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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기둥에 걸린 법문 .71] 보현암 관음전
"병 위의 푸른 버들 영원한 여름"
요사 당호는 '하루헌'…출처 논어
보현암(普賢庵)은 대구시 수성구 상동(上洞)에 있는 암자이다. 동화사의 말사로, 암자는 그다지 크지 않지만, 도심 속의 포교 사찰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주지 선진(善眞) 스님은 신도들의 공부와 포교를 위해 '하루헌'이라는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고 있으며, 아울러 다도회와 봉사회 등을 만들어 불자들의 친교에도 많은 힘을 기울이고 있다.
보현암은 약 50년 전에 손덕봉 보살이 생활하던 집을 선행 스님(운문사 명성 스님의 은사)에게 시주하여 이루어진 절이다. 여느 암자와 달리 일반 가정집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어 정감이 가는 곳이다. 암자의 대문 위에는 한글로 쓴 '보현암'이라는 편액이 있고, 오른편에는 '大韓佛敎 曹溪宗 普賢庵'이라는 현판이, 왼편에는 '마음청정 국토청정'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대문을 열면 바로 요사가 마주하고, 오른편에는 주법당인 관음전이 자리하고 있다.
요사의 당호는 하루헌(何陋軒)이다. 당호의 의미는 '집은 비록 작고 좁지만 학덕을 갖춘 사람이 생활한다면 무슨 누추함이 있겠는가?'로 풀이할 수 있으며, 출처는 논어이다(論語 子罕篇: 君子居之 何陋之有). 몇 년 전에 스님의 요청으로 필자가 '하루헌'이란 편액글씨를 쓴 적이 있다. 그리고 대문과 요사에도 주련이 걸려 있기에 그 원문만 소개하기로 한다.
'入此門來莫存知解(입차문래 막존지해), 南無大光佛華嚴經(나무대광불 화엄경), 隨處作主立處皆眞(수처작주 입처개진), 옴山河大地現眞光(옴산하대지 현진광)'
관음전(觀音殿)은 관세음보살을 모셔둔 법당이다. 보현암의 주불은 백의관음보살이며, 협시보살로는 아미타불과 대세지보살이 모셔져 있다. 관음전 건물의 기둥에 걸린 글귀는 '석문의범(釋門儀範) 향화청가영(香花請歌詠)'에 나오는 내용이며, 글씨는 행서체로 이루어져 있다.
白衣觀音無說說(백의관음무설설)
南巡童子不聞聞(남순동자불문문)
甁上綠楊三際夏(병상녹양삼제하)
巖前翠竹十方春(암전취죽시방춘)
흰옷 입으신 관음보살 설함 없이 설하고,남순 동자는 듣지 않고 들었네. 병 위의 푸른 버들은 영원한 여름이요, 바위 앞의 푸른 대나무 시방의 봄이로세.
영남일보 2004.09.26 (일)
전일주<능인고 교사>/ jiju222@hanmir.com">jiju222@hanmi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