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소문과 사실 사이에서 / 이성경
"당신 집에 들어가서 자고 싶은데 그래도 되지요?"
터무니없는 말을 하는 사람이 하나 둘 어디선가 모여들었다.
"이 집에 오면 먹여준다고도 했지요?"
"그렇게 듣고 왔으니 빨리 문 열어요."
무슨 말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을 쏟아내며
거세게 문을 두드렸다. 문을 열지 않으면 부수기라도
할 듯한 기세였다.
"누가 그런 얘기를 했어요? 난 그런 말 한 적 없으니 그런 말을
만들어 낸 사람에게 따져요."
"이 집 주인이 당신 아니야? 주인이 그랬다고 소문이 파다한데
뭘 아니라고 오리발 내밀어. 이제와서 모른 척 하기야?"
"빨리 문 열어, 우리 배도 고프고 졸립단 말야."
"여기는 교회도 아니고 복지단체도 아닌데 왜 모든 사람들이
들어오겠다는 거예요?"
그러자 어떤 여자가 기다렸다는 듯 말을 했다.
"당신 교회 다니지?" "
"집사라며 맞지? 그래서 모든 사람들에게
집을 내준다고 말을 했다는데 뭘 아니래?"
어이없고 기가 막힌 일이었다.
"교회 다니고 집사 맞지만 누구에게 그런 말 한 적 없어요.
그러고 싶은 마음 눈꼽만큼도 없고요."
'나도 사생활이 있고 애도 있는데 누가 그런 헛소문을 내고
교회와 나를 엮어 모든 것을 파괴하려고 하는지 알 수 없네.'
집 주인이 혼자 말을 하며 말문 막혀했다.
그리고 문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단호하게 말을 했다.
"그런 건 종교 단체에 가서 물어봐요. 난 그쪽하고
손잡은 일 없으니까."
더구나 내 집에 들어와서 개인적으로 무엇을 할지도 모르는데
당신들을 어떻게 믿고 들이겠어요."
그랬더니 한 사람이 집 주인의 말이 끝나자 눈에 불을 켜고 욕을 퍼붓고는
따지기 시작했다.
'우리 교회 목사님이 그러셨는데 당신이 분명히 그런 일을 하는
목사와 손 잡는 것을 본 사람이 있다고."
"그것 말고도 당신이 가진 것 전부 우리가 가져도 된다고 하던데
그것도 아니라고 할 거요?"
그 말을 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는지 이어서 또 누군가 따지듯이 말했다.
"야, 이 xx야 니가 나한테도 그렇게 말했잖아.
너 나 몰라? 목소리만 들어도 안다며. 내가 들어가기만 하면
너 죽인다, 빨리 문 못 열어?"
이제는 아예 협박과 두려움을 주기 시작했다.
"너, 나 ㅇㅇ서 봤지? 봤잖아. 그러면서 뭘 모른 척 해, 이 xx야."
한두 명도 아닌 떼로 몰려와서 그러니 그들의 말이 사실인 듯
들려왔다. 누구라도 믿을 정도의 말이고 그 말에 조금의 의심할 것이
있을까 할 정도로 강력한 어필이었다.
그러는 중 누군가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고 그들에게
왜들 소란스럽게 하는지 물었다.
그러자 자신의 무리에 가담 시킬 사람이 왔다는 듯 반기며
말을 했다.
"이 건물 주민이신가 봐요? 반가워요.
다른게 아니라, 참 이 집 여자 누군지 아시겠네요?"
"글쎄요, 같은 건물에 살아도 다 아는 건 아니니까요."
이 건물 주민이라는 사람이 대답했다.
무리들이 잘 되었다는 듯이 말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들이 이 집 주인을 잘 알거든요, 그런데 이제와서 모르는 척
시치미떼면서 문을 열지 않잖아요."
"무슨 일이신데 그러세요?"
주민이라는 사람이 물었다.
"이 집 주인이 분명히 우리들에게 언제든 자신의 집에 와서 먹고
자도 되니까 갈 데 없으면 아무 때라도 오라고 분명히 말했으면서
문을 열지 않고 있어서 우리가 이렇게 소란을 피우고 있어요. 죄송합니다."
그러자 사실을 불문하고 주민이라는 사람이 같이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약속을 했으면 지켜야지 같은 건물 사는 주민으로서 창피합니다.
빨리 문 열고 이분들 들어가게 하세요. 사람이 책임질 일을 했으면
책임을 져야지 무슨 짓이에요. 동네 시끄럽게 하지 말고 빨리 문 열어요"
"교회 다닌다면서 그렇게 거짓말을 해도 됩니까?"
교회에서 듣고 동네에서 다 듣고 알고 있으니까 거짓말 그만하고 문 열어요."
설마 교회에서 거짓말을 하겠으며 동네 사람들이 전부 거짓말을 하겠어요?
모든 사람들이 다 같은 말을 하는 건 그게 사실이기 때문인 거지요. 안 그래요?"
그러자 전부 한목소리로
"맞아요, 맞아요. 우리가 설마 일부러 이 집을 차지하려고
이 시간에 모였겠어요? 그리고 이 집 주인이 분명 원하는 게 있으면 누구든지 달라면
준다고 했다니까요"
한목소리로 하나 되어 같은 말을 내뱉으면서 집 주인을 거짓말쟁이와
사기꾼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그들의 말이 진정 사실일까? 한목소리로 같은 말을 하고 강하게 밀어붙인다고 해서
그들이 진실하다고 할 수 있을까?
그들의 주장을 듣고 있던 집 주인이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자
그들 중 한 명의 수군대는 소리가 들렸다.
"거 봐요! 내 말이 맞지요? 세게 밀어붙이니까 아무 말도 못 하잖아요.
이제 어쩔 수 없이 문을 열고 들어오라고 하고 죄송하다고 할 테니 기다려봐요."
"착하고 어수룩한 여자는 이렇게 다뤄야 말을 듣는다니까요"
그러자 또 다른 사람이 대꾸했다.
"그럼요, 조금이라도 더 산 우리가 잘 알지, 저런 여자가 세상을 알겠어요?
어디서 지가 우리를 거부해. 우리가 그렇다면 그런 거여"
"문 열지 않으면 우리가 당신 자식을 알고 있으니 알아서 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말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
이제는 아예 식구들을 가만두지 않겠다는 협박이었다.
헛소문을 내서 난처하게 했다고 사과하는 사람은 없고 오히려 그것을 이유로
다 뺏어서 자신들 것으로 만들겠다는 사람들의 무리가 많은 세상.
머리가 지끈거려온다.
집 주인은 갑자기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정말 가족들에게 해코지를 하거나
자신에게서 빼앗지 못한 것을 아이에게서 뺏으려 드는 것은 아닐까 하는.
그 정도로 악이 지배한 사람들이라면 어떻게 감당하고 이겨낼 수 있을까
사실을 밝히겠다며 거짓이 거짓을 만들어내는 일은 없을까?
사실, 진실, 증거,........ 그것들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인지 문득 궁금해졌다.
아니, 의문이 생겼다.
누군가 그랬다. 자신들에게도 인권이 있으니 무시하면 법에
고소할 테니 마음대로 해보라고. 법과 인권을 내세워 약자니까
무조건 요구하는 대로 말을 들어줘야 한다고.
교회와 종교단체가 나섰고 복지단체가 나섰는데 뭐가 두렵겠냐고.
신은 무식하고 가진 것 없고 존재감 없이 산 사람들 편이니까 괜찮다고.
그게 정말 신의 뜻일까? 그들이 만든 단체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과 그들의
지나치고 무리한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인권을 짓밟는 사람들일까,
그들을 어루고 달래지 않으면 약자를 무시하는 사람들일까 반문해본다.
그리고 달리 생각해 본다. 그들 중 힘이 있는 자가 무리를 만들고
그들이 증오하는 인권을 짓밟는 자로 서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동물농장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사람을 쫓아내고 쫓아낸 동물 중 힘이 있는 동물이 다른 동물을 지배하면서
인간이 했던 것 보다 더 심하게 다룬다는 인간을 풍자한 책 속 내용이.
막무가내로 찾아와 내놓으라고, 먹을 것 달라고, 돈 좀 달라고,
없다고 하면 너도 없으니 같이 어울리자고, 아니면 달라는 데 주지 않았으니
인권단체에 고소한다고 으름장을 놓고 가는 자들.
가난이 죄는 아니지만 가난을 핑계로, 약자임을 핑계로 협박을 한다면
그건 민폐를 넘어선 죄가 아닐지.
글을 썼다고, 글에 있다고, 사실이니까 글에 있는 것 아니냐며 내놓으라거나
자신들의 주장이 맞다고 하는 사람들과
글자만 보고 터무니없는 말을 만들어 낸 후 내용 전체는 알려고도 하지 않는 사람들,
그들에게 어떻게 설명을 하면 알아듣고 물러갈까.
글이라면 머리가 아프다며 한 글자도 읽지 않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책을 선물 받고 좋은 책이니까 읽어보라고 한 사람의 성의가 고마워
한 장 읽어봤다.
한 줄 한 문장 읽다보니 지루해서 덮으려고 하는 순간
이런 내용의 글이 눈에 들어왔다. 모든 여자들은 남편이 있어도
다른 남자들을 만나기를 원한다는. 일종의 인생관이나 가치관이 담긴 내용이고
인생 철학이 담긴 내용의 책이었지만 그 문장 하나만 보면 삼류 연애소설이었고
모든 여자들을 싸잡아 바람피는 여자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 글의 취지는 남자들이 가족과 가정을 소홀히 하지 않아야 한다는
교훈과 경각심을 주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책 한 줄 읽기를 무엇보다 머리 아파하는 사람에게는 다르게 다가왔다.
나가서 다른 남자 만나면 죽여버리겠다 다짐할 정도의 민감한 내용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읽은 글을 마치 사실인 양 그 글의 취지가 자신들이 말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집 주인을 찾아와 아우성을 친 거라면 그들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
아마 설득은 커녕 자신들이 무식해서 책도 못 읽는다고 무시하는 투로 받아들여
또 다른 문제를 만들어낼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사람은 동물과 달라서 사람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제는 그 말에 반문을 해본다.
정말 그럴까, 그게 사람에 대한 올바른 정의가 맞을까? 라고.
첫댓글 헛소문과 사실 사이에서
좋은시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오늘도 하늘이 맑네요. 감사합니다.
올려주신 감동적인 글 잘 감상했어요..오늘도 복된 날 되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