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곡 조영랑 서화전
난곡의 대학시절
난곡(蘭谷)의 첫 서화전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난곡은 아주 오래전부터 서화를 연마해온 작가이고, 사회교육에 큰 영향을 미치신 분이므로 언젠가 그의 아름다운 삶의 모습을 세상에 널리 알리는 기회가 오기를 은근히 기대했었다.
난곡은 원광대학교에서 만난 제자였고, 서예치료학회의 창립 멤버로 함께 활동한 인연이 있다. 대학에 만학으로 입학하였기 때문에 일반 학생들에 비해 연령차가 많다. 그런데도 재학생 못지않게 매사에 열성적이었으며 성적이 우수하고 교우관계가 원만한 모범생이었다. 서예과에서 4년동안 장학금을 받았고, 미술대학 8개학과에서 전체수석을 할 정도로 성적이 우수했다. 이어서 원광대학교 대학원에서 예술치료학을 전공하여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서예치료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당시 서울에 가족을 두고 대학생활을 하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난곡은 불우한 주변사람들을 지극정성으로 보살펴주었다.
교도소 서예교육봉사 30년
난곡은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 조용한 성품을 타고났다. 어느 날 우연히 대화를 하던 중, 교도소에서 서예교육봉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로 인해 난곡과 갑자기 가까워지게 되었다. 난곡이 교도소서예교육봉사를 한 것은 82년부터다. 결혼도 하지 않은 20대 초반의 꽃다운 나이에 사회교육에 뜻을 둔 것이다.
그가 선택한 교도소는 전라남도 최남단에 위치한 장흥교도소였다. 그곳에 가기 위해서는 여섯 번씩이나 차를 갈아타야만 했다. 남들은 학교생활만 하는 것도 힘이 드는데, 난곡은 대학공부를 하면서도 교도소에 가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가 다니던 원광대학교의 청소부아줌마에게 한글을 지도하여 문맹을 벗어나게 해주었다. 난곡을 따라서 장흥교도소에서 교육봉사를 한 적이 있다. 그때 버스 안에서 조그만 목소리로 한 이야기가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다.
“교도소 재소자에게 서예 가르치고 돌아가는 것이 마치 그들에게 젖을 주고 돌아가는 기분입니다.”
난곡이 생각하는 가족은 혈연만을 생각하는 가족이 아니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교도소 교육봉사는 한결 같았다. 아이를 임신하여 만삭이 되었을 때도 교도소에 가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난곡은 이 시대에 보기 드문 자강불식(自强不息)의 군자(君子)였다. 20년이 되던해 건강의 문제로 서울에서 장흥까지 계속 다니기에는 너무 무리가 되어 서울 가까이에 있는 의정부교도소로 자리를 옮겼다. 벌써 3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나 보다.
서예치료와 예술적인 가정환경
일반적으로 외부활동에 전념 하다보면 가족에게 소홀하기 쉽다. 그러나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생활화된 난곡은 안팍을 구분하지 않았다. 시아버지께서 뇌혈관 장애로 인해 병원에서 입원해계실 때, 며느리 난곡은 5개월 동안 20회에 걸쳐 자유회상 기법으로 서예치료를 해드렸고, 그 연구사례를 한국서예치료학회에 발표하기도 하였다. 눈물겨운 사연을 담은 내용이었다.
난곡이 이렇게 남다른 용기와 추진력을 가질 수 있었던 데에는 부모님의 공덕(功德)이 많이 작용하고 있었다. 아버님과 어머님께서는 새벽에 일어나 <반야심경>과 <천수경>을 암송하셨는데, 그 소리를 들으며 가족들의 하루가 시작되었다.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을 떠올리시며 기도하시는 부모님의 정성은 난곡에게 정신적인 힘과 올바르게 사는 방법을 일깨어주었다.
광주가 고향인 난곡은 어렸을 때부터 예술적인 가정환경에서 자랐다. 서예가이신 부친 용곡(龍谷) 선생의 영향으로 온 가족들은 모두 예술정신으로 뭉쳐있었다. 도예가이신 큰오빠, 한국화를 전공하고 미술치료를 하는 언니, 간호학을 전공하고 서예를 하는 여동생, 도예를 전공하고 도예치료를 하는 막내 여동생, 사진학을 전공하고 영상치료로 활동하는 남동생은 어려서부터 예술가의 꿈을 키웠다. 난곡의 가족들은 서로 다른 예술세계를 공유하는 융합의 분위기에서 자랐으므로 예술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었다.
난곡이 일찍부터 다양한 사회교육에 눈을 뜨고 새 길을 개척할 수 있었던 것 또한 폭넓은 삶을 살아온 집안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난곡은 6살 때 부친으로부터 배운 서예를 지금까지 변함없이 도야하고 있다. 부친께서는 서예와 한문을 함께 지도해주셨으며, 퇴근 후에 매일 한문시험을 보게 했고, 틀린 개수만큼 매로 다스리는 엄한 분이셨다.
마음 담긴 서화전
난곡의 첫 전시회가 갖는 가장 큰 특징은 글씨이든 그림이든 그때그때 나타나는 감흥을 글로 풀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작품이 옛것으로 보이지 않고 현대적으로 보이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작품으로 선택된 글감은 스스로 지은 것이 많고, 남의 글을 차용한다 하더라도 자신의 삶과 깊이 연관된 것들이다.
패인 것도 지나가고 비어있는 것도 채워가는 무욕의 삶의 의지를 담은 상선약수(上善若水), 세상의 모든 일은 인연으로 이루어진다는 뜻을 담은 수연(隨緣), 음악이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이유는 텅 빈 공간이 있기 때문이며 빈 공간에서 소리가 나고 모든 악기는 공간이 있어야 소리가 난다는 뜻으로 쓴 낙출처(樂出虛), 틀이나 편견이 없어야 하며 어떤 길이든 문(門)이 있다는 생각을 담은 무문(無門), 세상이 탁해도 나는 맑은 정신으로 살자는 마음을 담은 청(淸), 겉만 바라보지 말고 눈을 돌려 어떤 상황이든 나를 바라봐야 한다는 생각을 담은 관(觀), 나를 관(觀)하게 되면 모든 것이 뚫린다는 마음으로 쓴 통(通), 왕으로 모시듯이 섬기는 마음으로 남을 정성스럽게 대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소통·화합·상생을 기원하면서 쓴 청(聽), 질곡의 삶을 견디어내자는 내용의 인지위덕(忍之爲德), 청정한 마음을 흩트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만고상청(萬古常靑) 등등.. 작품과 관련한 이야기를 난곡으로부터 직접 전해 들으면서 이 글귀들이 마치 난곡의 자화상처럼 보였다.
들풀향기
작품의 양식은 작가의 삶에서 탄생된다. 난곡의 삶을 반영이라도 하듯이, 그의 작품 속에 내재된 기운은 아주 독특한 풍모가 느껴진다. 어느 날 서화가 담긴 난곡의 편지를 받아본 적이 있다. 진한 향기가 코끝에서 진동하는 것을 느꼈다. 평상시 보아온 그의 모습 그대로였다. 교묘한 점은 난곡이란 호의 이미지와 작가 조영랑의 이미지는 너무나도 닮아있다는 점이다.
난곡이란 아호는 부친께서 손수 지어주셨다고 한다. 난초처럼 늘 푸르고 겸손하게 살라는 뜻이 담긴 호이다. 인터넷상에서 한글로 통용되는 닉네임 “들풀향기” 또한 작가의 이미지와 통하고 있다. “서여기인(書如其人)”이라고 했던가? 난곡의 구불구불한 필획은 들에 핀 야초(野草)와도 같이 생명력이 강하게 느껴지며, 야생의 향기가 느껴진다.
한 작가의 인생과 작품세계를 글로 전달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더욱이 난곡의 경우는 그 누구보다도 큰 삶을 살았고, 투철한 예술정신을 가지고 살아온 작가이므로 더욱 더 어필의 어려움이 있다. “작가는 작품으로 말 한다”는 말이 있다. 지면에서 하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직접 작품을 감상하면서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일시: 2013년 5월 1일~5월 6일
장소: 인사동 경인미술관
초대일시: 5원1일 오후 4시
첫댓글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난곡선생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는 좋은글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삼도헌 선생님, 직접 전시글도 올려주시고 축하해 주셔서 깊이 감사드립니다. ^^
진심으로 축하 합니다 소망을 이루시는 행복한 전시 되세요...수고하셨습니다 교수님~감사합니다...
芝香선생님~축하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전시를 한다는게 더욱 겸손함을 일깨워주는 것 같습니다.^^
안녕하세요? 난곡 조영랑입니다. ^^ 바쁘신데도 흔쾌히 축사를 허락해주시고 카페에까지 글을 올려주신 취정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6살에 아버님이신 용곡 조기동 선생님께 서예를 시작하여 올해가 반세기가 됩니다.그동안 가족전으로만 전시를 하다 올해 처음으로 5월 1일~7일까지인사동 경인 미술관에서 첫 개인전을 갖게 되었습니다.여러 선생님들의 좋은 가르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수고하셨습니다^^ 충분한 휴식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좋은 전시, 좋은 글 ..잘 배워 감사합니다. 전시회에 꼭 가보고 싶습니다^^
근원 선생님 감사합니다~!^^직접 찾아주시면 더욱 힘이될 것 같습니다.^^
난곡선생님! 축하합니다...전시회때 찾아뵙겠습니다...
수촌 선생님, 축하해 주시고 전시장까지 찾아주신다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난곡선생님! 다시한번 축하드립니다... 시간이 되었으면 기다렸다가 용곡선생님도 뵈엇으면 더 좋았을것을 하는 마음만 듭니다....
도록 잘 받았습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그 마음이 꽃보다 아름답습니다...
부끄럽습니다. 좋은 말씀 갑사드립니다.~^^
임지당 선생님 ~축하의 말씀과 마음이 담긴 과찬의 말씀 감사드립니다. ^^
난곡선생님 고생많으셨습니다. 내용면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좋은 전시였습니다. 다음 전시를 기대해봅니다.
감사합니다.많은 분들의 관심과 격려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전시 축하드립니다. 전시 참가는 못하지만 이곳에 올린 작품 보며,,, 귀한 작품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자세하고 세세한 작가와 작품에 글을 쓰신 기린님의 글 감사히 읽습니다.....
전시를 축하해 주시고 작품과 글을 감상해 주시고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여러분들의 덕분에 전시는 성황리에 잘 마쳤습니다. 5월의 인사동 경인미술관의 야외 정원엔 초록빛의 신록이 하루 하루가 다르게 짙푸름을 선물하고 많은 관람객들의 진심어린 축하를 받으며 행복한 시간였던 것 같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많은 사람들과 소통 할 수 있어 좋았고. 많은 분들에게 감동을 주는 전시였다는 말씀에 보람도 있었습니다. 다시 한 번 성원해주신 모든분들께 깊이 감사드리며 더욱 정진의 기회로 삼겠습니다. 난곡 조영랑 드림
청노루 꽃 잘 보았습니다. 그림을 그려주신 난곡 작가님, 글을 올려주신 취정 선생님 감사 감사합니다.
청누루귀꽃은 추운 겨울을 견뎌내고 눈 속에서 피어나는 청초하고 아름다운 꽃으로 저의 삶의 모습과 같은 꽃으로 마음을 담아 그려보았습니다. 감상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김지환-글과 그림이 힘이 넘쳐보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힘이 느껴지는 글과 그림들을 좋아합니다. 법정스님의 '자신있게 살라'가 정말 잘 돋보이는 분이시군요.
좋은 말씀감사드리며 마음을 담는 좋은 작품으로 보답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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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말씀 감사드립니다.
늦게나마 축하드립니다 너무 좋은작품입니다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선생님 하신 일들이 훌륭한 일이었네요... 좋은 삶이라 생각합니다.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서예의 본질을 실천적인 삶에서 찾고,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마음을 담는 좋은 작품으로 보여주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