쿠르스크 탈환 작전에 참가해 '플레호보' 마을을 점령했다고 렌타루 등 러시아 매체들이 군사전문 텔레그램 채널을 인용, 13일 보도했다. 러시아 언론 매체가 북한군의 전투 참가를 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러시아 국방부가 여전히 이를 공식 확인하지 않고, 북한군의 군사작전 자체를 부인하는 정보도 적지 않아 참전 여부는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군의 참전을 알린 종군 기자는 블라디미르 로마노프다. 그는 12일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가입자 14만1천여명)을 두어 차례 글을 올려 "북한군이 지난 6일 쿠르스크 전선의 ‘플레호보’ 마을을 급습해 우크라이나 점령군을 몰아내고 마을을 장악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군이 태풍처럼 마을로 습격했으며 2시간여 만에 작전을 끝냈다”며 “그 과정에서 300명 이상의 우크라이나군이 사살했고, 사로잡힌 포로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두개 여단이 북한군에 의해 해방된 (플레호보 탈환의) 전과를 나누려고 한다"고 꼬집었다.
북한군의 탈환작전 성공을 전한 로마노프 텔레그램이 이후 러시아군의 언론플레이를 비판한 글/캡처
그러나 그는 첫 포스팅(게시) 후 17시간여가 지난 뒤 "(북한군 보도에 대한) 러시아군 참모부의 반응이 어떤지 아느냐"며 "게라시모프 총참모장(특수 군사작전 총사령관)이 추가 작전에 북한군의 투입을 금지했다"고 주장했다. 또 "북한군은 다시 은폐되고 있으며, 이는 공격의 효과와 효율성보다는 일부 언론을 이용한 게라시모프 총참모장과 참모부의 언론플레이"라고 비판했다.
자신의 북한군 참전 소식을 방어하려는 시도로 추정되는 글이라고 할 수 있다.
크림반도 출신의 친러 정치인 올레그 차료프는 즉각 그의 보도를 확인했다. 차료프 텔레그램 채널(가입자 34만 4천여명)은 "북한군의 플레호보 탈환 소식이 사실"이라며 "우리 친구들(북한군)은 다시 한 번 자신의 능력을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또 "그들(북한군)은 스스로 특수부대가 아니라 정찰부대라고 부르며, 무장 상태도 가볍다"고 덧붙였다.
북한군의 플레오호 탈환을 확인한 차료프 텔레그램/캡처
러시아 유명 종군기자 코테노크 텔레그램의 북한군 참전 포스팅/캡처
이튿날(13일)에는 러시아의 유명 종군기자인 유리 코테노크가 텔레그램(가입자 39만3천여명)을 통해 "북한군 특수부대가 지뢰밭을 헤치며 2㎞를 걸어간 뒤 마을을 급습했으며, 2시간30분만에 200명~300명의 우크라이나군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평소와 달리 정보의 출처를 공개하지 않았다.
그는 또 북한군은 포로를 잡지 않았고, 앞으로도 잡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언론 매체들은 이 주장을 인용해 북한군이 앞으로 포로를 잡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는데, 북한군은 우크라이나군을 무조건 사살할 것이라는 뜻인지 궁금하다.
현지 일부 매체는 그러나 이같은 텔레그램 보도의 신빙성에 의문을 표시하고 나섰다. 북한군 참전 보도가 나오기 이틀 전인 지난 10일 '플레호보' 탈환작전 성공을 특종 보도한 텔레그램 채널 '워곤조'(WarGonzo, 가입자 99만6천여명)는 작전에 참여한 군부대를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여기에는 북한군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 텔레그램에 따르면 '플레호보' 공격에는 편성된지 얼마되지 않는 쿠르스크 기사단과 아르바트 부대, 러시아군 제22 근위여단, 제30 기계화 보병연대가 플레호보 탈환 작전을 성공시켰다고 전했다.
워곤조의 플레호보 탈환 성공 첫 보도. '특종'(엑스클류지브, exclusive)이라는 타이틀을 달았다/캡처
러시아 군사전문가 예브게니 노린의 텔레그램 채널(가입자 3만7천여명)도 "플레호보는 북한군이 아니라 러시아의 제 810 해병대에 의해 함락됐다"며 북한군의 참전 사실을 부인했다. '워곤조'와는 달리, 제 810해병대가 등장했다. 노린은 "누군가가 (북한군 참전이라는) 과대 광고 열차에 편승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가입자가 310만명이 넘는 '유리 포돌랴크와 함께하는 세계' 텔레그램(Мир сегодня с Юрий Подоляка)도 일련의 북한군 전투 정보를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려는 블로거들의 과장된 보도라는 비판적 입장을 유지했다.
또 '드바 마이요라'(Два майора, two majors, 가입자 120여만 명) 텔레그램은 "러시아군이 플레호보 탈환 작전을 주도했고, 북한군은 7일 새벽 붕괴 직전의 우크라이나군을 3면에서 공격을 가해 승리를 거뒀다"며 "고양이가 새끼에게 반쯤 죽은 쥐로 상대로 사냥 연습을 시킨 것과 같다"고 썼다. 그러면서 "(플레호보 탈환의) 진실은 중간 쯤에 있다"고 했다.
북한 특수부대가 '플레호보' 마을을 탈환했다는 보도가 나온 뒤, 전투에 참여한 것으로 추정되는 군인들의 영상이 온라인에 등장했다. 영상을 보면 한 무리의 군인들이 부상자를 태운 것으로 추정되는 들것을 끌며 눈길을 걸어가고 있다. 영상속 군인들이 러시아인인지, 북한군인지 판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 마을은 텅 비어 있고, 인적이 끊겨 전투가 끝난 뒤 촬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플레호보 작전 뒤 들것을 끌고 가는 군인들/vk 영상 캡처
현지 매체 뉴스루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쿠르스크 에서 북한군의 주둔 흔적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어떠한 증거로 찾지 못했다는 게 영국 BBC의 보도다. 또 우크라이나군은 쿠르스크 전선에서 북한군을 포로로 잡을 경우, 포상하기로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