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인 12일....
필자는 익숙치 않은 낯선 야구를 접하고 왔었다.
던지고.. 치고.. 뛰고.. 잡는 모든 동작....
그러니까 야구에 관한 모든 기본은 같으나....
볼수록 생경함이 느껴지는 낯선 경기였었다.
바로.. 제3회 아프로배 전국농아인 야구대회가 열렸던....
송도 LNG 야구장에 다녀온 것이다.
<강렬한 포스터였다>
SK퓨처스 선수들이 사용하는 구장인 송도 LNG야구장....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버스에서 내려 바다길을 따라 한참을 걸어야 한다.
적당한 운치(?)를 즐길수는 있겠지만 이미 몇 번 고생한 경험이 있기에....
필자는 차량을 이용 후딱 찾아갔다.
<가던중.. 곳곳에서 안내 현수막을 볼 수 있었다>
경기는 12,13 이틀간 치뤄졌는데....
12일에는 예선 경기가.. 13일에는 준결승과 결승전이 치뤄졌다.
농아인 야구팀은 전국에 모두 12개 팀이 있는데....
사정상 1개 팀이 기권하며 불참했기에 11개 팀과 유일한 스쿨팀인 청주 성심학교 까지....
모두 12개 팀이 열전을 벌였다.
특히.. 13일에는 이른 아침부터 준결승 두 경기가 펼쳐졌으며....
이후.. 농아인 국가대표 야구선수단의 이벤트 경기 그리고 결승전이 열렸다.
그러다보니 결승전에 진출한 성심학교와 서울빅토리 팀 선수들 중....
국가대표에 속한 선수들은 하루 세 경기를 뛰는 강행군으로 이어졌다.
특히.. 농아인 국가대표 야구팀은....
이달 말 12년 만에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열리며....
총 30여 국가가 참가하는 아시아태평양 농아인경기대회에 참가하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매우 강도 높은 훈련을 해왔고....
실제로도 이날 탄탄한 팀웍을 보여주었다.
한때 LG의 프렌차이즈 선수였으며....
한.미.일 야구를 모두 경험했고 '야생마로' 불리던 이상훈 선수가 임시 투수코치직를 맡고 있는데...
결과는 국가대표의 승리였다.
마침.. 야구를 즐기는 필자의 후배 한 넘이 인천 용현동에 살기에....
녀석 집에서 1박과 함께 간단한 술자리를 만들었고....
13일 일찍 다시 LNG구장을 찾았다.
관중이 없을 것이란 필자 생각과 달리....
이틀째인 이날도 제법 많은 관중들이 야구를 즐기고 있었는데....
각팀 관계자와 가족등을 제외하고도 필자 같은 뜨내기(?)도 많아 보였다.
이 또한....
비록 한 순간일 망정 정상인 경기와는 다를것이라는 편견을 가졌던....
필자의 또 다른 허졉한 편견임이 확연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땀 흘리며 경기에 집중하는 선수들에게....
솔직히 미안했고 죄스러웠다.
경기만 놓고보자면....
결승전의 충주성심학교 선수들....
유일한 학생팀 선수들답게 멋진 호수비 포함....
승리에 대한 강한 집념이 느껴지는 훌륭한 경기력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농아라는 장애의 특성상....
어쩌면 가장 조용한 야구경기가 펼쳐졌을 그라운드....
그러나 최소한 필자가 보기엔 그렇지 않았다.
그들의 눈짓과 몸짓은 그 어떤 목소리보다도 크고 분명하게....
무언의 파이팅을 외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3회 대회에 드디어 우승을 차지했는데....
지난 1,2회 대회때는 준우승에 머물렀었단다.
그러나 결승에 오른 또 다른 팀인 서울 빅토리 또한 대단한 성과를 이루어 냈는데....
지난 2년간 단 1승도 없이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셨던 팀이기에....
그 누구도 큰 기대를 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결과는 의외의 선전으로 이어졌으며....
준결승까지 전 경기 콜드승이라는 막강한 화력과 안정된 투수력을 보여주었다.
특히.. 7:3으로 뒤진 마지막 이닝에서도....
결코 쉽게 포기하지 않는 끈질긴 집념을 보여주었는데....
만루 위기를 넘긴 성심학교의 따끈따끈한 승리였다.
<결승 종료.. 필자 또한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이들의 감동적인 경기를 보는 것이....
이것으로 마지막은 아니다.
내년에도 또 후년에도 경기는 계속될 것이며....
가깝게는 5월 26일부터 잠실에서 열리는 아시아 태평양 농아인 경기대회에서....
국가대표로 뛰는 농아인 야구선수들을 또 한 번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처음으로 야구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며....
5월 30일과 6월 1일 성남에서 경기가 열린단다.
무려 4~500개 팀이 있는 일본이나 대만 등에 비한다면 대단히 부족하지만....
오랜 준비 끝에 드디어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인 만큼....
국가대표 농아인 야구 선수들은 열심히 대회를 준비해 왔고 또 기대하고 있다.
그들의 열정과 노력이 끝내 달콤한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무한한 응원을 보낸다.
실제로 필자는 한 달전....
마치 초여름처럼 제법 덥던 한 야구장에서....
그들의 열정과 노력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때 이른 한낯의 더위속에서 치열한 훈련이 벌어지던 어느 운동장이었다.
때 이른 여름 날씨....
그러나 그 운동장의 일부처럼 보이던 선수들의 열정은....
도히려 한낯의 더위를 모두 녹여버릴 듯했었다.
그러나 그 그라운드는 뭔가 달랐다.
치열하고 역동적인 선수들의 움직임과 달리 너무 조용했던 것이다.
그렇게 고요함 속에서 땀 흘리는 선수들의 모습은....
처음의 어색함과 달리 차라리 숙연하고 경건해 보이기까지 했었다.
농아인 국가대표 야구선수들의 훈련장은....
늘 그렇게 조용했던 것이다.
<농아인 국가대표 청백전을 지켜보고 있는 박상수 감독과 이상훈 투수 코치....
오랜만에 만나보는 '야생마' 이상훈의 또 다른 모습이었다>
농아라는 것은....
단지 귀가 들리지 않는것 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잠시 그런 것이 아니라 평생이 그런 상태이기에 농아인에게 야구는....
대단히 어렵고 위험하다고도 볼 수 있다.
우선.. 공이 날아가도 소리쳐 위험을 알릴 수 없으며....
만약 누군가 옆에서 방망이를 힘껏 휘둘러도 그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경기력에도 곤란을 겪는다.
시선이 마주치지 않으면 내,외야를 막론하고 선수들에게 일일이 뛰어가서....
직접 의사를 전달해야 하는 수고로움도 있다.
그러나 가장 핸디캡이 되는 것은 수비에서 나타난다.
바로.. 소리를 듣지 못하면 내,외야 수비력에 커다란 차이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실례로.. 만약 현 프로야구 1군 선수들의 귀를 막고 수비연습을 시킨다면....
아마도 사회인 야구 수준의 수비력으로 급락해 버릴 것이다.
특히 내야수의 경우....
소리를 듣지 못하는 상태에서의 타구는....
마치 어둠속에서 갑자기 공이 튀어나오는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그들은 그런 어려움 속에서 야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충주 성심학교 선수들의 훈련 모습....>
그러나 그들이 야구를 하면서 느끼는 희열과 감동....
그리고 좌절과 아픔은 보통의 사람들과 결코 다를 바가 없다.
아니 어쩌면 더 크고 더 소중한 성취감이나 자긍심을 지니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미 600만을 넘긴 프로야구 관중 시대....
사회인 및 동호인 야구팀 1만 여개.....
그러나 전국 35만 농아인 중에서도 훌륭한 야구선수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필자는 늘 기억하고 싶다.
엄청난 핸디캡을 안고도....
진지하게 야구를 대하는 그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로 말이다.
사실 농아라는 장애를 지니고 프로야구 선수가 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이다.
그러나 MLB에도 2000년대 중반 '커티스 프라이드' 라는 선수가 존재했었고....
지금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현재 일본 리그에서도 보청기를 끼고 뛰는 투수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도 기회는 열려 있는 것이 아닐까?
농아라는 장애를 이겨내고 그라운드에서 당당히 플레이하는 모습....
그런 또 다른 인간 승리의 모습을....
언젠가 한국 프로야구에서 볼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첫댓글 지금껏 이글스 야구에 실망한 때는 있어도 이글스를 포기한 때는 없었습니다.
그런 팬 하나하나의 마음이 모여 지금의 이글스가 존재한다고 말한다면 억지일까요?
우린.. 뚝심있는 이글스의 팬들입니다.
한두 경기 결과에 지나치게 일희일비하지 않고 야구 그 자체를 즐기기를 부탁해 봅니다.
이기면 덤이라는 생각으로 말입니다. ^^;;
아!! 벌써 시즌 판도를 물어오시는 분들도 계신데요.. 글쎄요.
솔직히 올스타 브레이크는 되야 어느 정도 짐작이 가지 않을까요?
지금은 조금 더 마음 놓고.. 찬호의 호투를.. 별명이의 맹타를.. 그냥 즐겨 봅시다. ^^;;
저두 지난달에 시합하러 송도 LNG구장 다녀왔는데 투랑타랑님이 사진 올려놓은거 보니까 새록새록 하네요
그래도 농아인 야구 선수대회나 2군 퓨쳐스 리그는 잔디에서 하지만 사회인 야구는 SK2군 구장에서 차로 좀더 가서
있는 7면짜리 야구장에서 주로 합니다. 그래도 사회인야구 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인프라 있는데가 많으면 좋을텐데
그렇지 못한게 아쉽네요
저도 요즘 한화경기 볼때 마음을 비우고 봅니다~ 투랑타랑님 말씀처럼 지나치게 일희일비 하면 스트레스 받고
건강에 안좋더라구요... 하는일도 안되고 ㅡ.ㅡ
이번년도에는 걍 맘 편하게 볼려구요
이기면 덤이라 아직은 어려워요. 근데 한화팬 오래하려면 배우긴 해야겠어요.
농아인 야구 티브중계하면 보고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