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명-뜻이 길을 열다
저-김병일의 참선비론(도산서원 원장)
출-나남
독정- 2023년 3월 29일 수요일
역사와 위대한 인물을 공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의 진지한 사유와 치열한 행동을 통해 과거에서 교훈을 얻고 미래를 현명하게 설계하는 안목을 키우고 실천하는 것이다.
◉ 퇴계는 서울에서 충주까지 배로 남한강을 거슬러 올라갔고, 충주에서 안동 도산까지는 말로 갔다. 2019년 봄 퇴계 귀향 450주년 되는 해에 남한강 강변길과 죽령옛길을 걸었다. 4월 8일부터 21일까지 하루 평균 20km 걸었다. 퇴계의 삶과 정신을 걷다 보면 스스로 체득하려 함이다. 특히 퇴계의 물러남을 배우고 싶음이다. 물러남보다 나아감을 선호하며 자신을 앞세우고 드러내려하다 좌절하지 말고 구도자의 길을 걷기 위해서다. 길은 평탄하고 안전하고 수려 경관은 국ㅌ노 사랑을 뼛속 깊이 느끼개 하고 여울 물소리는 속세 마음을 씼어 준다.
◉ 퇴계 마지만 생(1년 9개월)
그는 최고 권력자도 아니고 전쟁 영웅도 아니다. 선비 집안에서 공부와 수양으로 스스로 이룩한 인격으로 존경받고 선한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70평생 시간과 만남 속에서 일구어낸 배움과 배려, 아는 것을 반드시 ㅛ실천했던 지행병진의 자세 덕분이다. 참된 삶은 후세에 그만큼 깊은 울림을 남긴다. 사후 퇴계는 도산서원을 비롯하여 34개소 서원에 모셔졌다. 존경받는 까닭은 실천적 삶 때문이다, 세상 떠나는 날 아침에 “분매에 물을 주어라.”라 했다. 매화의 청신한 향기과 수줍은 자태에서 풍겨나는 고결함이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흡사하여 분신처럼 여기지 않았을까?
◉ 군자의 몸가짐
문제가 제기된 후 잘못을 시인하는 데 인색한 것은 얻고 싶은 자리에 대한 미련 때문이다. 고위직은 일반인보다 언행이 더 드러나니 최상의 선택은 ㅁ리 대비하여 남에게 혐의 받을 행동을 미연에 분별하는 별험이 필요하다. 관에서 나라에 진상하기 위해 여름부터 초가을에 어량이라 부른 고기잡이 발이나 그물을 칠 때 퇴계는 도산을 떠나 산 넘어 비좁은 계산(현 퇴계 종택 부근)에서 지내다가 어량이 끝나면 돌아왔다. 동갑 맘영 소식 선생이 “어찌 그리 소심한가” 하며 ‘내 스스로 범하지 않았다면 비록 관에서 어랑을 설치했다 한들 무엇이 혐의쩍고 무엇이 피할 게 있는가 하자 “남명이라면 그렇게 하겠지만 나는 역시 이렇게 하겠다.” 별험에 철저한 그의 엄격성을 엿볼 수 있다.
◉ 소박한 밥상-
퇴계가 고향에서 제자 양성 때 영의정 지낸 권철 대감이 도산서당에 오자 저녁상에 보리밥과 콩나물, 가지나물, 산채, 북어무침이 전부이가 권 대감이 아침도 입에 맞지 않아 떠나면서 좋은 말씀을 부탁하자 퇴계 왈 “융숭한 식사 대접 못해 송구하나. 일반 백성이 먹는 것에 비하면 더할 나위 없는 성찬입니다. 대감이 제대로 잡수지 못하는 걸 보니 이 나라 장래가 걱정됩니다. 정치의 요체는 백성과 같이 즐겨야 여민동락인데, 관과 민의 생활이 그처럼 동떨어져 있으면 어느 백성이 관의 정치에 심열성복하겠나이까?” 하자 “집에 돌아가 선생님 말씀 실천하겠나이다.” 하고 가 실천하였다 한다. <퇴계 선생 언행록>을 보면 끼니마다 음식은 두서너 가지였고 더운 여름에는 건포뿐. 잡곡밥을 맛있게 먹고 가지나물, 무나물, 미역뿐이었다. 배옷과 칡으로 엮은 대지팡이를 짚었다. 집이 좁고 허술하여 모진 추위와 무더위를 다른 사람들은 견디기 힘들어해도 선생은 여유롭게 지냈다. 영천 군수 허씨가 “이처럼 비좁고 누추한데 어찌 견디십니까”하자 “오랫동안 습관이 되어 못 느끼겠다.” 했다. 높은 지위와 봉록을 사양하고 곤궁한 생활을 이어갔다.
◉ 선현의 가르침을 살펴보면
첫째: 퇴계는 세상의 옳은 이치는 한없이 많은데 어찌 자기는 옳고 남은 그르다고 하나“며 세상만사 그 많은 이치와 진리는 다 알수 없다했다.
둘째: 자신의 잘못에 부끄러움을 느낄 줄 알아야 한다.
셋째: 반드시 갖추어야 할 겸손과 공경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 농암 이현보가 89세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퇴계와 두 분은 나이를 잊은 망년지교로 ㅏ수기며 강호의 즐거움을 나누었다. 제자들이 이야기할 때 ‘병 걸린 사람이 약을 찾듯’경청했고 어린 제자들이라도 너하고 하지 않았다. 할머니와 어머니의 무릎 교육을 받아 정신이 온전치 못한 붕읹의 실수도 감싸구고 홀로딘 둘째며느리를 개가시킨 패미니스트였다.
◉ 우리 사회 어른들이 아이들과 앟랫사람들에게 원한 ㄴ인성을 먼저 실천으로 보여주어야 우리 사회 문제가 해결되고 나 자신과 직결된 문제이다. 남의 허물은 덮어주고 착한 것은 드러내가는 은악양선의 실천을 권장해야 한다.
◉ 남의 아버지를 죽이면 남도 또한 내 아버지를 국이 님의 형을 주이면 남도 내 형ㅇ르 죽인다. 그렇다면 자기가 직접 아버지와 형을 죽인 것은 아니지만 한 가지다.(맹자)
◉ 김수환 추기경은 자기에게 엄격하고 타인에게 관대한 박기후인의 선비정신으로 심산상을 2000년에 받았다.
◉ 2019년 유네스코는 도산서원을 포함한 우리나라의 9개 서원을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있다며 세계유산으로 등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