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철근누락 사태를 계기로 정부 차원 조사가 진행 중이다. 감리도 사정권에 있다.
감리가 국민 주거 안정이라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수동적인 관리만으론 부족하다.
업계가 바로 서야만 부조리에서 부실로, 사고로 번짐을 막을 수 있다.
그 출발은 처우 개선이다. 처우를 개선하면 진입문턱을 낮추고, 전관예우를 차단하며, 젊고 유능한 기술인을 모아 부실을 막을 수 있다고 업계는 믿는다.
직접인건비 지급·젊은 보조감리 배치 의무화
감리는 IMF를 기점으로 변화를 겪었다. IMF 이전엔 정규직 신분을 보장받았다. 임금도 건설회사와 동등했다. 당시만 해도 젊은 기술인이 많았다.
평균 연령이 3040대였다. IMF를 겪으면서 신분이 비정규직으로 전환됐다.
현장이 있으면 투입되고, 없으면 자동으로 실직자가 됐다. 감리회사도 용역을 수주하면 계약직을 뽑는다.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근로자들은 경험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업계에 발을 들인다. 감리회사도 저렴한 임금으로 은퇴자를 우선 채용한다. 연봉은 깎이고, 자연히 젊은 기술인 진입을 주저하게 만든다.
업계가 제시하는 대안은 직접인건비 지급이다. 감리회사는 용역 수주시 정부노임단가로 수주해 계약한다.
감리용역비는 직접인건비와 간접비로 구성된다. 이중 직접인건비 원가구성 비율은 전체 비 용 가운데 약 40%에 해당한다.
직접인건비는 또 4개 등급(특급·고급·중급·초급)에 따라 차등한다. 예를 들어 특급은 36만원, 초급은 22만원이다.
기술인 A씨는 “직접인건비는 감리에게 지급하라고 주는 돈인데, 현실은 감리회사가 아주 적은 돈만 지급하고 나머지는 많은 이익을 남기고 있다”며 “감리에게 직접인건비를 지급하는 규정을 만들어서 시행한다면 자연히 능력 있는 젊은 기술인이 업계로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실공사 방지는 물론이고 감리 고령화 대책 일환으로도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장에 젊은 감리를 의무로 배치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기술인 B씨는 “현재 업계종사자 평균 나이는 60세 이상”이라며 “노령화로 인한 현장시공점검 부실을 막으려면 65세 이상 감리를 쓰는 현장엔 젊은 보조 감리를 일정 비율 이상 배치해야한다”고 말했다. 또 “이 비용은 감리회사가 부담하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업무수행 기록·배치계획 어기면 즉각 퇴출
본지는 앞서 비상주감리는 물론 상주감리도 형식상 존재하는 실태를 지적했다. 일명 ‘유령 감리’ ‘페이퍼 감리’를 막으려면 직접 기록하고, 어길 시 제재를 가하는 수밖엔 방도가 없다. 철거감리 경우 광주 화정동 사건 이후로 매일 수행한 업무를 건축행정시스템(세움터) 기록하고 있다. 어길 시엔 담당 공무원을 조사하고 비상주 혹은 허위 업무수행엔 행정 처벌을 가하도록 제도화해있다.
기술인 C씨는 “매일 모든 현장 감리 상주여부와 실제업무수행 여부를 감리일지와 사진으로 국가기관에서 체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비상주감리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공사 예정공정표에 맞게 감리배치계획을 세우게 하고 이를 어긴 감리업체나 건축사엔 ‘원 스트라이크 아웃’시키고 처벌을 강화해야한다”고 제언했다.
업무수행 능력 테스트·자격증 대여 실태조사 필요
부실감리를 거르기 위한 또 다른 대안으로는 자격증 대여 실태조사다. 감리 기술인을 검증할 수 있는 수단은 자격증이 유일하다. 그런데 현장에선 자격증을 대여해 기술인 보유수를 맞추는 관행이 오랜 기간 이어져왔다. 자격은 물론 경험이 없는 은퇴자가 감리로 둔갑하는 현장인 만큼, 실태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기술인 D씨는 “현재 대형 종합건설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건설업체가 자격증을 대여해서 기술인 보유수를 맞추고 있다”며 “분야마다 다르긴 한데 자격증을 1년 대여해주는 비용이 대략 300~500만원”이라고 증언했다. 이어 “이 폐단은 수십 년째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객관적인 테스트도 기술인으로서 소양을 갖췄는지 여부를 판단할 대안이 될 수 있다. D씨는 “형식적인 기술보수교육이 아닌 객관적인 자격시험을 실시해 업무수행 능력을 평가하고, 그에 따라 감리를 배치해야한다”며 “이렇게만 해도 자격미달인 감리를 거를 수 있다”고 말했다.
송금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