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래기 / 도종환
저것은 맨 처음 어둔 땅을 뚫고 나온 잎들이다.
아직 씨앗인 몸을 푸른 싹으로 바꾼 것도 저들이고
가장 바깥에 서서 흙먼지 폭우를 견디며
몸을 열 배 스무 배로 키운 것도 저들이다.
더 깨끗하고 고운 잎을 만들고 지키기 위해
가장 오래 세찬 바람 맞으며 하루하루 낡아간 것도 저들이다.
그나마 오래오래 푸르른 날들을 지켜온 저들을
기억하는 손에 의해 거두어져 겨울을 나다가
사람들의 까다로운 입맛도 바닥나고 취향도 곤궁해졌을 때
잠시 옛날을 기억하게 할 짧은 허기를 메꾸기 위해
서리에 젖고 눈 맞아가며 견디고 있는 마지막 저 헌신
우리 주위에 시래기가 되어
생의 겨울을 나고 있는 것들은 얼마나 많은가
- 도종환의 시집 『해인으로 가는 길』 중 「시래기」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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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래기에 얽힌 일화
시래기를 사전적인 의미로만 보면 '무청이나 배추의 잎을 말린 것'이며
'새끼 따위로 엮어 말려서 보관하다가 볶거나 국을 끓이는 데 쓰는 것'입니다.
사전의 설명은 분명하고 정확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설명이 '시래기'의 모든 것은 아닙니다.
마르고 뒤틀려 볼품없게 되었다지만
시래기에는 씨앗을 틔워 푸른 몸을 만들어낸 개척자의 정신이 들어 있고
흙과 먼지와 폭우에 지지 않고 몸을 키워낸 전사의 투지가 실려 있으며
버림을 받고서도 또 한번의 헌신을 위해 추위와 기갈을 견뎌내는 수행자의 인내가 담겨 있습니다.
중학생 때 생물선생님께서 겨울방학을 앞두고 저희들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집에 있는 동안 실가리국 많이 먹어라. 추위를 이겨내는 열량이 그 안에 있다."
선생님 말씀이라면 죽으라는 시늉까지도 마다하지 않았던 저는
그 해 겨울 저는 거의 매 끼 거르지 않고 시래기국에 밥을 말아먹었습니다.
어머니께는 숙제라고 말씀 드려두었지요.
배고픔을 잊기 위해 먹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 그렇게 열심히 맛있게 먹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시래기 섞은 쌀죽에 체해서 죽을 고비를 넘긴 어린 날 기억을 갖고 있으면서도
국과 나물, 지금도 물리지 않고 잘 먹고 있는 까닭일 것입니다.
<들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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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궁핍한 음식 '시래기'가 건강식품으로 부활 ]
무청을 그늘에 말려 '시래기'가 되면 최근에는 제철 음식으로 인기를 끈다지만 우리 세대가 아는 '시래기'는 밥위에 올려 밥의 양을 늘리거나 쌀겨 등을 넣고 죽을 만들어 먹기도 해, 허기를 달래줬던 일종의 救荒(구황) 음식이었는데 열량 과잉이 걱정인 현대인에게 최고의 선택이 된 것이다.
실제로 '시래기'는 영양이 풍부하고 칼로리는 낮기 때문에 '식이섬유'의 보고이면서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해 건강식품으로 부활할 수 있었던 것이다. '시래기'는 무청이 건조되면서 단위 무게당 식이섬유가 3~4배 늘어난다고 한다.
우리가 식이섬유가 많이 들어있는 음식하면 고구마를 떠올린다.
그러나 고구마는 식이섬유 함량이 100g당 21g인데, '시래기'는 100g당 32g이나 함유돼 있다.
식이섬유는 대장 점막이 발암물질에 노출되는 것을 줄여 주고 발암물질과 독성물질을 흡착해 배출하기 때문에 대장의 용종 생성을 막아주고 대장암을 예방하는 역할도 한다. 또 대장 연동운동을 자극해 변비를 줄이기도 한다.
최근 관심이 많은 장내 유익균 '바이오틱스'의 먹이가 바로 식이섬유이기 때문에 '시래기'를 먹으면 유익균 역시 늘어난다.
또 식이섬유는 혈당도 낮춰주고 콜레스테롤도 떨어뜨린다. '시래기'는 포만감을 불러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인기다.
또 겨울에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C와 철분과 칼슘등 미네랄이 '시래기'엔 감이나 귤보다 풍부하다.
집에서 만들기 쉬운 '시래기밥', '시래기된장국', '시래기나물', '시래기 고등어조림'도 간편하게 만들어 겨울 에 부족하기 쉬운 영양도 보충하고 추억도 되살릴 수 있는 계절이다.
<출처미상>
첫댓글 옛날에는 겨울이면 시래기에 된장풀어넣고 마른 멸치있으면 몆마리넣고 많이도 먹었죠!
지금은 웰빙식품으로 인기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