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속성을 먼저 파악하자
물이란 참 묘하다. 자신의 길을 위해 끊임없이 대지를 깎아 내지만 정작 자신이 깎아 낸 토사로 자신의 길을 메우기도 한다. 막히면 옆으로 또 다른 길을 내는 것도 물의 속성이다. 물이 자신이 막아놓은 길을 우회하려 할 때 가끔 인간이 막힘을 터주기도 하며 공생을 도모하고 있다. 그렇다고 너무 막힘없이 물의 기를 살려주면 그 기세로 주변이 파괴되기도 하니 다루기가 예나 지금이나 퍽이나 힘들다.
석태암 앞 덱 아래 등산로 파괴
장산의 작은 도랑에서 대천과 춘천을 거쳐 동백섬 옆 바다에 이르기까지 물은 곳곳에 흔적을 남긴다. 먼저 장산 석태암앞 덱 등산길을 보자. 기존의 계단식 등산로 옆으로 덱 길이 연결되어 있다. 덱 길을 만들면서 오래전부터 존재한 작은 사방댐의 둑을 허물었다. 허물어진 둑을 따라 물이 흘러내리고 그 물이 덱 길 아래 등산로를 후벼팠다.
이곳의 망가짐을 보수하느라 지금까지 몇 차례의 크고 작은 보수공사를 했다. 덱 아래 등산로가 망가질 때마다 배수구를 더 크게 만들고 그것으로도 물의 위력을 감당하지 못하자 긴 배수구를 추가로 만들었다. 그럼에도 지난 홍수 때 덱 아래가 또 망가져 모래주머니를 파인 등산로 속에 집어넣었다.
최초 둑을 허물고 덱을 만들 때 물길 위에 만들어진 탓에 덱 아래 등산로 부분의 붕괴 위험이 높아 보였다. 그리고 실제 붕괴로 이어졌다. 그동안 수없이 반복된 보수공사가 뒤따랐다. 하지만 물길을 이해하지 못해 헛공사만 이루어지고 있었다. 아니 물길의 방향조차 고려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17일에서야 보강공사를 통해 물이 넘쳐 등산로를 덮치지 못하게 차단막을 설치했다. 그리고 덱 하부에도 시멘트로 다 메웠다.
생태습지학습장 아래 도랑 범람
아래 생태습지학습장에서 흘러내린 물길 역시 물의 기본 성질을 모르고 있다. 물이 운반해 놓은 토사가 도랑 바닥을 메워 도랑의 수면이 높아졌는데 이를 그대로 두고 징검다리만 보수하고 또 징검다리를 높이고 있다. 징검다리를 보수하는 과정에서 자꾸 돌을 추가로 투입하다 보니 오히려 물길을 막는 우까지 범했다. 막힌 물은 어디를 향하겠는가?
도랑에 쌓인 토사를 걷어내 물길을 터주기만 해도 물 범람으로 인한 근처 등산로의 피해를 최소화할 것인데 자꾸 엉뚱한 곳만 손보고 있다. 두 곳의 보수공사를 보며 어찌 작은 도랑의 범람을 해결하지 못하는지 답답하기 짝이 없다. 보수공사 관계자들이 물의 속성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