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4번째 월요편지 - 애플의 [비전 프로]를 구입하다
혹시 애플에서 최근 출시한 <비전 프로>라는 기기에 대해 들어 보셨나요. 얼마 전 미국을 여행하다가 한국에 있는 아들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애플 스토어에 가서 <비전 프로>를 사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아직 한국에는 출시되지 않은 제품이지만 그냥 애플 스토어에 가서 돈을 주고 사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애플 스토어를 찾았습니다.
11시에 오픈하는 애플 스토어에 10시 30분경 도착하였는데 오픈런을 위해 모인 사람들의 줄이 수십 미터는 되었습니다. 그들은 모두 미국에서 최근 가장 핫한 제품 <비전 프로>를 구입하려는 사람들로 보였습니다.
그들 뒤에 서 있다가는 구입하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문 앞에 있는 매니저쯤 되는 사람에게 이 줄이 모두 <비전 프로>를 구입하려는 사람이냐고 물었더니 대부분 <데모> 하려는 사람들이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구입을 하겠다고 하였더니 맨 앞줄에 세워주었습니다. 11시에 들어가 <비전 프로> 담당 직원에게 한 대 달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구입이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아이폰에 있는 생체인식시스템 <페이스 ID>로 구매자의 얼굴을 스캔하여 머리 사이즈를 측정하고 그에 맞는 라이트씰(얼굴과 헤드셋 사이에 빛을 차단하는 장치)와 머리 밴드를 제공받는 방식이었습니다.
한국에 전화하여 아들과 점원을 전화 연결해 주고 아들이 <페이스 ID>로 얼굴을 스캔하기를 기다렸습니다. 얼마후 사이즈가 측정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아들 사이즈는 Small인데 Small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헤드밴드는 조절하면 될 것 같아 다른 사이즈라도 달라고 하였으나 안 된다고 하였습니다. 결국 구입에 실패하였습니다.
당초 아들의 요구로 <비전 프로>를 사려 했는데 이제는 제 오기가 발동하여 어떻게 해서든 사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스멀스멀 올라왔습니다. 그까짓 전자기기 하나 사는데 이렇게 유세를 떠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데모도 너무 신청자가 많아 불가능하였습니다.
아들과 상의한 끝에 저희 여행 마지막 행선지에 있는 애플스토어에 아들이 미리 온라인으로 구입해 놓은 다음 우리가 픽업하는 방식으로 구입하기로 하였습니다. 이 방법은 순조로웠습니다.
이렇게 구입한 <비전 프로>가 저희와 함께 지난주 금요일 저희 집에 도착하였습니다. 아들이 세팅을 하여 가족 모두 사용해 보았습니다. 저도 오늘까지 기회가 닿을 때마다 사용해 보았습니다. 평가는 어떠했을까요?
기대 50%, 장점 30%, 단점 20%가 제 평가 결과입니다.
<기대>는 기존의 다른 VR기기들이 구현하지 못한 것을 말합니다.
첫째,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메타버스 분야에 큰 힘을 실어주는 기기가 나왔다는 점입니다. 몇 년 전 모두 메타버스 시대가 도래한다고 호들갑을 떨었고, 블록체인, NFT, 스마트 계약 등 전문 용어를 일반인들도 사용하였으나 지금은 NFT를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둘째, 공간 컴퓨팅이라는 개념이 무엇인지 정의하였다는 것입니다. 현재는 핸드폰, PC, 노트북은 각각 사용합니다. 그러나 비전 프로는 가상공간 속에 이 기기를 모두 한꺼번에 띄워 놓고 사용합니다. 다른 디스플레이 기기가 설 땅이 없어진 것입니다.
셋째,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을 원활하게 전환할 수 있는 기기가 출현하였다는 것입니다. 가상현실 속 사막에 앉아 있다가 다이얼을 돌리면 스키 고글을 쓴 것처럼 눈앞의 현실이 그대로 보입니다.
스키 고글과 다른 점은 그 현실 위에 가상현실이 겹쳐 보인다는 것입니다. <비전 프로>로 실제 제 방을 보면서 그 방에 놓고 싶은 가구를 겹쳐 보이게 할 수 있습니다. 종전에는 가상현실 VR과 증강현실 VR이 별도이었는데 이번에 통합한 것입니다. 앞으로 이것이 표준이 될 것 같습니다.
<장점>은 기존의 다른 VR이 가진 특성을 고도화한 것을 말합니다.
첫째, 디스플레이의 해상도가 다른 기기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좋아졌습니다. 깜짝 놀랄만한 발전이 있었습니다.
둘째, 애플 생태계와 완벽하게 통합되어 있습니다. 물론 저처럼 삼성 갤럭시폰을 사용하는 사람은 비전 프로를 사용할 수 없어 단점으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아이폰 사용자 측면에서는 큰 장점입니다.
다음은 <단점>입니다.
첫째, 무게가 무겁습니다. 600-650그램입니다. 쓰고 있으면 앞으로 쏠린다는 느낌이 있고, 수 시간 사용하지는 못합니다. 이것은 현재 기술의 한계라고 하는데 반드시 극복하여야 할 문제입니다.
둘째, 가격입니다. 3,499달러로 매우 높습니다. 그만한 가치가 있냐고 질문하면 제 아들 같은 컴퓨터 업무 종사자나 저 같은 얼리어답터 이외에는 아직 살 필요는 없다고 답해야 할 것 같습니다.
기대, 장점, 단점을 다 살펴보았습니다. 저는 비전 프로를 단 한마디로 말한다면 메타버스 세계에 <게임 체인저>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아마 메타버스용 VR기기는 <비전 프로> 전과 후로 나뉠 것입니다.
만약 애플이 <비전 프로> 및 그 후속작으로 메타버스 세계의 지배자가 되면 세상은 전혀 다른 형태가 될 것입니다.
지금은 아이폰 사용자도 옆에 켜져 있는 LG TV도 보고, 책상에 있는 삼성 노트북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 얼굴에 <비전 프로>가 덮여지고 나면 더 이상 다른 회사 제품을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즉, 저는 애플의 포로가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애플 생태계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됩니다. TV는 애플TV, 음악은 아이튠즈, 검색은 사파리 등을 사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수년 안에 우리들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선택을 하여야 할 것입니다. <비전 프로>를 사용하면서 애플의 생태계로 들어갈 것인지, 아니면 다른 VR기기를 쓰면서 그들이 만든 생태계로 들어갈 것인지.
애플은 메타버스 세상에서 <비전 프로>를 통해 우리의 눈을 장악함으로써 우리가 다른 기기로 시선을 돌리는 것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애플의 이 의도가 성공한다면 현재 디스플레이 디바이스를 만들고 있는 많은 회사들은 어려워질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게임 체인저>라는 표현을 사용하였고, VR기기가 <비전 프로>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질 것이라고 설명하였습니다.
월요편지를 찾아보니 2016.7.25 지금부터 6년 반 전 VR기기 바이브라는 것을 사고 흥분하여 그 느낌을 월요편지에 썼던 적이 있습니다. 그 월요편지에 지금도 유효한 글이 있어 소개하겠습니다.
"당신은 업데이트를 싫어하는가? 그러나 그것에 익숙해져야 한다. 왜냐하면, 미래에 우리는 기술로 둘러싸여 항상 업데이트의 물결 속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 항상 초보자일 것이다. 당신의 나이가 얼마이든 어떤 경력을 가지고 있든 죽을 때까지 초보자(Endless Newbie)라는 사실은 우리 모두의 새로운 숙명이다."
세계 최고의 과학기술문화 전문잡지 <와이어드>의 공동 창업자 케빈 켈리가 2016년 출간한 책 <the inevitable>의 한 대목입니다.
세상은 오늘도 업데이트되고 있습니다.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24.2.27. 조근호 드림
<조근호변호사의 월요편지>
첫댓글 웹상에서 아바타를 이용하여 사회, 경제, 문화적 활동을 하는 따위처럼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을 메타버스 라고 하는데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메타버스 분야에 큰힘을실어주는 비전프로 라고하니 ..
인터넷의 큰바다는 AI 와함께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는 이시대에 우리는 살고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