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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의 집은요
http://cafe.daum.net/yysee입니다
아직 부족하고 서투릅니다.
열심히 연재하는 성실작가 될게요.
항상 지켜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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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배고프지도 않아? 아침도 안 먹었잖아...'
아까부터 그 반창고 꼬마의 주소를 찾겠다고 저 야단이다. 도라에몽을 빌려간 사람들을 하나씩 다 조회해서 포위망을 좁혀 가겠다나 어쨌다나... 얼토당토 안한 말들을 아까부터 말을 아까부터 떠들어댄다. 도라에몽을 빌려간 사람이 무려 100명이나 된다. 이름도 성도 모르면서 어떻게 찾겠다는 건지... 가끔씩 저렇게 말도 안 되는 생떼를 부릴 때마다 내가 정말 돌 거 같다.
한 시간째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은영이를 뒤로하고 자장면으로 허기를 열심히 달래고 있는데...
'언니! 가자!'
'어딜?'
'어디긴 어디야. 나쁜 놈 잡으러지.'
은영이의 눈에는 무언가가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불.타.는.복.수.심 바로 그것이다. 은영이는 나의 손을 막무가내로 끌더니 장미마을 쪽으로 데리고 갔다.
'장미마을은 왜?'
'도라에몽 빌린 사람들을 조사한 결과 장미마을에서 많이 빌려갔더라구. 여기서 죽치다보면 나올거야.'
죽치다보면 나올 거야? 지가 무슨 형사인줄 아는 모양이군. 나는 왜 덩다라 생고생이지. 갑자기 트레이닝 복 바지에서 진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폴더를 열었다. 내가 여보세요에 여보를 말하기도 전에 오버랩으로 들리는 나 죽인다는 소리... 흑. 이모였다. 나는 지금 갈게라는 말을 하고 빨리 닫아버렸다. 이럴 땐 신속 정확하게 처리하는 게 최고다. 어린 나이에 생존의 법칙에 대해 너무 많이 알아버렸다. 떼 묻지 않은 순수함 따위는 나에게 없다(?!).
도라에몽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정신이 팔린 은영이 몰래 만화가게로 뛰기 시작했다. 그러다 마침 든 생각. 예진이... 예진. 우리 이모의 하나 뿐이 없는 딸. 예진이라면 나를 구해줄 수 있다. 지금 예진이가 있는 곳은? 유치원이다. 나는 발걸음을 백합유치원 쪽으로 돌렸다. 그 때 마침 내 옆을 지나가는 아이가 있었으니. 아까 그 반창고 꼬마다. 은영이가 목말라 하며 찾던. 나는 은영이에게 전화를 걸어 반창고 꼬마의 위치를 알려줬다. 반창고 꼬마의 앞날이 불쌍하긴 하지만 은영이의 끈질긴 근성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 손님은 왕이다를 외치던 당돌한 꼬마야. 무사하여라. 누나를 너무 원망 말고. 큭큭큭.
'예진아...'
유치원 선생님의 손을 잡고 나오는 예진이의 모습이 보였다.
'언니~'
예진이는 선생님에게 인사를 하고는 내 품에 안겼다.
'오늘 선생님 말씀 잘 들었어?'
'응. 잘 들었지. 예진이는 착하고 예쁜 어린이잖아.'
착하고 예쁜 어린이지. 착하고 예쁜.
'세우 오빠다. 세우 오빠. 언니 나 잠깐 내려 줘.'
은영이는 세우오빠라며 내려달라고 하고는 금새 그 쪽으로 뛰어갔다. 어디서 다쳤는지 팔에 깁스를 하고 얼굴에는 반창고가 붙여져 있는 남자. 예진이를 보고는 반갑게 인사한다.
'울 예진이 오랜만이다.'
'오빠. 왜 이렇게 오랜만이야. 예진이 안 보고싶었어?'
'보고싶었지.'
새침한 예진이가 애교를 떨기 시작한다. 내가 그렇게 졸라도 해줄까 말까한 뽀뽀다 마구 하고 필살 개인기인 눈웃음까지. 아주 신이 났다.
'오빠두 예진이 많이 좋아. 그런데 세우 어딨어? 아직 유치원에 있어?'
세우가 누구지. 세우. 세우. 예진이한테 분명 들은 이름인데. 아 생각났다. 예진이를 그렇게 좋아한다는 꼬마. 예진이가 좋다면서 화장실까지 따라와 버려서 예진이는 울어버렸다는.
'세우? 오늘 안 왔는데.'
'정말?'
그 때 울리는 진동 소리. 액정화면에 마귀할멈이라고 뜬다. 당연 울 이모다. 아까보다 훨씬 더 느껴지는 공포의 소리. 흑. 내가 정말 못살아.
'예진아...'
예진이는 나를 잊고 있었는지 내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 흠짓 놀라는 눈치이다.
'응?'
'엄마 화났어. 빨리 가자.'
나는 예진이에게 오라고 손짓을 보냈다. 예진이는 내 목소리를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내 손짓을 봤는지 못 봤는지. 요지부동 그 자리에서 움직일 생각을 안하고 그 반창고 한 남자와 함께 쑥덕거린다. 나는 쭈빗쭈빗 예진이에게로 다가갔다.
'가야 된다니까.'
'큰일났어. 언니. 내 친구가 가출을 한 거 같아.'
'가출?'
'안녕하세요.'
그 반창고 남자가 어색한 인사를 건낸다. 나는 어색한 웃음을 지어보이며 인사를 했다.
'예진아. 세우한테 연락 오면 오빠한테 연락 줘... 알았지?'
'응. 오빠. 세우 걱정말고. 내가 잘 타일러서 들여 보낼게.'
'고마워. 안녕.'
그 반창고 남자는 예진이에게 안녕이라고 하고 나에게는 가벼운 목례를 하고 갔다. 나는 모자 때문에 안 보이는 눈을 간신히 보았다. 오른쪽. 왼쪽. 그리고 오른쪽. 왼쪽. 나는 번갈아 뚫어지게 보았다. 어디선가 많이 본 거 같은데. 어디서지.
'언니 안가?'
'응 가야지...'
나는 예진이의 손을 잡고 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예진아. 그 사람 말야...'
'누구?'
내가 왜 이러지. 왜 그 사람이 궁금한 거야. 오늘 처음 봤는데. 겨우 한 번 본 건데. 한진영. 너 미쳤구나. 단단히 미쳤어.
'아냐...아냐...'
'세우야...'
예진이는 나랑 잡고 있던 손을 놓아버리고는 차도로 뛰어들었다. 우리가 가고 있던 인도 옆에 차도를 지나 보이는 공원에 세우라는 꼬마가 향해.
끼익-. 공원을 향해 가고 있는 예진이와 예진이를 향해 달려오고 있는 승용차. 나는 눈을 찔금 감고 예진이를 양팔을 벌리고 감싸 안았다. 우리 착하고 예쁜 예진이 죽으면 안 되. 그 생각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