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부실시공은 구조적 문제…근본적인 해결 방식 찾아야"
"사회적 현안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방식'에서 벗어냐야" 지적도
최근 아파트 철근 누락 등 부실시공 문제가 불거진 후 정부가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은 것과 관련, 전문가들의 시각은 보다 근본적인 부분을 짚어야 한다는 쪽으로 모아지고 있다. 사회 전반적으로 중대한 사안이 발생할 경우 급하게 대책을 내놓지만, 많은 경우 응급처방에 그치는 데다 사후약방문이 되기 일쑤여서다. 실효성을 높일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로 풀이된다.
지난 2일 LH와 당정은 긴급회의를 통해 철근 누락 등 부실공사에 대한 대책을 앞다퉈 발표했다. 이날 나온 대책으로는 건설산업기본법 등 부실공사 방지법 입법, 부실시공 업체 '원스트라이크 아웃', 입주민 손해배상 및 입주예정자 계약해지권 부여 등이 있다.
또,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민간 아파트에 대해 전수조사를 진행 중이다. 국토교통부와 LH는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민간 아파트 293개 단지, 25만가구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섰다.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단지는 105개, 이미 입주를 마친 단지는 188개로 9월 말까지 조사를 완료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정부에 대책에 대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대책'에 그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안형준 전 건국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사고가 난 후에 그 원인을 제공한 주체를 퇴출시킨다고 하는데, 이미 건물은 부실하게 지어졌거나 입주까지 한 상황이어서 뒤늦은 것 아니냐"면서 "근본적인 '예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건설은 다른 상품들과 달리 현장에서 여러 사람들이 모여 건물을 짓기 때문에 상호 의사소통이 중요한데 관리자인 한국인과 외국인 근로자들이 소통이 되지 않는 어려움이 있다. 그로 인해 타워크레인 사고가 많이 발생했었다"며 "또, 하도급업체가 불법임에도 재하도급하는 문제도 있다. 하도급을 반복하면 원래 공사 비용보다 절감된 비용으로 공사가 진행된다. 그러면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부실시공은 어느 정부의 문제가 아니라 하도급의 하도급 등 고질적인 문제가 맞물린 구조적 문제인 만큼 정치적인 접근보다 본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근본적인 문제는 재하도급을 통해 공사비를 절감하는 행태 등 건설 현장이 실제 돌아가는 구조에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사고 발생 후 제대로 된 현장 조사와 확인이 되기 전에 각급 리더들이 불안감을 키우는 행위를 지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안형준 교수는 "건설사고가 발생하면 구조전문가 등 전문가가 사고원인과 보강법 등 대책을 제시해 보강공사를 해야 한다"며 "전문가가 아닌 구청장이나 장관이 먼저 가서 잘못 발언하면 전문가도 당혹스럽고 국민들도 우왕좌왕할 수 있다. 어떤 사고든 한 가지 이유로 붕괴되진 않고 여러 가지 이유가 겹쳐서 사고가 발생하기 때문에 정확한 점검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책과 제도가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 문제는) 발주자는 발주자대로, 설계·감리·시공자도 모두 자신의 위치에서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결과"라며 "부실공사를 방지한다고 시공사에만 책임을 물어서 될 건지 의문이 든다. 정부로선 사고 원인을 밝히고 방지하는 대책을 내놔야 하긴 하는데, 그렇다고 더 많은 규제나 제도를 만든다고 해결될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풍백화점 사고 이후로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많은 정책들과 제도는 계속 나왔다"며 "그런데도 계속 발생하는 이유가 대책이나 규제 부족으로 보긴 어렵다. 여러 사업 주체들이 지키지 않으려고 작심하면 잡아내는 데엔 한계가 있다"고 부연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원칙을 준수하도록 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단순히 규정이나 제도를 강화하는 건 실무기관의 업무량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편법을 찾는다"며 "특히 최근 몇 년간 자재비 등 공사비 증가가 업계 현안인 상황에서 모든 변수가 동일한데 업무만 늘어난다면 원칙 준수는 어렵다"고 말했다. 단순하게 반복되는 제도 강화는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연구위원은 " 한국은 제도적 개선보다 실행역량에 중점을 둬야하는 시기다. 원칙에 충실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당연히 긴 시간이 소요되겠지만 그렇게 해야 우리가 사회가 투명해지고 성숙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회적으로 어떤 중대한 사안이 발생할 경우 사후약방문 식으로 땜질처방 하는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는 주문으로 풀이된다.
안다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