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이 된 Villa Urquiza 출신 거장들-Finito, Miguel Balmaceda
본고장 땅고 황금기(1940년대)에 청춘의 전성기를 보냈고 현재는 모두 고인이 된
부에노스 아이레스 Urquiza 출신의 땅고 마에스트로들의 춤을 잠시나마
살펴 볼 수 있는 드문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동영상 몇 편을 올려봅니다.
동영상 속의 영어 자막을 우리말로 옮겨 놓은 게 벌써 몇 주가 지났건만,
정작 올리지 못했고, 이제야 올리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영화 속의 내용을 선별해 놓은 아래 첫 동영상이...
하나의 직선 연결 스토리로 이루어진 게 아니라는 게, 이유라면 이유였죠.
그래,
스토리가 온전히 이해가 안 된 것을, 그것도 동영상의 원래 출처랄 수 있는 영화를 보지도 않고
실어 본들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생각에...... 그냥 접어두고 있었던 겁니다.
그러다가.. 어찌 하다 보니 지금은 잔 지식이 조금은 더 쌓이게 되어
몇 부분의 스토리는 어느 정도 확연히 이해가 되었고,
더군다나 원영화의 구성 자체도 여기 동영상과 크게 성격상 다를 바 없는 구성이라는 점도
간접적으로 알게 되어서 그냥 올려보기로 한 겁니다.
원래 영화는 Jorge Zanada감독의 Baile Nuestro,
영어로는 Tango: Our Dance(1988)라는 다큐 영화이고,
'빌라 우르끼사' 출신 몇 거장 댄서들 위주로 편집해 놓은 것이 아래 첫 동영상입니다.
그 동영상 바로 밑으로 달려있는
시간대와 남성 댄서들의 이름은 제공 받은 소스이고, 고인들 사망 연도는 제가 추가한 것입니다.
(글들 사이로 간간이 붙어 있는 [주] 역시 이해를 돕기 위해 제가 붙인 것이고요.)
춤의 분위기 감흥이 우선이라 생각되기에..
영상을 먼저 감상하시고 동영상 밑에 글들은 그 후에라도 차분히 읽어보는 게 좋을 듯싶어요.
0:00 - 0:42 "Finito" (1987년 작고)
1:00 - 2:08 Gerardo Portalea(1928-2007)
3:52 - 4:04 Pedro Monteleone(2008년 작고)
5:13 - 5:52 Miguel Balmaceda(Julio Balmaceda의 아버지, 1991년 작고)
-소외된 땅고... 사람들 사이에 (그런) 얘기가 많이 오고가지, ...
하지만 땅고는 처음에 사창가에서 시작되었어...
-땅고를 다시 시작하고... 또 다시 땅고를 좋아하게 되어서... 춤추러 나갔지.
처음엔 매주 토요일에 갔는데... 어떤 사람이 수요일에 밀롱가를 오픈하자..
나 역시 그 곳을 나가게 되었지. 스타일은 뭐...
(제라르도 뽀르딸레아와 관련된 이 부분은 여기 자막으론 이해가 어렵고,
또 맥락과 관련해서 다음 기회에 다른 글로 선을 뵐 듯합니다.
여기선 생략...)
-그 전에도 그랬지만, 우리 모두는 남자들이어서..
남자들 끼리 어울려 여자 역할도 익히곤 했어.
난 여자 역할을 했지.. 또 남자 역할도 하고..
-(땅게라 목소리)
남자가 리드를 하고 여자로 하여금 스텝을 띄게 하고.. 여자는 남자의 리드에 팔로우하고..
-(다른 여성 목소리)
땅고를 출 땐 난 얼굴을 일그러트리고... 턱을 굳게 다물고 췄어.
남자에게 꽉 메여서 추기 때문에 춤 출 때 남자가 말을 걸면,
난 스텝을 제대로 이어가질 못했어.
-(남자 목소리가 끼어들며) 춤 출 때 커플 끼리 얘기를 하다 보면,
스텝이 그렇다는 걸 못 느끼지.
-땅고는 예전과 달라...
우리 스스로도 우선 예전처럼 안 추고.
또, 똑같은 식으로 춤을 추는 사람도 없잖아.
... 이유는 단순해, 쁘락띠까를 안하니까 그렇지.
-학원(Academy)에선, 남자애들은 자기들 끼리 추고
가끔씩 여자애들하고도 췄지.
거기에선 꾸준히 새로운 걸 고안하곤 했어.
-길거리에서 축음기를 틀어놓고 추기도 하고, 매일 쁘락띠까를 하는 거야.
춤추는 장소를 옮겨가면서 매일 저녁 7시 부터 새벽 5시 까지 춤을 췄어.
일주일을 매일처럼.
-춤추는 방법도 여러 가지야.
천여 쌍이 춤을 추지만, 똑같이 추는 커플은 하나도 없잖아.
-춤꾼은 타고나야해.
'즉흥성', '창의성'은 타고나는 거야.
-박자(beat)를 잘 맞추는 사람이 정말로 춤꾼인 게야..
땅고에서 정말 중요한 게 박자거든.
-춤꾼에게 정말 필요한 건, '개성', '박자', '엘레강스', 그리고 '안무'라고 봐.
-땅고는 파트너와 정말 가까운 거리에서 춤 출수 있도록 고안 되었는데..
진짜 땅고는.. 커플 춤으로 추는 거야 (남자끼리 연습하는 게 아니고-주).
정확성이 요구되고.. 발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정말 좁아.
파트너와의 거리가 50센티만 되면, 록과 디스코에서처럼,
난 어떤 동작이라도 할 수 있지.
-(여자 목소리)
땅게라는 춤출 때 스텝과 턴하는 것만을 생각해.
남자 파트너 스텝과 음악이 어떻게 끝나는지를 또 생각하고.
-춤이 시작되면 음악을 듣고, 발(feet)과 말을 하지.
춤이란.. 발로 "말을 거는" 거라고 봐.
나의 느낌을 말하는 거지.
-춤을 추면서.. 어떤 변화를 느끼고, 느낌대로 행하는 거야.
-(여성 목소리 끼어들며) 땅고 음악이 주는 영감에 따라 움직이는 거지 뭐.
피겨가 갑작스럽게 이루어지는 거고. 똑같은 피겨를 또 해볼라치면 영 어색해지고..
-땅고를 추면 오싹 소름이 돋아야 해,
안 그러면, 제대로 추는 게 아니야.
............................
위 동영상에서 맨 처음 모습을 드러내는 커플은
"Finito"로 통했던 라몬 리베라(Ramon Rivera)와 마리아 떼레사(Maria Teresa) 입니다.
스텝의 정확성, 음악의 리듬감, 특히 자세 면에서 탁월하다는 평을 받고 있기에..
춤 동작을 보다 정확히 감상할 수 있는 동영상 하나를 추가 합니다.
........................
Miguel & Nelly Balmaceda
다음은 맨 위 영화 동영상 속에서 마지막에 출현하는 미구엘 y 낼리 발마세다 입니다.
영상 아래의 글들은 필요한 부분은 원문을 포함하여 몇 개의 글을 실어본 것이고요. 역시 영상 감상 먼저...
미구엘/넬리 발마세다가 "Gallo Ciego" (Pugliese 버전) 곡에 맞추어 까닝에서 춤추는 모습이다.
이들은 1980-91년(미구엘 발마세다 사망)까지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가장 중요한 쁘락띠까 중
하나를 이끌어왔다. 오늘날 유명한 많은 댄서들이 그 곳 까닝에서 춤을 입문했다.
(까를로스 꼬펠로/알리시아 몬띠, 미구엘 조또 등 많은 댄서들..
스테이지 댄서들뿐만 아니라, 밀롱게로 스타일을 구사하는 다음 세대의 댄서들에게 전수함-주, 추가)
여기 동영상엔 미구엘의 여러 피겨가 등장하지만...
그 점과 관련해, 사람들 사이에 늘 오고가는 이런 얘기가 있다.
춤을 막 시작한 이들에겐 미구엘은 걷기만 허용했다.
피겨를 함부로 구사하지 못하게 했으며, 걷기만 2년을 연습하도록 했다는.
(This video shows Nelly and her husband Miguel Balmaceda performing to "Gallo Ciego" (Pugliese version)
at Salon Canning. Miguel and Nelly ran one of the most important practicas in Buenos Aires during the 1980s
and 1990s, until Miguel's death. Many of today's teachers started there. Susana Miller, for example, started
learning tango there. The story is always told that Miguel would not allow dancers to do figures. He wanted
them to train only in walking for the first two years. In this video you see a lot of figures.)
.............
Miguel Balmaceda, the art of walking
by Marco Castellani, 1995
고전 발레가 엘리베이션(공중 들어올리기)을 통해 영혼성을 표시한다면, 땅고는 오히려 지상에서
그렇게 한다고 볼 수 있다. 밀롱가 댄서들은 플로워에서 예배를 들인다.
"걷기" 그리고 심지어 "피사의 사탑"보다 더 기우는 방법으로 지상에서의 신앙 간증을 한다.
살롱 땅고는 바로 댄서의 발을 통해 신성한 예배가 이루어진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
미구엘 발마세다는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을 기리는 종교의 <고위 성직자>인 셈이다.
이 동영상을 통해 내가 여태까지 목격한 땅고 걷기의 가장 경이로운 걸음걸이 소유자의 모습을 짧게나마 엿볼 수 있다.
(If the Classical Ballet signifies spirituality through elevation, Tango is rather terrestrial.
The milonguero worships the floor his "caminar", and even more the way he "pisa", testify
his telluric faith: i dare to say that in the Tango-sal?n are the feet that attend to the
divine service. The plutonic religion's High Priest was certainly Miguel Balmaceda:
here is a short and admiring portrait of the greatest walker i ever saw.)
Marcelo Menasch 의 말을 인용해보자.
"뽀르떼뇨(부에노스 아이레스) 댄서들은 달리거나 뛰어다니지 않는다. 그런 건 다른 나라 사람들이
그들 춤에서나 하는 거다. 우리 댄서들은 춤을 장식하지 안는다. 차분하게, 마냥 차분하게 걸을 뿐이다.
이런 거야 말로 아르헨티나 댄서의 참 기교이다. 단지 걷기만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 속에는 놀랄 만큼
정교한 변화의 연출이 있다. 리듬을 구별해내며, 음악에 따라 빠름과 느림의 속도를 조절하며, 항상
순간 포착에 능하다."
"… The porte?o dancer does not run and does not jump, because these things are
for the gringos. He does not embellish his dance, because this is not for men.
Sober, infinitely sober, he just walks. This is his virtuosity. He performs variations
of incredible refinement, whereas all the others see nothing but walking he divides
the rhythm, he slows down or quickens to the music, he always masters the timing."
Bruce Chatwin의 책에 전 세계인들을 놀라게한 부분이 나오는데,
천년 역사의 지혜가 단순하기 그지없는 인간 행동, 즉 걷기에 담겨있다고 한다.
걷기로 인해 유명세를 탄 예술가들의 이름들이 그 책에 거론되어 있다.
작가로는 Rimbaud(랭보), 영화 감독인 Werner Herzog,
Juancito Caminador(방랑자 후안시또) 등이 나온다.
탁월한 걸음을 구가한 댄서 미구엘 역시 걷기 예술가의 한 거장으로서 이름을 남겼다고 본다.
그가 땅고 교습을 할 땐,
오로지 걷는 법만을, 그리고 자연스럽게 플로워에 발을 디디는 법만을 가르쳐주었다.
(exclusively how to walk and how to place your feet on the floor without hurting it.)
땅딸막한 체구의 미구엘 이었지만, 플로어를 밟을 땐
마치 땅속줄기처럼 견고하게, 그리고 퓨마처럼 부드럽게 걸었다.
(he touched the floor as firm as a rhizome and as soft as a cougar.)
Monsieur Verlaine가 언젠가 이런 얘기를 했다.
랭보라는 작가는 "발바닥에서 바람이 나오는 사람이다."
("l'homme aux semmelles de vent", or the man with the soles made of wind)
미구엘이 춤추는 걸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이렇게 말 할 것 같다.
봄날 무역풍은 미구엘의 신발 아래에서 불어온다.
(the springtime trades were always blowing under Mr. Balmaceda shoes.)
미구엘이야말로 가장 기본을 고안한 사람이다. 자그마한 성과인 것 같지만
사실 걷기의 가장 기본기이다. 오늘날 이 점을 무시하는 댄서들은 아무도 없다.
낼리 발마세다와 파트너로서 미구엘 발마세다는 작고할 때까지 까닝 밀롱가와
쁘락띠까를 이끌었다. 까닝은 당시 까지만 해도 유명한 고고학 유물들로 인해
<살롱 그리스 Salon Helenico>라고 불리웠다.
- 그 유물 중 일부는 보전의 이유로 자리 재배치가 불허되어 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최고의 댄서들이라면 모두 까닝에 들르곤 했는데, 그들은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걷기의 달인들(소요학파라고 비유-주) 이든지,
아니면..
미구엘 발마세다의 퓨마와 같은 부드러운 걸음걸이를 배우고자하는 사람들이었다.
"뽀르떼뇨(부에노스 아이레스) 댄서들은 달리거나 뛰어다니지 않는다. 그런 건 다른 나라 사람들이 그들 춤에서나 하는 거다. 우리 댄서들은 춤을 장식하지 안는다. 차분하게, 마냥 차분하게 걸을 뿐이다. 이런 거야 말로 아르헨티나 댄서의 참 기교이다. 단지 걷기만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 속에는 놀랄 만큼 정교한 변화의 연출이 있다. 리듬을 구별해내며, 음악에 따라 빠름과 느림의 속도를 조절하며, 항상 순간 포착에 능하다."
첫댓글 길거리에서 축음기를 틀어놓고 추기도 하고, 매일 쁘락띠까를 하는 거야. 춤추는 장소를 옮겨가면서 매일 저녁 7시 부터 새벽 5시 까지 춤을 췄어. 일주일을 매일처럼.
춤을 막 시작한 이들에겐 미구엘은 걷기만 허용했다. 피겨를 함부로 구사하지 못하게 했으며, 걷기만 2년을 연습하도록 했다는
"뽀르떼뇨(부에노스 아이레스) 댄서들은 달리거나 뛰어다니지 않는다. 그런 건 다른 나라 사람들이 그들 춤에서나 하는 거다. 우리 댄서들은 춤을 장식하지 안는다. 차분하게, 마냥 차분하게 걸을 뿐이다. 이런 거야 말로 아르헨티나 댄서의 참 기교이다. 단지 걷기만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 속에는 놀랄 만큼 정교한 변화의 연출이 있다. 리듬을 구별해내며, 음악에 따라 빠름과 느림의 속도를 조절하며, 항상 순간 포착에 능하다."
땅딸막한 체구의 미구엘 이었지만, 플로어를 밟을 땐 마치 땅속줄기처럼 견고하게, 그리고 퓨마처럼 부드럽게 걸었다
"플로어를 밟을 땐 마치 땅속줄기처럼 견고하게"가 먼저, 그리고 퓨마처럼 부드럽게 걸었다
이런과정을 통해 만들어졌구낭^*^ ㅋㅋㅋ
걷는 것 만으로 춤이 된다던 언니 말을 이제 좀 알 것 같아여~~~
ㅎㅎㅎ울 이쁜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