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을 얻으면 천하를 얻는다. (得龍山,得天下)
2년 만에 중.고등학교 동기회가 안국동에서 있었다. 마침 교보문고에 들려 이달 치, 볼 책 몇 권을 찾는데 심심풀이로 용산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관한 책이 잽싸게 나와서, 웃으면서 그냥 한 권을 배낭에 집어넣고 왔다.
청와대 터와 용산이 역사에 등장한 것은 고려 숙종 때부터란다. 1101년에 남경 개창 도감을 설치하고 윤관, 최 시추, 임의, 음 덕진 등에 명하여 경기도 일대 지세를 살펴보게 했다. 현 노원구 일대와 도봉산역 일대 등은 도읍으로 정당치 않고 삼각산 남쪽 산과 물의 형세가 도읍 건설에 적당합니다.라 보고 한다.
그보다 5년 앞서 김 의제는 “삼각산 남쪽이 오덕을 갖춘 땅으로서 삼각산 남쪽, 목멱산 북쪽에 도읍을 세우면 70개 국가가 조공할 것입니다.” 보고 한다.
여기서 말한 70개국은 지금 외국 대사관이 서울에 있다는 것으로 보면 된단다. 새 정부가 집무실로 쓰려는 ‘용산’이 이때 처음 등장한다. 그러나 고려 정부는 최종 결론에서 용산을 탈락시킨다. 조선왕조가 들어서면서 경복궁 청와대 터가 ‘공식 집무실’이 된다. ‘광화문 대통령 시대위원회‘가 문재인 정부에서 꾸려졌다. 그런데 “청와대 주요 기능을 대체할 부지를 광화문 인근에서 찾을 수 없다. 그러나 청와대의 풍수상 불길한 점을 생각할 때 옮겨야 마땅하다.” 광화문 정부중앙청사가 집무실로 기능이 가능했다. 지하철 경복궁역에는 정부청사로 연결되는 출입구가 있다. (현재는 폐쇄됨) 공약을 못 지킨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이 우유부단했기 때문이다. 광화문 시대위원회와 경호실이 반대했어도 신속하게 집무실을 대통령이 옮기면 되었다. 허송세월하다 2년이 지났다.
경복궁을 대통령궁으로 활용하는 것도 방안이다. 광화문을 통해 대통령과 관료들이 당당하게 대통령궁으로 들어가고 외국 사절도 여기서 맞는 것이다. 품격있는 공간이 확보되면 걸맞은 인물이 채워진다. 이보다 구체적 실현 가능성이 있는 곳은, 경희궁이다. 인근의 역사박물관, 서울시교육청, 기상청 서울관측소 등을 부속 건물로 활용하고 경희궁 동쪽 담장 아래 있는 일제의 방공호를 조금만 손보면 지금도 근무가 가능한 좋은 지하 벙커이다. 경희궁은 길지로 풍수적으로 흉지란 소리가 한 번도 없던 길지다.
성자필쇠론과 유사한 이론이 지기쇠양설이다. 지기가 쇠하면 나라가 망하니 지기가 왕성한 곳으로 천도를 해야 한다는 설로 정감록의 핵심 사상이다. 정감록은 鄭. 沁. 淵 세 사람이 조선팔도 풍수설에 따라 평양-개성-한양-계룡-가야-전주 순으로 도읍지가 바뀌며 그에 따라 새로운 왕조가 들어선다는 것이다. 결국 흥망성쇠는 땅이 아니라 사람이다. 베네치아 공화국은 종교. 정치. 군사. 무역 지도자들이 비리를 저지르면 국외로 추방했다. 국민은 지도자를 신뢰했다. 대한민국도 그러할까? 신성한 대지를 투기의 대상으로 삼고, 존재의 요람인 집을 치부의 수단으로 삼는다. 일부 장관. 국회의원. 자치단체장. 공무원들이 그렇다. 교수 출신 청와대 정책실장은 임대차법 통과 직전 자신의 강남 아파트 임대료를 올렸다. 문제가 되자 공직을 그만두고 대학으로 돌아갔다. 부끄러움을 모른다. 대한민국은 ’비도덕적 인간과 도덕적 사회‘처럼 보인다. 일부 공무원, 교수, 정치인들이 불공정의 근원이다. 그들의 탐욕에 대해서 ’라인홀드 니부어‘는 이렇게 말했다. “인간이 제정신을 차리고 있는 경우는 별로 없다. 동물과 달리 탐욕이란 상상력에 지배되기 때문이다. ” 땅 기운이 흥하여 천년 대한민국 역사가 되려면 탐욕스러운 지도자들을 국외로 추방하는 방법밖에 없다.
산 풍수 조선과 물 풍수 일본 두 나라의 운명
산 풍수의 사신사는 네 개의 산을 지칭한다. 물 풍수의 사신사는 언덕, 연못, 흐르는 물, 큰길로 산정한다. 핵심적인 차이는 산을 중시하는가 물을 중시하는가 차이다. 고려는 태조 왕건 이래 여러 왕이 국운 융성을 위해 도읍을 어디로 옮겨야 할지를 고민했다. 그때 지금의 청와대와 용산도 후보지로 등장한 것이다. 고려는 해상 세력에 의해 성립된 국가다. 개국공신도 모두 해상 세력이었다. 국력이 약하진 말기에 왜구와 왜적의 침입을 당했다. 즉 물을 중시하는 국가였다.
용산에 크고 견고한 부두 등을 만들어 개경의 벽란도처럼 국제적인 항구를 만들 필요가 있었다. 조선 초에 하륜이 제안했던 만초천 (현재 복개된 용산의 하천)과 숭례문 사이에 운하를 건설했더라면 조선은 국제적인 수도가 될 수 있었다. 조선이 산 풍수인 한양과 물 풍수인 용산 지역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게 했다면 조선은 강해 도시이면서 안정성과 미학적 가치가 뛰어난 나라가 되었을 것이다. 청와대가 산 풍수라면 용산은 물 풍수이다.
중국은 홍콩, 상하이, 항주, 소주 등 주요 도시들은 철저하게 배수면가의 원칙, 물 풍수를 고집했다. 물은 재물을 주관한다. 서울에 가장 많은 현금이, 움직이는 곳은 강남이나 여의도가 아니다. 청계천을 좌우한 도매상이 밀집한 곳이 가장 현금을 많이 움직이는 곳이다. 2012년 말과 2013년 초에 중국, 일본, 한국이 새로운 지도자들이 등극했다. 몇 달 차이가 비슷했고 나이도 비슷했다. 2017년 박근혜는 파면당하여 감옥으로 가고, 2021년 아베는 수상직을 사의했다. 시진핑은 건재하며 미국과 맞상대한다. “미국 국립과학재단 발표에 따르면 2002년 미국인의 40%가 풍수, 예언, 사주, 타로, 관상, 심령술, 악마의 존재를 믿고 있으며 2005년에는 75%가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좋은 터만 잡으면 명당 된다. 적극적인 행동이 먼저다. 시대마다 평가는 다르다, 노동이 아니라 부동산 투기로 치부를 하려는 것은 이 세대의 광기다. 19세기 광기는 묘지 풍수였다. 전봉준은 ”크게 왕성하여질 자리가 아니면, 아예 후손이 끊어질 자리를 잡아 달라 부탁했다. “이유를 묻자 남의 밑에서 구차하게 사는 것보다는 후사가 끊어지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흥선군보다 더 풍수에 열을 올린 가문이 김좌근이다. 아버지 김조순의 묘를 여주에서 백석동으로 다시 이천으로 이장했다. 장동 김씨 권력을 이어가고자 함이었다. 그러나 조선의 몰락은 풍수에서 예견된 일이다. 명성황후는 1866년 왕비가 되자 가장 먼저 한 일이 친정아버지 민치록의 묘를 선영에서 제천으로 이장한다. 그리고 이천, 광주, 보령으로 이장했다. 이들 땅이 나빴던 것은 아니다. 황후가 올바른 풍수관, 인생관, 국가관을 갖추지 못한 게 문제였다. 그리고 1895년 황후는 일본의 낭인에 시해된다. 보령으로 이장된 110년 후, 다시 2003년 친정아버지 민치록의 묘는 여주 선영으로 원위치 된다. 오천육장 五遷六葬은 조선 풍수사의 진기록이다.
세계 최빈국 북한은 왜 망하지 않는가? 우리의 상식으로는 최빈국 북한 왕조는 진작 몰락했어야 한다. 남한에서 그런 방식으로 통치했다면 몇 번이나 정권이 무너졌을 것이다. 90년대 다른 동구 사회주의 국가가 몰락했음에도 북한은 의연히 건재하다. 게다가 핵보유국이 되었다. 미국도 일본도 함부로 하지 못한다. 정치, 경제, 국제학자들은 북한을 설명하기에 바쁘다. 그러나 풍수적으로는 가능하다. 북한의 도읍지 평양의 풍수는 물 위에 떠 있는 배의 형상이다. 대동강 보통강이 평양을 감싸고돈다. 行舟形局이다. 이 땅은 우물을 파면 배가 침몰하기에 대동강물을 식수로 사용했다. 평양은 수덕이 순조로워 우리나라 지맥의 근본이 된단다. 이택환은 평양은 앞뒤가 백 리나 되는 들판이 띄어 밝고 환하다. 그러므로 그 기상이 넓고, 산 빛은 아름답고 곱다. 인민들에게는 ’하층민들의 계급의식과 투쟁 정신을 마비‘시키는 봉건 도배들의 미신이라고 교육하면서 통치계급들은 묏자리와 군사시설에 풍수를 활용함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거창한 이름과 모순되게 조선왕조나 다름없는 봉건왕조 주의적인 풍수를 수용하고 있다.
2022.06.28.
용산을 얻으면 천하를 얻는다.
김두규 지음
매일경제신문사 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