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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의 집은요
http://cafe.daum.net/yysee입니다
아직 부족하고 서투릅니다.
열심히 연재하는 성실작가 될게요.
항상 지켜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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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오늘도 이렇게 시간을 흘러가나 보다. 나는 노처녀 이모의 잘난 만화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이렇게 화창한 봄날, 그것도 황금 같은 토요일에, 10평 남짓한 공간에서. 내가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하루에도 손을 오 십 번을 씻는 결벽증 미정이는 여의도 벚꽃놀이 하러 갔는데... 매번 짝사랑만 하던 소연이도 드디어 남자친구가 생겨 놀이공원에 갔는데... 코 묻은 아이들의 돈을 받아가며 카운터를 보고 있다니. 흑. 오늘따라 슬픔이 뼈 속까지 전해진다.
'아줌마. 도라에몽 10권 나왔어요?'
안 그래두 우울해 죽겠구만. 아줌마? 아줌마라구? 이가 갈리고 힘줄이 불끈불끈 솟는다. 내 나이 이제 18살. 누가 봐도 꽃 띠다. 나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모르는 척 시선을 돌렸다. 그 아이는 내가 불러도 대답을 안 하자 짜증나는 듯 다시 나를 부른다.
'아줌마. 귀 막혔어요? 사람이 물어보는데 대답을 안 해요.'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는 싸가지 꼬마. 어디서 싸움을 했는지 이마에 반창고가 붙어져 있다. 반창고 꼬마라고 불러야 하나. 어린애랑 싸울 수도 없고 내가 참아야지 하며 입을 연다.
'나갔는데. 지금 없어.'
어린 게 고집이 진짜 세게 생겼다. 말도 안 듣게 생겼고. 아줌마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만, 말한다고 해서들을 애도 아닌 거 같고. 나는 그냥 관두기로 했다. 그런데 그 때.
'이게 보자보자 하니까. 누구더러 아줌마래? 울 언니가 어디 봐서 아줌마로 보여?'
내 옆에서 순정만화를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던 은영이다. 은영이는 반창고 꼬마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윽박을 질렀다. 만화가게에는 옆집 아저씨, 초등학교 동창이지만 인사는 안 하는 아이 넷, 아랫집 오빠 등 족히 10명이 있었다. 은영이는 나에 처지는 생각해 보지도 않고 꼬마를 혼냈다. 나는 은영이의 옆구리를 살짝 치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은영아. 그만해. ^^;'
은영이는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는 나를 보는 둥 마는 둥 하더니 또 다시 그 꼬마에게 쏘아 붙였다.
'야. 못생긴 꼬마. 빨리 잘못했다고 말 안 해? -_-'
반창고 꼬마는 은영이가 무섭지도 않은지 눈 한번 깜박거리지 않고, 은영이를 무섭게 노려 보았다. 보통이 아닌 꼬마였다.
'댁은 예뻐요?'
댁이란다. 댁... 흐흐흐 웃기는 짬뽕 꼬마일세. 1:0. 당연 반창고 꼬마가 1이고 은영이가 0이다. 반창고 꼬마는 확실히 은영이의 적수였다. 아니 라이벌이라는 표현이 좋으려나... 아무튼... 댁이라는 말에 은영이도 머리에 돌이 떨어진 듯 몇 초간 아무 말도 잇지 못하더니 저격을 하기 시작한다.
'이게 어디서 사람을 쏘아보고 그래? 엄마 아빠가 그렇게 가르쳤어? 어른한테 그렇게 하라구? 응? 말해봐...'
은영이는 아까보다 높은 톤으로 승부를 걸었다. 잠깐 위축된 듯한 꼬마. 하지만 그 반창고 꼬마는 내 예상대로 그 한마디에 죽지 않았다.
'아줌마는 손님한테 싸가지 없이 굴라고 사장이 그렇게 가르쳤어요?'
2:0이다. 흑흑. 눈물이 나오려고 한다. 이렇게 당돌하고 싸가지 없는 꼬마는 처음이다.
'이게 정말,,,'
은영이는 할말을 잃었다. 그냥 어이없다는 듯 그 꼬마를 바라본다.
'애들아 그만 하자. ^^;'
나는 은영이의 참패로 마무리 지으려고 했다. 사실 재밌기는 하지만, 보는 눈들도 많고... 그런데 세상은 결코 순탄하지 않은 법. 반창고 꼬마는 한 쪽 손은 쭉 뻗고 한 쪽 손은 배에 붙인 채로 은영이를 향해 돌진했다. 그리고는 은영이의 배를 가격했다.
'손님은 왕이다.' 라는 말과 함께.
손님은 왕이다. 손님은 왕이다. 아직도 머리에서 그 말이 떠나질 않는다. 맹장수술한지 얼마 안 된 은영이는 반창고 꼬마의 일격을 이기지 못하고 털썩 주저앉았고, 그 꼬마는 그 틈을 타서 줄행랑을 쳤다.
'언니 잡았어야지...'
그 꼬마의 일격에서 벗어난 뒤(?!) 은영이가 처음으로 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