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면·동 주민자치를 훼방하지 마라(2) 2023.05.30
-다수결이 ‘악의 순환’ 시발점-
올해 1월 말, 동(洞)주민자치회에서 보내온 문자를 보고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자치회가 출범 후 첫 회의를 열지도 않았는데 회의를 한 것처럼 동의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누구의 아이디어인지는 모르겠으나 다수결로 결정한다는 취지의 글이 참 묘하게 느껴졌습니다. 허위 내용을 사실(事實)로 둔갑시키자는 꼼수에 동참을 은근히 권유했습니다. 없었던 일을 불법과 부정한 방법으로 있던 것으로 하자는 은근한 도발이기도 했습니다. 필자는 중우정치를 시작·조장하는 선동적 글로 보았습니다. 주민의 민주와 자치 고양이 목적이라면서 고대 아테네 때부터 민주주의의 타락이라고 엄중히 경고하던 것을 21세기 대한민국으로 불러온 것입니다.
자치회 회의는 구(區) 조례와 동 운영세칙에 따르면 일정 기간(7일 이상) 공고하고, 자치회장이 회의를 소집·진행해야 합니다. 당시 주민자치회는 구성돼 있지 않았고, 자치회장도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의를 한 것으로, 누군가의 선동에 의해 다수결로 결정했으니 회의록 작성, 회의비 지급 등 모든 것이 정상이 아니었습니다.
이 중 가장 심각한 문제는 시민 세금으로 책정된 예산으로 회의비를 부정하게 지급한 점입니다. 회의가 분명히 소집·개회되지 않았다는 점을 인지하는 동(洞)주민센터가 위원 1인당 2만 원씩을 위원 통장에 각각 입금했습니다. 어찌 보면 합법을 가장해 나눠가졌다는 표현이 정확할지도 모릅니다. 필자는 이 점을 지적,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자치회의 설립 목적에도 어긋난다고 항의도 했습니다. 동주민센터는 그러나 "위원 다수결로 결정했다."며 어물어물하며 넘어가려 했습니다.
주민의 민원서류에 한 글자가 잘못되어도 접수를 보류하거나, 민원 자체를 거부하는 공무원이 자치회가 잘못 결정한 일을 어찌 그리 너그럽게 용인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필자는 회의비를 받을 수 없다면서 동주민센터에 회의비를 반납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습니다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조롱 비슷하게 “다수결로 결정한 일”이라는 말만 들었습니다.
서울시 민원실에 2만 원짜리 우편환을 동봉하여 "세금을 부정하게 사용한 사례니 반납 처리하고 결과를 통보해 달라"고 보냈습니다. 서울시의 처리 결과는 더욱 한심했습니다. 서울시는 불편한 민원 처리를 하부 기관으로 내려보내 세상에서 흔히 말하는 대로 퉁쳤습니다. 동주민센터의 행정처리가 잘못됐다고 제기한 민원을 잘못 처리한 바로 그 동주민센터, 그 담당자에게 내려보냈습니다. 답변 결과는 뻔할 수밖에요. 동주민센터는 "주민자치회가 다수결로 처음 모임을 정기 회의로 대체하였고, 그 결정에 따라 회의비를 지급했다."는 것입니다. 동주민센터는 동주민자치회에, 서울시는 동주민센터에 각각 책임을 돌렸습니다. 자치회와 동주민센터 서울시가 서로 모순된 답변으로 연결되는 ‘악의 순환’ 같은 방법으로 민원을 마무리하려 한 것입니다.
서울시와 동주민센터는 민원의 핵심인 세금(우편환) 반납 문제의 답변을 회피한 채, 엉뚱한 내용만 늘어놓았습니다. 즉 민원을 회피하지 않았고, 답했다는 증거만 남긴 셈입니다. 참 뻔뻔한 결론이었습니다. 지금도 필자는 반납한 세금 2만 원이 어떻게 최종 처리되었는지 답을 듣지 못했습니다.
이런 기본 문제가 제기된 것은 구청과 서울시 등 상급 행정기관들이 동주민자치회가 구(區)의 조례를 무시하고, 자체 운영세칙을 따르지 않는 등 편법 운영되는 것을 알고도 묵인하기 때문입니다.
구 조례에 따르면 매 임기 시작 때는 각종 회의를 주재할 자치회장이 없습니다. 자치회는 많은 국가의 상원처럼 일부가 아니라 전원을 새로 선출하기 때문입니다. 이때마다 동주민센터가 조례를 무시, 꼼수를 씁니다. 임시회의에서 결정할 일을 담당공무원이 무슨 이유(?)에선가 대신합니다. 금년에도 서울 성북구청 산하 어느 동주민자치회도 자치회를 구성하며 절차와 규정을 무시했습니다. 자치회장이 집행해야할 운영세칙(임원선출을 위한 선관위 구성 조항)을 담당공무원이 임의로 해석, 입맛에 맞는 제3자를 내세워 대행하며 반발하는 자치위원에게는 ‘위원들의 다수결’을 방패막이로 삼았습니다. 바로잡아야 할 새 주민자치회 출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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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신현덕
現) 신교수의 돌씨앗 이야기 대표
국민대학교 한국공학대학 교수, 경인방송사장, 국민일보 국제문제 대기자 등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몽골 국립아카데미에서 한국인 최초로 박사학위, 한양대학교 행정대학원, 독일 Georg-August-Universitaet, 서울대학교
서독은 독일보다 더 크다, 아내를 빌려주는 나라, 몽골 풍속기, 가장 간편한 글쓰기, 몽골, 언제나 그리운 사람 오재경 등의 저서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