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거 알면 옛날 사람? 추억의 '워크맨'
스마트폰이 나오기 이전에 우리의 휴대용 기기는 일명 ‘워크맨’이라 부르던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나 CD 플레이어, 무선전화기, 삐삐, 카메라 등이었다. 이런 구식 휴대용 기기에는 별도의 건전지, 또는 충전지가 필요하다. 네모 납작한 모양 때문에 '껌전지' 혹은 '껌밧데리'라는 별명을 가진 충전지가 있었고, 전통의 강자 원통형의 AA/AAA 충전지도 있었다.
"이런 충전지가 지금도 많이 쓰일까?"라는 의문에 대한 대답은 “예스”다. 비록 워크맨 같은 구식 포터블 기기는 대부분 사라졌지만, 우리 주변에서 건전지를 사용하는 기기는 여전히 많다. 예를 들면 장난감, 리모컨, 도어락, 무선 제품 등이다. 이들이 꾸준히 건전지를 동력원으로 사용한 덕분에 충전지도 변화를 거듭했다. 과거에는 전용 어댑터를 통해서만 충전할 수 있었다면, 이제 집에 하나쯤 굴러다니는 마이크로 5핀 케이블로 직접 충전할 수 있게 됐다.
한때 대세였던 충전지 요즘 뭐 하고 있을까?
우리가 사용하는 배터리는 한번 사용 후 버리는 1차 전지와 재충전이 가능한 2차 전지로 구분할 수 있다. 1차 전지는 슈퍼마켓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회용 건전지로 주로 리튬 망간, 알카라인을 사용한다. 건전지는 어디서든 쉽게 살 수 있고 가격이 싸다. 전력 소모량이 적은 시계, 리모컨, 도어락 같은 기기에 사용하면 가성비가 좋다. 일시적으로 큰 전류가 있어야 하는 카메라 플래시나, 아이들이 계속 눌러대는 장난감 등에 사용하면 순식간에 수명이 바닥나므로 이런 곳에는 건전지보다 충전지가 좋다.

▲마치 껌 같다고 해서 일명 '껌전지'라 부르던 A 사이즈 충전지
충전이 가능한 2차 전지 중 대표적인 조상님은 껌전지다. 껌전지도 초기에는 다양한 사이즈가 있었는데, 현재까지 살아남아 소매점에서 판매 중인 것은 소니가 주력으로 사용하던 A 사이즈 충전지가 유일하다. 참고로 소니는 이제 생산하지 않는다. 니켈-카드뮴(Ni-Cd) 배터리로 카세트, CD플레이어, MD플레이어 등이 주로 사용했다. 대표 기기들이 단종 되고 환경오염 문제 등으로 요즘 나오는 제품은 오히려 스펙이 떨어졌다.

▲가장 익숙한 AA/AAA 사이즈 니켈-수소 충전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충전지는 바로 AA/AAA 사이즈 니켈-수소(Ni-MH) 충전지다. 보통 충전지 규격에 따라 전용 어댑터를 사용하며, 과방전이나 과충전에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아 예로부터 지금까지 널리 사용하는 충전지다.
다만 초기 구매비용이 건전지보다 비싸고, 방전 속도가 빠르며 완전히 방전된 상태에서 오래 내버려 둘 경우 수명이 급격히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또한, 낮은 온도에서 성능 저하가 심해 특히 겨울철에 야외에서 사용하다 보면 금세 배터리가 방전돼 충전을 자주 해야 한다.

▲파나소닉 에네루프 2,000mAh 충전지
최근 판매 중인 AA/AAA 충전지는 과거보다 용량이 많이 늘었다. 과거에는 보급형 1,400mAh, 고급형 1,800mAh 수준이었는데, 요즘은 2,000~2,500mAh로 늘어나 반복 사용횟수가 늘었다. 또한, 충전 후 자연 방전을 억제해 1년 후에도 잔여용량 80~90%를 유지한다. 심지어 5년 후에도 잔여 용량 70%가량이라는 것이 제조사 측의 주장.
디지털카메라에 사용할 때 건전지 대비 4배 이상 많은 촬영매수를 얻을 수 있고 무엇보다 충전을 통해 반복 사용하기 때문에 경제적이고 비상시에도 언제든 사용할 수 있다. 요즘 나오는 제품들은 저온에서도 성능 저하가 적도록 개선했다.
'충전지의 변신' 5핀 USB 전용 충전지 등장
요즘 충전지는 또 한 번 변화를 시도 중이다. '충전을 하려면 당연히 전용 어댑터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뒤집어버렸다. 이제 충전지 규격에 따라 추가로 어댑터를 살 필요가 없다. 아예 충전지 자체에 충전 기능을 내장했기 때문. 마이크로 5핀 USB 케이블만 있으면 PC, 노트북, 콘센트를 이용해서 언제 어디서든 바로 충전할 수 있다.

▲흔한 마이크로 5핀 USB 케이블로 충전지를 충전할 수 있다
이런 충전지의 등장이 반가운 것은 어린 자녀가 있는 부모다. 요즘 건전지 안 들어가는 장난감을 찾기 어렵다. 보통 장난감에 따라 적게는 1~2개에서부터 많게는 8개까지 들어간다. 게다가 아이들이 온종일 작동하는 통에 건전지를 갈아 끼워도 금세 방전된다. 그래서 아이들이 있는 가정에서는 건전지값도 제법 부담스럽다.
충전기와 충전지를 사용해도 걱정거리가 있다. 콘센트는 대부분 낮은 곳에 있다. 충전기는 여기에 오랜 시간 꽂아두기 마련. 잘못 내버려 두면 아이들이 달려든다. 충전 중인 충전지를 아이가 삼키기라도 한다면 큰일이다. 5핀 케이블로 자유롭게 충전할 수 있는 충전지는 이런 불안감에서 해방이다.
▲소리 나고 불빛 번쩍이는 제품에는 다 건전지가 들어간다
게다가 5핀 케이블만 있으면 전기가 없는 곳에서도 보조 배터리를 이용해 충전할 수 있고, 휴대용 기기 작동 중에도 충전지에 케이블을 꽂아서 쓸 수 있다. 덕분에 창고에 처박혀 있던 구형 라디오, 빈티지한 매력이 있는 포터블 음악감상 기기, 디자인이 끝내주지만 건전지를 갈아 끼우는게 귀찮아서 안 쓰던 디지털 시계 등을 포터블이 아닌 거치형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다만 현재 출시된 5핀용 충전지는 아직 제품군이 다양하지 않다. 용량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아직 기존 충전지 대비로는 부족한 편이다. 배터리 셀이 들어갈 공간에 충전 모듈까지 들어 있기 때문. 그래서 한 번 충전한 뒤에 오랫동안 써야 하는 제품보다는 우리 주변에서 계속 사용하는 제품의 동력원으로 쓰면 좋다. 향후 제품 사양을 업그레이드하면 충전지 시장에 변화를 가져올 거라는 기대가 있다.
5핀 USB 충전지 어떤 제품이 있을까?
▶ 국내 최초 충전기가 필요 없는 ‘티웨이 마이크로 5핀 충전지’

국내에 처음으로 출시 된 마이크로 5핀 충전지는 티웨이 제품이다. 니켈-수소 타입으로 1,000회 이상 재사용이 가능하다. AA 사이즈 경우 1,200mAh AAA사이즈는 400mAh 용량을 갖고 있다. 생산물 책임보험에 가입해 사용자들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 아이들 장난감에 충전지로 유용 ‘Etlnesan 9v USB Rechargeable battery’

9V 규격의 통통한 사각 충전지다. 이 제품도 마이크로 5핀 케이블로 충전한다. 평균 3,000회가량 재사용 가능하며 400mAh 제품으로 완충까지 약 2시간이 걸린다. 사각 전지는 주로 아이들 장난감이나 오래된 전자기기, 공구에 사용한다. 국내에는 아직 판매처가 없어 알리익스프레스 같은 해외사이트를 이용해 직구나 구매대행을 통해 살 수 있다.
▶ 대용량으로 여행에서 유용 ‘BANTRE 3,000mAh 18650 battery’

3,000mAh 대용량 제품으로 여행이나 야외활동을 할 때 특히 유용한 제품이다. 단 이 제품은 AA/AAA 사이즈보다 훨씬 큰 18650 규격의 제품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18650 규격은 덩치가 큰 포터블 제품이 종종 사용한다. 한 가지 더 아쉬운 점은 국내 판매처가 아직 없다는 것. 이베이나 아마존 등 해외 사이트에서 구매할 수 있다.
▶ 별도의 충전 케이블이 필요 없는 ‘DBS유통 USB 충전지’

아예 USB 단자를 건전지에 내장한 충전지다. 원산지는 중국이다. 이 제품은 국내 오픈마켓에서 구할 수 있다. USB 충전지는 충전 정도에 따라 다르게 점등하는 LED 인디케이터가 있어 충전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PC나 노트북에 직접 연결해서 충전할 수 있어 편리하다. 용량은 1,450mAh로 완충까지 5시간 정도 걸린다.
충전지는 건전지값도 아끼고 지구도 아낀다
초기 비용은 조금 더 들지만, 충전지를 사용하면 매번 건전지 사는 비용을 아낄 수 있고 지구도 아낄 수 있다. 폐건전지를 일반 폐기물과 함께 버려서 땅에 매립했을 경우, 망간 및 수은 유출로 토양과 수질의 오염을 유발하고 결국은 인체에 악영향을 초래한다. 동네 관할 주민센터에서 전용 수거함을 마련해 폐건전지를 따로 수거하는 것이 이런 이유다.
지금부터는 충전지를 사용해보자. 일상에서 놓치기 쉬운 작은 부분이지만 귀찮음을 무릅쓰고 실천하면 환경 보호, 자원 보호, 그리고 우리의 지갑도 보호할 수 있다.
기획, 편집 / 송기윤 iamsong@danawa.com
글, 사진 / 홍효정 news@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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