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잔의 술 ◐
시골의 한 자그마한 술집에,
한 신사가 들어와서는 술 한 병을 시켰다.
그리고는 잔을 세 개 달라는 것이었다.
신사는 잔 세 개에 술을 따르고는 한 잔씩
또 한 잔씩 마셨다.
그것을 보고 있던 다른 손님들과 바텐더,
왜 술잔을 세 개나 놓고 그렇게
마시느냐 의아해 했다.
다음 날.
그 신사는 또 그 술집에 나타나서 술 한 병과 잔 세개를 시켰다.
그리고 또 한잔씩 한잔씩 마시는 게 아닌가.
그 다음날도 또 그 다음날도 신사는 그렇게 술을 마셨다.
그것을 지켜보다 호기심이 생긴 바텐더가 기어이 그에게 물었다.
"아니, 손님. 왜 한 잔으로 마시지 않고
세 잔으로 술을 마시는 거죠?"
그랬더니 신사가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게는 아주 절친한 친구가 둘이 있다네.
우리는 항상 술을 함께 마시며 즐겁게 담소를 나누었지.
그런데 한 친구가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된 거야.
그래서 그 친구를 생각하느라고
그 친구의 술잔을 놓고 둘이서 술을 마셨지.
그런데 다른 친구도 캐나다로 이민을 갔어.
그래서 그들이 죽기 전까지는 내가 꼭 세 잔으로
술을 마시기로 한 걸세.
한 잔은 미국에 이민간 친구 것,
또 한 잔은 캐나다에 이민을 간 친구 것,
그리고 나머지는 내 잔일세.
그들이 살아 있는 한은 난 꼭 이렇게 술을 마실 것이라네."
그러자 바텐더와 다른 손님들도 참 소중한 우정이다라고
생각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신사는 거의 매일을 들려서 꼭 세 잔으로 술을 마셨고,
그 사실을 아는 다른 손님들과 바텐더는 아무도 그가
세 잔으로 술을 마시는 것을 이상하게 보지 않았다.
그런데 몇 달이 지난 어느 날. 갑자기
신사가 잔을 세개가 아닌 두개만 달라는 것이 아닌가?
다른 손님들과 바텐더가 그들의 우정을
알고 있기에 숙연해졌다.
친구들이 죽을 때까지 세 잔으로 술을 마신다고 했는데,
이제 두 잔을 시키니 친구 중 한 명이 죽은 것이 틀림없는 것이다.
두 잔으로 술을 마시는 신사를 보고서
다른 손님들도 그 죽음을 슬퍼했고
바텐더도 그가 친구의 죽음에 충격을 받았다고 생각했다.
다음날.
신사가 또 와서는 잔 두개를 놓고 술을 마셨다.
바텐더가 그를 위안하고자 말했다.
"참 슬프시겠어요."
"음, 그렇지만 할 수 없는 일일세."
"뭐라고 위로의 말을 해야할지...."
신사가 한숨을 푹 쉬더니 말했다.
"병원에서 의사가 말했으니 할 수 없지 뭐."
"참 안됐습니다."
"그러게 말일세. 이제 친구들 볼 면목도 없지."
술집에서 그 말을 듣고 있던