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왕국에서는 사자가 왕이라고들 합니다. 그렇다면 가축의 왕국에서는 누구일까요?
바로 ‘말’입니다. 어떤 경쟁이나 싸움을 시켜본 것은 아니지만
예부터 내려오는 놀이에서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럼 가축의 왕을 확인하기 위해 윷놀이의 세계로 빠져 볼까요?
인간역사와 함께 해온 말은 수렵, 농경, 운송뿐만 아니라 놀이문화에도 깊이 연관되어 있습니다. 장기판의 ‘말(馬)’이 있다면 서양장기인 체스(Chess)의 ‘기사(Knight)'이 말의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세계를 돌며 부동산 투기를 배우게 했던 부루마블 게임에서도 모양은 달라도 게임판을 움직이는 것은 모두 ‘말' 이라 불렀습니다.
윷놀이는 설날과 추석 등 명절마다 빠지지 않는 민속놀이로 농사의 풍흉을 점치는 데에서 유래되었습니다. 네 개의 막대를 던져 엎어진 모양에 따라 윷판 위에 ‘말’로 칸을 이동시켜 승부를 점치게 됩니다. 실제로 말 모양은 아니지만 사람 대신 움직여 주는 것을 약속처럼 ‘말’이라고 부르며 정해진 규정이나 규격이 없어 동전이나 바둑알, 심지어 돌맹이를 쓰기도 합니다. 이런 간편함 때문에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놀이기도 하구요.
윷놀이의 패는 가축의 세계를 옮겨 놓은 형상인데요, 도는 돼지, 개는 멍멍이, 걸은 양, 윷은 소, 모가 말을 의미해 ‘도·개·걸·윷·모’라 부르고 있습니다. 윷과 모는 가장 많이 나갈 수 있을뿐 아니라 다시 한번 던질 수 있는 더블 찬스의 기회까지 주는 것으로 보아 예부터 소나 말을 귀하게 여겼는지 짐작이 가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말에게 그렇게 고마워하면서 놀이의 이름은 왜 ‘소’가 주인공인 ‘윷놀이’가 되었는가 하는 점입니다. 네 개의 막대를 던지는 놀이기 때문에 네 칸을 나아가는 윷을 이름으로 썼을까 아니면 말이 귀하고 유용하긴 했지만 서민들에게 너무 먼 존재였던 것일까요~
여러 가지 재미있는 상상이 들지만 다가오는 설날에는
온 가족들의 아이디어를 동원하여 색다른 방법의 윷놀이를 시도해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