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인도양
경찰서의 경제사범팀과 강형사는 뉴스타파 직원들과 함께 3개월 후에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열릴 국제탐사저널리즘 총회에 참석하기로 했다. 파나마 페이퍼스 문건의 수사를 시작하고 나서 최근 경제사범팀, 강형사, 뉴스타파 직원들은 서로 전화통화, 카카오톡으로 자주 연락을 주고받았고, 그들 사이의 통화 내용과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에는 ‘아포지컨설팅’, ‘웨스트게이트 인베스트먼트’, ‘IMF’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했다. 리모트컨트롤시스템(RCS)라는 해킹 소프트웨어가 있다. 이 프로그램은 이탈리아의 소프트웨어 기업 ‘해킹팀(Hacking Team)’ 이라는 회사가 개발했고, 각국의 기관, 기업들이 암암리에 구매하고 있었다. 한번 구매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년 단위로 유지 보수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받아야 한다. 1년 동안 사용하는 비용만 24만 유로다. RCS는 사용자가 설정하는 단어가 해킹하는 타겟 매체 내에 나타나면, 작동하는 방식으로 그 단어를 말하거나 입력한 사람의 IP주소, 전화번호, 가입 시 입력했던 개인정보가 나타나고, 그 사람의 이메일 주소를 알 수 있을뿐더러 그 이메일을 사용해 주고받았던 메일의 내용을 모두 들여다볼 수 있다. 개인의 사찰을 위한 최고의 도구가 될 수 있다. 미국 정보기관인 CIA의 산하 기관으로 NED가 있다. NED는 겉으로는 NGO같은 비영리 단체 중 하나라고 표방하지만 CIA의 지휘, 조종, 재정지원을 받는 단체로 비공식 CIA라고 할 수 있고 전 세계를 상대로 정치 공작을 하는 단체다. NED는 전 세계에 요원들이 있고 그 요원들은 NED라는 이름을 감추고 인권운동단체, 국제민주주의 연구소라는 이름으로 활동한다. 한국의 NED요원들이 RCS프로그램으로 전화 통화, 카카오톡 대화내용을 감시하고 있었고 이들이 유의하고 있는 단어로는 IMF, 아포지컨설팅, 웨스트게이트 인베스트먼트, 빌더버그 미팅, 사사카와 재단, 페이퍼 컴퍼니, 서북 청년당 등이 있다. 카카오톡 대화 내용뿐만 아니라, 네이버, 다음, 유투브,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의 게시글, 댓글 단어 중에 NED가 유의 하고 있는 상기의 단어들이 나타나면, 그 단어를 입력한 컴퓨터의 IP주소가 뜨게 된다. 그리고 인터넷 쇼핑, 은행 등의 각종 사이트에 회원가입이 돼있는 사람들의 개인정보와 대조하여 해당 개인의 인적사항을 파악하고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최근 한국의 NED에서는 아포지컨설팅, 웨스트게이트 인베스트먼트, IMF라는 단어가 자주 들어간 전화통화와 카카오톡 메시지를 찾아냈고, 서울에 있는 국제인권운동단체 사무실에서는 그들만의 대책회의가 시작됐다.
“IMF라는 단어는 일반인들도 가끔은 사용하고 널리 아는 단어이지만, 아포지컨설팅, 웨스트게이트 인베스트먼트라는 단어는 일반인이 도저히 알 수 없는 단어이고 우연히 한두 번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이 단어가 몇몇 사람들에 의해 반복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건 보통 상황이 아니야, 우연이라고 볼 수 없지, 당장 미국의 NED본부에 보고해야겠어. 그 놈들이 사용하는 이메일도 해킹하고 핸드폰 통화 내역도 이 시간 이후로 모조리 녹음해, 누구와 연락을 주고받고 무슨 내용을 말하고 있는지 24시간 파악하고 있어야 되고 비상시스템을 가동시켜야 돼”
뉴스타파팀과 강형사가 포함된 경찰팀은 B 여행사를 통해 항공기와 호텔 예약을 하기로 했다. B 여행사는 저렴한 항공편을 알아보고 있었다. 인천에서 남아공까지 직항은 없고 경유를 한번 해야 했다. 각 항공사 별로 남아공까지의 가격을 보니 역시 아시아나, 대한항공은 비쌌고, 외국항공사들이 비교적 저렴했다. 그중에서도 카타르 항공, 에티오피아 항공, 루프트한자 이 셋이 가장 저렴했고, 비행시간이 가장 짧으면서 가격도 가장 저렴한 카타르 항공을 이용하기로 결정했다. 카타르 도하에서 한번 경유해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까지 가는 항공편 이였다. 국제탐사저널리즘 총회가 열리는 장소는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의 위트워터스랜드 대학 이였다. B 여행사는 위트워터스랜드 대학 인근의 호텔도 예약했다.
이 시작 한국의 NED에서는 웨스트게이트 인베스트먼트, 아포지컨설팅의 단어를 언급한 사람들의 개인정보를 이미 파악하고 있었고 24시간 감시체제에 들어간 상태였다. 뉴스타파팀과 여행사의 통화, 이메일 내역을 들여다보고 있는 중에 여행사에서 발송한 예약발권 확인서 e-티켓 확인증 이메일을 확인했다. 카타르 항공사의 인천발 남아공 행의 카타르 도하에서 한번 경유하는 여정이었다. 비행 날짜는 지금으로부터 3개월 후였다. 뉴스타파팀과 경찰팀이 국제탐사저널리즘 총회에 참석하는 여정임을 확인하고 아포지컨설팅에 대한 내용을 총회에서 발표할 것 이라는 내용까지 확인했다. 한국의 NED는 미국의 NED에게 현 상황을 보고하고 다음날 바로 중동, 한국, 미국의 NED는 화상회의를 했다. 전 세계 탐사보도 언론인들에게 아포지컨설팅에 대한 내용이 알려지는 것을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3개월 후 뉴스타파팀과 경찰팀은 남아공으로 출발한다. 인천공항에서 카타르 도하를 경유하여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까지 대기시간 포함 총소요시간이 35시간이 걸리는 비행 이였다. 8월21일 한국 현지시간 00시 35분에 출발한 비행기는 10시간 40분 후에 카타르 도하에 도착한다. 카타르 현지시간으로 8월21일 05시 15분에 도착한다. 카타르 도하에서 남아공으로 가는 비행기 편명은 QR 0859이고 남아공으로 출발하기까지 카타르 도하에서의 대기시간은 15시간 30분이다. 대기시간이 지나고 같은 날 8월21일 20시 45분에 남아공 요하네스버그로 출발한다. 카타르 도하에서 남아공 요하네스버그까지는 8시간 50분 동안의 비행 후에 남아공 현지시간 8월22일 04시 35분에 도착예정이다. NED에게는 인천공항에서 출발해서 카타르 도하에 도착하고 남아공으로 출발하기 전까지의 대기시간 15시간 30분 동안에 계획한 작업을 마쳐야 한다. NED는 도하 국제공항의 기내식을 총괄하는 직원 C를 사전에 큰돈으로 매수 했다. 도하에서의 대기시간은 15시간 30분으로 여유가 있지만, 도하에 도착하는 8월21일 05시 15분부터 아침 일과 시간이 시작하기 전에 작업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NED요원과 직원 C는 함께 QR 0859기에 배당된 기내식 카트가 있는 작업장으로 갔다. 새벽 당직을 서는 직원이 있었으나 기내식 총괄 팀장인 직원 C와 같이 건물 안으로 들어갔으므로 의심을 사지 않았다. 총괄팀장이 손으로 QR 0859기에 배당된 기내식 카트들이 있는 위치를 가리켰고, NED요원은 가방에 들고 온 폭탄을 카트의 깊숙한 벽에 딱 붙여 설치했다. 폭탄의 설치는 채 3분도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NED요원은 도하에서 QR 0859기에 탑승하게 될 승객 중에 한명의 시리아 남자 여권의 스캔을 미리 확보했다. CNN의 제보담당 부서에 이메일로 미리 보내놓았다. 메일 제목은 ‘카타르 항공 QR 0859기의 폭파 테러범으로 의심되는 이슬람 극단주의 시리아인’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폭탄의 타이머는 비행기가 도하에서 출발하여 마다가스카르 섬 가기 전의 인도양 상공에서 폭발 하도록 설정했다. 뉴스타파팀과 경찰팀이 탑승한 QR 0859기는 8월 22일 새벽 2시 반에 칠흑같이 어두운 밤 구름 위를 날던 중 번쩍 하는 빛과 쾅하는 소리와 함께 공중 폭파됐다. 비행기의 잔해는 인도양의 깊은 바다 속에 가라앉았다. 높은 열로 인해 알루미늄, 강철, 탄소 소재 이외의 불에 약한 것들은 모조리 순간 폭발음과 함께 공중에서 타 없어져 버렸다. 승객들은 공중에서 높은 열에 의해 순간 모두 타 버려서 흔적도 없었다. 8월 22일 오전에 CNN에서는 시리아 남자의 여권 사진과 함께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로 비행기가 공중폭파 됐다는 긴급 속보를 전하고 있었다. 한국의 방송사에서도 CNN 긴급 속보를 그대로 받아 방송에 내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