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마중 길 한강(2)
(광나루∼서빙고, 2017년2월15일)
瓦也 정유순
집에서 나설 때는 약간 쌀쌀했으나 광나루역에 도착해서는 완연한 봄이다. 자동차가 쌩쌩 달리는 강변도로 밑으로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놓아 한강을 시민들에게 돌려주고자 하는 노력이 많이 보여 다행이다. 강변으로 나오면 바로 올림픽대교와 잠실의 롯데월드타워가 앙상블을 이루고, 한강의 잔잔한 수면 위로 봄바람은 미끄럼을 탄다.
<올림픽대교와 잠실롯데월드타워>
1985년 11월에 착공하여 1990년에 준공된 올림픽대교는 한국을 세계에 각인시킨 제24회 서울올림픽을 영원히 기념하고 올림픽경기장 주변의 교통소통을 위해 서울 광진구 구의동(九宜洞)과 송파구 풍납동(風納洞)을 연결하는 국내 최초의 콘크리트 사장교로 길이는 1.5㎞에 이른다.
<올림픽대교 야경-네이버 캡쳐>
올림픽대교는 88서울올림픽을 상징하는 88m 높이의 주 탑 4개를 세웠으며, 주 탑은 연·월·일·시의 사주와 4계절, 4방향을 의미하며, 케이블 24개는 제24회 서울올림픽을 의미하면서 우수한 예술성을 지니고 있다. 올림픽대교 건설과 함께 남단 한강둔치에는 2,500평 규모의 도로공원과 지구촌화합을 상징하는 지름6m의 오륜(五輪)과 24개의 기념조형물이 있다. 흠이라면 2001년 5월 대교 중앙 탑 상단에 올림픽 성화 조형물(높이 13m, 무게 10.8톤)을 설치 작업하던 중 헬기가 추락하여 조종사 등 3명이 순직한 것이다.
<2001년 5월 올림픽대교 헬기 사고장면-네이버 캡쳐>
강 건너에는 2017년 4월 완공을 앞둔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높은 123층의 롯데월드타워가 하늘을 찌른다. 원래 이 건물이 자리 잡은 잠실 땅은 한강의 본류로 송파나루 안에 있는 하중도(河中島)였던 것을 조선조 초기에 양잠(養蠶)을 장려하기 위해 이곳에 뽕나무를 심고 잠실(蠶室)을 두었던 데서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서울로 편입되면서 택지로 개발되고 주변의 한강둔치를 매립하고 메꾸지 못한 부분이 지금의 석촌호수이다.
<석촌호수와 롯데월드타워>
강 가운데에 있던 뽕나무 밭이 인근 주변까지 메꾸어 지금은 건물 숲이 되어 그야말로 상전벽해(桑田碧海)가 아닌 상전건해(桑田建海)가 되었다. 성남 쪽에서 흘러오는 탄천(炭川)옆 부지에는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을 치른 잠실종합운동장이 있다. 1984년 9월에 완공된 이 운동장은 최대수용인원 20만 명이며, 외형은 우리의 전통적인 단순미와 곡선미를 아름다움과 스포츠를 통한 화합을 잘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이곳에서 제24회 올림픽 성화(聖火)를 밝힘으로써 KOREA가 세계만방으로 더 알려진 것은 다행한 일이다.
<잠실종합경기장>
강 건너만 생각하고 걷다보니 잠실대교 밑을 지난다. 1972년 7월에 준공된 잠실대교는 광진구 자양동과 송파구 신천동을 잇는 서울의 여섯 번째 다리이다. 그리고 다리 밑 하류 쪽 10m 지점에는 잠실수중보(蠶室水中洑)가 설치 되어있다. 한강의 수위 및 유량조절과 홍수예방을 위하여 한강 종합개발사업에 의해 행주대교 쪽의 하류 보와 함께 1985년 말에 완공된 한강의 상류 보이다.
<잠실대교-네이버 캡쳐>
전체길이 920m 중 720m는 고정보(固定洑)이고, 강북 쪽 200m에는 수문 3개를 설치한 가동보(可動洑)이며, 배가 통과할 수 있는 2개의 갑문과 어도(魚道)가 설치되어 있다. 서울시는 이곳부터 팔당댐까지 암사취수장 등 상수원 취수장이 있어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하여 특별관리 하고, 잠실수중보 아래로는 윈드서핑, 수상스키, 요트놀이 등 기구를 이용한 수상놀이가 가능하다.
<잠실대교 밑의 수중보-네이버 캡쳐>
뚝섬한강공원 쪽으로 내려올수록 요트와 윈드서핑 계류장이 나오고, 양지 바른 곳의 산수유는 봄을 잔뜩 부풀려 꽃망울이 터질 것 같다. 한강을 향한 수변무대도 꾸며져 있고, 수상식당과 사월 초파일 방생법회를 여는 수상법당도 있다. 불과 40여 년 전 광나루, 노들섬과 더불어 서울시민에게 여름이면 3대 야외수영장이었던 자리가 이제는 수영장을 비롯한 복합 문화시설을 갖춰 시민에게 사철 제공되는 시민휴식처가 되었다.
<수상 계류장>
<산수유>
<한강수상법당>
청담대교 남단 쪽에는 뚝섬전망복합문화시설이 있다. 2009년에 개장한 이 시설은 모형이 자나방의 애벌레인 자벌레를 닮아 ‘자벌레뚝섬전망대’로 불리는데, 단순한 전망대가 아닌 시민이 무료로 공연과 전시회를 열 수 있는 문화공간이며, 시민 등 방문객 역시 무료로 입장과 관람이 가능한 문화시설이다. 공연과 전시회 신청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대관 할 수 있다고 한다. 주변에는 인공암벽등반 연습장과 한강치안센터 등이 있다.
<자벌레뚝섬전망복합문화센터>
<인공암벽장>
<치안센터>
강남구 청담동과 삼성동의 개발의 큰 역할을 했던 영동대교(1973년 11월 준공)는 성동구 성수동으로 다리를 쭉 뻗었고, 청담동 쪽 아파트단지 아래 한강에는 철새들이 무리를 지어 노닌다. 불과 30여 연 전만 해도 악취가 진동하여 한강 옆으로 지나가기를 꺼렸던 곳에 철새들의 보금자리가 되었다는 것은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의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이 모두가 환경을 위해 노력하신 국민들의 덕이다.
<청담동아파트와 한강 철새>
아래로 내려올수록 서울 남산은 더 가깝게 다가온다. 강남구 압구정동과 성동구 성수동을 잇는 성수대교는 1994년 10월 21일 아침 7시 상판이 내려앉은 참사를 아는지 말없이 자동차만 바쁘게 달린다. 그때 강 건너 학교로 등교하던 학생들의 희생이 많았다. 사고조사결과 시공사의 부실공사로 발표되었지만 평소 교량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되었는지도 꼼꼼하게 따져볼 일이었다.
<성수대교 남단과 남산>
잠실 쪽에서 서북방향으로 물줄기가 흘러가다가 그 물 모퉁이를 이루어 서남으로 방향을 틀은 곳이 압구정(鴨鷗亭)이 있던 언덕이다. 이 언덕에 계유정란(癸酉靖亂)으로 수양대군을 도와 권세를 잡은 한명회(韓明澮, 1415∼1487)가 말년에 “갈매기와 친하게 진낸다”라는 뜻으로 지은 정자가 압구정으로 지금도 갈매기들이 날아와 다른 철새들과 어울려 노닌다. 당시에 압구정에 올라서면 한양을 둘러싸고 있는 명산들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을 것 같다.
<겸재 정선의 압구정 도-네이버 캡쳐>
성수대교 북단에는 성동구 성수동으로 뚝섬체육공원 일대에 2005년 6월에 문을 연 35만 평 규모의 서울 숲이 조성되어 있다. 다른 지역에 비해 녹색공원이 적은 서울 동북부지역의 시민을 위해 뉴욕의 센트럴파크와 같은 대규모 도시 숲을 만들기 위해 친환경적으로 숲과 동물이 어우러질 수 있도록 자연 그대로의 숲을 재현한 곳이다. 서울 숲 안의 472m 보행다리는 한강 선착장과 연결하는 통로이고, 몸이 불편한 사람을 위해 승강기도 설치해 놓았다.
<서울숲공원종합안내도>
<한강접근용 승강기>
서울 숲 모퉁이를 돌면 의정부에서 흘러 내려오는 중랑천과 합류하는 지점으로 철새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물고기가 많아서 먹이도 풍부하겠지만 잠수능력이 뛰어난 가마우지의 물속 헤엄은 대략 1분 이상 긴 호흡을 하는 것 같다. 중랑천 상류로 조금 올라가면 용비교 밑으로 중랑천을 자전거와 사람이 건너는 교량이 있고, 교량을 지나면 봄마다 개나리로 노랗게 물드는 응봉산이 있다. 응봉산(鷹峰山, 236m)은 임금이 매사냥을 하던 곳으로 한강과 중랑천이 만나는 지역 북쪽이며, 이곳에서 활을 쏘아 맞은 새가 떨어지던 곳이 살곶이<전관(箭串)>다리이다.
<용비교>
<중랑천 합수지점의 철새들>
응봉산 밑 철길 언덕에는 봄을 맞이하는 영춘화(迎春化)가 꽃샘추위에 아랑곳 하지 않고 꽃을 피운다. 같은 봄꽃이지만 개나리는 꽃잎이 4장이고 각이 진 반면, 영춘화는 꽃잎이 6장으로 각이 곡선형으로 부드러운 맛을 주고 나무줄기도 아래로 늘어뜨린다. 꽃이 피는 시기도 영춘화가 개나리 보다 조금 일찍 핀다.
<영춘화>
응봉산을 지나면 옛날 대장간이 많아서 동네 이름이 금호동(金湖洞)이 되었고, <옥정수>라는 유명한 우물이 있어서 <옥정숫골>로 불리다가 동네 이름이 된 옥수동(玉水洞)이 있다. 한 때는 소형 주택들이 금호동과 옥수동 일대를 다닥다닥 붙은 서울의 대표적인 달동네였으나, 지금은 재개발 되어 서울에서 조망(眺望)이 좋은 명소로 자리 잡았다. 지하철 3호선과 경의중앙선 옥수역이 생기면서 교통도 사통팔달이 되었다.
<동호대교>
강변북로 고가도로 밑 보행자 도로를 따라 조금 하류로 내려오면 강남구 신사동과 용산구 한남동을 연결하는 한남대교가 나온다. 한때는 한강에 네 번째로 놓아진 다리라 제3한강교로 불리었고, 혜은이가 부른 “제3한강교”라는 가요로 더 유명해진 다리다. 그리고 이 다리가 개통됨에 따라 강남이라는 신도시의 개발이 촉진되었고, 서울과 부산을 잇는 경부고속도로의 관문이다. 한남동은 남쪽에 한강이 흐르고 서북쪽으로 남산이 있어 한강의 ‘한’자와 남산의 ‘남’자를 따서 한남동(漢南洞)이 되었다고 한다. 참고로 당시에는 광진교를 한강의 대교로 치지 않은 것 같다.
<왜가리의 망중한>
한남동을 지나면 바로 보광동이다. 보광동(普光洞)은 진흥왕 때 보광국사 (普光國師)가 세운 절 이름을 따서 얻은 이름이다. 이 절은 조선 후기 까지 있었다고 하는데, 봄·가을에 국운을 비는 제사를 지낸 곳이다. 보광동에는 웃당과 아랫당이라는 당집이 있는데, 웃당은 신라 김유신장군에게 매년 정월 초하루에 종친회에서 제사를 지내고, 아랫당에서는 중국 제갈량(諸葛亮)에게 음력 3월과 10월 초하루에 제사를 지낸다.
<김유신장군 사당-네이버 캡쳐>
보광동을 지나면 동빙고동과 서빙고동이 연이어 있고, 잠수교와 함께 2층으로 된 반포대교가 나온다. 반포대교 북단이 지금의 서빙고동이다. 동빙고(東氷庫)는 1396년(태조5년) 지금의 옥수동에 처음 설치되었고, 1504년(연산군10년) 서빙고 남쪽으로 이전하였다가 1898년에 폐지되었다. 서빙고(西氷庫)도 동빙고와 함께 지금의 서빙고동파출소 부근에 설치되었다가 1896년에 폐지되었다. 저장된 얼음은 궁중 내의 각 전(殿)과 관아에 공급하고, 관리들에게는 벼슬에 따라 차이를 두고 배급하였다고 한다.
<반포대교와 잠수교>
반포대교 남단에는 서초구 반포동(盤浦洞)이다. 이곳은 비가 오면 상습홍수피해 지역이라서 반포라 했다는 설과, 옛날에 개울이 서리서리 굽이쳐 흘렀다고 하여 한자로 반포(蟠浦)라고 쓰다가 반포(盤浦)로 변형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1970년대 까지만 해도 모래땅에 땅콩농사를 짓던 넓은 밭이었는데, 서울 동대문 옆에 있던 고속버스터미널이 이곳으로 이전하였고, 고급 고층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또 다른 서울의 관문이 되었다.
<반포 고층빌딩>
반포 아파트 숲을 건너 뛰어 멀리 관악산(冠岳山, 632m)이 보인다. 산세의 형상이 불꽃을 닮았다 하여 화산(火山)으로 불리는데, 이 불기운을 막기 위해 숭례문 앞에 연못을 만들어 놓았었으며,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 양쪽에 불기운을 막는 상상의 동물 해태상을 세웠다고 한다. 그 관악산이 남에서 따사하게 불어오는 봄바람에 뜨거운 입김을 확 불어 넣는다.
<관악산 원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