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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사랑 못난이] 16
S#1. 씬. 옥탑방.(밤)
호태, 차연 마주서있는.
호태 : 그, 그 놈이 여기는 어떻게 알고 찾아왔냐?
차연 : 그게 뭐 어렵냐?
호태 : 아니, 왜 지가 이제와서 여기까지 찾아오고 난리냐구?
차연 : 할머니가 날 너무 찾으신단다. 그래서 시간 나면 할머니 좀 찾아봐달라고 그 말 하러 왔더라. 야, 그러는 너는.
그 시간에 정이사랑 왜 나란히 오냐?
호태 : 같이 택시 타고 왔으니까 나란히 오지.
차연 : (노려보면)
호태 : 직원 관리 차원이라드라. 자기 부하 직원이 어디 사는지는 꼭 알아둬야 하는 스타일인 거 같드라구.
차연 : 그래서 직원들 집집마다 찾아다닌다디?
호태 : 아, 참. 야, 야, 그게 중요한 게 아니구.....
S#2. 씬. 길.(밤)
동주의 운전하는 차, 그 옆에 승혜 앉아있는.
승혜 : 이러실 것까진 없는데....
동주 : 차도 없이 왔는데 밤에 여자 혼자 택시 태워보내기 그렇지 않습니까?
승혜 : 언제부터 그렇게 자상해지셨죠? 많이 변하셨네요. 사이판에선 남자하고 부딪혀 넘어질뻔 해도 아는 척도 안하던 분이....
동주 : 그런 적이 있었나.
승혜 : 의외네요. 진차연씨 집 앞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
동주 : 저도 의외군요. 그 인간하고 같이 다니시는 줄은....
승혜 : 제 회사에서 같이 일하는 사람이니까요.
동주 : 아, 그런가. 그럼 그런거구. (별 관심이 없다)
승혜 : (운전하는 동주를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동주 : (무심히 옆을 보다가 승혜와 시선이 부딪히고)
승혜 : (얼른 시선을 피해 앞을 보는)
동주 : (무심하게 앞을 보고 운전하는)
승혜 : 편안해 보여요.
동주 : 네?
승혜 : 나하고 이혼하고 난 뒤로 편안해 보인다구요.
동주 : (씩 웃으며) 몸에 맞지 않은 옷 벗어버리면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그쪽도 나못지 않게 편안해보이십니다.
우리가 살면서 제일 잘한 일이 이혼 아니었나 싶은데.... 정승혜씨 생각은 어떠십니까?
승혜 : 제....생각도 그렇네요.
동주 : 이혼하고 나니까 의견의 일치도 보게 되는군요.
승혜 : (쓸쓸한 시선으로 고개 돌려 창밖을 보는)
S#3. 씬. 옥탑방.(밤)
호태, 차연의 눈치를 보고 있는.
차연 : (그늘진 표정으로 잠든 두리를 보고 있는)
호태 : 야, 이건 하늘이 내린 기회야, 기회. 우리한테 이런 기회 다시 오기 정말 힘들다. 트로트 가수가 그것도 생짜 신인 가수가
방송 출연하기가 어디 쉽냐? 하늘의 별 따기잖냐? 그것도 잠깐 출연하는 게 아니라 30분이야, 30분.
이만한 홍보 기회 다시는 없다.
차연 : 그럼....두리 얘기도 해야 하잖아?
호태 : 그 얘기 벌써 했는데.
차연 : (보면)
호태 : 그 얘기 하니까 감독님이 그런 사연이 있었냐구? 그럼 정말 얘기가 될 거 같다구, 무지 좋아하시던데.
차연 : 남의 새끼 아픈 얘기 듣고 무지 좋아하시디?
호태 : 아, 아니. 그런 게 아니고. 그런 사연이 있으면 시청자들이 더 관심을 갖는다 그거지.
넌 애가 무슨 말을 그렇게 비비 꼬아서 듣냐? 우리나라 사람들 좀 정이 많냐? 우리 두리 사연 알려지면.....
차연 : 난 호태야.
호태 : (보면)
차연 : 아픈 우리 두리 팔아서 출세하겠다고 하는 거 같아서 마음에 걸린다.
호태 : 야, 진차연. 사태 파악 좀 제대로 하자. 그게 왜 두리 팔아서 출세하는 거냐? 네가 출세하는 게 너 좋자고 하는 거냐?
우리 두리 때문이잖냐? 우리 두리 병 고치러면 수술해야 하고, 수술하려면 돈이 있어야 하고,
돈을 벌려면 네가 인기가수가 되야 하는 거구.
차연 : 우리....두리....세상에 내보내는 거....
호태 : 이거 기회라니까.
차연 : 아빠도 버린 애라는 거.....알려지는 거.....나 싫어.
호태 : (측은하게 보는) 진차연. 네 마음 내가 모르는 거 아니야. 나도 싫어. 우리 두리 에비 없는 자식으로 세상에 알려지는 거
나도 싫다구. 하지만 어쩌냐? 두리 수술은 시켜야 하잖냐? 우리 두리 저대로 두면.....17살 못넘겨.
10살 넘겨 사는 것도 희귀한 케이스라는데.....
차연 : (두리를 서글픈 시선으로 바라보는)
S#4. 씬. 승혜의 집 앞.(밤)
차에서 내리는 동주와 승혜.
승혜 : 태워다 줘서 고마워요.
동주 : (집 보면서) 혼자 사십니까?
승혜 : 김비서님하고 같이 지내요.
동주 : 아, 네. 쓸쓸하진 않겠군요. 아니지, 나한테 복수하느라 여념이 없어서 쓸쓸하실 시간도 없으시겠군요.
승혜 : 그동안은 그랬죠.
동주 : (보면)
승혜 : 이젠 좀 싫증이 나네요. 신동주라는 남자와 엮이면서 살아가는 거요.
동주 : 자초하신 일이지 않나요?
승혜 : 그래서요. 내가 자초했으니까 푸는 것도 제 몫이겠죠.
동주 : (깊은 시선으로 보는) 저보다 더 많이 변하신 거 같군요.
승혜 : 늘 고여있으면 썩기 밖에 더하겠습니까? 이젠 흘러야 할 시간이 온 거겠죠.
동주 : (보다가) 그럼 들어가십쇼.
승혜 : 신동주씨?
동주 : (보면)
승혜 : (손 내밀면)
동주 : (보는)
승혜 : 신동주씨와 함께 했던 시간들에 이젠 정말 이별을 하고 싶어서요.
동주 : (보다가, 악수를 하는)
승혜 : 이젠 정말..... 이혼이군요.
동주 : (묘한 눈길로 보는, 우리 오래 전에 이혼 한 거 아니었나 하는 느낌으로)
승혜 : (미소 짓고, 손놓고 돌아서는)
동주 : 내가 심하게 한 게 있었다면.....아니 많았지만.... 잊어줘. 당신을 미워했던 것보단.....
내 자신을 미워했던 마음이 더 컸기 때문이었으니까.
승혜 : (돌아선 채로, 눈물이 고이는) 알고 있었어요.
동주 : 그리고......형규도 잊어.
승혜 : (입술을 깨물며 울음을 참는)
동주 : 형규는 수혁이하고 내가 기억해줄테니까 그 놈 외롭지는 않을 거야.
승혜 :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 같은 느낌을 겨우 참아내고 있는 표정으로)
동주 : (차에 올라타서 떠나는)
승혜 : (차 떠나는 소리 듣고, 돌아서서 멀어져가는 동주의 차를 바라보는)
사이판에서 동주와의 몽타쥬 씬들. 그 위로 음악 흐르는.
S#5. 씬. 동주의 사무실.(낮)
동주, 책상 앞에 앉아있고, 수혁 그 앞에.
수혁 : 도대체 뭘 대가로 받은 거냐?
동주 : 댓가?
수혁 : 이번 프로젝트를 승혜씨한테 양보했을 때는 상응하는 대가를 받았을 거 아니냐구?
동주 : (싱긋이 웃으며) 그런 거 없는데.
수혁 : 동주야?
동주 : (일어서며 수혁 툭 치며) 멋있잖냐? 쿨하게 양보하는 것도.
수혁 : 너 정말....
동주 : 위자료도 못줬는데 그 정도는 양보는 해줘야 하지 않겠냐구?
수혁 : 아무 대가도 못 받아냈다는 거냐?
동주 : 대가를 받으면 그게 쿨하게 양보하는 거냐?
수혁 : 너답지 않게 이게 무슨 짓이야? 너 이런 식으로 사업하지 않았잖아?
동주 : 그 여자한테 한번쯤 양보하는 거 나쁘지 않아?
수혁 : 갑자기 미안한 마음이라도 든 거냐? 그럼 왜 이혼은?
동주 : 잊고 있었다.
수혁 : (보면)
동주 : 어쩌면 그 여자도 상처를 받았을 거란 거. 아니, 어쩌면 우리보다 더 많이 상처 받은 쪽은 그 여자일지도 모르는데,
나만 아픈 척 엄살을 떨었던 거 같다.
수혁 : 널 이렇게 만든 게 대체 뭐냐?
동주 : (보고)
수혁 : 누가 널 이렇게 바꿔놓은 거냐구?
동주 : 글쎄. (웃으며) 나 기분 괜찮은데 너도 그냥 넘어가줘라. 나 제작자 협회 모임 간다. (나가는)
수혁 : (불안한 시선으로 보는)
S#6. 씬. 방송국 사무실.(낮)
호태, 차연, P.D 앉아있는.
호태 : (차연 옆구리 쿡쿡 찌르며 작은 소리로) 어서 고맙다고 말씀 드려.
차연 : (망설이다가) 저기....
P.D : 말씀하세요.
차연 : 우리 두리 너무 불쌍하게 보이지 않도록만 해주세요.
P.D : (보다가, 끄덕이며) 저도 자식 키우는 사람입니다. 진차연씨 마음 다는 모르지만 이해는 할 수 있습니다.
눈물 짜내자고 억지 상황은 만들지 않겠다고 약속하죠. 그냥 진솔하게 진차연씨 사는 모습만 담게 될 겁니다.
S#7. 씬. 승혜의 회사 사무실.(낮)
직원들 일하고 있고. 실장 멍하니 호태를 보고 있는. 그 옆에 차연 서있고.
실장 : 진짜예요? 그 프로에 진차연씨를 정말 출연 시켜주겠다고 했어요?
호태 : 지금 감독님 만나 뵙고 오는 길입니다. 내일부터 촬영하시겠다구.
실장 : (호태와 차연을 번갈아보는)
S#8. 씬. 승혜의 사무실.(낮)
승혜, 책상 앞에 앉아있고, 김비서, 실장 서있는.
승혜 : (실장 보는)
실장 : P.D 한테 확인했는데 사실이랍니다. 이호태씨한테 신세 진 것도 있고 해서 이번 기회에 갚고 싶다네요.
승혜 : ....
김비서 : 이호태씨 어려운 기회를 잡았군요.
실장 : 누가 아니랍니까? 그 프로에 스타들의 일상이 몇 번 소개 된 적은 있었어도 진차연씨같은 신인 가수를
그것도 트로트 가수를 출연 시키는 건 처음 있는 일입니다. 이호태씨 매일 쓸데 없는 일이나 하고 다니는 줄 알았는데
이번엔 제대로 된 기회를 잡아낸 거 같습니다.
승혜 : 회사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지원은 아끼지 말고 지원해주세요.
실장 :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건 제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이번 프로 잘 되면 진차연씨 활동하는데 크게 도움이 될 거 같습니다.
승혜 : 그래야죠.
실장 : 진차연씨 사연을 들어보니까 시청자들 눈물샘을 자극할 요소가 많더라구요.
김비서 : 눈물샘이라면?
실장 : 글쎄, 아이가 희귀병을 앓고 있다지 뭡니까?
승혜 : (보고)
실장 : 사이판에서 진차연씨는 불법 체류자고, 아이는 치료를 받아야 하고, 뭐 치료랄 것도 없지만. 타이로신 혈증이라나 뭐라나
하는 병인데, 그게 간이식 말고는 치료법이 없는 병인데 약값이 엄청 들어간답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이호태씨가
위장 결혼을 해서 그 아이를 자기 아들로 입적시키고 병원에 다녔다네요. 이호태씨 그렇게 안봤는데 진짜 의리파드라구요.
아무리 같은 고아원에서 자란 친구 사이라지만 그러기 쉽지 않거든요.
승혜 : (깊은 생각에 잠기는)
순간, 병원에서 두리와 나란히 앉아 텔레비전 보던 호태. 풍수의 대사들이 떠오르고.
S#9. 씬. 연습실.(낮)
호태, 차연, 명태, 현성, 코디 모여있는.
현성 : 그 프로 난 자주 보는데.
명태 : 스타들이 나왔을 땐 시청률 20프로 넘은 적도 있었는데.
현성 : 어쨌든 호태씨가 어렵게 잡아온 기회니까 잘해라.
차연 : 네.
코디 : 그럼, 차연언니 얼굴에 팩부터 해야죠?
차연 : 팩이요?
코디 : 그래야 카메라 잘 받죠.
호태 : 그러네. 야, 차연아 빨리 여기 (의자 가르키며) 누워라. 넌 얼굴이 너무 까매서 잘못 보면 동남아 계통으로 보이거든.
시청자들이 채널 돌리다가 필리핀 여자 얘긴가보다 하고 채널 바로 돌려버릴지도 모르잖냐?
차연 : 난 그게 더 이상할 거 같은데.
호태 : 너 필리핀 여자로 보는 게 뭐가 이상하냐? 너 그렇게 보인다니까.
차연 : 그게 아니라. 일상생활을 찍는 다큐 프로라며? 제목도 우리 사는 이야기잖냐? 그런 프로에 피부 뽀얗게 해가지고 나가는 게
더 이상하지 않겠냐구? P.D 선생님도 그냥 나 사는 모습 있는 그대로 찍겠다고 하셨잖냐?
명태 : 차연이 누나 말이 맞네.
현성 : 딴에는.
호태 : 그래, 너 똑똑하다, 똑똑해. 사람이 무슨 말을 하면 진지하게 들어주는 법이 없어요. 법이....
S#10. 씬. 승혜의 회사 복도.(낮)
호태, 투덜거리며 걸어오는.
호태 : 필리핀 여자로 보이는 게 진솔 한 거냐? 지지배가 저건 어려서부터 내가 무슨 말을 하던 딴지부터 걸어요.
마주 걸어오는 승혜.
호태 : (보고)
승혜 : 왜 볼때마다 혼자 투덜거리고 있어요?
호태 : 다 차연이 지지배 때문이죠 뭐. 참 속은 괜찮아요?
승혜 : (미소 짓고)
호태 : 술 많이 마신 다음 날은 해장을 해야하는데. 북어 쪽쪽 찢어서 참기름으로 달달 볶다가 물 넣고 푹 끓여서 먹으면
속이 탁 풀리거든요.
승혜 : 해장은 그렇게 해야하는 거예요?
호태 : 안 먹어보셨구나? 제가요. 해장국이라면 일류 주방장 저리 가라거든요. 뭐 해장국 뿐인가. 제가 요리는 좀 하는 편인데.
승혜 : (웃는)
호태 : 왜요?
승혜 : 요리하는 남자를 주변에서 본 적이 없어서요.
호태 : 아, 인생 참 단조롭게 사셨네.
S#11. 씬. 해장국 집.(낮)
호태, 승혜 마주 앉아 해장국 놓고 있는.
승혜 : (해장국 바라보기만 하는)
호태 : 안 먹어요?
승혜 : 먹어본 적이 없어서....
호태 : 선지 해장국을 한번도 안 먹어봤다구요?
승혜 : (끄덕이고)
호태 : 인생을 왜 그따위로 사셨어요?
승혜 : 그러게요.
호태 : (다진 양념 듬뿍 넣어주며) 한번 먹어봐요, 속이 쫙 풀릴테니까. (수저 들어주는)
승혜 : 선지....이게 소핀거죠?
호태 : 왜요? 돼지피면 더 좋겠어요?
승혜 : (곱게 흘겨보는)
창 밖으로 지나가던 코디. 두 사람 창가 자리에 앉아있는 거보고.
S#12. 씬. 연습실. (낮)
차연, 물 마시고 있는데, 코디 들어오는.
코디 : 차연 언니?
차연 : 벌써 친구 만나고 들어오는 거야?
코디 : 이호태씨요?
차연 : 호태가 왜?
코디 : 우리 이사님하고 연애하시나봐요.
차연 : 뭘해?
코디 : 연애요. 두 분이 지금 요 앞 해장국 집에 같이 계신데요. 한 눈에 보기에도 보통 사이가 아니더라구요.
글쎄, 이호태씨가 이사님한테 밥까지 먹여주시더라구요.
차연 : 설마.....
S#13. 씬. 옥탑방.(밤)
차연, 대통에게 돈 받고 있는.
대통 : 오늘은 팁이 5만원이나 나왔거든요. 그거 고스란히 가져온 거예요.
차연 : (수첩에 적으면서) 5만원. 고생하셨어요.
대통 : 고생은요. (잠든 두리 보면서) 우리 두리가 요즘은 잠만 자는 거 같아요?
차연 : (잠든 두리 돌아보며) 그러네요. 힘이 부치는지, 자꾸 저렇게 자네요.
대통 : 제가요, 더 열심히 뛸게요, 누나. 우리 두리 빨리 수술 시켜야죠.
차연 : 고마워요.
대통 : 누나는. 우리가 뭐 남인가요.
호태, 욕실에서 세수 하고 나오면서.
호태 : 남이 아니면?
대통 : 동생 자꾸 끼어드는 그 이상한 성격있지 그거 난 다 고아원 시절에 문제가 있었다고 봐.
호태 : 난데없이 거기서 고아원 시절이 왜 나와요?
대통 : 나도 고아원에서 자라서 아는데, 우리 어려서 분유 말이야.
호태 : 분유가 왜요?
대통 : 기부 들어오는 분유들 많잖아. 그게 한 회사 제품이 아니라 이 회사 꺼, 저 회사 꺼 섞여 있잖아.
그래서 성격이 들쭉 날쭉 한 게 아닐까 난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거든.
호태 : 그건 말이 되네. 차연이 얘만 봐도, 이거 평범한 성격 아니고. 대통 형도 성격 파탄의 기미가 보이고.
대통 : 그지? 그지? 내 말이 맞지? 심청이 걔가 생각 없이 인당수에 퐁당 뛰어드는 것도 난 그렇게 보거든.
심청이가 동냥젖으로 컸잖아? 이 젖 저 젖 섞여서 애가 겁 없이 인당수로 뛰어드는 거거든.
호태 : 아, 맞다, 심청이도 우리하고 비슷하네.
차연 : (두 사람 얘기하는 거 기가 막히다는 표정으로 보는) 심청이가 거품 물고 달려들겠네.
지금 그게 말이 된다고들 하고 있는 거예요? 고아원 출신들이 들으면 데모하겠네.
대통 : 안녕히 주무세요, 누나. (얼른 인사하고 나가면서 궁시렁거리는) 맞장구도 방정맞게 쳐요.
호태 : 지가 먼저 시작해놓고....
차연 : 너.....정이사랑 연애하냐?
호태 : (헉, 놀라고)
차연 : 밥도 먹여주는 사이라며?
호태 : 누, 누가. 그런 유언비어를....
차연 : 이호태 새로운 작전에 들어간 거냐?
호태 : 넌....
차연 : 너 꿈이 그거인 놈이잖아? 돈 많은 여자 만나서 밤마다 열심히 봉사하며 한평생 보내는 거?
호태 : 얘가, 얘가 사람을 어떻게 보고.
차연 : 서유경이 때도 그런 거였잖아?
호태 : 그, 그거야. 야, 사람이 같냐? 사람이. 서유경이하고 승혜씨가 비교대상이 되기나 하냐구.
차연 : 승혜씨? 이젠 이름도 부르는 사이냐?
호태 : 너 왜 이러냐? 네가 내 마누라야 뭐야? 왜 남의 사생활에 시시콜콜 끼어들려고 그러냐?
차연 : 이호태.
호태 : 왜?
차연 : 내가 좋게 얘기하는데 정이사한테는 작전 들어가지 마라.
호태 : .....
차연 : 서유경이처럼 호락호락한 사람도 아니지만, 너같은 놈이 껄덕거려도 되는 여자 아니야, 정이사.
호태 : 지금 너.....뭐라고 하는 거냐? 너 내 친구 아니냐? 그럼 당연히 내 편을 들어줘야지,
너 지금 그 말은 무지 정이사 쪽으로 기울어 있거든.
차연 : 같은 여자로 너같은 놈이 껄떡거리는 게 안됐어서 그런다. (걸레 들고 욕실로 들어가려고 하면)
호태 : 너 인간이 그러는 거 아니다. 아무리 웬수니 뭐니 하면서 치고 받고 사는 사이라 해도 그렇지.
친구 사이에 그렇게 모질게 말하는 거 아니다, 너. 나 진짜 너무 서운하다.
차연 : 그냥 그래. 난.
호태 : 뭐가.
차연 : 정이사 보면 왠지......마음이 한쪽이 서늘해져. 그래서.....그냥 좀 잘됐으면 좋겠어.
좋은 남자 만나서 진짜 사랑 받고 살았으면 좋겠다구. (욕실로 들어가는)
호태 : 어이구, 오지랖도 넓으셔라. 정이사가 네 동생이냐 뭐냐. 저거 질투하는 거야, 질투. 내가 진짜 괜찮은 여자랑
썸씽이 있는 거 같으니까 배가 아파서 저러는 거야. 가만.....내가 승혜씨랑 썸씽이 있긴 있는 건가.
S#14. 씬. 병원 전경.(밤)
S#15. 씬. 병실.(밤)
할머니, 침대에 앉아있는, 그 옆에 리모콘 들고 서있는 동주.
할머니 : 다른 데 좀 돌려보라니까.
동주 : 지금 돌리고 있잖아요, 할머니.
할머니 : 진가년 나오는 데 없어?
동주 : 진가년이 무슨 인기 가순가요. 매일 티비에 나오게.
할머니 : 그 년이 그럴 년이 아닌데.
동주 : 뭐가요?
할머니 : 날 이렇게 모른 척할 년이 아니라구.
동주 : 올 때 되면 오겠죠.
할머니 : (화들짝) 온다고 해? 언제? 언제?
S#16. 씬. 병원 복도.(밤)
동주, 병실에서 나오는. 시계 보면서.
동주 : 온다고 했으면 오든가. 약속을 안 지켜요, 약속을. 스케줄도 하나 없으면서....
(복도 쪽 보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차연을 기다리는)
S#17. 씬. 병원 일각.(밤)
동현, 은우 앉아있는.
동현 : 약속해요.
은우 : (보면)
동현 : 무슨 일이 있어도 죽는다는 생각은 하지 않겠다구?
은우 : 그럼....(새끼 손가락 내밀며) 그럼 약속해줘요.
동현 : 뭘?
은우 : 절대 멀리 가지 않겠다구. 가끔 안 보이는 건 괜찮은데..... 아주 사라져버리는 건 하지 않겠다구.
동현 : (보다가 손가락을 거는)
유선, 인서 걸어오다가, 두 사람 보고.
인서 : 동현이 저 자식 큰일 났네, 큰일 났어.
유선 : (표정 굳어지는)
S#18. 씬. 병원 복도.(밤)
유선, 걸어오는. 마주 걸어오는 동주모.
동주모 : 오늘도 밤 근문가보네. 매일 이렇게 힘들어서 어째?
유선 : 어머니....
동주모 : (보면)
유선 : 드릴 말씀이 있는데....
S#19. 씬. 병실.(밤)
할머니, 어깨 주무르고 있는 동주.
동주 : 시원하세요?
할머니 : 이 놈아 넌 힘만 셌지. 진가년만 못해. 진가년 그게 밥은 태워도 손끝은 여물거든.
아픈데를 어찌나 잘 찾아내서 꼭 꼭 주물러 대는지. 아, 진가년 찾아와.
동주 : 할머니, 또 이러신다.
동주모, 화가 나서 들어오는.
동주모 : 동현이 여기도 없니?
동주 : 동현이야. 일하고 있겠죠.
동주모 : 다 찾아도 없으니까 하는 말 아냐?
동주 : 왜 그러세요?
동현, 들어오는.
동현 : 할머니, 기분 좀....
동주모 : (다가서며, 동현의 뺨을 갈기는)
동현 : (놀라서 보는)
동주 : 어머니?
동주모 : (그래도 분에 못이겨 다시 손을 드는데)
동주 : (어머니 팔 잡으며) 왜 이러세요?
동주모 : 왜 이래? 이 놈이 어떤 년하고 좋아지내는지 너 알기나 하니?
동현 : 아셨어요?
동주모 : (기가 막히다는 표정으로) 아셨어요? 잘못 아신 거예요, 가 아니라, 아셨어요?
동현 : 유선이가 말한 거겠죠.
동주모 : 최정민이 둘째 딸이 어떤 앤지 너 몰라? 걔 미친 애야. 미친애. 그래서 지 엄마 이혼까지 당하게 만든 애야, 걔가.
동현 : 미친 애 아니예요. 그냥 병이 좀 있는 것 뿐이예요.
동주모 : 그래서? 병이 좀 있는 애라서 좋아지내도 괜찮다는 거야 뭐야?
동현 : 저 은우 만날 거예요.
동주 : 신동현.
동현 : 어차피 아시게 될 일이었으니 잘 됐네요. 저, 은우 만납니다.
동주 : (동현 어깨 잡으며) 이 자식.
동현 : 형도 내 인생에 상관하지마. 사랑 없이 아무 여자랑이나 결혼 하는 건 형 혼자만 해. 나한테까지 그러라곤 하지마.
(뿌리치고 나가는)
할머니 : 저 놈이 미쳤다는 겨? 의사 놈이 어쩌다 미쳐?
S#20. 씬. 병실.(밤)
은우, 침대에 앉아있고, 정민 그 앞에.
은우 : 엄마? (손 잡으며) 이제부턴 엄마 말 정말 잘 들을게. 밥 먹으라면 먹고, 자라면 잘게. 나가지 말라고 하면 안나갈게.
정민 : 무슨 말이 하고 싶어서 이러니?
은우 : 그러니까 엄마, 그 사람 혼내지마. 나 만나지 말라고 혼내지 마.
정민 : 은우야.
은우 : 엄마, 그 사람은 장난 아니래. 나 가지고 논 거 아니래. 그런 사람 없었잖아? 다들 나 가지고 장난만 했잖아.
그런데 그 사람은 아니야. 그러니까 엄마.....
정민 : (은우 머리 만지며) 은우야? 엄마 말 마음 아프겠지만 들어. 너..동현이 진짜 좋아하면..이러면 안돼. 동현이가 네 곁에 있으면
그 애 인생이 너무 힘들어져. 진짜 좋아하고.....사랑하면 그러면 안되는 거잖니? 사랑하는 사람이 힘들게 사는 게 좋아?
그럼....그건 진짜 사랑이 아니야. 나만 좋자는 이기심이지. 엄마는 내 딸이 그런 이기적인 사람인 게 싫다.
은우 : (눈물을 흘리며) 그럼.....진짜 사랑이 아닌거야? 내 곁에 있어달라고 하면.....진짜 사랑하는 게 아닌 거야?
정민 : (가엾어서 끌어안는) 미안하다, 은우야. 이렇게 낳아줘서.....정말 너무 너무 미안하다.
S#21. 씬. 스테이션.(밤)
간호사들 근무하고 있는. 풍수 걸어오는.
인영 : 수술 지금 끝나셨어요?
수정 : 힘드시죠?
풍수 : 내가 겉으론 좀 삭아보여도 속은 쌩쌩하거든.
동주모, 화가 나서 걸어오는. 동주 따라오며.
동주 : 어머니? 어머니? 이러지 마세요, 제발 진정 좀 하시구?
동주모 : (간호사들에게) 최정민 어디 있어요?
수정 : 최정민 선생님이요?
동주모 : 최정민 선생인지 뭔지 어디 있냐구요?
풍수 : 무슨 일이신지?
동주 : 어머니, 들어가셔서....
정민, 걸어오는.
동주모 : (정민 보고, 화가 나서 걸어가서 정민의 뺨을 때리는)
정민 : (놀라서 보는)
동주모 : 미친 딸년 내 아들한테 떠 넘기겠다구?
동주 : (화가 나서 동주모 팔 잡으며) 정말 왜 이러세요? (정민에게) 죄송합니다.
풍수 : (다가와서) 무슨 일이신지는 몰라도, 이러시는 건 아니죠?
정민 : 나한테 할 얘기가 많은 거 같은데 가요. (돌아서서 걸어가는)
S#22. 씬. 정민의 진료실.(밤)
정민, 동주모 들어오는.
동주모 : 네 큰 딸 때문에 내 큰 아들 이혼 딱지 붙게 만든 걸로는 부족하디?
그래서 작은 딸까지 내 작은 아들 놈 인생을 망치겠다고 덤벼들게 만들었니?
정민 : 그런 일 없을 거예요.
동주모 : 뭐? 그런 일이 없어? 병원 안에 소문이 쫘한데.
정민 : 그럼, 작은 아들 단속 좀 잘하지 그랬어요?
동주모 :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드니.
정민 : 한쪽 손만 가지곤 소리 안나요.
동주모 : 계집애가 꼬리 치며 달려드는데 어떤 사내놈이 안 넘어가?
정민 : 제발 말 좀 가려가면서 해요. 언니도 나도 같이 자식 키우는 사람들이잖아요?
동주모 : 그래, 말 잘했다. 같이 자식 키우면서 네 병신자식 내 자식한테 떠 넘기려구.
정민 : (뺨을 갈기는)
동주모 : 너.....
정민 : 내 자식 못난 건 알지만, 그래도 그런 말은 하는 게 아니예요. 같은 에미면서.....
온전치 못한 남의 자식한테 그런 말 함부로 하는 거 아니라구요.
동주모 : 어떡할거니? 이건 말도 안되는 일이라는 거 너 알지?
정민 : 말도 안되는 일, 더 이상 진행 되는 일 없을 거예요. 내 자식은 내가 끌어안고 갈테니까,
언니는 언니 자식이나 마음 잡게 하세요.
동주모 : 믿어도 되는 거니?
정민 : 난 내 입으로 뱉은 말은 지켜요.
S#23. 씬. 병원 일각.(밤)
동현, 유선 대립하듯 서있는.
유선 : 아셔야 하는 일이잖아?
동현 : 네가 알려드릴 필요는 없었어.
유선 : 나한테 그럴 자격도 없다는 거야?
동현 : 너한테 왜 그런 자격이 있어야 하는데?
유선 : 너 나한테 이래도 되는 거니?
동현 : 내가 너한테 뭘 어떻게 했는데?
유선 : 최은우 나타나기 전까진 너하고 나 좋았어.
동현 : 나한테 넌 인서랑 똑같은 친구였을 뿐이야.
유선 : 날 단 한번도 여자로 본 적이 없었다구?
동현 : 그런 적 없었어.
유선 : (멍하니 보는)
동현 : 그러니까 내 일에 끼어들지마. (돌아서서 걸어가면)
유선 : (동현을 향해 소리 치는) 너 인생 망치려고 작정했니? 최은우가 어떤 앤지 몰라?
걔가 온전하게 세상 살아갈 수 있을 거 같니? 너 그렇게 멍청한 애였니? (주저 앉아 쪼그리고 울음 터트리는)
S#24. 씬. 스테이션 앞.(밤)
수정, 인영, 보숙 흥분해서, 동현 그 앞에.
수정 : 신선생님 어머님이 흥분하셔서 최정민 선생님 뺨까지 때리시고....
보숙 : 최정민 선생님 볼이 금방 벌게 지시더라구요.
인영 : 지금도 어디선가 싸우고 계실지도 몰라요.
수정 : 도대체 무슨 일이예요?
동현 : (난감한)
S#25. 씬. 병실.(밤)
할머니, 앉아있고, 동주 그 앞에.
할머니 : 그니까 동현이 그 놈이 미친 건 아니란 말이지?
동주 : 동현이가 미치긴 왜 미쳐요?
할머니 : 그려, 의사 놈이 미치면 안되지. 그럼 병원에 손님이 오겠냐?
동현, 들어오는.
동현 : 어머니 어디 계셔?
동주 : 너 정말 이렇게 막가는 거냐?
동현 : 말했잖아. 내 인생에 상관하지 말라구.
동주 : 이 자식이 정말.
동주모, 들어오는.
동현 : 최정민 선생님한테 무슨 짓을 하신 거예요?
동주모 : 에미한테 무슨 짓? 미친 애 만나더니 네가 눈에 뵈는 게 없는 모양이구나.
동현 : 어머니?
동주모 : 얘기 다 끝났다. 최정민이도 너희 둘은 안되는 사이라는 거 인정 했으니까 너도 마음 잡고 일이나 열심히 해.
S#26. 씬. 옥탑방.(밤)
차연, 호태 각자 영역에 누워있는.
차연 : (엎드려서 가계부 쓰고 있는)
호태 : 자냐?
차연 : 왜?
호태 : 안자고 뭐하냐?
차연 : 남이사. 가계부 쓴다.
호태 : 쓸 것도 없는 가계부는 맨날. 그리고 그게 무슨 가계부냐? 일수 장부지.
차연 : 맞고 자고 싶니?
호태 : 있지, 차연아.
차연 : 왜?
호태 : 우리들 말이야. 너랑 그 반지 끼고 사람 때리는 놈이랑. 승혜씨랑 다 말이야. 참 이상한 인연이지.
차연 : 갑자기 그 얘긴 왜 하는데?
호태 :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인간 말이야. 너한테 좀 마음이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차연 : (옆으로 고개 돌리고) 미친 놈.
호태 : 쌍과부촌에서 만났을 때도 그래. 그렇게 지가 흥분할 일이 뭐가 있어. 쫓아낸 마누라가 어디서 일하든 지가 무슨 상관이냐구.
그런데 그 놈 그날 눈에서 불똥이 튀더라. 병원에서 나랑 싸우던 날도 그래. 두리가 내 아인 줄 알고, 네가 두리 약값 벌려고
계약 결혼 했었다고 나한테 덤벼들 일이 뭐가 있냔 말이야.
차연 : 있는 놈이잖아. 있는 놈들은 원래 자존심에 조금만 상처를 입어도 그렇게 난리를 치고 그러는 거야.
호태 : 어제 집 앞에서 봤을 때도 그래. 할머니는 핑계 아니었을까?
차연 : 소설을 써라.
호태 : 그래, 아니지. 말이 안되는 결정적인 이유가 있긴 하지.
차연 : 그게 뭔데?
호태 : 그 모든 가정이 성립하려면 기본적으로 널 여자로 봐야 한다는 건데. 그건 불가능한 일이거든.
차연 : 곱게 자라. 매 더 벌지 말고.
호태 : 근데 차연아.
차연 : 왜 또?
호태 : 아니다. (돌아누워 고개 푹 웅크리며 조용하게 되뇌이는) 자꾸 승혜씨 얼굴이 오락가락 한다구...
차연 : 뭐? 오락실 차리겠다구?
S#27. 씬. 승혜의 회사 전경.(낮) 씬. 연습실. (낮)
현성 피아노 앞에 앉아있는. 차연 그 앞에서 노래하고. 호태, 명태, 코디 뒤에서 지켜보고 있는.
P.D 스탭들 카메라 돌리고 있는.
P.D : 캇, 캇. 아니요, 선생님. 자꾸 카메라 쪽을 보지 마시구요. 그냥 매일 하던 것처럼 하세요.
현성 : 내가 워낙 카메라를 좀 의식하는 편이라서.
차연 : 어머, 우리 선생님 너무 순진하시다.
현성 : 너나 잘해.
S#28. 씬. 동네 길.(낮)
차연, 호태 걸어오는.
차연 : 스케줄 아직 잡힌 거 없냐?
호태 : 곧 잡히겠지.
P.D : 캇, 캇. 아니 책들을 읽으시는 겁니까 뭡니까? 정말 왜들 이러세요? 평소에도 말들 그렇게 하세요?
호태 : 그래도 전 좀 났죠? 감독님? 차연이 얘가 워낙 카메라만 들이대면 어는 스타일이라서.
차연 : (주먹 들며) 그러는 너는.
P.D : 정말 왜들 이러세요? 책을 읽지 않으면 순간 순간 난투극을 벌이시니, 어디 무서워서 찍겠어요?
호태 : 제발 좀. 제발. 주먹 좀 들지 말라니까.
승혜, 김비서 차에서 내리는.
P.D : 아니, 정이사님이 여긴 왠일이십니까?
승혜 : 우리 식구들 때문에 고생하시는데, 식사라도 대접해야죠. 많이들 찍으셨어요?
P.D : 많이 찍긴요, 이렇게 힘든 분들은 정말 생전 처음입니다.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이렇진 않으시거든요.
이 양반들은 정말 대책이 안섭니다. 대책이....
S#29. 씬. 옥상.(낮)
스탭들, P.D. 승혜, 김비서, 차연, 호태, 모여 서있는.
스탭들 : 높은데 사시네.
호태 : 공기는 좋아요.
대통, 두리 옥탑방에서 나오는.
호태 : 아니, 오늘 출근 안했어요?
대통 : 두리는 누가 보라구?
호태 : 진짜 핑계가 좋다.
대통 : 감독님이신가보네, 방대통입니다. 그럼 전 어느 쪽에 서있을까요?
P.D : 누구신지?
대통 : 식굽니다, 식구요. 일명 패밀리죠.
S#30. 씬. 옥탑방.(낮)
대통, 두리, 차연, 호태 모여 앉아서 밥 먹고 있는. 모두 뻣뻣하게 굳어서 식사하는.
P.D : 아, 정말 너무들 하시네. 여기가 무슨 군대 식당입니까? 두리처럼 좀 해주세요. 두리 얼마나 자연스러워요.
저렇게 밥들 못 먹어요?
호태 : 차연아, 우리 두리가 연예인 기질이 있나보다.
차연 : 그러게. 우리 두리한테 이런 재능이 있는 줄 몰랐네.
두리 : 다들 좀 잘해요. P.D 아저씨 화나서 가시면 우리 엄마 텔레비에 못나오잖아요.
호태 : 아, 저 눈물 나는 효심. (모두 돌아보며) 요 놈이 법적으론 제 아들입니다.
S#31. 씬. 옥상.(낮)
승혜, 김비서 서있는.
김비서 : 어렵게 살 거란 건 짐작했지만 참 어렵게들 사네요.
승혜 : .....
김비서 : 두 사람 대단한 우정이예요. 성인 남녀가 아무리 우정이라지만 한 집에서 그것도 방 한칸에서 사는 거 쉽지 않은 일인데..
승혜 : .....
S#32. 씬. 병원.(낮)
정민, 두리 진찰하고 있는.
호태, 차연 그 옆에. P.D 스탭 찍고 있는.
S#33. 씬. 스태이션.(낮)
간호사들 화장 하느라 난리다. 수간호사 한심하게 보는.
수간호사 : 자기들이 탈렌트야?
보숙 : 그래도 티비 출연하는 거잖아요?
풍수, 챠트 들고 걸어오면.
풍수 : 영화 찍으러들 왔나?
보숙 : 두리요. 두리 엄마가 다큐 프로에 출연한대요.
풍수 : 그래? 거울 좀 줘봐라.
두리, 호태, 차연, 스탭, P.D 걸어오면.
P.D : 두리 병실 씬 좀 찍고싶은대요.
수간호사 : 아, 네, 전에 두리 입원했던 병실 침대가 마침 하나 비어있는데....
풍수 : P.D 선생님이신가요?
P.D : 아, 네.
풍수 : 전 왼쪽 얼굴이 각도가 좋거든요. 되도록이면 이쪽으로.
S#34. 씬. 병실.(낮)
두리, 환자복 입고 누워있고, 수정, 보숙 링거 끼고. 호태, 차연 그 옆에. P.D . 스탭 찍고 있는.
S#35. 씬. 병원 복도.(낮)
수간호사, 인영 걸어오는.
인영 : 저도 들어가야 하는데.
수간호사 : 링거 끼러 간호사들이 떼로 들어갈래?
동주, 걸어오는.
수간호사 : (인사하는)
동주 : (북적이는 병실 쪽 보면) 무슨 일 있나보네요?
수간호사 : 아, 네, 진두리라고. 꼬마 애 엄마가 가순데....
인영 : (쿡쿡 찌르며) 왜 아시는 사이실텐데요 뭐.
수간호사 : 어떻게?
인영 : (끌고 가면서 귓말로 속삭이는)
동주 : (병실 쪽 보는)
S#36. 씬. 병원 복도.(낮)
동주, 괜히 서성이고 있는. 차연, 수정, 보숙 걸어오는.
수정 : 그러니까 이호태씨가 간호하는 거 찍고 두리 엄마랑 찍는다는거죠?
보숙 : 그렇다잖니.
차연 : (동주를 보는)
수정, 보숙 걸어가면.
동주 : 아, 웬일이십니까?
차연 : 일이 있어서요.
동주 : 아, 네. 근데 약속 참 안 지키시대요?
차연 : 네?
S#37. 씬. 병실.(낮)
할머니, 간병인 머리 잡고 있는.
할머니 : 네가 언제 나 밥줬냐? 이년아?
간병인 : 할머니, 할머니, 머리 다 빠져요.
동주, 차연 들어오는.
할머니 : (화들짝) 진가야?
차연 : 할머니?
할머니 : 이리와, 이리.
차연 : 네. (손 잡는)
할머니 : 너, 언놈하고 살림 차렸다며?
차연 : 네? (동주 보면)
동주 : (딴청하면서) 언놈하고 사는 건 맞지 뭐.
할머니 : 이년아. 무슨 년이 팔자를 그렇게 쉽게 고쳐?
차연 : 그게요, 할머니.
할머니 : 그러는 거 아녀. 사내놈들은 꼼꼼이 따져보고 살림을 차려야지. 내가 동주 저 놈 할애비하고 물레방앗간에서
눈 맞아가지고 덜컥 일쳤다가.
동주 : 할머니, 그러셨어요? 아, 물레방앗간에서. 그거 뽕 같은 영화에나 나오는 건 줄 알았는데.
할머니 : 언 놈이냐? 언 놈이여? 네 년 같이 부모 복 없는 년은 남편 복이라도 있어야지.
차연 : 할머니, 저 언놈하고 살림 차린 거 아니거든요.
할머니 : 그려? (베개 들어서 동주에게 던지는) 저 놈의 자식이. 너 데려오기 싫으니까 거지뿌렁 한 거여, 저 놈이.
내가 그럴 줄 알았다, 알았어. 내가 네 년을 모르냐? 며칠 상간으로 팔자 고치고 그럴 년이 아니라는 걸 내가 모르냐구?
차연 : 그러게요. 이 세상에서 저 제대로 알아주시는 분은 할머니 밖에 없어요.
할머니 : 진가야?
차연 : 네.
할머니 : 그 노래 좀 해봐라, 네 년이 테레비에 나와서 요렇게 손 흔들면서 불렀던 노래 있잖여?
차연 : 아, 네.
할머니 : 만원 줄까?
차연 : (웃는)
차연, 컵 마이크 삼아서 노래하는.
할머니 : (손뼉 치면서) 아이고, 저년 노래를 들으니까 이제 좀 살 거 같네.
동주 : (천연덕스럽게 노래하고 있는 차연을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문 열리고 들어오는 유경.
동주 : (굳어지고)
유경 : (노래하는 차연과 동주를 번갈아보는)
차연 : (유경 보고 노래 멈추는)
유경 : 이....이 여자가 왜 여기 와 있어요?
할머니 : 그러는 네 년은 여기 왜 왔냐?
S#38. 씬. 병원 복도.(낮)
동주, 유경을 끌고 나오는.
유경 : 저 여자가 왜 여기 있냐구요?
동주 : 있을만 하니까 있겠지.
유경 : 내 전화는 받지도 않고, 저 여자는 여기로 불러들여서 할머니 앞에서 노래까지 부르게 하고. 나한테 이래도 되는 거예요?
동주 : 할머니 오랜만에 기분 좋으신데 방해하지 말고 집에 가 있어.
유경 : 지금 저기 있어야 하는 사람은 저 여자가 아니라 나여야 하는 거 아니예요?
동주 : 할머니가 넌 싫다시잖아.
유경 : 그래서요? 할머니가 싫어하시나까 나하곤 결혼도 못하겠다 그건가요?
동주 : 가 있으라고 했어. 나중에 시간 봐서 들를게.
유경 : 그게 언제예요?
동주 : 시간 봐서.
유경 : 스캔들 때문에 마음 상한 모양인데 나한테도 해명할 기회를 줘야 하는 거잖아요? 일방적으로 기사만 보고.
동주 : 해명 하지 않아도 돼. 사진만 봐도 한눈에 파악되던데 무슨 해명까지 하겠다고 그래.
유경 : 동주씨?
호태, 뛰어오는. 걸어가던 수정에게.
호태 : 두리 엄마 못보셨어요?
수정 : 못봤는데.
호태 : (유경과 동주를 보는)
유경 : 저 사람은 여기 왜 또 있어?
동주 : 두리 엄마 있는데 내가 압니다.
호태 : .....(유경과 동주를 번갈아 보는)
S#39. 씬. 병원 복도.(낮)
호태, 차연 걸어가는.
호태 : 참 오지랖도 넓다, 그 사이에 위문 공연까지 하고.
차연 : 이번엔 잘 찍었냐?
호태 : 근데, 신동주 그 놈 말이야. 진짜 왜 그런다니?
차연 : 왜?
호태 : 아까 보니까 서유경이랑 딱 붙어서서..... 지 할머니 입원하신 병원으로까지 불러들여서 그래야겠냐구?
내가 너한테 마음 있는 거 같다고 한 건 취소다, 취소야. 서유경이가 웃기는 속물인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너보다 젊고
미모가 있는데, 같은 남자 입장에서....
차연 : (주먹 들면)
호태 : 감독님이 난투극 좀 벌이지 말라고 했지.
S#40. 씬. 승혜의 회사 전경.(낮)
S#41. 씬. 승혜의 사무실.(낮)
승혜, 호태, 차연, 김비서, 실장. 서있는.
승혜 : 수고들 하셨어요? 오늘이 방송이죠?
실장 : 네, 7십니다.
승혜 : 좋은 결과가 있을 걸로 기대해요.
실장 : 편집 테잎 봤는데 괜찮드라구요.
승혜 : 두 분 고생 많으셨어요.
호태 : 다 승혜씨...아니 이사님께서 물심양면으로 배려해주신 덕입니다.
승혜 : 제가 뭐 한 게 있다구요.
차연 : (승혜와 호태를 묘한 눈길로 번갈아 보는. 혹시나 싶기도 하고, 아니지 싶기도 하고)
S#42. 씬. 옥상.(밤)
호태, 두리 엎고 올라오는, 차연 같이 올라오고.
호태 : 오늘이 엄마 프로 나오는 날이거든.
두리 : 알아요. 아까 주인 아줌마랑 슈퍼 갔을 때 아줌마가 동네 아줌마 아저씨들한테 막 보라고 그러셨어요.
호태 : 아, 우리 주인 아줌마 한 몫 제대로 하시네.
대통, 헐레벌떡 뛰어올라오는.
대통 : 아, 겨우 시간 맞춰왔네.
호태 : 왜 벌써 와요?
대통 : 오늘 조퇴 했어, 오늘같은 날 근무 할 수는 없잖아.
호태 : 나이트 클럽 시작 할 시간도 안됐는데 무슨 조퇴예요?
대통 : 누나, 오늘은 좀 봐주세요. 내일 제가 열심히 뛰어서 오늘 일수까지 몰아서 찍을게요.
차연 : 오늘만이예요?
대통 : 네, 누나.
S#43. 씬. 옥탑방.(밤)
호태, 차연, 두리, 대통 모여 앉아 티브이 보고 있는. 화면에 나오는 두리 병원씬.
성우E : (여자 성우) 아픈 두리를 볼 때마다 차연은 미안해집니다. 건강하게 나아주지 못해서 너무 미안한 내 새끼 두리.
대통 : (훌쩍이는)
차연 : (두리 머리 쓰다듬는)
호태 : (고개 돌리고 눈물을 참는)
S#44. 씬. 승혜의 집 거실.(밤)
승혜, 김비서 티브이를 보고 있는. 화면에 두리 엎고 차연과 걸어가는 호태의 모습.
성우E : 내 인생에 웬수같은 호태지만 그래도 두리를 친 아들처럼 챙기는 걸 보면 그동안의 모든 죄를 용서해줄까 싶습니다.
그래도 일수는 꼭 찍게 해야 한다는 걸 차연은 잊는 법이 없습니다.
승혜 : (미소 짓는)
김비서 : 두 사람 인연이 참 재미있네요.
S#45. 씬. 동주의 사무실.(밤)
동주, 티브이 보고 있는. 차연, 노래 연습하고 있는 화면.
성우E : 오늘도 우리 두리를 위해서 노래를 부릅니다. 유명한 가수가 되고 싶은 욕심은 없습니다.
그저 우리 두리만 살릴 수 있다면 목이 터져버리는 한이 있더라고 노래를 불러야 한다고 차연은 생각합니다.
수혁 들어오는.
수혁 : (화면에 온통 신경이 집중 되어 있는 동주를 바라보는)
달려가고 있는 차연의 모습 화면에 비추고.
성우E : 오늘도 차연은 달립니다. 지지리 복도 없는 인생이었지만, 그래도 차연은 달려야 한다는 걸 압니다. 멈추는 순간, 두리를
잃게 된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울고 싶을 때도 차연은 웃습니다. 그래야 오늘 하루를 버틸 수 있으니까요.
주저 앉고 싶을 때도 차연은 달립니다. 그래야 내일로 갈 수 있다는 걸 차연은 너무도 잘 알고 있으니까요.
스톱 모션으로 달려가는 차연의 모습.
동주 : .....
화면에 광고 오르고.
동주 : (한참을 그대로 있다가, 리모콘으로 티브이 끄는데)
수혁 : 이제 좀 알자.
동주 : 언제 들어왔냐?
수혁 : 들어오는 것도 모를 정도로 온통 저기에만 신경이 가있던 거냐?
동주 : (일어서며) 잘 만들었드라. 너도 좀 보지 그랬냐.
수혁 : 동주야?
동주 : (웃옷 입으면서) 퇴근하자.
수혁 : 차연씨에 대한 네 감정.....뭔 거냐?
동주 : .....
수혁 : 모른척 해줄까?
동주 : (씩 웃으며) 저 여잘 보면.....그냥 웃음이 난다. 아직은 그게 전부다. 나가자.
수혁 : 아직은 이라면?
동주 : .....
수혁 : 발전할 여지가 있다는 거냐?
동주 : 인생이라는 게 내일 일을 모르는 거잖냐?
S#46. 씬. 옥탑방.(밤)
대통, 호태, 차연, 두리, 음료수로 건배하고 있는.
대통 : 누나, 누나. 이건 틀림없이 대박이거든요. 제가요. 단종애사 이후로 이렇게 감명 깊게 본 게 없거든요.
정말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호태 : 단종애사? 그게 뭐예요?
대통 : 30년 전인가 한 영화 있어.
호태 : 아니, 그럼 그동안 다른 영화는 본 적이 없단 거예요?
대통 : 극장엔 간 적이 없지만, 텔레비로는 봤지, 투 캅스 같은 거. 투 캅스 보고 우는 건 이상하잖아?
하여간 누나. 이걸로 누나 못뜨면요, 제가 손에 장을 지질게요.
두리 : 나두.
차연 : 안되지. 우리 두리까지 손에 장을 지지면 엄마 가슴이 찢어지는데.
두리 : 장 지지는 게 뭔데?
차연 : (웃고) 손에 불 지르는 거.
두리 : (대통에게) 아저씬 왜 그런 거 하려구요?
S#47. 씬. 옥상.(밤)
텐트에서 들려오는 대통 코 고는 소리.
차연 :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는) 다 잘 될 거야. 이번에 잘 안되도 차연아 실망하지 말자. 또 뛰면 되는 건데 뭐.
(그러다 무심히 아래를 내려다 보는데. 양미간 모으고)
S#48. 씬. 차연의 집 앞.(밤)
동주, 차연의 집을 올려다보고 있는. 차연, 나오는.
차연 : 뭐 해요?
동주 : 깜짝이야. 문이 여기 있는데 왜 거기서 나와?
차연 : 옥상 방을 뒤에 올라가는 계단 따로 있거든요. 오 밤중에 남의 집 앞에서 뭐하시는 겁니까?
동주 : 별 구경 나왔습니다. 우리 집하고 가깝잖아요?
차연 : 정말 왜 그러십니까? 왜 말이 안되는 소리를 하고....
동주 : 한가지만 물읍시다.
차연 : 나 아는 거 많지 않거든요.
동주 : 아는 걸테니까 제대로 대답해.
차연 : 뭔데요?
동주 : 이호태랑.....그런 사이 아니지?
차연 : 어떤 사이요?
동주 : .....
차연 : 뭐가 궁금한데요?
동주 : 이 멍청한 여자야. 그럼 처음부터 그렇다고..... (울리는 핸드폰 벨)
차연 : 전화 왔는데요.
동주 : (하는 수 없이 전화 받는) 여보세요? (듣다가 굳어지는)
차연 : .....
동주 : 알았어, 지금 갈게.
차연 : 서유경씬가보죠?
동주 : 당신하고 나 참.....어렵군.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동주의 표정에서)
차연 : (순간 약간 당황해서 흔들리는 표정으로 보다가. 곧 자신의 감정을 수습하며) 남의 동네로 별 구경 나오고 그러지 마세요.
동주 : (보다가 피식 웃는) 그거 아십니까? 늘 느닷없는 소리 해서 사람 돌게 만드는 거?
차연 : 돌던 말던 그건 댁 사정이시구요. 어서 찾는 사람한테나 가보세요.
동주 :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차연 : (돌아서는데)
동주 : 아주머니?
차연 : (멈칫하는데)
동주 : 난 이 동네 별이 더 좋습니다. 그래서 별 구경은 꼭 이 동네 와서 할 작정입니다. (돌아서서 차를 타는)
차연 : (그 소리를 그냥 듣고 서 있는)
동주 : (차를 타고 룸밀러로 등을 돌리고 서있는 차연을 보는) 사람이 가는데 뒤도 한번 안돌아봐주냐.....
(쓸쓸하게 미소 짓고 차 출발 시키는)
차연 : (차가 멀리 간 것 느끼자 몸을 돌려 멀어져 가는 차를 보는)
S#49. 씬. 옥탑방 욕실.(밤)
차연, 들어오는. 거울 앞에 서는데. 정원에서 물놀이 하던 모습이 떠오르고.
차연 : (생각에서 깨어나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거울을 보는. 얼른 물을 틀고 세수를 하는데)
그 위로. 피아노 연주하던 (두번째 피아노 연주씬) 동주의 웃는 얼굴이 스치는.
차연 : (눈을 꿈뻑이다가, 얼른 세수 하면서) 여름도 다 갔는데 왜 이렇게 덥냐.
S#50. 씬. 옥탑방.(밤)
차연, 욕실에서 나오는. 호태 잠결에 뒤척이며.
호태 : 야, 넌 왜 안자구 왔다 갔다 하냐.
차연 : 잠이 안와서 세수 좀 했다 왜.
호태 : 세수하면 잠이 더 안오지. 너 흥분 했냐? 이젠 정말 뜨겠구나 싶어서 잠도 안오는 거지? 근데 차연아?
차연 : (이불 위에 앉으며) 왜?
호태 : 이거 공치사 같아서 할까말까 했는데.....
차연 : 뜨면 다 네 덕이라구?
호태 : 하여간 지지배. 뭔 말을 길게 못하게 하는데는 선수지, 선수야.
차연 : 어쨌든 뜨면 네 덕인 건 인정하마.
호태 : (놀라서 벌떡 일어나는) 정, 정말이냐? 네가 왠일이냐?
차연 : (누우면서) 나 잔다.
호태 : 잠 안온다며?
차연 : 이젠 졸려죽겠다.
호태 : (궁시렁거리는) 그런 얘긴 밤새 해도 누가 뭐라지 않는데..... 하여간 지지배 성격 까칠 한 건.....
(더 들어줄 것같지도 않아서 누워버리는)
차연 : (쪼그리고 누워서 생각에 잠기는, 그 위로)
동주 : 당신하고 나 참.....어렵군. (말하던 동주의 표정이 스치고)
차연 : 말도 안돼.
호태 : (벌떡 일어나며) 뭐?
차연 : (버럭) 그냥 좀 자라, 자.
호태 : (입 삐쭉이며 눕는)
차연 : (잠든 두리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내가 지금 이 아이를 두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 어이 없는 표정으로)
그 위로. 쌍과부촌에서 자신의 뺨을 때리던 동주의 얼굴이 스치고.
병원 일각에서 무슨 수작이냐고 말하던 동주와의 대화가 이어지고.
차연 : (생각에서 깨어나, 맞아 그런 인간이었어 하는 표정으로 잠든 두리를 꼭 끌어안는)
S#51. 씬. 응급실 앞.(밤)
동주, 걸어오면, 동현 응급실에서 나오는.
동주 : (난감한 표정으로 보는)
동현 : 수면제 과다 복용인데, 치사량은 다행이 아니라서....
동주 : (무시하듯 스치면서) 절대 죽을 여자는 아니야.
동현 : 치사량은 아니었지만, 조금 더 늦었으면 어떻게 됐을지 몰라.
동주 : (보는)
동현 : 이젠 좀 정리를 해가면서 사는 게 어때?
동주 : (무시하고 들어가는)
S#52. 씬. 응급실.(밤)
유경, 혼수상태로 누워있는. 그 옆에 코디 울고 있는.
동주, 다가오는.
코디 : 사장님?
동주 : (어두운 표정으로 유경을 바라보는)
코디 : 계속 술 마시다가 저더러 집에 가서 자라고 했는데 아무래도 느낌이 이상해서 가봤더니.....(울음을 터트리는)
사장님, 진짜 너무하세요. 어떻게 유경언니한테.....
동주 : 왜 하필이면 이 병원이야?
코디 : 네? 그, 그거야. 신사장님이 이 병원에 자주 들리시고.... 그래야 언니한테 자주 들러보실 수도 있을 거 같구.
동생분이 의사 분이니시까, 병원은 아무래도 아는 사람이 있는 병원이....
동주 : (자르며) 급박한 순간에 참 여러 가지 생각도 했군.
코디 : 유경언니 제가 조금만 늦게 발견했어도 정말 죽을 뻔 했어요.
사장님은 모르세요. 유경언니가 얼마나 끔찍하게 사장님을 사랑하는지.....
동주 : 계속 떠들거면 나가 있지.
코디 : (입 삐쭉 내밀고 슬금슬금 나가는)
동주 : (난감한 표정으로 유경을 바라보는)
S#53. 씬. 병원 휴게실.(밤)
동주, 지친 표정으로 앉아있으면, 급하게 걸어오는 수혁.
수혁 : 어떻게 된 거냐?
동주 : (의아하게 보며) 어떻게 알고 왔냐?
수혁 : 유경씨 코디가 전화 했드라. 기자들 알면 큰 일 난다구.
동주 : 진짜 여러 가지로 바쁜 아가씨군.
수혁 : 생명에 지장은 없는 거냐?
동주 : (끄덕이는)
수혁 : 다행이구나.
동주 : 쟤하고 나도 악연은 악연인가보다.
수혁 : .....
동주 : 몸 함부로 굴리며 산 벌 이런 식으로 받는 거겠지만. (일어서며) 응급실에서 서유경 알아보는 사람들 꽤 있는 거 같드라.
기자들 귀에 들어가지 않도록 네가 정리 좀 해줘라.
수혁 : 알았다.
동주 : (스치며 수혁의 어깨를 툭 치며) 미안하다. 늘 귀찮은 일처리만 맡겨서.....
수혁 : 그거 알면 이쯤에서 정말 정리를 하는 게 어떻겠냐?
동주 : ......(걸어가는)
S#54. 씬. 병원 일각.(밤)
동주, 벤취에 앉아 생각에 잠겨있는. 그 위로.
차연 : 남의 동네로 별 구경 나오고 그러지 마세요. (말하던 차연의 얼굴이 스치고)
동주 : (하늘을 올려다보며 미소를 짓는)
S#55. 씬. 승혜의 사무실.(낮)
실장, 전화중. 호태, 차연, 눈치 보면서 걸어오는. 직원들 전화 받고 바쁘게 일하고 있는.
실장 : 네, 네. 일정 조정해서 연락 드리겠습니다. 네, 네, 알겠습니다.
전화 끊으면. 여직원 수화기 손으로 가린채.
여직원 : 실장님, 3번이요. 스포츠 저널 박기자요.
실장 : (호태와 차연에게 기다리라는 손짓하면서) 전화 바꿨습니다. 아, 네. 네. 네. 지금 워낙 인터뷰 요청이 쇄도를 해서,
오늘 내일 중으론 좀 곤란 할 거 같은데.....
여직원 : 실장님. 2번이요. SBC 이현수 P.D데요.
실장 : 아, 정말 정신 없네. 박기자님 잠시만이요. 네, 네, 전화 바꿨습니다. 아, 네. 네. 당연히 출연해야죠.
(전화 하면서, 호태에게 손 내미는)
호태 : (멀끔히 보며) 물 가져올까요?
실장 : (덥썩 악수하며) 당신 히트쳤어.
S#56. 씬. 승혜의 사무실.(낮)
승혜, 김비서, 실장, 여직원, 호태, 차연 서있는.
실장 : 인터뷰 요청만 13곳입니다. 일간지도 세 개고, 스포츠 쪽에선 거의 다 왔구요.
여직원 : 어제 시청률이 18.3프로였답니다. 올해 가장 높은 시청률이었다네요.
승혜 : (미소 짓는)
실장 : 이렇게까진 기대 안했는데, 반응이 대단합니다. 방송 출연 요청도 다섯 곳이고,
행사 출연 요청은 계속 들어오고 있는 중 입니다.
승혜 : 두 분 축하드려요.
호태 : 차, 차연아?
차연 : (보면)
호태 : 나, 볼 좀 꼬집어주면 안되겠니?
차연 : 안되겠다.
호태 :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느낌으로, 차연을 보면)
차연 : 넌 이 상황에서도 주책을 떨어야겠냐?
승혜 : (두 사람 앞으로 다가서며) 이제부터 시작이예요.
S#57. 씬. 승혜의 회사 앞.(낮)
호태, 뭔가를 보고, 입 벌어지면서. 그 뒤에 차연, 명태, 코디 서있는.
호태 : (뛰어가서, 밴을 보며) 와, 이거 진짜 연예인 차다.
차연 : (명태 보고) 지, 진짜 저거 이제 우리가 타는 거예요?
호태 : 정이사님 특별 지시라잖아요. 이거 진짜 특급 대우예요. 하이틴 가수 애들도 처음부터 저런 차 주진 않거든요.
호태 : (차연에게 달려와서 차연의 두 손을 잡고 펄쩍 펄쩍 뛰는) 차연아, 차연아. 저 차 정말 우리가 타는 거랜다.
차연 : 이호태?
호태 : 왜? 또 주책이라구?
차연 : 고맙다. 이 웬수야. (차 쪽으로 걸어가면)
호태 : (멍하니 보다가, 명태에게) 나.....볼 좀 꼬집어줄래?
명태 : 네. (얼른 세게 꼬집고)
호태 : 꿈은 아니구나. 저 지지배 입에서 고맙다 소리 듣는 게......
S#58. 씬. 방송국 대기실.(낮)
차연, 코디, 명태와 들어오면. 가수들 메이컵 하고 있다가 차연을 보는.
차연 (주눅이 드는)
박상철, 서주경 얼른 다가오는.
상철 : 어제 차연씨 나오는 거 봤어요.
주경 : 그런 사연이 있으면 진작 좀 얘기하지. 그럼 내가 어떻게든 지방 행사에 데리고 다녔을텐데.
상철 : 아들한테 빨리 건강해지라고 전해줘요.
주경 : 진짜 나 너무 너무 많이 울었어.
차연 : 고, 고맙습니다.
f.d 들어와서.
f.d : 준비들 하세요, 리허설 들어갑니다.
S#59. 씬. 방송국 사무실.(낮)
호태, P.D에게 넙쭉 허리 숙여 인사하고, 손을 덥썩 잡는.
호태 : 이게 다 감독님 덕분입니다.
P.D : 또 이런다.
호태 : 우리 차연이 살려주신 거 감독님이세요.
P.D : 아, 그만 좀 해요. 쑥스러워 죽겠네.
P.D. 2, 조연출에게 버럭 소리 지르는.
P.D 2 : 서유경이 걔 맛 간 거 아니야? 지가 요즘 스케줄이 어디 있다고 펑크야. 사람이 모질지 못해서 J.S하고의 인연 때문에
출연 취소 안시킨 건데..
조연출 : 그게요, 감독님. 김기자 말로는 음독설이 있다는데요.
P.D 2 : 뭐?
조연출 : 그래서 김기자도 지금 거기 있다구....
호태 : (멍하니 그 얘기 듣고 있는)
S#60. 씬. 스튜디오.
차연, 노래하고 있는. 방청객들 호응 괜찮고. 차연, 백댄서들과 맞춰서 열심히 노래 부르는.
그 모습 뒤에서 지켜보는 호태. 뒤로 다가오는 승혜.
승혜 : (차연을 바라보는 호태를 보는. 순간, 차연을 바라보던 동주의 얼굴이 떠오르고. 씁쓸한 미소가 번지는데)
호태 : (무심히 고개 돌리다 승혜를 보는) 오셨어요?
승혜 : 우리 진차연씨 두 번 째 쇼프로 출연인데 당연히 와봐야죠. 오늘 또 청심환 먹이신 건 아니죠?
호태 : (곱게 흘겨보는) 제가 뭐 까마귀 고기를 삶아먹은 줄 아십니까?
승혜 : (웃는) 어쩐지 우리 진차연씨 오늘은 잘 한다 싶었어요.
호태 : 저기요.
승혜 : (보면)
호태 : 고맙습니다.
승혜 : 무슨.....
호태 : 저희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을 때, 불러 주신 거..... 그게.....차연이가 꼭 노래를 잘해서가 아니란 거 압니다.
불러들이고 싶지 않은 마음도 크셨을 거란 거....
승혜 : 그랬으면.....웃을 일도 없었겠죠.
호태 : (보면)
승혜 : (미소 짓는)
호태 : (순간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승혜 : (무대에서 노래하고 있는 차연을 보며) 진차연씨와 호태씨......쭉 함께 가야 하는 건가요?
호태 : ......(차연을 보고, 승혜를 보는. 흔들리는 표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