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없는 19시간.
그믐 밤, 하늘에 별만 초롱초롱한 깊은 산골 길을 혼자 걷는 듯했다.
‘특수임무’ 제1막을 마무리하고 금욜오후 저녁 약속이 있어
서울로 올라가면서 전화기를 충전단자에 꽂아두고
그냥 집을나섰다.
그 사실을 알았을 때는 돌아갈 시간이 지났다.
에라...이판사판, 다음 주말에 올 테니까
일주일만 전화기없이 살아 보자는 심사로 상경을 강행했다.
금요일 오후라 그런지 고속도로가 막혔다. 전용차로를 달리는 버스도 정체됐다. 서울 남부터미널에는 40~50분 연착. 약속 시간을 댈 수 없었다. 연락처 정보가 모두 전화기 안에 있으니 늦는다는 연락을 할 방법도 없다.
고민하다가 약속 장소 가까이에 있던 제3자에게 30분쯤
늦는다는 사정을 전해달라고 옆에 앉은 아내 전화 문자로 부탁했다. 약속장소 업주와, 만날 사람들에게 전달할 메시지는 도달까지 2단계, 3단계를 거쳐야 했고,
그나마 어느 단계에서는 그만 메시지가 증발해버렸다.
약속 장소에는 30분 늦게 도착했다. 기다리던 사람들은
나에게 몇 차례나 전화를 했다고 한다.
그곳은 동숭동 ‘계향각’.
'휴대폰없이 살기’ 를 4시간 해보니
일주일은 상상할 수 없고, 바로 포기했다.
다음날 새벽 첫차(06:30 출발)를 타고 시골집에 휴대폰을 가질러 가기로 했다.
평소보다 2~3분 이른 오전 5시 48분에 집을 나섰다.
아파트 정문에 나갔는데 새벽이면 늘 대기하고 있던 택시가 없다. 그런데 아뿔싸! 전화기가 없으니 택시를 부를 방법이 없다. 시간은 자꾸 가고… 마포대로 쪽으로 달려 나갔다.
신호가 세 번 바뀔 때까지 빈 택시는 오지 않는다.
예매한 버스표를 취소하거나 시간을 변경할 수단도 없다.
버스표(1만7100원)만 허공에 뜨는구나 생각하는 순간,
택시가 잡혔다. 오전 6시 1분이다.
가까스로 남부터미널에 도착해 티켓을 받으려고 허둥지둥 무인발권기에 정보를 입력하자
휴대폰에 있는 전자티켓으로 탑승하라는 안내문이 뜬다.
할수없이 창구로 달려가 사정을 설명하니 전화번호 불러보라 했다. 아내 전화번호를 말하자 예매에 사용한 카드를 달라고 한다. 예매는 아내 전화기 앱으로 했지만,
아내 카드가 나에게 있을 리 있나~!
(아참, 내 체크카드가 아내에게 간 지 두 달이 넘었다!!!).
카드도 없다고 했더니 창구 직원이 째려 볼 듯하다가
검은 마스크를 쓰고 머리가 허연 내 모습을 보더니
이내 표정을 바꾸고 말했다.
‘’원래 안 되는 건데요, 이거 기사에게 보여주시고 타세요.” 그러면서 쪽지에 뭔가 적어서 줬다. 차를 타면서 그걸 내밀자 기사는 자기 전화기의 앱을 열어 메모 내용을 입력해 보더니 승차를 허락했다.
휴대전화 없이 살기, 정말 어려울 듯하다. 최소한이라도 적응하려면 적어도 6개월은 걸리겠다.
(내친구가 쓴글.옮김)
첫댓글
요즘은 식당도 못들어갑니다.ㅎㅎ
방역패스때문???
펜홀더6부의 실력으로 리시브해드립니다.
어른신들은 동사무소에가면 주민등록증 뒤편에 방역페스라고 스티커 붙혀준데요
아무것도 할수없죠 완맨붕이 올껄요
접종이다,패스다.헷갈립니다..
요즈음 백신방역체크 -핸드폰으로 폰 이 생활필수품 애인 애인 간수못하고 잊어버리는경우 -대비해 -폰 -연락처 -usb에 보관해놓으세요
비상시 준비 -보험처럼 -
옛방식으로 다이어리에 펜으로 적어놓고있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