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나들이 (2018. 10. )
울 어머니 생신이 올해로 아흔 해를 맞이했다.
아직도 연세에 비하여 정정하시니 더없는 福인 듯싶다.
그동안 우리는 남들이 다하는 칠순잔치도 팔순잔치도 제대로 해 드리지 못했다.
당시 잔치를 할 만한 상황도 아니었지만 우리 가족의 생각은 이러한 잔치에 흥미가 없다.
잔치를 한답시고 부풰식당에 일가친척, 지인 등을 초대하여 먹고, 춤추고, 노래하고, 인증샷 찍고, 이런 행사가 별의미가 없는 듯하여 지금까지 가족끼리만 조촐한 축하파티만 하였다.
돌이켜보면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았지만 요란스럽지 않게 잘 해온 것 같다.
만약 잔치라도 벌렸더라면 가깝게 지내지 않았던 친척, 지인들은 과연 부담감 없이 진정으로 축하해 줄까를 생각해 본다면 아마도 축하보다는 부담스러워하는 것이 요즘 世態일 것이다.
그리고 어찌 보면 자식들의 과시욕과 허세가 賀客을 불편하게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부터는 어머니 생신 때마다 가족여행을 갔었는데 올해는 좀 멀리 설악산 여행을 하기로 하고 양양 쏠비치리조트에 예약을 해 두었다.
특히 올해는 아흔 번째 맞이하는 생신이라서 조금 특별한 Event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어머니가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니
가끔 누군가 무척이나 보고 싶다고 하셨는데 그 분이 어머니 동생인 이모님(85세)이셨다.
이번 생신 때는 특별 초대손님으로 이모님을 모시기로 마음먹고 이종사촌동생에게 이모님의 건강상태(오래 전부터 당료를 앓고 계셨음)를 물어보고 같이 동행을 할 수 있으시겠는지 확인해 보았더니 아파도 가시겠다고 하시면서 무척이나 좋아하셨다고 한다.
김천에서는 누나와 동생들이 어머니를 모셔 오고, 나와 집사람은 이모님을 모시고 양양 쏠비치리조트로 가 그곳에서 두 분을 십여년만에 재회하도록 해 드렸다.
로비에서 만난 두 분은 이산가족 상봉이라도 한 듯이 반가움에 말을 잇지 못하고 한참동안을 두 손만 꼭 잡고 계시고 나서야 말문을 여셨는데 사흘 동안을 내내 주저리주저리 숱한 사연을 쏟아 내셨다.
노구(老軀)를 이끌고 설악산에 가서 케이블카를 타고 척산 온천장에 가서 목욕도 하시면서 힘든 여정을 잘 소화시키셨다.
內心 걱정스러움도 있었지만 우리보다 더 즐거워하시니 바랄게 무엇이 더 있겠는가.
황혼 빛에 물든 자매의 모습이 가을단풍만큼이나 아름다웠으며, 이 두 분과 함께 했던 이번 가을 나들이는 우리들에게도 오래도록 가슴언저리에 머물 것 같다.
두 분에게는 분명 힘든 여행이었으니 후유증이라도 있으면 어쩌나하는 걱정이 많이 된다.
너무나 소중한 두 분의 남은 餘生, 항상 健康하셔서 이런 기회가 더 오기를 기대해 본다.
왼쪽부터 본인, 둘째여동생, 엄마, 이모, 첫째여동생, 처, 누나, 꼬마는 둘째여동생의 손자
첫댓글 송암~
그대의 진솔한 효심이 양양 앞바다에 가득하시네!!
모친 오래 오래 건강하시어 편히 천수를 다 하시길 비네.
울 엄마를 생각나게하는송암에게 반했다!!! 어머님의 만수무강을 비오.
모두 감사합니다 ^^
어머님 과 이모님께 이보다 좋은 선물이 있겠는가 참으로 효성지극한 이벤트라 생각합니다 소생은 어머님이 너무 오래 병석에 계신관계로 짧은 여행도 못했지요
모친의 인자하고 온화한 모습을 물려받으셨네 그려. 효성 지극한 자녀들을 두셨으니 오래도록 행복하시리라 믿네.
송암 자네가 참으로 부러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