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주의 환상 버려야 교육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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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학년도 서울대 입시안에 대한 정부 여당의 전면전 선언을 접한 서울대교수협의회가 8일 성명서를 통해 “대학 자율성을 부당하게 침해하지 말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세계 어떤 일류대학에서도 서열화로 학생을 선발하지 않는다”는 요지로 7일에 이어 거듭 서울대를 비판했다. 국론도 분열돼 서울대 입장을 지지하는 경쟁주의 교육관과 서울대 입장을 비판하는 평등주의 교육관이 날카롭게 맞서는 형국이다. 자율성과 책임을 바탕으로 하는 자유민주주의, 경쟁을 통한 효율성과 발전을 기본 가치의 한 축으로 삼는 시장경제체제를 교육정책에서도 무시하지 않는다면 배태되지도 않을 국론 분열이라는 것이 우리 판단이다.
우리는 입시정책을 포함한 교육정책의 근본적인 잘못이 자율성과 경쟁의 가치를 무시한 평등주의에서 출발한다고 믿는다. 평등주의로는 교육의 하향 평준화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서울대가 왜 통합교과형 논술고사를 도입하겠다고 하는가. 학업성적과 창의력이 뛰어난 신입생을 선발하기 위한 수단이다. 이와 비슷한 논술고사 도입이나 논술 비중 강화를 추진하고 있는 다른 주요 대학들도 마찬가지다. 신뢰성이 부족한 내신, 엄연한 고교간의 학력 차이, 변별력을 찾기 어려운 수학능력시험 등으로는 우수한 학생을 제대로 가려내 수월성 교육을 추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것이 왜 전쟁이라도 해서 저지해야만 할 ‘죄악’인가. 정부대변인과 일부 여당 인사가 서울대를 손봐야 한다느니 초동진압해야 한다느니 하는 행태는 수월성 교육에 대한 적개심마저 묻어난다.
노 대통령의 지론에서도 평등주의 교육관을 읽을 수 있다. 노 대통령은 7일 중앙언론사 편집·보도국장단과의 간담회에서 “몇몇 대학이 최고 학생을 뽑아가는 기득권을 누리게 하기 위해 고교 공교육을 망칠 수 없다”고 밝혔다. 대학이 어떤 교육기관인가. 장삼이사(張三李四)의 평범한 학생을 길러내기 위한 곳이 아니다. 장래 각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국가 발전에 기여할 인재를 길러내기 위한 고등교육기관이다. 대학은 당연히 그런 잠재성을 지닌 우수 학생을 선발해야 한다. 공교육을 망치는 것은 오히려 정부의 자율성과 경쟁을 무시한 평등주의 교육정책이지 대학이 아닌 것이다.
각 분야에서 세계는 갈수록 경쟁이 치 열해지고 있는 시대다. 세계에서 경쟁력 있는 인재와 경쟁력 있는 대학의 육성 필요성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정부 여당은 시대착오적인 평등주의 정책의 환상을 버리지 않으면 교육의 경쟁력이 살아날 수 없고, 국가의 경쟁력도 무망하다는 사실을 지금이라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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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7.9일자
“대학의 일, 대학에 맡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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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가 2008학년도 입시의 정시모집에서 통합교과형 논술고사를 도입키로 한 데 대해 정부와 여당이 본고사 부활 시도로 규정,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막겠다며 전면전을 선언하고 나섰다. 교육인적자원부와 여당은 6일 당정협의를 갖고 서울대가 방침을 철회하지 않으면 행정적·재정적 불이익을 주는 것은 물론 법을 제정해서라도 저지하기로 합의했다. 이들은 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 금지 등 이른바 3불(不)정책의 법제화 방안도 아울러 검토키로 했다고 한다. 우리는, 철회돼야 마땅한 것은 대학의 자율적 신입생 선발권을 빼앗기 위해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식으로 빗나간 정부여당의 발상이지, 서울대 입시안이 아니라고 판단한다.
서울대는 온갖 규제 속에서도 성적이 우수하고 창의력이 뛰어난 학생을 가려내기 위해 고심 끝에 통합형 논술고사를 채택키로 했다. 교육부조차도 6월27일 발표된 서울대 입시안에 대해 당초에는 “전형 방식을 다양화한 것으로 바람직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이 4일 “대학들이 논술을 본고사처럼 치르겠다고 한 것이 지난 주의 가장 나쁜 뉴스”라고 언급하자 입장을 180도 바꾸었다. 교육부 스스로도 이 점을 시인하고 있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황망히 입장을 바꾸고 여당과 함께 전쟁 운운해가며 호들갑을 떠는 교육부, 또 그런 교육부의 정책이라면 과연 누구를 위한 교육부, 누구를 위한 교육정책인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비롯해 평등주의 교육 이념과 인기영합주의를 추구하는 운동권 단체의 주장에 발맞춰 신입생 선발에도 변별력 잃은 방식만 강요하면서 대학의 경쟁력과 특성화를 말할 수 있는가.
우리는 정운찬 서울대총장이 당정의 전면전 선언 직후 “잘못한 것이 없는데 왜 이러쿵저러쿵하는지 모르겠다”며 “물러설 생각도 없고 물러설 이유도 없다”고 밝힌 입장에 공감한다. “입시문제를 포함해 대학의 일은 대학에 맡겨야 한다”는 정 총장의 지적대로 대학의 자율성을 빼앗으면 대학도 국가도 발전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정부와 여당은 제대로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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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7.7일자
“신입사원, 영어보다 국어가 더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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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기업체 신입사원들은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 능력보다 국어 능력에 더 문제가 많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최근 한 취업정보업체가 기업체 인사담당자 72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신입사원들에게 가장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업무능력을 묻는 질문에 국어 능력을 지적한 응답자가 5.6%로 외국어 능력을 꼽은 응답자 5.1%보다 많았다고 한다. 국어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제대로 사용하는 능력은 어느 분야에서든 업무 능력의 기본일 뿐만 아니라 논리적 분석력과 판단력을 가름하며, 문화적 정체성으로도 이어지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교육 일선과 사회 모두 젊은층의 국어 능력 부족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대책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본다.
신세대의 국어 능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현실은 이번 설문조사 결과가 아니라도 주변에서 쉽게 확인된다. 어법에 맞지 않아 도무지 의미 전달이 되지 않는 문장을 쓰는 현상은 일반화하다시피 했고, 인터넷 언어는 문법 파괴 수준을 넘어 해독조차 어려운 ‘외계인 언어’로 치닫고 있다. 인터넷에서 문법을 파괴하는 행태는 그대로 일상생활 속의 언어 왜곡과 파괴로 이어지고 있다. 국어를 제대로 구사하기 위해 필요한 기초 한자 실력이 문맹 수준인 대학생도 많다. 이런 현실에서 신입사원들의 국어 능력 중에서도 가장 부족한 점이 쓰기와 말하기 등 표현 능력이라고 지적된 조사 결과는 오히려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기업이 신입사원 채용에 국어 능력시험 도입의 필요성을 절감할 수밖에 없다.
외국어도 국어 능력이 뒷받침돼야 잘할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국어 능력이 낮은 사회가 경쟁력 있는 사회일 수도 없다. 국어 능력 배양을 위해 학교교육 강화는 물론, 가정과 사회에서도 국어 경시 풍조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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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7.6일자
대학 구조조정 위해서도 ‘3不’ 폐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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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권 대학을 포함한 전국 24개 대학의 입학정원이 2007학년도까지 1만2000명 줄어들고, 10개 국립대가 내년 이전에 5개로 통폐합하는 등 대학 구조조정이 본격화하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대학 구조개혁 재정지원 사업 신청을 마감한 결과, 입학정원 10% 감축·통폐합 등 대학별로 구조조정 계획이 제출됐다고 4일 발표했다. 우리는 국립대나 사립대 모두 경쟁력 제고와 특성화가 절실한 상황에서 구조조정이 반드시 연착륙해야 한다고 믿는다. 아울러 그 성공을 위해 제도와 정책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한다.
대학 입학정원을 대폭 감축하면 입시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대학들은 등록금 수입 감소로 재정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입시에서 경쟁은 불가피하다. 학생들뿐만 아니라 대학들도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고 우수한 졸업생을 배출하기 위해 당연히 경쟁해야 한다. 대학별로 특성에 따라 신입생 선발 방식의 자율적 선택권을 가져야 하는 이유의 하나도 대학의 경쟁력 향상과 특성화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이들 대학의 구조개혁 내용 등에 대한 평가를 거쳐 80 0억원을 나눠줄 예정이라고 한다. 그것만으로 대학의 재정손실이 극복되고 교육환경이 개선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최근 대학총장단이 건의한 제한적 기여입학제가 한 대안일 수 있다는 게 우리 판단이다.
따라서 정부는 대학의 성공적 구조조정을 위해서도 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 금지의 ‘3불(不)’ 정책을 폐지할 때가 됐다. 노무현 대통령은 4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주요 대학의 본고사형 논술시험 시행방침을 우려하면서 대입문제를 직접 챙기겠다는 말로 3불 유지 의지를 밝혔으나, 그래서는 대학 구조조정의 발목까지 잡기 십상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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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7.5일자
기여입학제 금기 허물 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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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30일 주최한 ‘2005학년도 하계 대학총장 세미나’에서 4년제 대학 총장들이 교육인적자원부에 기여입학제의 제한적 허용을 건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총장들은 “기여입학제의 전면 허용은 국민 정서상 시기상조지만 문제가 될 수 있는 점을 보완한다면 대학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한다. 기여입학제의 폐해 못지않게 그 순기능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우리는 총장단의 주장이 교육의 현실을 반영한다고 믿고 그 취지에 공감한다.
교육부는 학생수 감축 등 구조조정을 통해 대학 재정의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며 기여입학제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으나 구조조정을 통한 재정 위기 타개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4년제 대학 4분의 3을 차지하고 있는 사립대학들이 재정의 70%를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학생수를 감축하면 재정 위기가 오히려 심화되고, 이는 대학교육 부실로 이어질 것이 뻔하다. 사립대 재정에서 5% 미만을 차지하는 정부 지원금을 충분히 늘리기도 어려운 형편에서 기여입학제는 대학의 재정 위기를 상당부분 해소 하고 대학교육 부실을 막을 수 있는 효율적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기부금으로 대학에 입학하는 길이 열리는 데 대한 위화감 조성과 특혜 시비 등의 우려를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일정 비율로 제한해 정원외로 입학하게 하고, 일정 수준의 학력 등 입학자격을 강화하며, 기부금 용도를 분명히하게 하는 등 보완책을 제대로 마련한다면 우려를 앞세울 일만은 아닐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왜 기여입학제를 시행하고 있는가. 대학재정을 튼튼히하고, 결국 대학 경쟁력 강화에 효과적인 제도이기 때문이다. 교육정책 당국은 이런 사실을 더이상 외면하지 말고 이젠 기여입학제에 관한 금기를 스스로 허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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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7.1일자
학생선발 대학자율이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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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가 27일 발표한 ‘2008학년도 입학전형 기본방향’에 따르면, 정시모집의 경우에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지원자격 기준으로만 활용하고 통합교과형 논술시험을 도입해 그 성적을 합격 여부의 결정적 요소로 삼는다고 한다. 교육인적자원부가 고수하고 있는 대학별 본고사 금지 방침을 어기지 않으면서도 우수한 학생을 선발해보려는 고심이 역력히 드러나 있다. 연세대·고려대 등 다른 주요 대학들도 금명간 발표할 대입전형안을 두고 비슷한 고심을 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의 빗나간 입시정책 때문에 대학들이 하지 않아도 될 고민을 하고 있는 현실을 우리는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수능시험에서 상위 4%에 들어 1등급에 해당하는 수험생이 전국적으로 2만4000여명에 이르는 현실에서 서울대가 수능을 지원자격 기준으로만 삼기로 한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상위권 대학이 변별력 잃은 수능으로 학생을 선발할 수는 없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서울대측은 통합교과형 논술시험이 본고사와는 다르다고 설명하지만, 변형된 본고사 성격이 다분한 것은 사실이다. 본고사를 치르고 싶어도 정부가 엄격하 게 금지하니까 어쩔 수 없이 짜낸 고육책인 셈이다. 그렇더라도 서울대가 자체적으로 만든 방안인 만큼 정부는 이에 대해 또 시비를 걸어 교육일선을 더 혼란스럽게 해서는 안된다.
나아가, 교육정책 당국은 각 대학이 본고사를 치르든 수능으로만 뽑든 또다른 방식을 선택하든 자율적으로 학생을 선발할 수 있도록 본고사 금지 정책을 거두어들여야 한다. 어떤 경우에든 시험은 우열을 가르기 위한 것이며, 대학은 어떤 방법으로든 우수한 신입생을 선발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 방법을 두고 정부가 감놔라 배놔라 할 일이 결코 아니다. 학생 선발은 대학의 자율에 맡기는 것이 원칙임을 거듭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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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6.28일자
교원평가제 꼼수로 비켜가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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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인적자원부가 교원평가제와 분리된 부적격 교사 퇴출 방안을 마련해 올해 안에 시행하기로 교원단체·학부모단체 등과 합의했다고 한다. 김진표 교육부총리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전국교직원노동조합·한국교원노동조합·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참교육학부모연대 등 교원단체와 학부모단체 대표들은 24일 이른바 ‘학교 교육력 제고를 위한 특별협의회’를 열고 이런 합의내용을 발표했다. 우리는 교원단체들의 반발에 밀린 교육부가 교원평가제를 비켜가기 위한 ‘꼼수’에 합의한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김 부총리가 “금품 수수, 성적 조작, 성폭력 등 각종 비리에 연루된 범법 교사나 정신적·신체적으로 결함이 있어 교직 업무를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교원 등에 한정해 부적격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밝힌 점만 봐도 그렇다. 굳이 별도의 퇴출 방안을 새로 만들지 않더라도 범법 교원은 형사처벌 대상이고, 당연히 교단에 설 수 없다. 교직을 수행하기 어려운 정신적·신체적 결함을 가진 교원이라면 새삼스럽게 부적격 여부를 판단할 필요도 없다. 교원평가제의 본래 목적 은 일단 교원이 되면 아무리 무능하거나 불성실해도 정년을 보장받다시피 하는 현재의 빗나간 제도와 풍토를 바로잡자는 것이다. 교사의 능력과 노력 등을 엄정하게 평가해 인사 등에 반영함으로써 교직 사회에도 경쟁 시스템을 도입, 학교 교육의 경쟁력 제고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교원단체 반대로 연기를 거듭하다 9월에 시행하기로 한 ‘교원평가 시범사업’을 앞서 20일 ‘학교 교육력 제고사업’으로 슬그머니 전환하며 특별협의회를 구성했었다. 당시 교육부는 교원단체 동의 없는 교원평가제 실시 불가에 합의해주더니 급기야는 비판여론 무마용 꼼수까지 동원하기에 이른 것이다. 교육부와 관련단체는 교원평가제 비켜가기를 아예 단념하고 본래 취지대로 시행하는 방안을 협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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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6.25일자
평준화 교육으로는 나라의 미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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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준화 교육으로 미래는 없다.’ 국내 교육 담론이 아니다. 이웃 일본의 얘기다.
국가엘리트 양성을 목표로 한 일본판 ‘이튼 스쿨’이 내년 4월 개교할 예정이다. 일본 도요타자동차 등 3개 기업 주도로 설립될 이 가이요(海陽)중등교육학교는 ‘국제성과 창조성을 갖춘 차세대 리더 양성’이라는 건학이념으로 학부모들의 기대와 관심이 폭발적이라고 한다. “
지금의 평준화로는 일본의 미래는 없다”는 국민적 자각이 이 학교 태동의 토양이 됐다는 게 외신의 보도취지다. 정원 120명 전원의 기숙사 생활에서부터 외부 연구기관·기업과 연계한 교육 프로그램, 졸업생 전원의 국내외 명문대 입학 등 제반 학교 운영과 목표가 가위 환상적이다.
획일적인 교육평준화 체제 아래 수월성 교육은 배척되고 있는 한국교육의 현실과는 크게 대조적이다. ‘앞서가는 일본’에 비해 국내 교육경쟁력은 상대적으로 뒤처지는 것은 아닌지 조바심마저 들 정도다.
우리나라처럼 부존자원이 빈약한 국가에서는 수월성 교육을 통한 인재양성만이 국가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이다. 그러나 교육현실은 어설픈 교육 평등주의가 사사건건 엘리트 육성의 발목을 잡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13일 관내에 국제고와 과학고 한 곳씩을 추가로 설립키로 한 데 대해 교육계 일각에서 “또다른 입시 명문고만 생긴다”며 반기를 들고 나서고 있는 것이 최근의, 또 비근한 예일 따름이다. 교육 평등주의가 낳은 제도상의 폐단은 간과한 채 영재를 조기에 발굴·육성한다는 취지 자체를 퇴색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래서는 안된다. 교육수요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해소하고 국가경쟁력을 선도할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우리도 일본의 가이요학교와 같은 획기적인 교육시스템 도입에 나서야 한다. 30여년의 실험끝에 공교육의 황폐화만 초래한 고교평준화 정책은 이제 대수술이 불가피하다.
교육의 다양성과 수월성이 중시되는 사회적 수요에 맞춰 교육체계 대개편의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대학까지 평준화를 이룬 프랑스도 국가를 이끌 엘리트는 철두철미하게 실력과 경쟁위주의 시장논리로 육성한다는 사실을 새삼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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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6.14일자
왜 교과서로 反기업 정서 부추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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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시장경제를 근간으로 하는 나라에서 반(反)기업·반시장 정서를 부추기는 교과서로 학생들을 교육한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해괴한 일이다. 그런데 그것이 중·고등학교 경제교육의 한 단면임이 드러났다. 도대체 학생들에게 기업과 시장경제에 반감을 갖게 해서 무엇을 어쩌자는 것인가. 시장경제에 대한 왜곡된 교육은 불필요한 사회 갈등을 심화시키고 국가의 미래를 그릇된 방향으로 이끌게 된다는 점을 교육정책 당국은 물론 교과서 집필자, 출판사 모두 직시해야 한다.
‘바른 사회를 위한 시민회의’가 전국의 경제학·경영학 전공 대학교수 160명을 대상으로 중·고교 경제교과서 5종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해 8일 발표한 결과는 경제교육의 왜곡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응답자의 61.2%가 “기업과 시장경제에 대해 부정적으로 서술하는 교과서가 반기업·반시장 정서를 형성하는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교수들의 지적대로 시장경제는 이익을 추구하는 경제주체들의 자발성에 기초한 체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교과서는 기업의 당연한 이윤 추구를 이기주의로 규 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이 스스로 선택할 문제인 지배구조를 마치 전문경영인 체제가 절대선(絶對善)인 것처럼 왜곡 서술한 점, 기업의 사회적 책임 문제 서술 내용의 부적절성 등에 대한 교수들의 지적을 새겨들어야 한다. 기업 이익의 사회환원과 기업인의 도덕성을 직접 연결시키는 설명은 근본부터 잘못이다. 기업은 이익 실현을 통해 고용을 창출하고 세금을 냄으로써 공공의 이익에 기여하는 것이지, 일부 교과서 서술처럼 ‘자발적인 봉사와 이윤의 사회 환원’이 최우선 목표가 아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교수들도 반시장적 내용이 많아 놀랐다는 경제교과서의 왜곡을 하루빨리 바로잡아 청소년들이 올바른 경제관, 기업관을 형성하도록 각별히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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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6.9일자
사학법안 개방형이사제 자체가 잘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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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이 사립학교법 개정안 중 이른바 개방형 이사제에 대해 종교재단 사학에만 예외를 인정하는 단서 조항을 둘 방침이라고 한다. 다른 사학과 달리 종교재단 사학은 종교적 건학 이념에 맞는 인사만 개방형 이사로 임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개방형 이사제에 대한 종교계의 집단 반발을 무마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이는 사학간의 형평성 차원을 넘어 입법의 동기부터 불순하다는 점을 자인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권력이 자신의 입맛에 맞거나 반발이 부담스러운 상대는 회유하고, 그렇지 않으면 재갈을 물리는 식의 입법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다.
우리는 사학재단 이사의 3분의 1과 감사를 초·중·고교는 학교운영위원회가, 대학은 대학평의원회가 추천하는 인사로 구성하도록 의무화한 개방형 이사제를 비롯해 사학법 개정안 자체가 근본적으로 잘못됐다고 판단한다. 사학 법인과 고용관계에 있는 교직원 등이 추천하는 인사들을 이사로 임명해야 하고, 이들이 학교 운영의 주요 주체로 참여한다는 것은 헌법의 근간인 사적 자치의 원리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사학 법 인의 재산권과 학교 운영권 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악법이기 때문이다. 현행 법에 자문기구로 규정된 학교운영위원회와 대학평의회를 심의기구화해 예산안을 포함한 학교 정책결정에 중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한 규정, 교사회와 교수회는 물론 학부모회·학생회·직원회 등의 구성을 법적으로 강제해 사학의 자주성을 훼손한 규정 등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사학재단과 교육관련단체 일각은 개정 사학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헌법소원 제기를 공언하면서 학교 폐쇄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종교재단 사학뿐만 아니라 모든 사학의 건학이념과 자율성은 최대한 존중돼야 한다. 정부여당은 반발을 적당히 우회하려다 악법성을 더 키우지 말고, 위헌소지를 지적받아온 법안 자체를 아예 거둬들이기 바란다. | |
-문화일보 6.7일자
자유주의 교육개혁운동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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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정책의 반(反)시장주의, 평등주의, 획일주의 등을 배제하고 자유주의적 교육 개혁을 추구하는 뉴 라이트 시민운동단체가 출범할 예정이라고 한다. 한국 교육의 난맥상이 자율 경쟁 논리를 무시하는 반시장주의와 평등주의, 규제 일변도의 교육정책 등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이 단체가 공식 출범을 앞두고 발기 취지문을 통해 발표한 교육 개혁운동의 방향에 기본적으로 공감한다.
대학교수, 전·현직 교장과 교사를 비롯해 경제계와 문화계 등 각계 인사 40여명이 6일 발기 제안 모임을 가진데 이어 7월 1일 창립대회를 열 계획이라는 ‘자유주의 교육연합’은 작금의 교육 난맥상과 혼란의 원인 진단에서부터 옳은 판단을 하고 있다. “정부는 교육 개혁의 목표나 방향을 상실한 채 설익은 교육정책을 밀어붙이고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평등주의적 정책을 남발해 교육계 분열과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들의 지적대로 개개인의 능력과 자유를 무시하고 획일적인 교육을 강요하는 정책을 고집하면서 어떻게 세계 경쟁력을 갖춘 인재를 길러낼 수 있겠으며, 글로벌 시 대에 걸맞은 지식기반사회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대학입시에서 대학의 학생 선발권과 자율성을 빼앗고 있는 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 금지 등 이른바 3불(不)정책이 대학의 발전과 특성화를 가로막고 있다는 대학 당국과 많은 교육전문가들의 거듭된 지적에 교육정책 당국은 더이상 귀를 막아서는 안된다. 교육의 질적 하향 평준화 등 폐해가 많은 고교 평준화제도 역시 이제 근본적 재검토를 논의해봐야 할 때다. 자유주의 교육연합의 활동이 국민적 공감대를 더 확산시키고, 교육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에게 경쟁과 자율이 함께 존중되는 교육정책 대전환의 계기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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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6.7일자
[사설] ‘서울대 입시안, 법으로라도 막겠다’ |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당정협의를 갖고 2008학년도 서울대 입시안을 강력 저지하기로 했다. 내신을 외면한 ‘통합교과형 논술’을 정부시책에 정면 도전하는 ‘본고사 부활 시도’로 본 것이다. 아직 기본계획만 있을 뿐 세부내용은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같은 예단은 서울대 입장에서 억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서울대의 첫 입시안 발표 때 ‘통합교과형 논술’이 본고사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본고사 변질 우려가 현실화되는 기미가 있다면 이를 바로잡을 대책을 찾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서울대 측은 “수능에서도 통합교과형 문제가 객관식으로 출제되고 있다.”며 “통합교과형 논술고사가 본고사라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능시험의 폐해는 바로 통합교과형 시험이라는 것이었다. 학교교육은 단일과목 위주로 돼 있는데 수능은 통합교과로 출제돼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2008학년도 대입시 개혁은 고교교육 정상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런 때 논술시험이 고교교육 범위를 벗어난 ‘통합형’을 지향한다면 본고사 의혹은 물론 다시 사교육 열풍을 일으킬 우려가 높다.
서울대 입시안은 다른 유명대학 입시안의 전범이 되고, 우리나라 고교교육의 내용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서울대만의 것이 아니다. 세부내용 확정시 국립대학으로서의 책무를 스스로 이행하는 게 옳다. 여당은 ‘서울대와의 전쟁’‘초동진압’등의 강경발언을 쏟아내며 대입 3불정책을 법제화해서라도 서울대 입시안을 막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대입시정책의 최종 지향점이 대학자율화일진대,3불정책을 법제화하는 데까지 이르러서야 되겠는가. 대립보다는 합리와 지성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 |
-서울신문 7.7일자
[사설] 기여입학 주장까지, 교육부 어디갔나 |
4년제 대학 총장들이 모임을 갖고 기여입학제를 부분적으로 허용하고 대학입시 논술 형태도 대학에 일임해 줄 것을 요구한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방귀가 잦으면 똥 싸기 쉽다고 최근 대학들은 대학입시와 관련해 교육당국이 견지해온 3불정책을 흔드는 발언과 정책을 쏟아냈다. 이러다 정말 3불정책이 유야무야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대학들이야 진작부터 기여입학제, 본고사를 선호했고 고교등급제의 경우 암암리에 적용했다가 들통이 나기도 해 으레 그러려니 할 수 있다. 문제는 교육당국의 태도다. 교육부는 공교육을 정상화하겠다는 목표아래 고교내신 위주의 2008학년도 대입시 개혁을 주도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대학들이 고교내신을 철저히 외면한 입시계획안을 내놓아도 묵묵부답,‘통합교과형 논술’이라는 해괴한 이름의 논술시험 계획을 내놓아도 오불관언(吾不關焉)하는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오히려 ‘대학이 본고사를 부활시킬 의사가 없다는데 본고사로 해석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논술을 옹호하기까지 했다. 그러니 내친김에 좀더 찔러보자고 논술마저도 대학 마음대로 하겠다고, 더 나아가 기여입학제까지도 해보겠다고 나서게 된 것 아닌가 말이다.
물론 어떤 정책도 불변일 순 없다. 상황이 바뀌고 조건이 달라지면 적응하고 변화해야 한다. 그러나 사교육 팽창, 학교 붕괴 등 대학입시 관련 교육환경은 달라진 것이 없다. 교육의 불평등, 계층간 위화감 발생, 황금만능주의 풍조 우려 등 기여입학제 도입을 유보케 했던 사회적 조건들도 더하면 더했지 완화됐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 그런데도 3불정책을 마구 흔드는 발언과 정책이 나오는 것은 교육부의 모호한 태도 외에 달리 원인을 찾기 힘들다.
교육부는 뒤늦게 기여입학제 불허, 본고사 판별 시스템 마련계획을 밝히긴 했지만 미덥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뭔가 바뀌고 있는 듯한 의구심을 해소할 분명한 모습을 정책으로 보여주기 바란다. |
-서울신문 7.2일자
[사설] 서울대 논술, 본고사 부활 안돼야 |
서울대가 어제 발표한 2008학년도 입시안을 보면 대입과 관련해 우리 사회에서 쏟아지는 다양한 요구를 균형 있게 받아들이려고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먼저 고1 학생들의 집단반발을 불러온 ‘내신 불안’을 해소시키고자 정시모집에서 1학년 교과의 반영률을 줄이는 대신 2·3학년 교과의 비중을 높이기로 했다. 지역균형 선발 전형, 특기자 전형, 정시모집 등 세 가지 방식으로 균등하게 신입생을 선발하기로 한 것도 다양한 능력과 배경을 가진 학생들에게 고루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올해 처음 도입한 지역균형 선발 신입생의 비중을 해마다 늘리기로 한 것은 서울대의 사회적 역할을 충실히 구현하는 일이라 하겠다.
다만 우리는 서울대가 수능시험을 자격고사화하는 대신 논술고사의 비중을 높인다는 방침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내지 않을 수 없다. 서울대는 2005학년도 입시에서 내신과 수능 성적을 각각 40%, 논술과 면접 점수를 10%씩 반영했다. 그런데 수능을 자격고사화해 점수에 반영하지 않고 면접고사 비중도 줄이기로 했으니, 자연히 논술 성적이 차지하는 몫이 내신보다 커지게 될 것이다. 서울대가 내신 비중을 높이지는 않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내신 반영률이 상대적으로 떨어진 상태에서 등급별 점수차까지 낮추면 결국은 논술고사가 입학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그렇다면 서울대의 해명이 어떻든지 간에 논술이 본고사 구실을 하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 된다.
서울대는 이미 논술형 본고사를 시행하겠다는 뜻을 공표한 바 있다. 또 교육부의 ‘3불정책’ 가운데 본고사 부활에 관해서는 절반이 넘는 학부모들이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여러 차례 공개된 바 있다. 그렇더라도 본고사 부활은 아직 우리 사회가 합의 과정을 완료하지 못한 의제다. 서울대가 앞장서서 이를 거스르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서울대가 논술고사 예시를 공개하고 반영비율을 확정할 때 이같은 우려를 감안하기를 기대한다. |
-서울신문 6.28일자
[사설] 대입전형 졸속발표 우려된다 |
서울과 수도권지역 12개 대학들이 모임을 갖고 고교 기말고사 실시 이전인 이달말까지 2008학년도 신입생 전형계획을 발표하기로 했다. 교육인적자원부의 조기발표 요청을 마지못해 수용한 것이다. 이에 앞서 대학들은 교육부의 요구가 무리라며 7월 초·중순 이후 공개방침을 밝혔다. 대학들의 주장이 맞다면 이달말 발표내용은 졸속으로 흐를 우려가 높다. 학생 혼란이 없도록 발표를 늦추든지, 하려면 제대로 구체적 내용이 나와야 한다.
지난 5월 고1학생들의 촛불시위 사태가 나자 교육부는 수습책으로 전형계획 조기 발표방침을 밝혔다. 대학들로서는 예기치 못한 사태 진전이었을 수 있다. 여러번 지적했지만 내신위주 입시개혁안을 발표해 놓고 전형계획 발표일정을 미리 챙기지 못한 것은 교육부 잘못이 크다. 그러나 새 대입시안이 확정 발표된 것은 지난해 10월이다. 대학들이 촉박한 준비기간을 탓하기에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대학들은 그동안 준비한 전형유형별 수능 내신 반영비율, 논술·면접 반영형태 등을 되도록 소상히 제시해 고1학생들이 차분히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직도 일부 대학들은 고교 학생부의 신뢰도를 판단하려면 1년 이상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그러나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이미 내신반영비율은 급격히 올리지 않고, 논술·면접은 고교교육 과정 수준에서 출제한다는 대원칙을 밝힌 바 있다. 이 테두리 안에서 전형계획을 마련한다면 학생부 신뢰도를 들먹일 필요도 없다. 이미 많은 준비를 한 대학도 있다고 한다. 발표를 하려면 졸속이나 부실 소리를 듣지 않도록 충실한 내용이 돼야 할 것이다. |
-서울신문 6.12일자
서울 시내 한 사립고에서 일어난 내신 조작 사건은 교육계의 타락이 과연 어디까지 갈 것인지 가늠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충격적인 일이다. 학교에서 가장 모범을 보이고 존경을 받아야 할 교장이 1년간 4차례나 시험지와 답안지를 빼내 건넨 혐의로 학부모와 함께 검찰에 구속기소된 것이다.
교장은 또 그 학생의 내신 관리를 위해 경찰청장상까지 받게 해줬다고 한다. 올 초 서울 배재고에서 담임교사가 검사 아들의 답안지를 대필해준 사건이 드러나고, 문일고에서는 학부모로부터 금품을 받고 성적을 조작해준 혐의로 교장과 교감, 교사들이 무더기로 적발돼 교육계는 물론 사회 전체에 경종이 울렸는데도 이 교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불법 행위를 계속해 왔다니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잇따르는 고교 내신 조작 사건은 그렇지 않아도 문제가 많은 내신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킴으로써 공교육의 근간이 허물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교육 정상화를 위한 2008학년도 입시안의 골격은 내신에 중점을 두는 것이라고 어제 김진표 교육부총리가 시민단체와의 오찬 간담회에서 재차 강조했지만, 내신 자체가 이토록 불신을 받게 된다면 공교육 정상화는 아예 성립조차 될 수 없는 것 아닌가.
교육 당국은 사건이 터질 때마다 미봉책으로 넘기려 하지 말고, 학생과 학부모가 믿을 수 있는 내신이 되도록 종합적이고도 획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교사와 학부모 간 ‘뒷거래’를 막을 감시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시험관리체계부터 재정비토록 해야 할 것이다.
물론 당국의 노력이나 제도만으로 교육계 비리를 근절시킬 수는 없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적 지상주의와 도덕불감증이 비리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바르게 사는 것보다는 좋은 대학 입학이 잘사는 길이라는 풍조가 우리 사회를 지배해선 백약이 무효인 것이다. 교사와 학부모의 자성과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
요즘 신세대 신입사원들이 업무를 수행할 때 외국어 능력보다 국어 능력에 더 문제가 많다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한 취업 관련 업체가 최근 기업 인사 담당자 72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신입사원들에게 가장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업무 능력’에 대해 ‘국어 관련 능력’을 지적한 응답자(5.6%)가 ‘외국어 능력’을 꼽은 응답자(5.1%)보다 더 많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특히 국어 능력 가운데서도 ‘쓰기와 말하기 등 표현력 부족’을 지적한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니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명문대를 나와 어렵사리 취업 관문을 뚫은 젊은이들이 기획안이나 보고서 작성 능력뿐 아니라 일상적인 대화 능력까지 떨어지는 것은 중·고교에서 국어와 한자 교육을 소홀히 한 탓이 무엇보다 크다고 본다. 대부분의 중·고교가 ‘한 과목만 잘해도 대학에 갈 수 있다’며 외국어를 비롯한 몇몇 과목 특화교육에 치중하는 바람에 학습 비중에서 국어가 영어 반도 안 되는 게 우리 현실이다. 우리 말글 가운데 한자어가 아닌 것이 드문데도 각급 학교가 한문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것도 신세대들이 ‘국어가 안 되는’ 요인 중 하나다. 기본 한자만 익히면 중학생도 알 만한 말 뜻을 대학을 졸업하고도 잘 모르는 젊은이가 부지기수 아닌가.
주입식 교육에 길든 신세대가 책은 읽지 않고 영상 매체와 인터넷에만 매달리니 창의적 언어 능력이나 논리력이 부족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인터넷의 비속어와 축어, 신조어 남용은 신세대 ‘말글 오염의 주범’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리 말글에는 민족의 얼이 담겨 있다. 말과 글이 헷갈리면 사회 혼란이 조장되고 국가 경쟁력이 떨어지며, 민족 정체성마저 흔들리게 된다. 각급 학교는 한자를 포함한 국어 교육을 대폭 강화하고 각종 입시와 국가고시뿐 아니라 취업 시험에도 국어를 비중 높은 필수과목으로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토익이나 토플 같은 우리말 능력 검정 시험도 필요할 것이다. 한국방송공사가 지난해 시행한 한국어능력시험 같은 제도를 다른 회사들도 이제는 적극 검토할 때가 됐다.
교육부가 공공기관이 이전되는 지방 혁신도시들에 기존 자율학교나 자립형 사립고보다 자율권을 더욱 확대한 ‘공영형 자율학교’ 설립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공공기관 이전이 성공하려면 교육과 의료, 문화 등 정주 자족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국공립 학교에도 이사회와 학교 운영에 학부모와 지자체, 시민·종교단체 등을 참여케 하고, 교과과정 운용이나 교원 초빙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공공기관 이전으로 지방에 이주해야 하는 공무원들의 반발이나 서울·지방의 두 집 살림 부담을 덜어주려는 발상에서 내놓은 ‘신종 대안학교’인 셈이다.
문제는 이처럼 정부의 거대 프로젝트가 발표될 때마다 교육부 스스로 정부의 주민 유인책에 꿰맞춰 내놓는 ‘신종 대안학교’의 효율성이다. 교육부도 특목고를 혁신도시마다 만들기는 어려워 내놓은 대안이라고 인정했듯이, 전국 곳곳에 이런 새로운 ‘자율학교’ 건립을 남발하는 것은 학교차와 학력차를 인정하지 않는 평준화 정책의 한계를 정부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게 아닌가. 기존의 국공립 학교나 오랜 세월 지역사회에 봉사해 온 건전 사학에 대한 규제 일변도의 교육행정에 비해서도 형평성을 잃은 처사일 뿐이다.
이 같은 공영형 자율학교는 자립형사립고와 비교할 때 교사·교장과 학생 선발, 교육과정 운용에서 한층 큰 자율성을 갖는다. 가뜩이나 줏대를 잃고 혼선을 빚어 온 교육정책이 이렇게 국책사업에 이용되는 모양새마저 보여주니 정부부처 간에마저 티격태격 이견이 노출되고 국민의 불신이 가중되는 게 아닌가. 교육부는 이제라도 중심을 세우고 교육정책의 근간을 재정비, 명칭부터 혼란스러운 수많은 대안학교 등의 발상을 거둬들이고 교육의 백년대계를 명확히 제시해주기 바란다.
서울대에 이어 주요 사립대들이 2008학년도부터 지원자의 창의력과 사고력, 지적 능력을 측정할 다양한 형태의 통합교과형 논술고사를 도입키로 한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우수한 인재를 가려 뽑아 훌륭한 인물로 키워 내 사회에 공헌토록 하는 것이 대학의 사명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예비수험생과 부모들은 막연한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새로운 형태의 논술고사로 내신 관리하랴, 수능 준비하랴 수험생 부담이 엄청나게 늘어났다는 한숨 소리도 들린다. 통합교과형 논술고사가 과연 학교 수업과 독서만으로 대비가 가능할 것인지 등 새 제도를 처음 적용받는 수험생으로선 어쩔 수 없는 불안감이다.
따라서 대학들은 이들의 불안감을 해소해주는 데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예컨대 대학별로 새로운 형태의 논술고사 예문을 제시하는 게 그런 것이다. 일부 대학이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은 내신 비중도 마찬가지다. 이른 시일 내에 학생부 성적 반영비율을 밝혀야 한다. 내신 실질 반영비율은 수험생의 대학 선택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통합교과형 논술의 출제 방향은 대학들이 약속한 대로 교과 과정에 충실하고 장기간 풍부한 독서를 한 수험생이 유리하도록 해야 한다. 개선된 대입 전형 방식마저 학생들을 과외나 학원으로 내몰 경우 공교육은 더욱 걷잡을 수 없이 표류하게 될 것이다.
일부 시민단체와 학부모들은 통합교과형 논술 도입과 관련, 사실상의 본고사 부활이라며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수능시험이 이미 변별력을 상실한 현실에서 자율성이 강화된 대학의 신입생 전형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비단 입시뿐 아니라 학교행정 전반의 자율성 강화를 통해 대학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사설] 대학 입시는 정권의 전유물이 아니다
입력 : 2005.07.08 21:04 34' / 수정 : 2005.07.09 01:52 13'
서울대 교수협의회가 8일 “정부와 여당은 대학 자율성을 침해하는 데 힘을 쏟기보다 (경제 침체, 청년 실업 등) 중요하고 긴급한 문제를 바로잡는 데 매진하라”고 촉구했다. 협의회는 이 정권 사람들이 연일 서울대를 공격하고 있는 데 대해 “교육을 사회적, 정치적 문제에 대처하는 수단으로 삼았기 때문에 공교육 문제가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권이 대학 입시제도를 놓고 대학과 ‘전면전’을 벌이겠다고 나선 것은 역사상으로도, 세계적으로도 없는 일이다. 더구나 교육부는 서울대 입시안이 발표되자 처음에는 “상당히 進一步진일보한 면이 있다”고 평가했다가 정치권 호통에 말을 바꿔 버렸다. 서울대를 ‘초동진압하겠다’는 정권 쪽 사람들 움직임에 뭔가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은 자기 능력과 노력 때문이 아니라 부모가 돈 잘 벌어 비싼 私敎育사교육 시켜줬기 때문이라는 게 지금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학력觀관이다. 빈부격차가 교육격차를 만들어내고 그 교육격차가 다시 빈부격차로 代대물림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 대변인의 입에선 “(서울대의 통합교과형 논술고사는) 강남 특권층에 기대 뭘 해보겠다는 비겁한 일” “서울대를 조져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정부가 이런 인식이니 대학더러 개인의 학력 격차를 무시하고 신입생을 추첨하듯이 뽑으라고 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입시에서 경쟁이 줄어들면 대다수 학부모와 수험생은 싫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경쟁은 누구에게나 피곤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식으로 대학이 평준화된 대표적인 나라가 독일이다. 독일은 20세기 전반 40년 동안 과학 3개 분야(물리·화학·생의학)에서 32번이나 노벨상을 받은 나라다. 그 독일의 대학 중 작년 더 타임스의 평가에서 세계 대학랭킹 50위 안에 든 것은 47위를 한 하이델베르크대학 한 군데뿐이다. 지금 독일은 대학 평준화를 허무는 것을 국가 아젠다로 세워놓고 있다.
이 정권은 강남과 非비강남을 나누고, 특목고와 非비특목고를 가르고, 서울대와 非비서울대를 분리시켜 소수 쪽을 공격하면 다수 쪽의 표를 얻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대학이 신입생을 등급제로 대충 뽑고, 경쟁이 필요 없게 된 수험생이 적당히 공부를 한다면 10년 뒤, 20년 뒤 이 나라의 대학은 어떻게 되겠는가. 대학 입시가 한 정권의 정치적 계산과 이념적 성향에 따라 전쟁 작전하듯이 결정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조선일보 7.8일자
[사설] "서울대와 전면전 벌이겠다"는 정부 여당
입력 : 2005.07.06 20:57 16' / 수정 : 2005.07.06 21:11 57'
열린우리당과 교육부가 어제 당정협의에서 통합교과형 논술고사를 도입하겠다는 서울대 입시안에 대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대와 전면전을 벌이겠다”, “初動초동 진압하겠다”는 말이 여당 국회의원들 입에서 나왔다. 대통령이 대학의 본고사형 논술 도입을 ‘나쁜 뉴스’로 지목한 지 이틀 만에 나온 반응이다.
수능을 등급화하고 내신 비중을 높이는 2008년 대학입시안은 교육부가 열린우리당과 黨政당정 협의를 거듭해 작년 10월 발표한 것이다. 이 안이 나오자마자 일선고교와 학원가에선 대학들이 결국 본고사형 논술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9개 등급으로만 평가되는 수능 성적이나, 모든 학교의 실력을 같은 것으로 전제하는 내신을 대학으로선 믿을 수 없다. 대학들은 自救策자구책으로 논술형 본고사를 개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정부 여당이 보통의 학부모들까지 빤히 내다보던 일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면 스스로 역량 부족을 자책할 일이다. 자신들의 정책 실패를 놓고 대학들에 핏대를 올릴 일이 아닌 것이다.
정부 여당은 본고사를 금지하는 내용의 법을 만들어서라도 서울대 입시안을 저지하겠다고 하고 있다. 논술 중에서 뭐가 본고사형이고 뭐가 그냥 논술인지를 어떻게 구분해서 법제화하겠다는 것인지부터 모르겠다. 법으로 대학입시의 규칙을 만들겠다는 것은 신입생 선발권을 국회, 정확히는 여당이 갖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본고사 부활을 막고 특목고 출신들을 입시에서 손해보게 만들면 만사 평등을 주장하는 사람들로부터 박수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대학입시마저 그렇게 政略的정략적으로 결정한다면 대학과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디로 흘러가게 될 것인가.
私敎育사교육은 학교 교육을 실질적으로 내실화하는 것 외에 다른 해결 방법이 없다. 그런데 이 정권은 학교교육을 되살리기 위한 시급한 과제인 교원평가제는 옆으로 밀어두고 대학 때려잡기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 7.6일자
[사설] "신입사원들 국어가 안 된다"
입력 : 2005.07.06 20:57 33' / 수정 : 2005.07.07 11:19 19'
기업체 신입사원들이 국어실력이 빈약해 기획안이나 보고서를 제대로 작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한 취업정보업체가 국내 기업 인사담당자 72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신입사원들 국어실력이 영어 등 외국어 실력보다 문제가 더 많다는 것이다. 국어실력 중에서도 ‘글쓰기 말하기 등 표현 능력’이 가장 부족한 것으로 지적됐다.
사회생활에서 명확하고 간결하게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언제부터인가 내용을 이해할 수 없거나 알맹이가 없는 말과 글이 곳곳에서 넘쳐나고 있다. 영어를 배우기 위해서는 엄청난 돈을 쏟아부으며 머리 싸매고 공부하면서 우리말은 저절로 되는 줄 아는 그릇된 풍토가 자기 생각 하나 글과 말로 제대로 표현 못하는 사회인을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직장인들의 글쓰기와 말하기 능력은 기업의 생존과도 관련된 문제다. 기안서가 부실하고 모호하면 거기 담긴 업무의 내용과 목표도 부실하고 모호할 수밖에 없다. 외국 대기업들이 사원들의 글쓰기와 말하기 등 표현능력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이를 승진과 연봉협상 등에 반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들은 사내 연수 기구를 통해 사원들에 대한 글쓰기 재교육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실시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도 사원들의 글쓰기와 말하기 능력이 기업활동에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닫고 여기에 투자해야 한다.
인터넷 시대에 글쓰기는 소수 전문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댓글을 달거나 이메일로 편지를 쓰는 것이 일상화되면서 자기 생각을 쉽고 정확한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어느때보다 중요해졌다. 글쓰기 교육은 주로 학교에서 이루어져야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모국어에 대한 사랑과 풍부한 독서, 생각하는 훈련 등이 지속적으로 어우러졌을 때 비로소 좋은 글이 나온다. 개인과 사회의 格調격조만이 아니라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도 우리 말과 글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한다.
-조선일보 7.6일자
[사설] 대학정보 공개해야 구조조정 제대로 된다
입력 : 2005.07.05 20:57 28' / 수정 : 2005.07.06 00:04 36'
17개 국립대와 서울의 7개 사립대가 2007년까지 학부 입학정원을 1만2000명 줄이기로 했다. 교육부가 構造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재정지원을 끊겠다고 압박해서 받아낸 계획이다.
대학 숫자가 너무 많고 대학 졸업생이 너무 많이 배출되고 있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다. 15년 전엔 고교 졸업생 10명 중 3명이 대학을 갔는데 지금은 10명 중 8명이 간다. 대학의 덩치도 너무 커졌다. 작년 미국 유에스뉴스 & 월드리포트誌지의 대학평가 자료를 보면 미국의 상위 7개 대학(공대 중심의 MIT와 칼텍 제외) 입학정원은 하버드 1635명, 프린스턴 1176명 등 평균 1500명 수준(합계 1만880명)이었다. 반면 이번에 정원감축 계획을 발표한 서울의 7개 사립대는 연세·고려·성균관대가 3950명, 한양대·경희대 등은 5500명(합계 3만460명)이나 된다.
덩치만 컸지 교육 여건은 초라하기만 하다. 한국 대학의 교수 1인당 학생 수는 시간강사에 겸임·초빙교수를 다 합쳐야 19명 선으로 도쿄대(9.8명), 하버드대 (9.3명)의 2배다. 서울대는 도서와 전자저널 등 학술정보 인프라 보유량이 도쿄대의 7분의 1, 하버드대의 10분의 1 수준이다. 이런 경쟁력에서 세계 랭킹 100위 안에 드는 대학이 나오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교육부가 입학정원 규제와 재정지원을 수단으로 압박만 한다고 대학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그와 병행해 대학과 학과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 공개로 구조조정이 자연스럽게 진행되도록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 각 대학의 재정형편이 어떤지, 도서관 사정은 어떻고, 교수 1인당 학생 수는 어느 정도인지, 커리큘럼이 사회의 需要수요에 적합한 것인지, 졸업생의 진로는 어떤지를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속속들이 알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대학들은 교육의 質질을 높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기업과 사회가 요구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이름뿐인 대학과 학과들은 정리될 것이다.
-조선일보 7.5일자
[사설] 기여입학제, 실질적 득실을 따져보라
입력 : 2005.06.30 22:24 53'
전국 4년제 대학총장들이 寄與입학제를 제한적으로라도 허용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기여입학의 자격을 엄격히 정하고 기여금은 아무 용도로나 쓸 수 없게 조건을 달아서 시행해 보자는 것이다.
기여입학제는 민감한 사안이다. 교육에서의 성취가 사회적 지위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게 우리 사회다. 부모가 돈이 많은 덕에 자녀가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립대학이 처한 형편을 살펴보아야 한다. 국내 200개 4년제 대학 중 사립대학이 154곳이다. 대학교육의 절대적 비중을 사립대가 차지하고 있지만 사립대 財政에서 정부 지원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5%가 안 된다. 대학 재정의 70%를 학생 등록금으로 겨우겨우 꾸려가는 상황에서는 사립대 교육의 質이 경쟁력을 갖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국내 사립대의 전임교수 확보율은 55%밖에 안 된다. 절반 가까운 교수진이 겸임·초빙 교수나 시간강사에 의해 채워지고 있다. 이래 가지고야 어떻게 세계 100위권 내에 드는 대학이 배출되기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미국 하버드 대학의 경쟁력은 무엇보다도 풍부한 기부금 재정에서 나온다. 기부금 누적액이 226억달러(약 25조8000억원)에 달한다. 이런 기부금 덕에 학생의 70%가 장학금을 받으며 공부하고 있다. 학교 재정의 등록금 의존 비율도 12%밖에 되지 않는다.
기여입학제로 확보한 재정으로 저소득층 자녀들에게 장학금을 줄 수 있다면 그것은 교육이 갖는 계층 移動의 긍정적 기능을 살리는 길이 된다. 풍부한 기부금 재정으로 훌륭한 도서관을 짓고 첨단 시설과 기자재를 사들여 질 높은 교육을 시킨다면 그 혜택은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교육부는 기여입학제 말만 나오면 “검토할 때가 아니다”라는 대답뿐이다. 대학총장들이 기여입학제 허용과 함께 논술시험의 형태와 방법을 대학에 맡겨달라는 요구도 내놨지만 교육부는 “본고사형 논술을 도입한다면 방치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정부는 사립대더러 학생을 이렇게 뽑아라 저렇게 뽑아라 시시콜콜 간섭하면서도 정부 재정 지원은 미미하다. 그러면서도 어떻게 세계적인 대학을 15개나 만들겠다는 말이 나오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조선일보 6.30일자
[사설] 그래도 학생은 가려 뽑겠다는 서울대
입력 : 2005.06.27 20:44 28' / 수정 : 2005.06.27 23:40 17'
서울대가 2008년 정시 모집에서 修能 성적을 지원자격이 있는가 없는가를 판별하는 기준으로만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내신의 반영률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한다. 서울대의 내신 실질 반영률은 5%가 안 된다. 서울대의 방침은 정시 모집의 당락은 논술로 결정짓겠다는 것이다. 특기자 전형에서도 면접과 논술을 중요한 전형 요소로 삼겠다고 한다.
이제 서울대 입시의 핵심은 ‘본고사형 논술’이다. 다른 대학도 서울대의 방침을 따를 가능성이 높다. 2008년 대학입시를 ‘내신 위주’로 이끌어 가겠다는 교육부의 ‘의도’는 ‘의도’로서 끝날 공산이 크다.
수능을 等級制로 만들어 상위권 대학에서 수능 성적이 별 의미가 없어졌을 때 많은 전문가들이 이런 결과를 예측했었다. 수능 1등급(4% 내)의 학생이 전국적으로 2만4000명이나 된다는 것은, 웬만한 대학은 지원자 전원이 수능 1등급이라는 이야기다. 수능이 선발 기준으로서의 의미를 상실해 버린 것이다. 내신 성적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것 역시 학교별 학력 차이를 반영하지 않아 선발 기준으로선 무의미하다. 그래서 2008년 대입제도가 발표될 때부터 주요 대학들은 본고사형 논술로 갈 것이라는 말이 돌았던 것이다.
대학별로 논술과 면접 본고사가 시행되면 私敎育 시장에는 ‘서울대 논술반’, ‘연·고대 면접반’ 등이 생길 것이다. 대학별로 따로 준비해야 하고 소규모 토론식 수업이 필수적이므로 과외의 單價도 높아질 것이다. 방학 때면 지방 학생들이 강남으로 학원 유학을 올 수밖에 없다.
왜 이렇게 돼 버렸을까. 교육부가 원칙과 원리를 저버렸기 때문이다. 입시의 원리는 여러 지원자 가운데 우수한 사람을 뽑는 것이다. 그런데 교육부는 우수한 사람을 가릴 방법을 다 없애 버렸다. 그럼 대학의 선택은 두 가지뿐이다. 하나는 아무나 뽑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대학 나름의 우수한 사람을 뽑을 방법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번 서울대의 발표는 後者를 선택하겠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서울대의 방침이 온당치 않다고 생각한다면 前者를 택하도록 강압할 수밖에 없다. 아무나 뽑으라고 밀어붙여 보는 것이다.
-조선일보 6.27일자
[사설] 그러면 그렇지 교원 평가제
입력 : 2005.06.20 21:01 34' / 수정 : 2005.06.22 10:25 04'
김진표 교육부총리와 전교조·한국교총·한교조 등 3개 교원단체 대표들이 어제 만나 ‘교원평가 시범사업을 학교 교육력 提高제고 사업으로 확대 전환하고, 특별협의회를 구성해 교원평가제도 개선방안을 새롭게 협의한다’는 합의안을 만들었다. 이리저리 둘러 말했지만, 결국 지금까지의 교원평가제 論議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하고 原點원점에서 한번 다시 논의해보기로 했다는 뜻이다.
교원평가제를 놓고 輿論여론조사를 해보면 국민의 73~83%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온다.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대해서 이렇게 국민이 압도적으로 지지해주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데도 정부는 교원평가제를 관철시키지 못하고 꼬리를 내려버렸다.
물론 교육계의 반발이 거세기는 하다. 40만 교사 중 25만 명이 교원평가제 반대 서명을 했다고 한다. 교원단체들은 25일 궐기대회를 열겠다고 예고해왔다. 그렇지만 하나를 보면 열을 아는 법이다. 김진표 부총리가 역점사업으로 추진 중인 대학 통폐합과 구조조정만 해도 當事者당사자 대부분이 반대하고 있다. 국립대 총장 직선제 폐지나 의과대학의 전문대학원으로의 전환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개혁’이라며 추진해온 이런 정책들도 보나마나 교원평가제가 밟은 길을 되밟아갈 것이란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지금 교육계에선 현 정부의 교육정책 방향이 ‘右往左往우왕좌왕’ 아니냐는 말들을 하고 있다. 교육의 경쟁원리를 강조해온 경제부총리 출신을 교육부총리로 임명해놓고는 다시 교육 평등에 매달려온 전교조 사람을 청와대 교육비서관으로 앉혔으니 말이다. 한 걸음 오른쪽으로 갔다 다시 왼쪽으로 한 걸음 옮기면 결국 제자리걸음밖에 안 되는 것이다.
교육쟁점마다 입장을 달리하던 교원단체들이 교원평가제 반대에는 한목소리를 냈다. 교육의 기둥이고 대들보인 선생님들의 이런 처신을 보면서 우리 교육의 앞날에 대한 근심만이 아니라 그런 선생님 모습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이 세상을 살아갈 무슨 원칙을 배울까가 더 걱정이다.
-조선일보 6.22일자
[사설] 사람밖에 希望이 없는 나라의 교육
입력 : 2005.06.14 21:03 21'
도요타 등 일본의 정상급 기업들이 힘을 모아 세우는 중·고교 통합과정의 ‘가이요(海陽)중등교육학교’에 대한 일본 사회의 관심이 폭발적이라고 한다. 내년 봄 開校개교 예정으로 정원 120명을 뽑는다는 이 학교의 입학설명회에 일본 각지에서 수천 명의 학부모가 몰렸다는 것이다. 平準化평준화 교육을 체험한 일본의 학부모와 학생들도 학교다운 학교에 그만큼 목말라하고 있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 학교의 建學건학 목표는 ‘일본을 이끌어갈 밝고 희망찬 인재 育成육성’이다. 학생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하도록 되어 있는 이 학교의 커리큘럼도 야심만만하다. 중학 3년 과정에서 영어·수학·국어 등 기초학력 다지기에 일반학교보다 2배 이상 수업시간을 배당하고 고교 3년 과정은 대학 수준의 과목을 배우도록 돼 있다. 그뿐 아니라 외부 연구기관과 대기업 출신 강사를 통해 체험 교육을 실시하고 수영·승마 등 스포츠 활동을 통해 국제성과 창조성, 그리고 봉사와 희생 정신을 갖춘 文武문무 겸비의 강인한 次世代차세대 리더들을 양성하겠다는 것이 초대 교장을 맡은 전 도쿄대 명예교수의 포부라고 한다. 이 학교의 설립에 드는 200억엔(2000억원)의 비용을 대겠다고 일본의 대표적 기업 78개사가 이미 기부 의사를 밝혔다.
한국에 이런 학교가 생겨난다면 ‘貴族귀족 학교’를 만들겠다는 것이냐며 반발부터 나올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엊그제 과학고와 국제고 한 곳씩을 세우겠다고 발표하자 전교조가 “나머지 학교들이 2류, 3류가 돼 버린다”며 반대하고 나선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한 기업 그룹이 10여년 전 학교다운 학교를 만들어보겠다며 고등학교를 引受인수해 연간 50억원씩 지원하다가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교육 평등’이란 名分명분에만 매달린 교육당국이 교사 숫자가 너무 많다는 것까지 이유로 들며 학교평가에서 불이익을 줄 정도였기 때문이다.
일본도 교육 평준화의 여론이 거센 나라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기업들이 제대로 된 학교를 세워야겠다고 나선 것은 일본의 내일에 대한 財界재계의 고민과 불안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평준화 교육으론 세계를 리드해갈 인재를 길러내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이 일본 재계의 오랜 목소리였다.
우리는 資源자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일본처럼 축적된 技術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런 형편의 우리가 세계 속에서 기를 펴고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우수한 국민을 길러내는 것밖에 없다. 그러려면 학교다운 학교라는 발판이 있어야 한다. 전국 60만명에게 실력과 적성에 관계없이 똑같은 교과서를 똑같은 진도로 배우게 하는 교육이 세계 경쟁에서 한국을 이끌고 나갈 人材인재를 길러낼 수는 없는 일이다.
우선 정부가 독점하고 있는 교육 시스템부터 바꿔야 한다. 나라의 내일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인재를 길러낼 意欲의욕과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들의 교육 이념과 교육 원칙과 교육 방법에 따라 학교를 만들고 운영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절박한 생각을 정부와 기업과 교사와 학부모와 학생이 같이 나누고, 같이 奮發분발하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
-조선일보 6.14일자
[사설] 당당히 평가받고 공정하게 평가하는 선생님
입력 : 2005.05.23 21:11 08'
전교조와 교총, 한교조 등 敎員교원단체들이 내달부터 시행되는 교원평가제 시범학교 운영에 불참을 선언했다. 교원단체들은 공교육 不實부실은 교원의 전문성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부족한 교육투자와 열악한 교육환경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002년부터 2004년까지 25개국의 교원 정책을 現場현장조사한 OECD 교원정책검토단은 작년에 낸 ‘한국 보고서’에서 한국은 교직이 인기가 있어 우수 인재들이 교직에 지원하고 있고 교원 離職率이직률이 한국만큼 낮은 나라도 없다고 했다. 검토단은 그러나 한 번 임용되면 단 한 번의 자기 계발 계기도 없이 62세 정년까지 그대로 갈 수 있는 제도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교육의 成敗성패는 임용 당시 우수했던 교사의 질을 어떻게 유지해가느냐에 달려 있으며 이를 위해선 교원평가제가 꼭 필요하다는 충고다.
평가란 하는 立場입장이나 받는 입장이나 성가시고 괴로운 일이다. 물론 평가 없이도 스스로 분발하고 자기 향상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그건 정말 例外的예외적 경우다. 전국 40만 교사 중 그런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사실 이 세상의 직업 가운데 평가를 비껴가면서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는 직업은 없다. 대통령은 지지율을 갖고 국민 평가를 받는다. 기업 종사자들은 개발이나 영업 실적으로 평가받는다. 영화 감독과 배우는 관객 숫자로 평가받는다. 그리고 그 평가에 따라 다른 대우를 받는 것이다. 심지어 식당 종업원도 고객 앙케트 카드를 돌려서 서비스에 대한 평가를 받는다. 이런 세상 이치에서 보면 교사는 특별한 직업이니 평가에서 빠져야겠다는 말은 통하기 힘들다.
대학입시를 內申내신 위주로 바꾼 것은 교사의 권위를 높여 공교육을 정상화시키겠다는 명분에서였다. 이렇게 입시제도까지 바꿔서 교사의 位相위상과 권한을 강화시켜놓았다면 교사 역시 스스로 緊張긴장하고 분발하기 위한 제도의 도입을 마다할 수 없는 것이다. 일본 같은 나라는 교원면허 갱신제도를 도입해 不適格부적격 교사를 퇴출시키기까지 하고 있다.
선생님들은 당당하게 교원평가를 받겠다고 나서야 한다. 그런 다음 어떻게 하면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지겠는지 하는 主題주제로 옮아가야 한다.
-조선일보 5.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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