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떡 선장님과 마작

남 마담 글을 읽다보니 빵떡 선장님 생각이 나서 이 글을 쓴다. 1987년 어느 날 미취업 신고를 해놓고 잇는데 현대상선에서 선기장을 모집하니 응시해보라는 전화가 왔다. 진주고 출신 이택규 대리였다. 떨어져도 동진상운  소속 선박에 승선시켜주니 꼭 응시하라고 했다. 그래 응시해서 필기 시험과 면접 시험을 봤다. 필기는 영어 한 과목이엇고 면접관은 기관과 23기 출신, 항해과는 같이 해군 훈련 받은 24기 함영일 씨였다. 시험 친 이튿날 중앙동 사무실로 나오라는 전화가 왔다. 이 대리 曰 "배는 마 그렇고 그런 뱁니다. 당장 출국할 수 잇겠지요? 하고 물었다. 좋은 회사에 취직했는데 좋은 배 나쁜 배 가릴 형편이 못됐다. 당장 신체검사부터 하라고 해서 신체검사 해놓고 결과는 회사에서 찾아온다고 했다. 나 혼자서 싱가폴로 갔다. 승선할 배는 현대3호였다. 알고 보니 현대3호와 현대5호는 소문난 배였다. 그래서 본과 출신 기관장들이 일부러 입원을하고 안 가려는 배였다. 주기가 브이타입 16기통으로 밸브가 64개나 되었다. 3호와 5호는 현대중공업에서 '기리빠시'로 만든 배라고 소문이 나 있었다. 그 당시 현대상선에서는 신조선도 대형사고가 많이 났다. 북태평양에서 카케리어가 주기 크랭크 샤후트가 절단 된 사고도 있고 십만 톤급 관탄선이 처녀 항창에 브라질에 석탄을 싣고 갔다가 강에서 좌초되어 인근 해수욕장에 기름이 범벅된 사고도 있었다. 그건 그렇고 내가 승선한 현대3호 선장이,유명한 6기생 빵떡 선장님이었다. 내 딴에는 좋은 회사에 입사했다고 잘 해 볼거라고 기관실에 붙어 잇었다. 그런데 기기들이 값싼 것을 탑재해서 그런지 무두 낯설었다. 취급서를 보고 공부 좀 하려고 하니 출항 하자마자 선장님이 마작판을 벌렸다. "야 인마, 기관장은 선장과 같이 놀아주는 것도 기관장 임무야!"  했다. 빵떡 선장님은 경기고 출신으로 현대 상선에서도 함부로 못하는 분이었다. 그래서 싫어도 저녁마다 마작판에 안 어울릴 수가 없었다. 기분이 상하면 "고지키 훈도시 같은 놈!" 하고 욕을 퍼부었다. 그래도 마작을 안 할 수가 없었다. 돈 잃고 욕 얻어먹고 시간 뺏기고....미국에 입항하면 한국 술집에 같이 나가야 했다. 어느 28기 선장이 "선장님, 아직도 배 타십니까?"했다가 혼이 났다. "야이 xxx야, 아직도 라니? 내 나이가 몇 인데?" 하며 불같이 화를 냈다. 그 유명한 빵떡 선장님도 정년으로 배를 내리고 나서 돈 떨어지니 기가 팍 죽었다. 원래 일제 시대 할아버지가 청진 갑부로 조선 25대 재벌에 들어 제로센기 한 대를 헌납했다고 했다. 아버지는 경성 의전 출신이엇는데 어머니는 일본 여성이었다. 그래서 방 안에서 술만 한 잔 되면 어머니 이야기를 하면서 어린애처럼 눈물을 줄줄 흘렸다. 내가 가족사 애기를 소설로 써도 되느냐고 물으니 절대 안된다고 했다. 해양대학을 졸업한 것은 교수들 춤 배워주고 학 점을 땄다고 했다. 배에서도 우리들을 탁구장으로 불러 춤 강습을 시켰는데 나는 춤에는 소질이 없었다. 그 빵떡 선장님 처가가 군산이었는데 남천동 삼익아파트에 살다가 정년 퇴직 후 사모님이 원해서 군산으로 이사를 갔는데 몇 년 안 돼서 차를 몰고 방파제를 들이받아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언젠가는 빵떡 선징님 일대기를 소설로 한 번 써야 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아직 몼 쓰고 있다. 마작 이야기를 쓰려다가 빵떡 선장님 이야기를 쓰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