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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의 집은요
http://cafe.daum.net/yysee입니다
아직 부족하고 서투릅니다.
열심히 연재하는 성실작가 될게요.
항상 지켜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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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재우가 아침상을 차려 놓고 학교에 갔나보다. 정갈하게 차려져 있는 식탁을 바라보며 멍하니 서있었다. 재우와 같이 산 5년 동안 내가 밥을 차린 적은 단 한번도 없다. 처음부터 그랬다. 밥을 차리는 건 재우의 몫인 것처럼 말이다.
'여보세요'
현관문을 열고 나가려는 순간 전화벨이 울렸다. 재우인 것 같아 전화를 받았다.
'한진영 살아 있었던 거니?'
은정이 언니였다. 나의 든든한 버팀목 은정언니. 은정 언니가 나에게 전화한 이유는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겁이 났다. 그렇지만 애써 태연한 척 전화를 받았다. 난 이런 사람이었다. 나 혼자 생각하고 나 혼자 결정하고 내 마음대로 행동해버리는. 지독한 이기주의자였다. 은정이 언니와 재우에게 만큼은 그러지 않아도 될 텐데 자꾸 그렇게 되어 버렸다.
'그럼. 내가 죽었을까봐? 나 한진영이야.'
은정언니는 나의 목소리를 듣고 안심한 듯 보였다.
'오늘 병원으로 좀 와라. 할말 있어.'
'무슨 말? 병원 싫어.'
은정언니는 잠깐 머뭇하더니 은영이가 있는 곳에서 만나자고 했다. 내 사랑하는 동생 은영이. 한 달 후면 대학생이 된다고 좋아했던 은영이. 기분 좋은 일이 있으면 하얀 이를 다 드러내며 웃는 아주 맑은 아이. 기분 나쁜 일이 있으면 안개꽃을 한참 들여 다 보았던 아이. 내가 힘들어하는 것을 귀신같이 눈치채고 내 입안에 하얀 박하사탕 하나를 넣어주던 내 동생. 그리고는 항상 이렇게 말했다.
'이 싸한 맛이 언니를 괴롭히는 것을 혼 내줄 거야. 걱정 마. 알았지? 박하사탕이 아니면 내가 혼내 줄 거야. 그러니까 아파도 하지 말고 울지도 말고 웃기만 해. 알았지? '
'늦어서 미안. 급한 수술이 있어서.'
은정언니였다.
'괜찮아. 너 늦는 게 하루 이틀인가. 뭐.'
한 달 만이었다. 예전에 나로 돌아오기까지 딱 한 달이 걸렸다. 나는 어색한 웃음을 보이며 말을 이어나갔다.
'은정언니. 나 진짜 오랜만에 은영이한테 와 본다. 한 1년 만인가. 은영이가 나 정말 미워했을 거야. 어쩌면 욕도 했을지 모르지. 후훗. 은영이 오랜만에 만나니까 참 좋다. 은영아. 은영아. 은영아. 야. 한은영. 한은영.'
철퍽 주저앉아 버렸다. 다리에 힘이 풀려 일어날 수가 없었다. 그냥 그대로 은영이를 바라보았다.
'진영아.'
진영이가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도록 울면서 애원했다.
'은정언니. 나도 다 알아. 언니가 무슨 말할 지 누구보다 내가 잘 알아. 참아 주라. 응? 나 한진영이야. 나 한진영이라고. 고집불통 한진영. 나 한번도 누구 말 같은 거 들어본 적 없어. 나 이런 인간이야. 그니까 애쓰지마. 나 이렇게 쉽게 끝나지 않아. 한진영이니까. 믿어 줘. 은영이 앞이니까 나 거짓말 같은 거 절대 안 해. 우리 은영이가 다 보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