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백들
- 조극래
공원 벤치에 앉아
노을의 감정을 물었는데
붉은꽁지머리 새가 날아든다
새 이름을 몰라서
노을(No 乙)이라고 새 이름을 지어 불러준다
노을의 지저귐 따라
공중을 물들이는 묵은실잠자리 떼의 윤무(輪舞)
책갈피로 푹 재워뒀는데
내 곁에 가만히 앉는 당신
당신과 함께했던 여름 결혼을 생각한다
방종의 파도바니 해변과
뜨거운 피부를 가진 모래와
물병을 팔짱 낀 압생트와
분홍의 부겐빌레아
그리고 얼굴에 웃음이 번들거리던 파랑돌
이렇게 생각하자 내가 마치 주인공이 된 것 같다
난 변두리 역할이 제격인데
마음이 톰슨가젤처럼 팔딱팔딱 뛰어다닌다
표정을 감출 줄 몰라서
독백을 쏟아붓는다
저 사람 미쳤나 봐
웃음을 질질 흘리고 있어
눈사람인형이 탄 유모차를
밀고 가던 여자가 뒤돌아본다
노을은 벤치나 나무 그늘 밑에
사람들이 벗어놓은 독백을 수거해가고
당신도 슬그머니 신발을 챙기고
혀가 난간이 된 사람들만 남아서
저녁 어스름을 폭식한다
ㅡ웹진 《시산맥》(2026, 여름호), 투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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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눈과 귀가 번쩍 뜨이는 뉴스가 쏟아지는 중입니다
대통령의 유일한 사유 재산이었던 아파트 한 채 근저당설정이라든가,
올다르크로 거명된 피의자가 구속을 피하고 나오며 구속 중인 김 여사 운운했다든가
서울시장 당선자가 선거법 위반으로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받았다는 뉴스 등등....
여기저기서 혀를 차고 허골으로 종주먹질하는 독백들이 시끄러울 정도입니다
한반도 곳곳이 집중호우로 물난리를 겪는가하면 곳에 따라 폭염에 열대야에 신음합니다
이건 다양한 삶의 모습이 아니라 각양각색이 뒤섞인 혼란이라 할 만합니다
어떤 독백은 깨달음일 수 있지만 뒤섞이는 독백은 소음일 뿐이고 무기력합니다
아무도 수거해가지 않는 독백이라면 짓밟히는 광고전단지 신세에 불과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