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0만원으로 부부의 로망을 이루다
중국 상하이에 있는 이케아에서 가구며 소품을 들여와 저예산으로 꾸민 카페가 생겼다는 제보를 들었다. 기자의 기대치만큼 돈을 적게 썼다면 인테리어가 별로일 테고, 인테리어가 근사하다면 제법 돈을 썼을 게 분명하다고 짐작하며 매장을 찾았다. 짐작은 틀렸다. 카페 코지봄봄은 홍대 정문에서 전철역 쪽으로 내려가다 우회전 하는 골목 끝자락에 위치해 있다. 유동 인구가 아주 많은 길목은 아니지만 주변에 옷 가게가 즐비하고, 마포도서관도 있어 목이 아주 나쁜 것도 아니다. 카페가 3층에 있다는 게 단점이긴 해도 요즘 사람들이야 차 맛 좋고 분위기 좋으면 차 타고라도 찾아가는 성향이 강하니 큰 결점까지는 못 된다. 총 창업 비용 6000여 만원. 건물 보증금과 한달 치 임대료, 인테리어 공사비며 각종 가구와 소품들 가격까지 모두 친 금액이라니 정말 저렴하게 차린 셈이다. 이 집 주인장 이가윤씨는 원래 패션 쇼핑몰 사이트를 운영하다가 이번에 카페를 창업해 투잡족이 됐다. 처음엔 사이트에 올릴 제품과 모델 촬영을 위한 스튜디오를 차릴 생각으로 사무실 자리를 임대했다. 화이트로 벽을 예쁘게 칠하고 나무로 직접 디자인한 테이블을 들여놓았는데 불현듯 ‘카페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 ‘안 될 건 뭐 있어?’ 하는 마음으로 인테리어 쇼핑몰을 운영하는 남편과 의논해 카페 창업을 결정했다. 우연치 않은 기회에 부부의 로망이 현실로 이루어졌다.
1 꼼꼼하게 오래 준비한 결과 창업 준비하면서 외국 인테리어 잡지에서 수많은 자료를 스크랩해가며 매장 가구&물품 배치도를 여러 번 그려본 후 확정해 시행착오가 거의 없었다.
2 큰맘 먹고 새것으로 장만한 에스프레소 머신 카페의 생명은 커피 맛? 카페 창업 자금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지출. 커피 머신 덕분에 커피 맛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3 직접 고른 컬러로 칠한 화장실 문 벽면이 모두 화이트인 것을 감안, 포인트를 주기 위해 선택한 그린 컬러. 화이트와 그린 컬러 페인트를 섞어 직접 조색했다.
4 심플함에 포인트를 주는 컬러풀한 의자 주문 제작한 나무 테이블과 온통 흰 벽의 심심함에 힘을 실어주는 의자들은 모두 중국에서 공수해 온 이케아 제품. 쿠션은 남편의 쇼핑몰에서 판매하고 있는 제품. 현장에서 구입도 가능하다.
확실한 컨셉트, 발품 팔아 최소한의 비용으로 차린 카페
패션 쇼핑몰을 운영한다는 것도 그렇고, 카페를 꾸며 놓은 것만 봐도 감각이 예사롭지 않아 보여 “미대 나오셨어요?” 했더니 “저 체대 나왔어요(웃음). 물론 타고난 감각도 무시할 순 없지만 창업하기 전 충분히 사전 조사 기간을 갖고 확실한 컨셉트를 정한 후 거기에 맞는 재료들만 열심히 구해 적당한 자리에 가져다 놓으면 누구나 할 수 있어요” 라고 답했다. 매장 안은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디자인이 다양하고, 특히 테이블 같은 경우 상판과 다리를 마음대로 고를 수 있는 이케아 가구들로 채웠다. 이케아가 입점해 있는 나라 중 가장 가까운 중국에 가서 직접 구입해 오는 것과 구매 대행하는 것을 두고 충분히 가격 비교를 한 후 원하는 물건 리스트만 건네주면 환율까지 계산해서 견적을 내주고 통관까지 알아서 해주는 무역 회사 에스엠프라자(www.smplaza.co.kr)에 구매 대행을 의뢰했다. 구매한 물품 비용은 중국으로부터 배로 들여오는 비용이 19만원, 세금이 50만원, 공항에서 서울까지 실어 오는 용달비 7만원까지 포함해서 270만원이 들었고, 거기에 대행 업체 구입 핸들링 비용 30만원(총 금액의 10%)을 더해 총 300만원 정도 들었다. 간 김에 싼 숙소에서 묵으며 며칠 여행까지 겸하고 돌아올 요량이 아니면 구매 대행을 하는 것이나 중국에 직접 가서 구입하는 것이나 별반 차이가 없는 금액이었다. 그 밖에 조명, 타일, 도기 등은 을지로 일대를 돌며 구입했는데, 며칠을 발품 판 후 최종적으로 물건도 예쁘고 가격도 가장 싼 매장을 하나 골라 한꺼번에 주문했더니 대량 구매 할인을 또 받을 수 있었다. 꼭 사고 싶은 물건이 그 집에 없는 경우엔 어느 가게에서 얼마에 파는지 적어 와 주문하면 구해다 준다는 사실도 그때 알았다. 그릇, 스푼, 식기들은 남대문 수입 상가, 대도종합상가, 중앙상가 등에서 구입했는데, 특히 남대문 수입 상가는 한 품목을 다량으로 구입할 때 유리하다. 이렇게 발품 팔면서 알게 된 정보들과 창업을 준비하면서 생긴 노하우들이 모여 카페 코지봄봄이 탄생했다.
1, 2 카페의 단점을 커버하는 장점 입소문 난 후라면 문제가 안 되겠지만 3층에 있다는 단점을 커버하기 위해 한동안 자리 잡기 전까지 손해를 만회하려고 매장 한쪽에 옷&액세서리 코너를 숍인숍 형태로 만들었다. 온라인 쇼핑몰도 카페가 자리 잡기 전까지 투잡 형태로 계속 운영할 예정.
3 직접 만든 메뉴판 쇼핑몰 운영하면서 쌓은 사진 찍기 실력을 동원, 직접 사진 찍고 메뉴 이름을 스탬프로 찍어가며 만든 예쁜 메뉴판은 음식들만큼 인기.
4 친구네 집처럼 편한 인테리어 부담 없이 신발을 벗고 올라앉을 수 있는 마루형 좌석도 마련해 두었다. 인터넷 이용도 가능하다.
5 특별한 맛을 위해 똑같은 요리만 수십 번 메뉴를 확정한 후 좀 더 색다른 맛을 주는 레시피를 만들기 위해 남편과 함께 주방에서 살다시피 했다.
카페 창업 비용 절감 Advice
1 각종 박람회가 쇼핑 찬스 코엑스에서 열리는 제과제빵 박람회에 갔다가 큰맘 먹고 구입한 와플 기계를 30만원이나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좌절. 각종 박람회에 가면 업계 동향이나 신제품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시중보다 싼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어 적극 활용한다. 다만 충동구매는 금물.
2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내가 한다 매장 내 인테리어 공사는 전문 업체에 맡겼지만, 조명이나 타일 등 발품 팔아 구매하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들은 업체에 맡기지 않고 직접 사다가 업체에 갖다 주는 방식을 택했다. 물건을 선택하는 데는 감각을 필요로 하지만, 공사 전부터 문짝 컬러 하나까지 컨셉트를 확실히 정하고 시작한 공사라 어렵지 않았다.
3 중고 물건을 활용, 미리 찜해 놓는다 커피 머신이나 와플 기계, 쇼 케이스 등 가격대가 높은 기기들은 중고로 구매하는 것도 비용을 절약하는 방법이다. 워낙 카페들이 많이 창업했다 접었다 하는 시절이라 운 좋게 새 제품과 맞먹는 중고를 만날 수도 있다. 하지만 접는 카페만큼 창업하는 카페도 많아 바로 팔리기 때문에 정확한 요구 사항을 말한 후 계약금을 걸어 놓고 예약해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