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여성폭력 피해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사회복지시설정보시스템, 사회복지통합관리망
사용을 즉각 중단하라!
2012년 3월, 정부는 여성폭력피해자 보호시설의 ‘사회복지시설정보시스템(이하 사복시)’ 사용을 의무화하였다. 여성폭력 피해자의 개인정보 집적을 반대해온 지원시설에 피해자 개인정보를 문서로 보고하게 하던 정부가 사복시에 직접 입력할 것을 장려하더니, 급기야 사복시를 사용하지 않으면 생계비를 주지 않겠다는 통보를 해 온 것이다.
시설수급자의 부정․중복수급을 방지하고 누수 되는 급여예산을 절감하겠다는 이유로 보건복지부는 사회복지통합관리망(이하 ‘사통망’)을 운영하면서 사회복지시설에는 사통망에 연계되는 사복시를 통해 운영비와 생계비 등의 지급과 사용보고를 하도록 하고 있다. 사복시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사회복지시설 입소자의 주민등록번호와 실명 등의 개인정보를 사통망에 입력하여 전산관리번호를 부여받아야 하기 때문에, 정부의 사통망에는 입소자의 개인정보가 모두 집적된다. 또한 사회복지시설이 이용하는 사복시에는 입소자의 주민등록번호 대신 전산관리번호가 입력된다고 하지만, 전산관리번호에 시설종류의 번호와 시설정보가 포함되고 개인 실명도 입력된다.
그러나 정보유출의 위험이 상존하는 이러한 시스템에 시설 입소 피해자의 정보를 집적하고 있는 정부정책과 제도는 여성폭력 피해자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행정 편의적 발상이다. 피해자 지원의 가장 중요한 원칙 중 하나는 개인정보의 비밀유지이다.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등 여성폭력 피해자임이 드러났을 경우 사회적 편견과 낙인,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 가해자 보복 등이 여전히 높은 현실에서 개인정보 보호는 프라이버시는 물론 안전을 보장하는 데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개인정보 보호법」제23조에서 개인의 건강, 성생활등에 관한 정보와 정보주체의 사생활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는 개인정보를 민감정보로 분류하고 그 처리를 제한하고 있는 것도 그러한 이유이다. 따라서 “전산시스템이 대세다”라면서 다른 사회복지시설과 동일하게 여성폭력피해자 보호시설에 사복시 이용을 강요하고 사통망에 피해자의 신상정보를 집적하는 것은 이 정부가 여성폭력 피해자들을 한낱 관리의 대상으로 여기며 당사자들의 안전과 인권에 대한 고민은 뒷전이라는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정부가 관리하는 사통망에 집적된 시설 이용자들의 주민등록번호와 주소 등의 개인정보는 퇴소이후에도 5년간 보관된다. 쉼터에 하루를 있었건 6개월을 있었건 입소기간에 관계없이 자신의 정보와 시설이용 내력이 정부의 전산망에 보관되어 여성폭력 피해자라는 사실이나 쉼터입소이용 사실이 알려질 우려가 있다면 누가 마음 놓고 쉼터를 이용할 수 있겠는가? 이는 비밀상담을 신청하고 가해자를 피해 쉼터를 찾은 이들의 최소한의 안전을 보장해야 하는 국가의 기본 의무조차 방기한 것으로 엄연한 행정폭력이요, 인권침해이다.
대부분의 상담소와 쉼터에서는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으면 피해자 지원 업무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복시를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사복시를 사용하지 않으면 감사 부서를 통해 징계 조치하겠다는 통보를 해 와, 피해자 지원에 혼신의 힘을 다해 온 시설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고 있다.
오늘 우리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사복시․사통망을 통한 여성폭력피해자의 정보 집적이 인권침해라는 내용을 담은 진정서를 접수할 것이다. 여성폭력 피해자의 인권 보장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현명한 판단과 결론을 내릴 것을 기대한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여성폭력을 반대하는 여성단체와 상담소 그리고 여성폭력 피해자보호시설들은 인권에 무감각한 이 정부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 우리의 요구 ■
정부는 피해자 생계비 지원 볼모로 한 사복시 사용강요 즉각 중단하라!
피해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사복시․ 사통망 전면 재검토하라!
정부는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에 적합한 독자적 지원체계를 마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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