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며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자 주택 시장의 각종 지표가 평균 이하로 내리며 침체에 빠진 가운데 정부의 각종 규제완화책이 위기 극복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현 추세로는 완전한 회복으로 이어지기 어렵기에 특례보금자리론을 포함한 정책모기지를 더욱 강화하고 공급 부족으로 인한 추가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새로운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13일 국토연구원은 '주택시장 경착륙 위험완화정책의 성과와 과제' 리포트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주택 가격과 거래 급락과 같은 부동산 시장 경착륙은 가계와 기업, 금융기관에 영향을 미쳐 경기침체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그 변동 폭과 속도를 완화하는 유도정책을 통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경제위기와 주택가격 하락, 경기침체가 서로 긴밀한 영향 관계로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집값이 떨어지면 개인이 보유한 부동산 자산의 실질 가치가 하락해 소비가 줄어들고, 기업은 담보가치 저하와 차입능력·투자 감소를 직면하게 된다. 금융기관에는 부실 대출채권이 늘고 신규대출은 빠져 경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 발생한 주택시장 경착륙 위험은 시장전환기 높아진 주택가격 하에서 금리인상으로 인한 가계의 상환부담 증가와 대출규제에 따른 유동성 제약, 수요억제정책의 지속으로 인한 수요 위축 등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국내 기준금리는 지난해 6월 1.75%에서 올해 2월 3.5%까지 빠르게 올랐으며 현재까지 3.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집값 하락과 거래위축, 소비심리 둔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로 인한 공급 감소와 미분양주택 증가 같은 경착륙 전조현상이 나타났다.
이 중 정부는 수요 둔화를 주택시장 경착륙의 주원인으로 인식하고 시장 경착륙 위험 극복을 위한 5대 정책기조를 확립한 데 이어 국정과제와 부동산 대책을 통해 쪼그라든 수요를 진작하고자 했다. 5대 정책기조란 ▲주택시장기능 회복 ▲주택공급 확대 ▲부동산세제 정상화 ▲대출 규제 정상화 등 금융개선 ▲주거복지지원 강화 등이다.
이러한 영향으로 올해 주택시장에서는 가격·거래·소비심리 등 주요 시장지표가 점차 예년의 안정적 수준으로 회복하기 시작했으며 주택경기도 불황기 저점을 지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최근 10년간 최대 하락폭인 -2.0%와 -2.4%를 기록한 주택 매매·전세 가격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하락세가 둔화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하더니 지난 6월 -0.08%와 0.2%까지 낙폭을 줄였다.
상반기 전국 주택매매 거래량은 약 27만500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31만 건) 11.5% 줄었으나 규제지역 해제와 연 4%의 고정금리를 특징으로 하는 특례보금자리론 제공의 영향으로 올해 2월 이후 완만한 증가세를 보여왔다. 지난 1월 2만6000만가구로 저점을 찍은 이후 6월 5만2000가구 수준까지 회복했지만 최근 저가매물 소진 후 다시 하락장에 진입했다.
이수욱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여전한 대외환경 불안으로 주택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되기 시작했다고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며 최근의 주택시장 지표와 순환국면을 분석한 결과 주택시장은 조기에 경착륙 위험에서 벗어날 것으로 예상되긴 하지만 완전한 상승국면으로 전환이 이뤄지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나타난 회복세를 유지하면서 가격불안 없는 중장기 시장안정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직 미분양 주택이 평균보다 많은 데다 거래량은 일시적 회복 후 점차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이유에서다.
보고서는 이를 위해 현재의 부동산 정책기조를 당분간 유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시 도입된 특례보금자리론의 성과를 모니터링한 후 금리안정기조가 정착하고 거시경제 여건 안정될 것으로 보이는 내년 3분기까지 연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토연구원은 금리가 4% 내외일 경우 수요와 거래가 원활히 이루어지는 것으로 판단, 소비자에게 금리가 4% 내외에서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줄 때 수요와 거래 모두 빠르게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주택건설 착공물량 증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착공과 준공·입주는 주택시장뿐 아니라 청년·서민층의 주거안정과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어 안정적 공급을 위한 획기적 방안을 필요로 함에도 올해 착공물량은 38만3000가구로 2021년(58만4000가구)에 비해 34.3% 줄었다.
지난 2분기 착공물량 누계는 9만2000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50.9% 빠졌는데 이는 향후 3~4년 후 준공부족에 따른 시장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 연구위원은 "착공·준공·입주 물량 감소는 주택매매나 전세 가격 상승을 자극하므로 착공 증가를 위해 민간지원 강화나 공적주택의 조기 공급방안을 마련해야 하며 민간 지원을 위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을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해봐야 한다"며 "구체적으로는 성과 모니터링과 개선, 노후공공임대 재건축 추진 등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