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여행 인터넷 언론 ・ 1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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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여행 장두이 문화국장(연극배우)
16세기 즈음 일본 오사카에서 창안된 일본 전통 인형극 ‘분라꾸(文樂)’.
일본인들이 세계 인형극에 당당히 그 이름을 앞세우는 대표적 인형극.
인형과 인형 조정자, ‘타유’라는 노래도 하는 나레이터, 그리고 샤미센 악기 연주자가 협업으로 공연하는, 나름 종합인형극(Total Puppet Theater) ‘분라꾸’.
본래 ‘분라꾸’는 1680년 경 극작가 치카마쓰 몬자에몬(1653-1724)이 오사카에 ‘다케모토 인형극장’을 설립한 다케모토 기다유(1651-1714)와 함께 공연을 시작하면서 알려진다. 그러다 18세기 초, 아와지 출신 인형극 예술가 우에무라 분라꾸겐(1751-1810)의 인형극 앙상블의 이름을 따서 ‘분라꾸’란 이름으로 알려지게 된다.
사진: 일본 분라꾸 인형극1
인형은 뭐니뭐니해도 어떤 재료를 사용하든 실제 사람보다 더욱 뚜렷하게 예술적으로 빚어내는 조소조각미(彫塑彫刻美)다. 특히 분라꾸 인형의 머리와 손은 표현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부위(部位). 더욱이 눈알의 움직임과 코, 입, 눈썹까지 섬세하게 움직이게 함으로서 캐릭터가 갖는 희로애락(喜怒哀樂)의 표정을 충실히 구비하며 표현할 수 있다. 심지어 분라꾸 인형극은 초자연적인 주제를 다루는 장면에서 일상의 얼굴이 이중적으로, 순식간에 악마로 변하게 하는, 그야말로 ‘지킬과 하이드’의 일본적 표현법을 장착(裝着)해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사진: 일본 분라꾸 인형극2
사진: 일본 분라꾸 인형극3
우리 인간 감성의 표현처럼, 분라꾸 인형은 머리 부분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만들어져, 인형 목에서부터 아래까지 숨어있는 핸들 조작으로 감정 상태에 따라 다양하게 움직임을 창조할 수 있다.
‘오모즈카이’ 캐릭터의 경우, 인형조종자가 왼손으로 머리를 조종하고, 오른손으론 인형의 오른 손을 자유자재로 움직이게 하여 스토리에 따른 감정과 정서표현을 섬세하게 조종하는 것이다. 이러한 극적(劇的)인 인형조종을 자유자재로 하기 위해, 분라꾸에선 인형조종자가 되기 위해, 보통 10년 정도의 훈련과정을 겪은 후에 공연을 담당하게 할 정도로, 인형 조종 기술은 기술 차원을 뛰어넘어, 매우 어려운 예술적 연희행위(演戱行爲)의 특별 연기술(演技術)이라 하겠다.
사진: 일본 분라꾸 인형극4
사진: 일본 분라꾸 인형극5
분라꾸에서 주조종자는 검은 두건을 쓰지 않고, 나머지 보조조종자 2명은 검은 두건을 쓰고 연희를 담당한다. 음악은 노래 부르는 ‘타유(싱어)’ 겸 나레이터가 샤미센 악기에 맞춰, 각 캐릭터의 대사와 노래를 통해 감정을 표현하는데, 마치 신파극(新派劇)시대 변사(辯士) 같은 역할이라 할 수 있겠다.
특히 ‘타유’ 싱어는 각 등장인물의 목소리 연기 뿐 아니라, 그 캐릭터의 감정과 개성까지 잘 표현해야 하고, 동시에 극의 스토리 내용을 효과 있게 잘 전달하는 나레이터 구실의 역할도 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극의 중추적(中樞的) 역할 분담이다. 그리고 그 옆에 자리한 ‘샤미센’을 연주하는 뮤지션은 적재적소에 멜로디뿐 아니라, 음향적 연주를 담당해, 극적 효과를 최대한 만들어내는 일본 인형극의 ‘1인 오케스트라’의 백미(白眉) 담당이다.
사진: 일본 분라꾸 인형극6
사진: 일본 분라꾸 인형극7
분라꾸의 극 내용은 대개 가부끼 연극과 많은 유사성이 있는데, 47명의 성인(聖人)에 관한 이야기가 주된 스토리로, 특히 연인들의 사랑으로 인한 자살을 보여주는 자살연극(?)이라 할까..... 대개 가부끼 배우들은 극본에 따라 애드립 대사도 간혹 넣곤 하지만, 분라꾸는 극본을 그대로 준수하는 정통 스타일의 인형극이어서 이채롭다.
흥미진진한 인간 군상의 삶을 잘 표현한 분라꾸 인형극의 대본을 쓴 극작가는 무려 100편이 넘는 대본을 쓴 일본의 셰익스피어라 불리우는 ‘치카마스 몬자에몬’이 많은 기여를 했다고 전해진다.
필자도 85년과 92년 오사카에 있는 ‘국립 분라꾸 극장’에서 흥미 이상의 인형극 미학을 탐구하며 관람했지만, 이렇게 전통이 생생히 살아있는 분라꾸는 ‘노오’나 ‘가부끼’ 연극 못지않게, 일본의 ‘살아있는 국보’로 지금도 꾸준히 대내외적으로 공연을 해오고 있는 것이다.(이에 비해 전통예술에 대한 우리 관.민의 관심과 후원은 비교조차 못할 정도로 많은 차이가 난다)
사진: 일본 분라꾸 인형극8
오사카에 있는 ‘국립 분라꾸 극장’은 오사카 공연을 필두로, 매년 일본 전역 순회공연은 물론 미국, 러시아 등 해외 공연 또한 활발히 추진하면서, 동양 최고의 예기(藝技)와 표현을 가진 일본 인형극의 진수(眞髓)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180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일본 인형극은 일본 전역에 수백 개의 극단이 존재할 정도로 성행했다고 한다. 비록 2차 세계대전 이후, 극단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기성극단, 준극단에 아마추어 극단까지 활발하게 인형극의 전통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진: 일본 분라꾸 인형극9
사진: 일본 분라꾸 인형극10
필자 역시 직접 보았지만, 시가현의 ‘돈다 인형극단’, ‘이마다 인형극단’, ‘구로다 인형극단’ 등엔 해마다 인형극 웍샵을 듣고 보기 위해, 미국과 유럽의 수많은 학생, 연극인들이 참가하여 일본 인형극을 연구하고 습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교류 프로그램은 2003년 미국 미주리 대학 내에 ‘분라꾸 베이 인형극단’이 설립되어, 일본 인형극을 일반인은 물론 청소년들에게도 공연을 통한 교육적 역할도 하고 있는 것이다.
사진: 일본 분라꾸 인형극11
역사적으로 일본 인형극은 129 종류가 존재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야말로 온갖 인간의 전형(典型)을 작은 인형으로부터 예술적으로 재탄생 시킨 것이라 하겠다. ‘가부끼’ 연극이 주연배우의 연기를 강조하는 스타 시스템의 연극이라한다면, ‘분라꾸’ 인형극은 작가의 텍스트를 통한 아이디어나 감정 표현을 통해 관객들의 반응을 고취 시키는 목적의 정통연극 구조로 시각적, 음악적인 배경위에 탄탄한 스토리 전달을 주로 미학적으로 보여주는 묘미를 지니고 있어, 또 다른 연극의 극대화(極大化)를 보여주기에 충분한 장르라 하겠다.
사진: 일본 분라꾸 인형극 극장
인형을 통해 일본인 특유의 절제미(節制美)를 극대화한 ‘분라꾸 인형극’은 분명 300년 넘게 존재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지금도 공연을 이어가게 만드는 원동력인 셈이다. 역시 일본 특유의 장인정신(匠人精神) 전통에서 비롯됐다고 말할 수 있겠다.
박물관에 비치된 유산(遺産)은 대부분 이미 박제된 살아있는 전통이 아니다. 전통(Tradition)은 시간과 공간을 이어가는 초월된 가치에서 그 진정한 의미가 있다 하겠다.
지금 K-컬쳐 세상. 우리도 우리 것에 대한 각별한 가치를 인정하고 지키고 키워나가야 K-컬쳐의 미래 위상(位相)을 이어나갈 수 있다. 가깝지만 먼 이웃 일본과 우리가 이젠 새로운 미래를 위한 소통을 통해 진정으로 인정하고 돕는 이웃으로, 치졸한 정치가 못하는 문화예술이 앞장서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사진: 일본 분라꾸 인형극의 타유와 샤미센 연주자
경계를 초월하는 예술이 그래서 진정한 인류 문명의 보고(寶庫)다. 차제에 벌거벗은 ‘홍동지’가 불쑥 나와서, 더러운 세상을 향해 오줌을 지리는 우리 인형극 ‘박첨지 놀이’를 또 한 번 음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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