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스포츠 행사의 꽃 성화(聖火)
1988년 88서울올림픽 성화 점화 모습.
올림픽 등 대규모 국제스포츠 행사에서 가장 큰 볼거리 중 하나가 바로 성화(聖火)다. 성화는 ‘신성한 올림픽의 불(Scared Olympic Fire)’을 일컫는 말로 1950년에 올림픽 헌장에 규정되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 전까지는 ‘올림픽의 불’로 불렸다. 성화가 채화되는 순간부터 수많은 봉송 주자들의 손을 거치며 메인스타디움에 도달할 때까지 화제가 만발한다. 봉송 주자들의 손에 들려 거리를 달리기도 하고 배를 타고 강이나 바다를 건너거나 비행기로 대륙을 건너기도 한다, 마침내 대회가 열리는 메인 스타디움에 성화가 도착하면 최종 주자가 등장하고 이 때 대회가 절정을 향해 치닫게 된다.
성화가 고대 그리스 시절의 올림픽 제전 때부터 내려오는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올림픽에서 성화가 처름 등장한 것은 1936년 베를린올림픽이다. 고대 올림픽의 발상지인 그리스에서 채화돼 대회가 열리는 메인 스타디움까지 봉송되는 이벤트가 이 때 처음 선보인 것이다. 1936년 7월 20일 정오 그리스 올림피아 헤라 신전에서 여신의 복장을 한 15명의 성녀(聖女)들에 의해 성화가 점화되었다. 성녀의 손에서 한 소년의 손으로 넘어간 성화는 장장 3000km에 달하는 대장정에 올랐다. 볼가리아와 유고슬라비아, 헝가리, 오스트리아를 거쳐 베를린에 도착하기까지 3000명의 주자가 동원되었다. 성화가 봉송되는 베를린 시내에는 나치스를 상징하는 갈고리 십자모양의 하켄크로이츠 깃발이 나부RluTek. 메인 스타디움에도 대형 하켄크로이츠 깃발이 도열한 가운데 성화대가 설치됐다. 올림픽을 체제 선전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나치스의 야심이 절묘하게 성공한 셈이었다.
그리스 신전에서 열리는 성화 채화 행사는 빼어난 미인들이 주로 참여한다 배유 등 미인들이 여사제로 변신해 올림픽 정신을 기리는 공연을 하고 채화 의식을 치른다. 올림픽이 열리는 국가는 말할 것도 없고 세계의 미디어들이 앞 다퉈 올림픽 성화 채화 장면을 내보내는 것도 미인들의 공이 크다.
88서울올림픽 성화봉은 대한민국의 고유한 미적감각을 살린 걸작으로 평가를 받았다. 모두 3300개가 만들어져 450개는 그리스 지역을 봉송하는데 2650개는 우리나라 지역을 도는 데 쓰였다. 그런데 올림픽이 끝나자 그 많던 성화봉들이 거의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성화봉을 국가에서 보존 관리해야 한다는 지침이 없었기 때문에 개인적인 기념품으로 모두 사라지고 말았던 것이다. 정부나 지자체의 고위 관료 등 힘 있는 사람들이 앞 다퉈 가져갔던 것이다.
오는 7월 광주에서 열리는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펼쳐질 성화 봉송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회 조직위원회와 광주시는 남북이 함께 참여하는 성화 봉동 행사를 위해 노력해왔다 백두산과 한라산에서 각각 채화한 성화를 임진각에 함화한 다음 광주로 가져오게 하겠다는 것이다.
마침 북한도 대회에 참가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알려왔다. 여자축구와 육상, 다이빙, 체조, 탁구, 유도, 핸드볼 등 모두 8개 종목에 선수 75명과 임원 33명을 보내겠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남북이 함께 참여하는 성화 봉송 행사도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남북 연계 성화봉송이 이뤄지면 채화 시점부터 분위기를 탈 수 있게 돼 대회 성공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 동시 입장과 공동 응원, 단일팀 구성 등이 함께 이뤄지고 이를 통해 남북 사이에 교류와 화홥의 물꼬를 트는 결정적인 기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